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주이상스 jpuissance "인바 온통 학해에빠져 헤엄치고 있어야 할 사람이 특정 정파의 집권 전략과 정책을운운하며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느냐고 비닌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까마귀 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하며 "학자는 정치판에서 떨어져야 한다"고 훈계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런 충고들도 나는 다감당할 것이다.
이 대담집은 나와 동시대를 살았으며 또한 살고 있는 ‘386세대의 옆구리를 꾹 찌르는 책이다. 우리는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체제에서 힘든 청년 시절을 보낸 후 어느새 집안의 가장, 조직의 중견, 사회의 허리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세상과 사물의 빛과 그림자, 음과양을 다 보았다. 그렇지만 이제 냉소, 초연, 안주安住를 넘어 자식 세대에게 어떠한 세상을 물려줄 것인지 고민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용케 생존에 성공하고, 나아가 세속적 기준으로 승자가 되기도 했지만, 우리가 겪었던 무한경쟁의 쳇바퀴 속으로 자식과 손자가 또들어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아직 나는 이러한 모습의 나를 상상하지 않고 있다. 학자의 길을걷기로 결심하면서 스스로에게 부과한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기 위한 심신의 결기‘와 ‘근육‘이 취약함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내가 정치인으로 변신하기보다는 현재와같은 모습으로 나의 길을 가는 것이 진보·개혁 진영 전체의 발전을위해 옳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보·개혁 진영이 가야 할 길을 가리키는 ‘나침반‘의 역할, 그리고 갈라진 진보·개혁 진영을 다시 붙이는 ‘접착제의 역할은 기꺼이 하고자 한다.
물론 어느 사회나 보수와 진보는 다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한국전쟁과 분단, 독재와 권위주의, 천민民자본주의‘ 의 기배로 인하여 진보가 심각한 과소 상태에 있습니다. 게다가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이나 정당의 실체가 수구 또는 기득권 옹호자인 경우가많죠. 이들이 내세우는 ‘자유주의‘는 사실 가진 자의 자유만 중시하는 자유주의,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자유주의, 북한과의 전쟁을 옹호하는 자유주의이고요. 지식인으로서 이런 상황을 직시하면 진보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죠.
조국진보·개혁 진영의 사람들은 예리한 비판에 능하죠. 그런데비판을 너무 심하게 하면 비판을 받는 사람에겐 상처가 남습니다. 개인감정이 상하게 되면 상대방 말이 맞아도 같이하기 싫어지죠.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되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살려주면서 합의점을 찾는 식으로 작업해야 합니다. 진보·개혁 진영 내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서로 할퀴는 논쟁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에 가슴이 아파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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