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눈사람 같이 차갑다.

 그래서 마녀 위니의 집으로 마실을 갔다.

 

 마녀 위니는 긴 머리 꼬랑지에

 노란 리본을 묶고 항상 털이 뻐쳐있는 까만 고양이 윌버와 "난 겨울이 싫어." 외치다, 갑자기 머릿속.. 촛농이 흐르는 촛불을 켜듯 커다란 요술 책을 펼쳐 놓고는 꼼꼼히 읽는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가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 외쳤다. 그러자 마녀 위니의 집으로 해가 밝게 빛나고, 하늘은 새파랗고, 해가 내리쬐는 여름이 되었다. 

 위니는 털옷이랑 푹신푹신한 모자랑 겨울 장화랑 장갑을 벗고, 목도리를 풀고 의자를 가져와 마당에 두고, 햇볕을 쬐었다. '멋져.' '여름이 훨씬 좋아!'

  그런데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다 깨어나서, 몸이 몹시 찌뿌드드하고, 꽃들은 해가 너무 뜨거워 모두 시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와  마당에 우글거렸다. 얼마 안 있어 마당에는 마녀 위니와 고양이 윌버가 발 디딜 틈도 없게 되어 와글와글, 뒤죽박죽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위니와 윌버는 집 안으로 들어가 창밖만 내다 본다.

 

 

 -위니가 만든 멋진 여름은 끔찍했어요. 그 때, 위니는 또 다른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요.

  딸랑딸랑..... 누군가가 마당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어요. 마녀 위니는 몹시 화가  났어요. 위니는 요술 지팡이를 움켜잡았어요. 위니는 방 바깥으로 잽싸게 달려나갔어요. 발을 동동 구르고, 눈을 감고, 열까지 세고, 요술지팡이를 다섯 번 휘두르면서 소리쳤어요.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 해가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사라지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집으로 잽싸게 달려갔어요. 작은 동물들은 집으로 돌아가 다시 겨울잠을 잤어요. 꽃들은 땅 밑으로 들어가 봄을 기다렸죠.-

 

 

 나도 다시 집으로 들어가, 따뜻한 초콜릿 우유를 만들고 빵을 구워 먹고 싶다.

 그리고 침대 속에 들어가 편안히 눕고 싶구다. 갸르릉~거리는 윌버의 숨소리를 들으며.

 "아, 따뜻하고 아늑해." 위니가 말했어요. '겨울도 멋져!"

 

  그래 겨울도 멋져. '그곳이 어디든.'

 

  내일은 위니의 집으로 새 컴퓨터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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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1-07 20:30   좋아요 0 | URL
전 마녀위니 영어책으로 한권 읽어봤는데, 완전 정신없더라구요.ㅎㅎ
그런데도 재미있긴했어요. 한글로는 어떨지 도서관에 한번 살펴봐야겠어요

appletreeje 2013-01-07 22:07   좋아요 0 | URL
ㅋㅋ, 마녀위니가 원래 정신없잖아요~~^^
보슬비님의 서재 덕분에 제 알라딘 생활이 더욱 행복하고 충만합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보슬비님! 행복한 밤 되세요.*^^*

프레이야 2013-01-07 20:37   좋아요 0 | URL
마녀 나오는 책은 다 재미있더라는 기억이ㅎㅎ

appletreeje 2013-01-07 22:10   좋아요 0 | URL
예~~마녀가 나오는 책은 다 넘 재미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갭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과 '툴툴 마녀는 생각을 싫어해'
파울로 코엘료의 '프로토벨로의 마녀', 루이스의 '사자와 마녀의 옷장'을 재밌게 읽었어요.
프레이야님! 빨리 페이퍼좀 올려주세요~~
프레님의 사유 깊고 따뜻한 글을 읽는 일이 얼마나 제게 큰 기쁨인데요.
아마 이것은 모든 알라디너님들의 기다림일거예요^^
좋은밤 되세요~~^^
 

 

 

            지도를 찾아서

 

 

 

             녹색 오렌지로 태양을 그리는 아이들은 어디 있나

             바다를 술로 만드는 마술은 어디에 있나

             망루에서 죽은 자에게 멋진 묘비를 세워주는 도시는

             어디 있나

 

             어디에 있나......코르크 마개처럼 가볍게

             제가 빠져나올 술병 속에서만 떠도는 영혼은

             어디에 있나

             핏자국 얼룩진 제 모포로만 상대의 누런 얼룩을 덮어주는

             다정한 의사당은 어디에 있나......

             가던 사람들이 죽은 정어리처럼 꼼짝 않고 서서 바다를

          찾는 도시는

             자기만의 하얀 무지개로

             소년들이 목을 매는 철탑은

 

             어디에 있나

 

             무덤에 뿌려진 꽃송이를 씨앗으로 바꾸는 마술사는

             신문이 시처럼 읽히는 둥근 십자로에서

             못 박히는 시간들은

 

                                       -진은영 詩集, <훔쳐가는 노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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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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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표지의 일러스트 그림 같은 책.` 빽 투더 퓨쳐`같은 시공간을 넘는,`누군가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서 써 보낸 답장`과 서로가 서로에게 인생의 지렛대가 되는 신기한 기적의 문을 여는 우편함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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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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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풍자를 통해, 독서의 전복적인 힘과 하나의 책이 어떻게 우리를 다른 책으로 인도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책‘. 아울러 ‘책을 읽는 사람‘ 자체가 ‘일반적이지`않음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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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씨 어딨소?

 

                              

 

          갑작스레 원고 청탁이 오거나

          글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써지지

          않을 때 김수영 시집을 찾게 된다

          집에는 백석과 이상과

          테라야마 슈지와 보르헤스도 있는데

          왜 꼭 김수영이야 하는지 나도 모르지만

          달나라의 장난감을 팔아먹는 일도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시를

          긁적거리는 일도 수십 년 전 눈빛이

          유난히 형형했던 시인이

          이미 예기(預期)했듯 모두

          팽이처럼 도는 일상에 불과할

          뿐이라서가 아닐까 혁명도 되지 않고

          한쪽 손잡이가 떨어져나간 밥솥도

          바꿀 수 없는 일상 속에서

          갑갑스레 원고 청탁이 오면

          이 우연한 싸움만큼은 한번 이겨보고

          싶어서 김수영을 찾는다

          혁명도 이미 끝내버렸고 거즈도

          보기 좋게 접어놓고 잠든 시인을

          오늘 밤도 다리 뻗고 잠들긴 글러버린

          시인 나부랭이가 감히 질투한다

 

 

                           - 성미정 詩集,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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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05 19:27   좋아요 0 | URL
아... 김수영 시인님.
저도 김수영 시집을 찾으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이겨보고 싶기 때문에 찾아야 겠습니다.

appletreeje 2013-01-05 22:1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어젯밤에 이 詩를 읽었어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이런 귀절이 있더군요.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소이진님! 행복하고 충만한 밤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3-01-06 14:23   좋아요 0 | URL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서재를 두리번 거리곤 해요 ㅋㅋ
그런 행위가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능 ㅋㅋ
나무늘보님이 올려주시는 페이퍼는 늘 감동이네요 ^^ ㅎㅎ

appletreeje 2013-01-06 23:0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자신이 마음 가는 곳에 있으면
위안이 되지요. 위안이 되는 곳이 누구에게라도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밤이에요.

드림님의 마음이 늘 감동이시라 그래요~`^^
전 드림님의 방문이 더욱 감동인걸요^^
평온하고 행복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