인류가 우주로 나가기 전에 인류의 가장 좋은 친구가 한 걸음 먼저 지구를 떠났다. 지금은 많은 부호들이 돈을 들여 우주여행을 즐긴다. 신이 나서 지구를 떠났던 이들은 얼굴 가득한 미소를 담고 돌아와 카메라 세례를 받는다. 그러나 그들 모두들 50여 년전(1957년) '라이카 Laika'라는 이름을 가진 암캐 한 마리가 우주를 여행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이 개는 지구 궤도를 돌았던 최초의 생물이자 지구 밖에서 사망한 최초의 생물이다.

 소련의 소설가 바실리 그로스만Vasily Grossman의 <삶과 운명>은 일찌기 영어로 번역되었지만, 영어권 평론계에서 최근에 이르러서야 그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혹자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제정 러시아 시대의 백과전서였다고 한다면 <삶과 운명>은 소련 시기의 <전쟁과 평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반체제 소설가로 소련을 강력히 비판했던 솔제니친과 달리 그로스만은 도덕적 비판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아주 세밀하게 전체주의 체제하의 모든 업종의 사람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 그 무력감을 묘사했다. 정계고위관리부터 하찮은 장사꾼에 이르기까지 그는 사회 전체의 경관을 그려냈다. 때문에 소련이 붕괴된 뒤에도 함께 순장되지 않았다.  솔제니친처럼 상대를 잃어버린 도전자의 처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로스만은 한 단편소설에서 1950년대에 우주로 보내진 우주견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의 태도는 무척 애매하다. 비인도적인 일을 강렬하게 질책하지도 않고 동물 영웅의 희생을 칭송하지도 않는다. 그저 떠돌이 암캐의 눈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이 개의 두 눈은 한때 거리를 떠돌며 잔뜩 주위를 경계하면서 오가는 차량을 피해 먹을 것을 찾았었고, 나중에는 자신을 키우며 자신을 상대로 실험을 진행했던 과학자에게 믿음과 사랑을 표했다. 나중에 이들에 의해 대기권 밖으로 발사된 후 이 개의 두 눈은 지구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햇빛을 받아들이는 광경을 최초로 목도한 눈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개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우주선 내부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우주견이 무엇을 보았는지 알 지 못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 개는 아주 오랫동안 짖어댔습니다. 정말 무서운 일이었지요. 고독한 개 한 마리가 우주에서 혼자 울고 있었던 겁니다. "

 하지만 그들은 그 개가 무엇을 보았는지 알지 못했다.  (P.176~177 )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해 교만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광적인 망상을 가져서는 더더욱 안된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또 어떤 사람으로 변할 수 있든 나는 살과 피로 이루어진 몸뚱아리, 지상의 먼지에 불과하지 않은가.  (P.308 )

 

 

 

 

                                       -량원다오, <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에서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3-25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5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5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6 0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3-26 21:11   좋아요 0 | URL
개를 키우고 있어서인지 더 슬픈글이었어요.
우주에 혼자 울고 있을 모습은.... TmT

appletreeje 2013-03-26 22:36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으며 밑줄치기 할 부분이 많았었는데 이상하게 이 라이카에
대한 글이 가장 마음에 남았어요...
보슬비님! 좋은 밤 되세요.~*^^

수이 2013-03-27 04:11   좋아요 0 | URL
이 책 여기저기에서 입소문이 꽤 좋게 나던데 벌써 읽고 계시네요 ^^

appletreeje 2013-03-27 10:52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와 빌려 왔던 책인데, 반납알림메시지를 받고 대출연장을 하고 읽었어요. ^^;;;
심하게 과장되지도 않고 들뜨지 않은 글이 좋았던 책.
앤님! 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
 
더 게이트
존 코널리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무척 즐겁고 재밌게 읽었다. 우주의 생성가설과 우리 시대 최첨단 분야에서 관심을 갖는 소재들을 다룬 코믹 판타지 . 세상을 구원하는 가치는 결국, 존재간의 이해에 바탕을 둔 선량함과 순수함이라고 역설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슬비 2013-03-25 17:07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이예요.^^;; 최근에 뉴스에서 우주의생성의 비밀을 풀어줄 '힙스'입자를 발견한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이 생각났었어요.ㅎㅎ 어딘가 다른 세계의 문이 뚤려있지 않나하면서도. ^^;;

appletreeje 2013-03-25 21:47   좋아요 0 | URL
예~~재밌게 읽었습니다. ^^
보슬비님이 소개해주신 책들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에 빠지네요.
보즈웰을 보며 보슬비님의 토토와,제 친구네 토미까지(얘는 저만 보면 너무 짖어서..얘가 닥스훈트라는 사실까지 잊었어요. ^^;;; 사실은 겁이 많은 개가 잘 짖는다고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아요.).
 
바구니 달 - 베틀리딩클럽 저학년 그림책 2001 베틀북 그림책 12
메리 린 레이 글, 바버리 쿠니 그림, 이상희 옮김 / 베틀북 / 200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이들은 바람의 말을 배워서 음악으로 만들어 노래 부르지.˝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바람의 말을 듣고 시를 쓴단다. 우린 바람의 말로 바구니 짜는 법을 배웠지.˝ 나도 바람이 선택한 존재가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구지를 끌고 비룡소의 그림동화 46
도날드 홀 글, 바바라 쿠니 그림, 주영아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월이 되자 농부는 소를 달구지에 매고 일년동안 가족들이 만든 물건들을 가득 실고 마을시장으로 간다. 아름다운 문장들과 바바라 쿠니님의 그림들로 행복한 책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소를 팔아 마음이 슬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구에게 주는 선물 - 친구를 위한 감동 내 친구는 그림책
후쿠자와 유미코 글.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속이 나뭇잎으로 울긋불긋 물든 무렵, 숲속 동물들이 겨울을 준비하는 가게로 가서 자기가 필요한 물건들을 마련한다. `아 니 이 런...` 나도 깜짝 놀랐다.! 휴~그렇치만, 곰과 겨울잠쥐는 행복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3-03-23 18:54   좋아요 0 | URL
그림책을 여러 번 읽어 보시면, 복선이 깔려서, 나중에 다 잘 풀리고 맺히겠다는 흐름이 되어요. 참 어여쁘지요. 쥐가 곰한테 마지막 한 톨 몰래 선물하는 대목도 예쁘구요.

appletreeje 2013-03-24 22:38   좋아요 0 | URL
ㅎㅎ "근데 왜 삼나무에서 도토리가 떨어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