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경계를 넘는다
목숨은 길마다 몸을 풀어놓는다. 콩새들이 허공에 금을
긋는 것이 묵은 유언을 집행하기 위함이듯, 망초풀이 봄마
다 강둑을 물들이는 것도 천근 바람을 새기기 때문이다. 그
렇게, 당신과 나 사이가 기억조차 아득해졌다. 다시, 몸을
포갤 만큼 가까워졌다. 다시,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돌
아섰다. 이제, 소용없다, 그곳 주소까지.
만 년 전 씨앗이 오늘 새로 움을 틔웠다. 곧, 그렁그렁 눈
물 같은 흰 꽃 배달 될 것이다. 우리가 다졌던 서원들도, 어김
없이 반역이 되어 흔(痕)을 남길 것이고, 그것은 DNA에 적
힌 밀지가 되어, 다시 만 년 뒤로 넘어갈 것이다. 가슴 미어
지지만, 향기까지 적셔 훗날을 기약한다면, 나 미욱해도 좋
다. 당신 있던 자리, 그대로. (P.110 )
-정한용 시집,<거짓말의 탄생>-에서
한 해의 끝에서, 고운 정을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할 수 있는 때까지, 맘껏 나무늘보의 게으름을 누리고
살았지만 돌이켜 보니...너무 염치 없이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연말의 막바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에 넘치게 고운 사랑을 받아 죄송
스럽기도 했지만, 참으로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꽃구독을 통해서, 새로운 투명한 '환기'의 가능성과 아름다움
을 만나서 감사했고, ㅂ님의 지속적인 사랑과 정성에 행복했으며,
ㅎ님의 고운 책선물에 감사하고 즐거웠고,
ㅋ님의 첫농사,이신 달콤한 사과와 사과즙으로 매일 맛있었으며,
ㅅ님의 예상치도 못했던 '매일미사'의 북커버를 만들어 보내주셔서
깜짝 놀랐고, 얼얼하고 뻐근했습니다.
다시금 감사드리며, 제 고마우신 모든 이웃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