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인플루언서 - 성체를 사랑한 소년, 성 카를로 아쿠티스
니콜라 고리 지음, 최용감 옮김 / 생활성서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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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生. 레오 14세 교황이 처음으로 시성할 MZ세대 첫 번째 성인, ‘신의 인플루언서‘였던 카를로 아쿠티스 이야기다. 짧은 생애였지만, 사회. 종교적 배경으로 상대방을 깎아내리지 않고 출신이나 인종, 종교와 같은 외적 조건이 아닌 내면을 바라보며 모든 사람을 환대했고 생명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선순환으로 활력을 주었고, 종교 유무를 떠나 새로운 세대와 각자의 여정에 깊고 보다 친밀한 행보를 제시하기도 하는 冊. ˝제발 복사본이 되지 마십시오. 여러분 각자는 고유한 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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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로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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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고풍스러운 문체, 탐미적인 분위기와 서스펜스 스릴러의 정체성이 강한 도파민 분출의 장편소설. 주제가 소재에 의해 완벽하게 숨겨져 있던, 표면에 드러난 단순함 너머에 굉장히 무서운 지혜로 기획된 이중 삼중의 바닥을 명탐정 유리 린타로에 의해 차례차례 화자와 독자의 눈 안의 먼지를 걷어내준다. 요코미조 세이시 초기의 탐미적인 성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 하반기에 출간될 <나비 부인 살인 사건>도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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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도 가까이도 느긋한 여행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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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책은 가벼운 기분전환으로 좋은데, 이번 에세이는 2016~2024년의 여행 기록으로 폴란드와 스위스를 제외하고는, 어떤 목적의식 없이 신칸센으로 가뿐하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의 풍경과 정취와 맛있는 음식들로 느긋하지만 알차고 유쾌하고 즐거웠던 冊이다. 챕터 말미마다 나오는 네 컷 만화도 심플한 에필로그로 좋았고, 어디론가 훌쩍 부담 없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冊. ‘시시한 여행은 없다. 분명히 무언가로 가득 채워진다.‘ ‘공기를 마시니까 이미 여행의 맛입니다.‘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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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행복 - 사는 힘을 기르는 수수한 실천
김신회 지음 / 여름사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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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던 책이다. 단단하고 담담하고 때론 다정하기도 한, 개개인의 삶과 일상의 루틴의 맥락에 공감의 시점이 많았던 부분이 더욱 즐거운 독서였기도 하다. 각자가 선택해 살아가는 일상의 루틴이, 신념도 거창함도 아닌 ‘고요한 밤‘같은 꾸준한 행복이 될 수 있는 일깨움을 준 冊. 내 루틴의 중요한 것 中 하나는, 수조의 정확한 점등과 소등. 물고기들도 편안히 잠들고 일어나야 하니까. 언젠가 지나치며 만났던 꽃나무의 향기가 다시 생각나게도 한 冊. ‘나의 하루는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나 역시 하루의 일부였다는 실감이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주었다.‘ (296쪽) ‘우리는 반복되는 하루만큼 나아간다 ‘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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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꽃 피면




작약꽃을 기다렸어요

나비와 흙과 무결한 공기와 나는



작약 옆에서

기어 돌며 누우며



관음보살이여

성모여

부르며



작약꽃 피면

그곳에

나의 큰 바다가

맑고 부드러운 전심(全心)이



소금 아끼듯 작약꽃 보면

아픈 몸 곧 나을 듯이

누군가 만날 의욕도 다시 생겨날 듯이



모레에

어쩌면 그보다 일찍

믿음처럼

작약꽃 피면  (P.12)








잎사귀에 여름비가 올 때




잎사귀에 빗방울이 떨어지네

나의 여름이 떨어지네



빗방울의 심장이 뛰네

바라춤을 추네

산록(山綠)이 비치네

빗방울 속엔

천둥이 굵은 저음으로 우네

몰랑한 너와 내가 있네



잎사귀는 푸른 지면(紙面)

너에게 여름 편지를 쓰네  (P.18)






귤꽃이 피는 동안




귤밭에

소금 같은 귤꽃이 피어

향기를 나눠주네



돌에게

새에게

무쇠솥같은 낮에게

밤하늘에

그리고

내 일기(日記) 위에



귤꽃 향기를

마당 빨랫줄에 하얀 천으로 널고

귤꽃 향기를

홑겹 이불로 덮고

요로 깔고



귤꽃 향기처럼

나는

무엇에든

조용하게 은은하게

일어나고   (P.23)







오월의 무화과나무 밭에서




무화과나무 가지에 넓은 잎들이 달렸네

열매도 엄지만하게 열렸네

작년에 따지 않은 무화과 열매는 쪼그라들어 올해에도 매

달려 있네

잎사귀의 그림자는 아랫가지의 푸른 잎사귀 위에 얹히네

바람이 오면 무화과나무는 그늘을 움직이네

이 연한 그늘은 올봄에 새로 생겨난 것이라네

나는 풀 뽑고 돌 캐다 움직이는 그늘 속으로 들어가 땀

을 식히네

옛사람인 내 몸에서 무화과 잎사귀 냄새가 나네   (P.35)






가방




나는 이 가방을 오래 메고 다녔어

가방 속엔

바닷가와 흰 목덜미의 파도

재수록한 시

그날의 마지막 석양빛

이별의 낙수(落水) 소리

백합과 접힌 나비

건강한 해바라기

맞은편에 마른 잎

어제의 귀뜸

나를 부축하던 약속

희락의 첫 눈송이

물풍선 같은 슬픔

오늘은 당신이 메고 가는군

해변을 걸어가는군

가방 속에

파도치는 나를 넣고서   (P.40)









아침에 눈을 뜨면 깨끗하고 무구한 모습의 하루가 나를 반기는 데, 눈 돌리는 데마다 시끄러운

소식들에 공연히 평화롭지 않네. 지난 4月의 첫 작약은 크림 작약인 두체스 작약들과 지냈는데 어제 온 사라 작약들은 화병에 꽂으면 너무나 급히 활짝 피어나는 특성과 달리 저녁이 되어도 여전히 꽃잎을 열 생각 없이 컨디셔닝으로 잎사귀를 정리한 모습이 츄파춥스같이 귀엽기만 해 "너희들은 왜 꽃잎을 열 생각을 안 하느냐, 어서 꽃을 보여 줘야지" 핀잔을 주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건 급한 내 마음이지 꽃의 마음은 아니잖나. 꽃 피는 건 꽃 마음이지. 한 밤 자고 약간 봉실해진 작약들을 보며 미안해진 마음에 반성. 그래도 문태준 詩人의 제주에서의 무해하고, 풀 같고 반딧불이 같고 청량한 '고요의 풍경'들 같은 아름답고 깨끗한 詩들 덕분에 못나고 흩어진 마음들을 바람으로 쓸고 닦으며 시작하는 오월 끄트머리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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