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문화박물지
황교익 지음 / 따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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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것과 알게 된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이 다소 불편한 진실이어도. 늘 익숙하게 접하고 먹었던 음식에 대한 저자의 저술에 힘입어, 성찰과 더불어 우리 음식의 나갈 방향을 만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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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중, -선암사- 

   

 저녁에 오랜만에 친구가 불쑥 왔다. 김장김치와 참기름과 초코렛을 가지고. 언제 방문해도 그저 반가운 사람이기에 거실에서 책을 나누고 하프문 베타가 너무 예쁘다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밥을 먹기 위해 나와서 산 마지막에 있는 주막 보리밥집에서 보리밥과 주꾸미볶음과 서울막걸리 반병을 나누어 먹고..거리에 있는 붕어빵을 사서 들려 보내며 성탄 무렵의 해후를 약속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전화가 울려서 받았더니 사랑하는 친구의 신랑이 붕어빵을 미스강(함께 모시고 사는 장모님의 성함이 강분조님이신데 사위는 늘 '미스강'이라 부른다~^^)과 함께 너무 잘 먹었다며..바로 이 詩를 낭송했다. 약간 살짝 당황하였지만 너무 멋진 목소리에 잘 들으니 시인이 따로 없더라. 언젠가 자신이 너무 어려울 때 어느 신문에서 이 詩를 읽고서 참 위로가 되었는데..내가 자신의 부인에게 선물한 시집에서 이 詩를 발견하고 다시 읽어 보니 더욱 기가 막히게 좋더라면서.  참. 좋은 詩란 이런 것일 것이다. 아무런 문학적 취향이 없는 남자들이라도 거기다 어려운 시기를 지났던 대한민국의 가장에게도 힘과 위로가 되었고 그 시간을 한참 지나서도 여전히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와 낭송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문득 '詩는 힘이 세다'라는 진실과, 사소한 거리의 밀가루빵인 초겨울의 붕어빵과 詩를 생각하며 무척 감사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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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의 기도



남진우





1

일찍이 한 철학자는

한 바구니의 책을 앞에 두고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굶주림을 주시옵고

일용할 굶주림?

굶주림이라면 그것은 내게 너무도 충분하다

아무리 먹어치워도 질리지 않는 탐욕의 눈빛과

어둡게 입 벌리고 있는 머릿속의 허방

허겁지겁 굶주린 눈으로 먹어치우면

글자들은 텅 빈 머릿속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

잠시 북새통을 이루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2

책들이 달려든다

화려한 표지를 치켜세우고

현란한 광고 문구와 장엄한 저자 약력을 앞세우고

날 선 종이들이 사방에서 달려와

일제히 내 몸을 베고 찌른다

나를 읽어야 해 나를 읽어달라니까

책들이 아우성치며 내 몸을 타고 오른다

빽빽히 종이로 들어찬 몸이

책상 위에 머리를 처박고

다시 꾸역꾸역 종이를 삼킨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오늘 우리에게 책을 멀리할 수 있는 자만심을 주시옵고



3

매일 한 바구니의 빵 대신

한 가마의 책이 하늘 어디선가 떨어진다

떨어져

오늘

내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저 거대한 책더미

이를 갈며 아무리 먹어치워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

저 글자들의 산

죽은 나무의 무덤

길이 또 다른 길로 이어지듯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그 끝없는 말의 거미줄을 헤치고 나아가다 보면

나는 어느덧 살진 거미 앞에 서 있다



4

지금 막 도착한

바구니를 들여다본다

아,

책 대신 누군가 띄워보낸 갓난애가

빙그레 웃고 있다

반가워 들어올리면

우수수 떨어져내리는 종이 뭉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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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서 사랑으로


결국은 각자 마음속에
살아 있는 사랑이 모든 치유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사랑을 느끼기 위해서는 고통에 취약해야                                                  
한다. 상처는 고통의 한계를 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신의 고통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연민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방증한다.


- 그렉 브레이든의《잃어버린 기도의
비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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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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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이 우리 집으로 왔다. 먼 시간을 지나서. 살아가는 시간과 의미가 차곡차곡 채워져 윤미네 가족에게도 우리에게도 역사가 되었다. 소중하고 아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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