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장편소설임에도 술술 읽을 수 있는 짧고 간결한 문장들과 빠른 전개에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소설의 주제 의식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드보일드풍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전투장면은 필요한 묘사만 하였다. 이는 소설을 너무 무겁지도 않게 너무 가볍지도 않게 만들어 준다.세 번째는 안드로이드가 가지는 인간적인 부분과 비인간적인 부분을 적절히 배치하였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의 인간적인 부분(꿈을 꾸는 것과 열망)에 대한 묘사와 비인간적인 부분(감정 이입의 불가능, 죽음에 대한 지적이고 기계적인 체념)에 대한 묘사들은 독자들에게도 진짜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바람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만(灣)을 향해 불어왔다. 바람이 바다의 표면을 갈가리 찢어 놓아, 어디까지가 액체이고 어디서부터 대기가 시작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또한 바람은 브리 호를 조그만 나무 조각처럼 바닷속으로 처박을 수도 있을 높은 파도를 일으켜 보려고 했다. 그러나 파도는 30센티미터 높이로 솟아오르기도 전에 산산이 부서지며 무수한 물보라를 거칠게 날려 보낼 뿐이었다.
직접 작가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그들이 자신에 삶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목소리 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 해 활자로 대신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 말이다.
어떤 일이든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런데도 혼자만 열심인 건, 말하자면 그 일을 자기 혼자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일이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슬픈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