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세 가지 가르침을 총괄해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비틀비틀 인생을 걸어오면서 끊임없이 이것들을 배워야 했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갈수록 깊이 깨우쳐야 했다. 이제 이 가르침들은 나선형 계단처럼 한 계단 한 계단 내디딜 때마다 내 영혼의 삶속으로 더욱 깊이 나를 인도한다.

 그렇다면 단순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복잡한 세상에 사는 탓에 우리는 단순한 것을 흔히 멍청한 것으로 오해한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살다보면 그 보답으로 삼라만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데도 말이다.

 연인이나 동료의 몸짓이 갖는 진짜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서 남몰래 끙끙 앓은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솔직하게 물어보면 될 것을 쓸데없이 온갖 헛짓을 다 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스스로 진실해지기를 거부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삶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시킨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80쪽)

 

 

 다른 많은 덕목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삶이 가져다주는 대가를 우리는 상상도 못한다. 이에 노자는 삶의 비밀스런 도구와 진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해서 계속 비밀로 남아 있는 도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고대의 현자는 우리에게 아주 직설적으로 말한다. 단순한 행동, 솔직한 삶이야 말로 모든 존재의 근원에 이르는 문이라고.

 과연 이 말이 진실인지 곱씹어보라. 길을 잃거나 너무 멀리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면 솔직담백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보라. 그러면 우주가 소리없이 되살아 날 것이다.(81쪽)

 

 

 

 

 세밑이다. 여전히 '뼈아픈 후회'도 하고, 차고 넘치게 받았던 모든 일과 사랑에 감사도 한다.

 오는' 새해'라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우선, 내 마음의 '사랑방' 문을 창호지로 새로 붙이고 도배도 다시 하고 이불호청도 새로 갈고 베갯잇도 새로 갈고 등불의 기름도 가득 채워 놓아야겠다.  새로운, 시간의 얼굴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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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는 그 자리
이혜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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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비유하자면, 눈(雪) 아래 묻혀 있는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 타인의 언어로 듣는 타인들의 삶, 유정(有情)하다. 제 몸으로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나,`숱하게 거절당한 기억을 삼키는`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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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7 1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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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7 1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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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진정한 예술가'다


        진정한 예술가는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온 삶에서
        모든 생각과 행동을
        아름다움에 맞추는
        사람이다.


        - 헬렌 니어링의《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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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5 2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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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6 2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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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2-12-16 12:26   좋아요 0 | URL
저 이 책 정말 감동받았던 책이었는데
나무늘보님 페이퍼로 보니 무지 반갑네요 ^^ㅎㅎㅎ
삶을 잘 산다는 것이 아마도 삶자체를 어떻게 사느냐에 달린 말이라는 것을
늦은 나이에 알았네요 ^^ 나무늘보님도 이미 예술가가 아닐까 해요 ㅋ~

appletreeje 2012-12-16 22:11   좋아요 0 | URL
그럴 줄 알았어요, 드림님도 좋아하셨을 책.^^
전에는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듯 싶어요.
행복한 밤 되시길~^^
 
올드걸의 시집 -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은유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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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상투어로 자신을 위로하는 끔찍한 재능˝만으론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바닥에서 詩가 어떻게 조혈제가 될 수 있는가를 만났다. 마치, 목화솜이불을 덮고 잔 느낌이다. 가볍고 이쁜 차렵이불이 아닌. 선물할 기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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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2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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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2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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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가야만 한다

 

                              최승자

 

 

 

 

       때론 낭만주의적 지진아의 고백은

       눈물겹기도 하지만,

       이제 가야만 한다

       몹쓸 고통은 버려야만 한다.

 

       한때는 한없는 고통의 가속도,

       가속도의 취기에 실려

       나 폭풍처럼

       세상 끝을 헤매였지만

       그러나 고통이라는 말을

       이제 결코 발음하고 싶지 않다.

 

       파악할 수 없는 이 세계위에서

       나는 너무 오래 뒤뚱거리고만 있었다

 

       목구멍과 숨구멍을 위해서는

       동사(動詞)만으로 충분하고,

       내 몸보다 그림자가 먼저 허덕일지라도

       오냐 온 몸 온 정신으로

       이 세상을 관통해보자

 

       내가 더이상 나를 죽일 수 없을 때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일 수 없는 곳에서

       혹 내가 피어나리라.

 

 

 

                           -최승자 詩集, <기억의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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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1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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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2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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