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이끌려서 훑어봤는데 작년에 봤던 내사랑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그 영화도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던 영화였던지라 혹시 모지스 할머니가 내 사랑의 샐리 호킨스인가 싶었는데 아니더라는...ㅋ 그 할머니는 캐나다 할머니고 이 할머니는 미국 할머니다.미국 남부 농촌에서 태어나 농부와 결혼해 평생 목장에서 살다가 나이가 들어 자수를 놓는 취미를 가지게 된 모지스 할머니는 그나마 관절이 안 좋아져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 책은 할머니가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유명화가로 널리 알려지게된 저자가 92세에 출간한 자서전과 사랑 넘치는 그림 67점을 모아 엮었다.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할머니가 자랐던 어린 시절, 12살의 어린나이에 가정부가 됐던 기억들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2부는 남편 토마스를 만나서 미국 남부 이글 브리지스라는 고장에 정착해 출산한 10명의 자녀중 살아남은 5명의 자녀들을 키우며 있었던 일들을 수록했고, 마지막 3부는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70세가 훌쩍 넘어 그림을 시작한 계기와 유명해지는 과정을 기록했다.우연히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대통령을 만나는 과정까지 할머니가 바라보는 관점으로 기술되어 있는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하다.우리가 자주 들어왔던 말인 모든 사람이 늦었다고 말할 때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지금이 제일 좋은 때라는 말을 할머니의 경우에서 직접 보며 느끼는점이 많은 책이다. 할머니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삽화로 수록되어 있고, 내가 구입했던 한정 특별판은 일반판에 수록되었던 그림 중 48점과 글 일부를 선별해 담았고, 책에 실리지 않았던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71점을 새롭게 수록해 재편집했다고 한다.그림도 이쁘고 내용도 아기자기해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많은 감동을 받을수도 있는 그런 그림책이다.
교보샘에서 제목만 보고 이 책을 골랐을때는 영화음악에 관한 책인줄 알았다. 영화음악에 관한 책은 맞지만, 더 깊게 들어가 뮤지컬 영화를 다뤘고 그중에서도 아마데우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오페라의 유령 세 작품을 집중탐구했다.사실 뮤지컬 영화는 선호하지 않는편이다. 고전영화중 사랑은 비를 타고를 비교적 괜찮게 감상했고, 요 근래 작품중에는 라라랜드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 라라랜드 이후로 싫어하는편에 가까웠던 뮤지컬 영화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 싯점에서 이 책을 읽어주니 뮤지컬 영화가 좀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세 편의 영화는 물론 인지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다행히? 세 편 모두 디비디로 보유하고 있고, 그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만 영화로 보지 못했고 나머지 두 작품은 극장에서 봤던지 아님 예전에 비디로로 봤던지 둘중 하나의 경로를 통해서 감상했다.시퀀스별로 세부적인 장면과 대사를 분석해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심층있게 분석하고 요모조모로 영화를 다룬점들이 무척 흥미진진했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꽤 밀도있게 영화를 다뤘던지라 책장을 덮고 나면 해당 영화를 계속 땡기게 한다. 디비디랙에 세편의 영화를 걸어놓고 시간만 조율하고 있다.작가의 전문적인 시각을 통해 다시 보는 뮤지컬 영화는 어떻게 다가올런지 궁금하다.
중고등학교때 클럽활동(사실 클럽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동아리는 나의 학창생활이 끝났을때 나왔던 말이고 대학때 써클이라고 지칭했으나 중고딩때는 뭐라고 했더라.....ㅋ)을 도서부(사실 이것도 정확하지 않지만..)로 했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도서관 아닌 도서관이 학교에 있었고 전교생들은 거의 관심이 없었었지만 나는 그래도 나름 소명의식을? 가지고 수요일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고 아주 가끔 대출하는 책들을 정리하고 그랬었다.그중 중학교 교무실 옆에 창고 같은 도서관에 오래된 책들이 비교적 많았었는데 전집 위주의 하더커버본이 많았던 기억이 어슴프레하게 난다. 당시 형식적으로 지도교사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을 읽으시며 모사를 했던가? 아무튼 정성스럽게 읽는 모습으로 보고 당시 중 2었던 나도 호기심에 도서관 책상위에 올려놓은 임어당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물론 기억은 거의 나지 않지만 제법 재미있게 읽었고, 임어당 선생의 해박한 지식과 철학적인 묘사에 공감을 가졌었다. 세월이 흘러 흘러 불현듯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고 생각난 김에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하고 무려 35년만에 다시 이 책을 만나게 됐다.생활의 발견은 임어당 선생이 영어로 쓴 책이다. 영어의 원제는 ‘THE IMPORTANCE OF LIVING‘으로, 살아가며 참된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동서양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석학인 저자 임어당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다.중국에서 흔치 않게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나 서양 기독교에 대해서도 많은것을 알고 있을뿐더러 종교적인 삶을 살았지만 책에서는 기독교를 훌쩍 넘어서 중국 고유의 전통사항을 중시 여기며 오히려 기독교 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의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다소 고어체적인 번역이 살짝 거슬리지만 오랫동안 세계적인 고전으로 자리잡은 책이니만큼 그 자체로 충분한 미덕으로 가지고 있는 삶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이름을 보고 낯설지 않고 왠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읽었던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의 저자가 무라타 사야카였다. 그 소설도 상당히 유니크한 작품이었는데 소멸세계라는 이 작품도 상당히 독특하다.소설은 2015년 작품이지만 편의점 인간으로 아쿠카타와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한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7월경에 출간됐다. 무라타 사야카는 2003년 [수유(授乳)]로 제46회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데뷔를 했다. 이후 2009년 [은빛의 노래]로 제31회 노마문예신인상을, 2013년 [은색의 마을의, 그 뼈의 체온의]로 제26회 미시마 유키오상을, 2016년 [편의점 인간]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이 3대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는 저자를 포함해서 단 세 명뿐이라고 한다. 그만큼 나름 중견작가로 자리잡았지만 편의점 인간으로 수상을 했을때 수상소감으로 18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시상식에 참가한 당일도 알바를 뛰고 왔다는 소감으로 또 한 번 화제가 됐었다.소멸세계는 결혼과 출산에서 소재를 얻었고, 더 나아가 아이를 낳는다는것이 꼭 섹스와 직결되어야 하나라는 물음에서 소설이 시작됐다고 한다. 정확히 때를 알 수 없는 근미래에 사람들은 더 이상 섹스를 하지 않게 되고, 일종의 인공수정을 통해서 출산을 하게된다. 섹스가 아예 금지된건 아니라서 간혹가다 섹스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 섹스를 야만적인 행위라고 경원시 한다.주인공 아마네는 본인이 인공수정이 아닌 섹스로 통해 태어난 사실을 알게되고, 그녀도 어머니처럼 남자들과 간혹가다 섹스를 하게 된다. 물론 아이돌 같은 일종의 티비 애니 캐릭터에 더욱 애정을 느끼지만 간혹 섹스를 통해 자신의 실존감을 가지게 된다. 남편과는 가족이라 같이 살지만 누구나 남편이나 아내외에 애인을 두는 세계이니만큼 그녀도 남편이 아닌 애인을 통해 욕구를 해결한다.그러던 어느날 일종의 신도시에 남편과 같이 입소를 하게 되고 그 둘은 각기 인공수정을 통해 부모가 되는 절차를 밝게된다는 독특한 스토리의 소설이다. 실제 먼 미래가 아닐지라도 인간세계가 발전하면 그런날이 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아쿠카타와 상을 수상하고 다시 편의점으로 복귀해 알바생활을 이어가는 아무튼 독특한 작가의 독특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