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정영목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도서관 신간코너를 둘러보던중 발견한 책이다. 작가인 정영목씨는 번역가로 무척 익숙한 이름인데 그분이 첫 에세이를 내셨다고 하니 어떻게 글을 쓰셨을까 궁금해서 읽어봤다. 어문계열쪽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외국어 공부에 대한 큰 관심이 없어서 학창생활을 그냥 설렁설렁 보낸것 같아 아쉽다. 시간을 다시 되돌린다면 번역능력쪽에 촛점을 맞춰 공부를 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번역작업을 해봤더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번역가 정영목씨가 번역한 주요 작품을 살펴봤다. 『사람과 상징』,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불안』,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감성과 이성』, 『마르크스』, 『신의 가면 III:서양신화』, 『권력을 경영하는 48법칙』,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제스처 라이프』, 『도시의 과학자들』,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돌뗏목』, 『흉내』, 『펠리컨 브리프』, 『쥬라기 공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호치민 평전』,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 『죽음의 중지』, 『로드』, 『서재 결혼시키기』, 『책도둑』, 『메신저』, 『일의 기쁨과 슬픔』, 『공항에서 일주일을』, 『에브리맨』,『포트노이의 불평』,『미국의 목가 1, 2』,『척하는 삶』,『영원한 이방인』,『비 온 뒤』등이 검색되는데 물론 더 많은 번역서를 내셨을것 같다. 일단 훑어보니 읽은 책도 있고 안 읽은 책도 있는데 호치민평전도 정영목씨가, 쥬라기공원, 로드등등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번역물들이다.


책에서는 작가가 통과한 주요 작가들에 대한 담론을 다룬 내용이다. 에세이에 등장하는 작가들을 살펴보면 얼마전 돌아가신 필립 로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알랭 드 보통, 커트 보니것, 오스카 와일드, 코맥 매카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존 업다이크, 존 밴빌, 윌리엄 트레버, 이창래 등 소위 위대한 작가의 범주안에 포함될만한 화려한 작가진이다.


전반부는 30여년간 번역을 하며 그가 옮긴 소설들 가운데 인상 깊은 작가들을 선별해 그 작가에 대해 써둔 원고들을 모아서 엮어냈다. 후반부는 작가가 살아오며 겪었던 순간들을 솔직한 필체로 기술했다. 원서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누구보다 먼저 첫번째로 유명작가들의 소설을 만나 비평가가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작가가 소개한 소설들을 더 많이 읽고 싶어진다. 결국 책은 책을 부르고, 다시 쌓여가기만 한다. ㅋ

[마이리뷰] 위대한 유산

위대한 유산 ㅣ 동서문화사 월드북 194
찰스 디킨스 지음, 한명남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2년 6월

성인이 되고 나서 찰스 디킨슨 작품은 처음 접해봤다. 읽은걸로 기억되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축약본이었는지 정식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위대한 유산을 읽다보니 아무래도 축약본 내지 살짝 각색된 소설을 읽지 않았나 생각된다.


둘째의 독서토론 교재로 위대한 유산이 정해졌다고 해서 같이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접해봤는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소설이 출간될 당시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작가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였으니만큼 그 능력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간 느낌이었다. 올리버 트위스트나 두 도시 이야기도 언젠가는 읽어야 될 위시리스트에 담궈논지 오래라 그 작품들도 곧 만나고 싶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꽤 많은 작품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소설을 읽고 나서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46년작을 둘째랑 같이 봤는데 소설과 다른점을 이야기하며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도 가져봤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도 주말쯤에 볼까 생각중이다. 이 작품은 잡지에 연재된 소설로 발간 후, 영국과 미국 양쪽에서 호평을 받으며 단박에 걸작의 반열에 올라섰다.


주인공 핍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나이차가 많은 신경질적인 누나의 손에 자라게 된다. 누나의 남편이 조 가저리는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대장장이로 이해심 많은 사람이자 핍의 든든한 후견인격 역할을 한다. 어느 날 감옥을 탈주한 탈옥수를 만나게 되고, 곧 이어 핍은 대저택에서 결혼에 실패한 이후로 괴기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미스 헤비샴의 거대한 저택에 부름을 받게된다. 그곳에서 그가 평생 사랑했던 에스텔라를 만나게 되지만, 가난하고 배움이 없는 핍은 무시당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핍에게 누군가 거대한 유산을 물려줬다는 변호사의 전갈을 듣고 핍은 런던으로 향한다. 런던의 사교계에 진출하고 자신의 비천한 출신을 부정하며 핍은 자아가 흔들리게 되고, 유산과 주변인들에 관한 비밀들이 서서히 밝혀진다.


서사적인 이야기에 미스테리적인 요소,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맞물려 들어가며 비교적 두꺼운 책장이 잘 넘어가는편이다. 역시 위대한 고전은 고전의 향기가 있다. 다음 작품은 두 도시 이야기다.

[마이리뷰] 더 잡

[전자책] 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8월

더잡으로 더글러스 케네디의 대표작격인 소설 4권을 전부 읽었다. 단기간에 한 작가의 소설을 집중적으로 읽다보니 대략적으로 작가의 성향과 스토리라인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흘러감을 알 수 있었다. 출간하는 작품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뭔가 차별화된 지점이 있겠지만 자신의 고유스타일을 어느 정도 변주하며 작품을 내는게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는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남자가 주인공으로 약간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 좋은 기회를 잡아 잘하려다가 엄청난 고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얽히고 설켜있는데 결국 어찌어찌해서 그 고난을 빠져나오게된다는 그런 스토리라인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도저히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붙이며 암울한 상황에서 나름 반전을 활용해 위험을 벗어나기까지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능이 분명히 있다.


더잡도 케네디의 다른 작품과 비슷한 얼개를 가지고 있다. 컴퓨터 잡지의 광고영업의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네드는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며 광고업계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다. 상사와 부하직원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적대적 M&A의 상황에 놓이고 정리해고의 과정에서 끝도 없는 추락을 겪게 된다.


아내와의 관계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날, 고교동창 재리게 다가와 그에게 매력적인 일거리를 제안한다. 다시 한 번 일어나려고 열심히 해보려는 네드는 알 수 없는 가혹한 환경에 놓이게 되는데 과연 그는 어떻게 될것인가? 담당하고 있는 일이 B2B영업인지라 네드의 상황이 보다 더 이해가 잘됐고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손에 잡게 되면 놓기 어려운 마력이 있는 작품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긴장감에 놓이게 되는데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생각이 들만큼 스토리텔러로써의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다만, 아내의 역할 그리고 제리의 보스 역할등 다소 모호한 연계성은 아쉬운 지점으로 남는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에 킬링타임용으로 읽어줄만한 소설임은 분명하다.

[마이리뷰] 제5도살장

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5년 1월

책을 사다보면 같은 책을 중복으로 사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첫번째 구입시 바로 읽지 않고 책장에 오랫동안 묵혀놨다가 세월이 흘러 그 책이 다시 땡겼을때 이미 가지고 있는줄 모르고 구입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 책이 바로 그랬다. 커트 보네거트 시절에도 구입했고 커트 보니깃으로 재출간되는 요즘 양장본으로 재구입했다. 결국 양장본은 소장하기로 했고, 구판을 읽어줬다.


같은 책을 다시 구입했을때는 비용적인 측면보다 뭔가 다른 아쉬움이 남는다. 그 책을 구입했을때 책에 대한 갈망이 허공으로 사라졌던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그만큼 그 책에 이끌림이 있었으니 그런 운명이구나라고 마음편하게 생각하는걸로 결정했다. 때문에 그런일이 발생할때마다 주변에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무상기부?를 한다. ㅋ 이 책은 누구한테 줄꺼나?


제5도살장은 저자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혀 드레스덴 수용소에서 겪었던 실제 사건을 소설로 엮어낸 작품이다. 당시 연합국의 엄청난 폭격으로 수 많은 양민들이 학살됐을뿐더러 폭격에 대한 정당성에 많은 의구심이 있었던 사건이었으나, 패전국인 독일의 다른 잔혹한 행위들과 연합국의 승전 분위기에 말려 거의 부각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감춰뒀던 사건이 물밑에서 올라옴에 따라 그 사건을 소설로 썼던 커트 보니깃의 이 소설이 부각됐고 그의 다른 작품들도 덩달아 소개되며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커트 보니깃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됐던 작품이다.


본인이 실제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소설에서는 빌리 필그림의 시각과 현재의 상황이 그리고 황당하게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동물원으로, 뉴스가 넘치는 뉴욕으로, 수소폭탄 공격을 받았다 재건된 시카고로 교차되며 서술된다. 때문에 이 소설이 SF소설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나는 측면이고 이 소설은 반전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다.


기존 서사와 다른 독특한 전개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책장을 덮고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을만큼 메세지가 적확하게 전달된다. 역시 좋은 작품은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커트 보니깃을 지구상의 수 많은 젊은이들에게 각인시켜준 바로 그 소설에 관심이 간다면 꼭 일독을 권해드린다.

[마이리뷰] 무비유환

무비유환 - 영화에는 인생의 기쁨이 있다
이재익.이승훈.김훈종 지음 / 박하 / 2017년 12월

지금은 듣고 있지만 한때 가끔씩 들었던 팟캐스트 방송인 씨네타운 나인틴의 진행자들이 공동저술한 책이다. SBS PD라는 공통분모로 엮인 이들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다. 빨간책이라는 제목의 책에 관한 에세이였는데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무비유환이라는 제목이 뭔가 근사하게 다가온다. ㅋ


씨네타운 방송을 진행하면서 방송에서 다하지 못한 말들을 각자의 영화에 관한 추억과 감상소감등을 엮어낸 책이다. 영화평론가들의 다소 어려우면서 젠체한듯한 리뷰를 보다가 이렇게 다소 가벼운듯한 에세이 감상평을 보니 눈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다.


영화에 관한 책이다보니 저자들이 어떤 영화를 말하는지 목차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 이재익의 인생 영화 이야기 
시작하며 
이토록 큰 자극과 경험이란 - 쾌찬차 
그러니 우리 쫄지 말자 - 베테랑 
세상에 널린 것이 사랑이라지만 - 첨밀밀 
나의 존재가 미약하게 느껴질 때 - 인터스텔라 
꼴통 아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 뽕, 애마부인 
아는 게 많아진 탓일까? 아니면 늙은 것일까? - 아가씨 
공포는 영화로만 맛보는 인생 - 컨저링 
어떤 상황에서도 낭만은 있다 - 괴물 
나는 정말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을까 - 데몰리션 
소년은 이렇게 어른이 된다 - 보이후드 

* 이승훈의 인생 영화 이야기 
시작하며 
내가 할 줄 아는 건 이거야 - 아메리칸 셰프 
Try Everything? - 주토피아 
문제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가 - 엘리트 스쿼드 2 
줄도 백도 없는 가장의 고민 - 부당거래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 변호인 
인생에 습작이란 없다 - 건축학개론 
좋은 재료가 좋은 셰프를 만났을 때 - 타짜 
진부함에 도전하다 - 매트릭스 
인생의 순간순간이 우리를 붙잡는다 - 보이후드 
영웅으로 죽을 것이냐 악당으로 살아남을 것이냐 - 다크 나이트 

* 김훈종의 인생 영화 이야기 
시작하며 
여긴 어디, 난 누구인가 - 메멘토 
사장님이 미쳤어요! - 빵과 장미 
책임감과 죄책감 사이 - 언노운 걸 
갑을병정… ‘계’의 세상 - 범죄와의 전쟁, 우아한 세계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아니 3가지 이유 - 그때 그 사람들, 베테랑, 보이후드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4가지 이유 더 - 우리들, 시카리오, 살인의 추억, 나의 산티아고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 행복, 라라랜드 
뭔가를 확실히 빼는 용기 - 레버넌트, 덩케르크, 허트 로커 
왜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 밀양 
어쩔 수 없어, 이게 내 천성인걸 - 단지 세상의 끝



저자들이 리뷰한 영화들을 거의 다 봤던 영화인지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가독성도 좋은편으로 앉은 자리에서 주욱 읽어내릴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언급된 영화중에 안 본 영화들은 베테랑, 컨저링, 부당거래, 엘리트 스쿼드, 타짜, 빵과 장미등등이다. 엘리트 스쿼드는 궁금한 영화라서 조만간 볼 예정이고 이상하게 류승완 감독의 영화는 아직까지 못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