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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해결책은 더 긴 삶이 아니다. 절망의 해결책이 희망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죽음과 절망 모두 같은 약을 필요로 한다. 수용이다. 보부아르처럼 몽테뉴도 결국 받아들였다. 마지못한 수용이 아니라 완전하고 관대한 수용이었다. 죽음에 대한 수용이기도 했지만 삶에 대한 수용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수용이기도 했다. 자신의 긍정적 성격에 대한 수용이자(˝자신을 실제보다 낮추어 말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어리석은 짓이다˝) 자신의 결점에 대한 수용이었다. 예를 들면 게으름이 그랬다. 몽테뉴는 종종 시간을 낭비하는 자신을 질책했다. 하지만 결국 그런 질책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를 깨달았다. ˝우리는 정말 바보다. 우리는 ‘그 사람은 평생을 허송세월했어‘ 라거나, ‘난 오늘 한 게 없어‘라고 말한다. 아니, 그동안 살아 있지 않았단 말인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p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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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첫날에 집에서 숨만 쉬었다. ‘난 오늘 한 게 없어‘라고 정말 자주 생각하고 말하는데 나름의 위로가 되는 구절이었다. 그치만 정말 아무것도 안하면 안 되는데....
책이 생각보다 막 두껍지 않은데 진도가 너무 안 나갔다. ㅜㅜ
1. 책에 여백이 생각보다 없고
2. 철학 알못인 나에게 생소한 철학자들이 많았고
3. 담고 있는 정보량이 많다.
그래도 일반인을 위한 책이고 뭔가 지자체에서 가끔 열리는 질좋은 평생교육 강연 같은 느낌이라서 책장을 넘기는게 힘겹지는 않다. 작가 자신의 삶에 철학을 어떻게 적용하는 지 보여줘서 좋았다.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차 여행(전철을 타거나 비행기를 타거나 하기도 한다)을 컨셉으로 하고 있고, 목차도 [1부 새벽-2부 정오-3부 황혼]으로 되어 있어 하룻 동안의 일을 담은 책이라고 오해했었다.
글쓴이는 14명의 철학자(사상가)들이 머물렀던 곳을 여행하며 그 곳에서 그들의 삶의 터전을 둘러보고 그들이 쓴 책을 읽는다. 여러 장소와 여러 시간들이 겹겹이 겹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목차를 나눈 기준을 보면 인생의 새벽과 정오 그리고 황혼으로 나누었다고 보는 것이 더 알맞겠다.
14명의 철학자들 중에서 가장 밑줄을 많이 그었던 장은 7장 ‘시몬 베유‘에 관한 글들이었다. 이 책에서 그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더 알고 싶어서 전자책 몇 권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출판사 서평은 13장 보부아르에 많이 할애했던데, ㄱㅂ문고의 북캐스트도 보부아르 파트에 대한 내용이다. 아마 출판사 관계자는 13장을 가장 인상깊게 읽었나보다.ㅎㅎ
13장에서 밑줄 긋기 한 몇몇 부분을 덧붙이며 마무리한다.
(밑줄)-----
보부아르가 이 충돌을 미리 예상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보부아르는 젊었을 때부터 노화에 집착했다. 죽음보다도 노년을 더 두려워했다. 보부아르는 죽음은 ˝절대적 무˝이기에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년은? 노년은 ˝삶의 패러디˝다.
보부아르의 오래된 파트너이자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는 노년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지만 절대로 온전히 내면화할 수 없는 상태, 오직 다른 사람들만이 이해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늙어 보이고, 늙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누가 봐도 늙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자신이 늙었다고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노화를 절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기 나이와 충돌하고 12년이 지났을 무렵 보부아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예순셋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 사실이 낯설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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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철학자 키케로가 말했듯이 우리가 노화 탓으로 돌리는 많은 결점은 사실 인성의 문제다. 노화는 새로운 성격 특성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기존의 특성을 더욱 증폭한다. 우리는 나이 들수록 더 강렬한 형태의 자기 자신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보통 긍정적이지 않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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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보부아르는 이런 생각들에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흘려보낸다. 보부아르는 ˝나는 내 운명에 만족하며 내 운명이 어떤 식으로든 변하길 원치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니체의 악마 앞에서 다 카포를 소리 높여 외친다. 처음부터 다시 한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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