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태충(括胎蟲)이라고도 하며, 복족류에 속하는 껍데기가 없는 달팽이이다. 몸길이 4∼5cm, 몸나비 약 1cm이다. 껍데기는 퇴화해 없어지고 연한 갈색의 외투막이 등을 감싸고 있다. 호흡공은 앞쪽의 오른쪽에 열려 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3줄의 검은색 가로선이 있다. 검은색 점이 몸 전체에 불규칙하게 나 있으며 아래의 발부분은 회백색이다. 머리에 2쌍의 촉각(더듬이)이 뿔처럼 나 있어 자유로이 내밀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는데 뒤의 것이 앞의 것보다 길며 거기에 눈이 있다. 또 앞의 1쌍에는 후각기관이 있다.

인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장독대, 담 등의 습한 곳과 온실 등에 서식한다. 낮에는 돌 밑이나 흙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온다. 발의 앞끝에 점액선(粘液腺)이 나오는 구멍이 열려 있어 몸이 건조할 때 점액을 분비하여 몸이 잘 미끄러지도록 한다. 식물의 잎에 올라가 먹을 부분을 침으로 축인 후 단단한 위턱으로 물어서 갉아먹는다. 자웅동체이며 초여름에 흰색의 둥근 알을 약 40개 낳는데 약 1년 동안에 완전히 성숙하고 이듬해 알을 낳고 죽는다.

 

 

 

 오! 크리스마스,

 前날인 아침에 화분에 물을 주다

 뭔가..거실벽에 갈색 이파리같은 게 붙어 있음을 포착했다.

 안경을 끼고 자세히 보니 아, 그것은 민달팽이 한 마리. 너는 누구냐??

 문득, 20년전 안동 도산서원을 답사하던 그 여름, 보라색 도라지가 무성하던 그 길 군데군데서 보았던 그 민달팽이들이 떠오르며. 얘가 어디서 생겼을까? 궁금하다가 아 어느 화분에 우연히 알이 붙어와서 생겼나 보군. 흠..식구들은 창밖으로 버리라고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지. 이 엄동에 어디다 버린단 말인가, 살아있는 그 놈을. 그' 민달'(민달팽이를 줄여 이렇게 이름이 되버렸군.)을.

 손으로 톡 치니 긴 몸이 쏙 짧아졌다. 놈도 아마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몸을 건드린 적이 없었을 테니까. 생각 끝에 마리안느화분으로 옮겨놓으니, 잠시후 사라졌다. 흙속으로.

 봄이 와서 흙이 부드러워지면 바깥 화단으로 갈때까지' 임시 거주'를 허락하노라. (참,,'민달'이 알에서 부화했다면 여기가 집일텐데. 게다가 제 몸뚱아리 하나 숨길 집도 없는 '민달팽이'가.)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의 <달팽이...안단테>를 책장에서 꺼낸다.

  작년 여름 인상깊게 읽었는데 오늘 예기치 않은 '민달'과의 만남으로 다시 읽어 보는구나.

 

 

 달팽이는 화분 벽면을 따라 아래로 내려와서는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시든 꽃들을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꽃 한 송이를 먹기 시작했다. 먹는 건지 안 먹는 건지 모르는 속도로 꽃잎 하나가 서서히 사라져갔다. 귀를 바싹 기울였다. 달팽이가 먹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샐러리를 매우 잘게 끊임없이 씹어 먹을 때 나는 아주 작은 소리였다. 나는 보라색 꽃잎 하나를 저녁밥으로 꼼꼼히 다 먹어 치우는 한 시간 동안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았다.

달팽이가 먹으면서 내는 아주 작고 정겨운 소리는 내게 특별한 동무와 공간을 함께 쓰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26~27쪽)

 

어디에 살든, 그는 홀로 사네. 제 몸을 빼고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

자기 자신이 온전히 보물임을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해할 따름이지.

                                     -윌리엄 쿠퍼, <달팽이>/(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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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떤 바위까지 가기로 했어.

       그러나 거기에 도착하기 전에.....동이 틀 게 분명해.

       그 바위에 다다르면

       거기 어디 갈라진 틈에 들어가 잠을 자리라.

 

        -엘리자베스 비숍, <왕달팽이>(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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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4 15: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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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4 15: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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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넘치는 말의 홍수 속에서 그 작품에 대한 언어의 감옥에 갇히고 말기 때문이다. 지금 이글을 포함해 각종 리뷰나 평론들을 요행히 피한다 해도, 책 표지의 홍보문구에, 길거리 광고판에 노출되는 일마저 피할 도리는 없다(아예 눈을 감고 아무 책이나 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우리는 실망할 혹은 감동할 준비를 하고 작품을 만난다. <오후의 죽음>에 나오는 문장을 빌리자면 "우리가 속된 의미로 썼던 말들이 모두 짜릿함을 잃어버렸습니다." (29쪽)

                                                                                -이다혜, <책읽기 좋은날>-

 

 

 직업에 연관된 책읽기가 지긋지긋할 즈음에, 도서관으로 줄행랑을 치며 (嚴冬의 旅行중에 주머니에 몰래 감춰둔 '올드파'를 꺼내 목구멍의 뜨거움을 넘기듯,) 젤리같이 편안하고 달짝하고 말랑한 나의 책들을 슬쩍 빌려온다. 그리고 지금이 그 즐거움을 만끽할 적시인 것이다. 올해의 모든 의무와 약속에서 벗어난 '홀리데이'의 시작인 오늘부터 연말까지.

 그리하여 나의 휴가는 수면잠옷으로 위아래를 부드럽게 감싸우며, 이불을 허리까지 덮어 올리고

닭이나 초코렛을 안주삼아 맥주를 홀짝이며 정말, 새털같이 가볍고 즐거운 책읽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책읽기 좋은 밤이다.  나의 고양이들이 '트램펄린 위에서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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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3 1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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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3 2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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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2-29 16:13   좋아요 0 | URL
올드 파는 진한 숯향기로 깊은 맛을 낸다. 메이지 시대부터 일본에 많은 팬을 가진 딜럭스 스카치다. 주명은 152세까지 장수한 농부 토마스 파에서 유래. 제조원인 맥도날드 그린리스사는 19세기 말, 알렉산더 맥도날드사와 그린리스 브라더즈사가 합병해서 탄생. 현재, 하이랜드의 클라건모어 증류소의 몰트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너이뻐 지식백과)

19세기 말, 알렉산더 맥도날드사와 그린리스 브라더스사가 합병하여 탄생한 회사이다. 술 이름은 152세까지 장수한 농부 토마스 파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토마스 파는 80세에 결혼해 1남 1녀를 두었으며 122세 때 재혼했다. 그가 사망하자 찰스 1세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 시인 묘지에 그를 묻어 주었다. 지금도 이 사원에는 그의 묘비가 남아 있다. 상표에 있는 그의 초상화는 거장 루벤스의 작품이다. (나이뻐 지식백과)

appletreeje 2012-12-29 19:41   좋아요 0 | URL
히히~~올드파가 일본에 많은 팬을 가진 술이라는 건 몰랐어요.(왠지..)
40%라 목구멍이 짜르르해서 추위에 좋아요^^ 납작한 알루미늄으로 된 오발물병에 담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OK! 한때는 누군가의 낭설로, 우리들에겐 '여행자의 술'이라 알고 있었다능.
홀리데이~~거의 폐인모드로 잘 지나가고 있습니당^^
컨디션님께서도 즐건 밤 되십시요~^^

PS:너이뻐~~!! 나이뻐~~? ㅎㅎ

비로그인 2012-12-29 16:15   좋아요 0 | URL
올드파가 뭔가요.. 댓글 달려다가 검색한 거예요. 홀리데이 잘 즐기고 있으신지요?^^
 

 

 나는 이제 어둠에는 우리를 높은 세계로 들어올려 주는 신비한 부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땅의 어둠을 극복한 자들이 머무르는 세계가 상징적으로 구현된 남산이 그걸 내게 가르쳐줬다. 다시 걷기 시작했을 때, 그림자가 내 삶에 입체감을 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자는 또한 나와 다른 대상 사이에 끼어들어 온갖 충격을 흡수했고, 내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도 숨 쉬고 살도록 공간을 확보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늘 부정적으로 느껴졌던 인간의 수많은 삶의 모습이 과거와는 다른 의미로 눈앞으로 떠올랐다. 나로서는 처음 느끼는 편안한 영상이었다.(228쪽)

 

 

 "우리를 공중에 들어올려 그들의 거대한 키만큼 높여주는" 베르나르의 거인이 떠올랐다. '온갖 고통과 슬픔까지도 품어안는 손에서부터 진짜 삶은 시작된다'고 설법하고 있는 듯한 거인의 손. 진리만을 쏟아내는 혀보다 빠르고 완전하게 진리의 핵심에 가 닿을 수 있는 손. 조용한 실천에 대해 말하고 있는 손 문득 캄캄하던 나의 의식과 몸에 닿았던 수많은 손길이 생각났다. 수없이 내게 와 닿았던 그 손들이 거인의 손에 포개지며 부챗살처럼 퍼졌다.(230쪽)

 

                                                                              -조은,<마음이여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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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2 2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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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2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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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잃은 날의 지혜

 

                                                                       박노해

 

 

                     큰 것을 잃어 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 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 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보인다고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사는 희망이 되십시오.

 

                                                -박노해 詩集, <사람만이 희망이다>-

 

 

    

  여럿이 둘러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나만 이불을 덮고

 자다가 눈을 떴다. 머쓱해있는데 사람들은 괜찮다고, 그냥 아프니까

 그대로 누워 공부하라고 하며 화기애애 하게 웃는다.

  그래서 나는 또 누워서 빵까지 뜯어 먹고 귤까지 까먹으며 함께 공부

 를 했다. 그리고 미안해서 일어나 칠레만두를, 손바닥만한, 속에 고기와 갖은 야채를 듬뿍 넣은 만두를 만들어 하나씩 나눠 먹으며 또 웃었다. 꿈에.

 

 이유석의 '맛있는 위로'에 나오는 '테린'이라는 요리가 떠오른다.

 

 테린은 버려질 뻔한 재료들이 모여 환상의맛을 내는 '기특한' 음식이다. 그 자체로는 요리가 될 수 없는 재료들이 어우러져 완성된 요리로 탄생한다. 여러 고기들의 맛이 제각각 입안을 맴돌면서도 그 모든 맛이 하나의 오묘한 맛으로 모아진다. (36쪽)

 

 

    이제 나도 잠에서 깨어나 세수를 하고 반듯하게 책상에 앉아서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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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0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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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1 18: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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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률

 

 

 

 

                면아 네 잘못을 용서하기로 했다

 

                어느 날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

                내가 아는 사람의 것이 아닌 잘못 보내진 메시지

 

                누가 누구를 용서한다는데

                한낮에 장작불 타듯 저녁 하늘이 번지더니

                왜 내 마음에 별이 돋는가

                왈칵 한 가슴이 한 가슴을 끌어안는 용서를 훔쳐보다가

                왈칵 한 가슴이 한 가슴을 후려치는 불꽃을 지켜보다가

                눈가가 다 뜨거워진다

 

                이게 아닌데 소식을 알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데

                어찌할까 망설이다 발신번호로 문자를 보낸다

 

                제가 아닙니다. 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이번엔 제대로 보냈을까

                아니면 이전의 심장으로 싸늘히 되돌아가

                용서를 거두고 있진 않을 것인가

 

                별이 쏟아낸 불똥을 치우다

                뜨거워진 눈가를 문지르다

                창자 속으로 무섭게 흘러가는 고요에게 묻는다

                정녕 나도 누군가에게 용서받을 일은 없는가

 

 

                                   -이병률 詩集,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에서 

 

 

 

   어딘가에서 오후에 보내 온 어린이 책들을 지금 읽고서 일을 마친후, 꼬마들이 있는

  친구의 집으로 책을 보내겠다는 문자를 쳤다. 그런데 잠시후 카톨릭대학에 상주교수로 있는

  S에게서 문자가 왔다. 잘못왔다고, 보내야 할 곳으로 다시 보내라며. 그러면서 이 詩가 함께

  왔다. 이병률의 詩, '별'.

   이병률의 '별'을 읽으면서 문득  마음 어딘가가 욱씬,거린다.

   별을 본지 얼마나 오래였을까.

   별이 쏟아낸 불똥을 치운지 얼마나 오래됐을까.

   아직도 마음에서 용서하지 못한 그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이젠 다 잊었다고 그리고 다 용서했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여전히 늑골 속 어딘가에 고여, 일렁이고 있음을  만났다.

  별이 되어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용서받을 일이 없었겠는가. 내가 용서해야겠다고, 생각한 그 시간들 속에서 과연 나는 용서받을 일이 없었을까.

 이젠 정말 다 흘려보낼 때가 되지 않았을까, 깊은 밤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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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19 17:23   좋아요 0 | URL
아ᆢ너무 좋아요. 이병률의 이 시는 정말!

appletreeje 2012-12-20 21:46   좋아요 0 | URL
저도 너무 좋았어요.
그냥 왈칵,했어요.
오늘은 아무 생각이 안나는 그런 하루였던 것 같아요.
프레이야님! 평화로운 밤 되시기를요~^^

2012-12-20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