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의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를 이번 휴가기간동안 드디어 완독하였다.
책 뒷편에 실린 작가연보를 보니
1899년에 태어나 1966년에 이 책의 마지막 판본을 출판하였다고 한다. 그러니 대략 67세의 나이에 이 책을 퍼낸것이라 하겠다.
책의 대부분을 유년시절에 할애하였다. 전체 15챕터 중 12챕터까지가 미성년일 적의 이야기이니 그의 작가로서의 생활이나 곤충학자로서의 모습에 대한 (우리가 이미 아는)이야기는 매우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회상으로부터 문학과 인시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책의 여러 챕터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하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챕터가 가정교사를 떠올린 <5. 마드무아젤 오> 와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인 <9.나의 러시아어 교육> 이었다. 마냥 좋아하기만 할 수는 없던 가정교사에 대한 추억담이 재미있다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경애의 마음은 먹먹하다.
몇 몇 부분에서 아픈 기억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은 어린 시절의 찬란하고 유쾌한 기억들이다. 예민하고 감각적이던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이, 사이사이 책갈피처럼 끼워지던 나비가 그대로 그의 자서전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