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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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소설가로 데뷔한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의 소설들은 보험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 관련 업종 종사자라서 그의 소설은 더욱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검은집이라는 소설은 일종의 보험사기에 관한 소재를 다뤘는데, 자살로 위장한 살인사건, 그리고 두 팔의 절단등등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주변인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다치게 함으로 이득을 취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주인공 신지는 보험회사의 보험금 심사담당자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겪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다.


소설의 내용은 스포일이 될 수 있어서 말하기 그렇지만 섬뜻한 캐릭터를 창출한 작품으로 그 이미지가 매우 강렬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설을 영화화했는데 캐스팅의 미스로 인해 소설만큼 강렬함은 선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이 처음 검은집으로 가게 되며 목격하게 되는 장면은 인간으로써 어디까지 잔악함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네러티브를 선사한다. 책장을 덮고 나면 그 순간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호러대상을 받을 만큼 호러적인 요소가 강할뿐더러 이야기의 구조도 탄탄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장르소설이다. 기시 유스케의 소설들은 일정 이상의 수준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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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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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에서 만난 친구가 이 책을 언급해서 생각난김에 읽어봤다.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된 책일뿐더러 방송은 보지 못했지만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MBC의 느낌표라는 방송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진 책이다.


저자인 곽재구 시인은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계셨던걸로 알고 있는데 처형의 아들이 마침 그 학교 그 과에서 공부를 했던지라 보다 친숙하게 다가왔다.


시라는 장르에 친숙하지 않은 관계로 저자인 곽재구가 시인이라는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의 시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예쁜 글들과 동화도 쓰시는걸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기운이 살짝 느껴진다.


제목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듯이 포구를 여행한 기행문이다. 가봤던 포구들도 있지만 대부분 가보지 못한 한적한 어느 바닷가의 조그만 포구들에 관한 여행담이다. 책을 읽다보면 해당 포구를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생긴다. 시간이 된다면 올해 몇 군데를 가보려고 하는데 장항선을 타고 장항에서 군산으로 넘어가 선유도까지 가는 코스는 여름에 한 번 돌아볼 예정이다.


책에 소개된 포구는 총 26곳으로, 강원도, 남해, 서해쪽의 포구와 제주도까지 전국을 아우르고 있다. 여행지가 아닌 실제 포구를 방문해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 정겹다.


또한, 거의 혼자 여행을 하며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동행을 하게 되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도 여행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선사하고 있다. 시인의 언어로 쓴 아름다운 묘사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기행문의 매력이 충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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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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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이 일종의 붐을 일으켰을때 접해보고 왠지 대중적인 스타일에 너무 치우친것 같고, 너도 나도 하루키의 소설에 열광하니 괜히 남들 따라하는것 같아서 일부러 멀리했다.


세월이 흘러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었을때는 예전과 다른 감상을 느꼈고, 그 이후 노르웨이의 숲, 다자키 스크루등등 그의 소설들과 에세이를 틈날때마다 읽어주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올린 외국소설가가 아닌가 추정해보는데 그만큼 그의 소설들은 많이 팔렸다.


아울러 출판사도 여기저기에서 나왔던것 같은데 요즘은 문학동네와 비채에서 출간되는듯 싶습니다. 신간인 버스데이 걸과 기사단장 죽이기도 읽어주고 싶은데 구입해놨던 예전 소설들부터 순서대로 탐독하기로 했다.


이번에 골랐던 책은 90년대 중반에 세상으로 나온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라는 소설이다. 제목은 재즈의 노래 제목이다. 찾아서 들어보려고 했는데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다. 소설은 하루키가 주로 다루고 있는 첫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노르웨이의 숲(국내명:상실의시대)도 괜찮았지만 이 소설도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오히려 노르웨이의 숲보다 더 아련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많이 야한 느낌도 주고...전형적인 로맨스 소설로 생각될 정도였다.


연애, 알 수 없는 이별에 따른 실연, 그리고 상실감과 구원등을 모티브로 정교하게 씌여진 소설이다. 초등학교 시절 첫 사랑을 만난 하지메는 그녀가 이사를 하며 헤어지게 되고, 고등학교에 진학 후 다시 사랑을 하지만 그녀의 사촌언니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됨에 따라 혹독한 이별을 겪게된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두 딸을 얻은 후, 재즈바를 운영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어느날 그가 운영하는 재즈바를 소개한 잡지를 읽고 첫사랑 시마모토가 찾아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늘 아련하게 그녀를 그리워했던 하지메는 마음이 몹시 흔들리게 되는데 과연 그에게는 어떤일이 일어날까?


살짝 열린 결말도 괜찮았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몰입감 있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하루키의 필력은 역시 강렬했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되지만 작년에는 같은 일본 출신의 영국작가가 받아서 더욱 아쉬웠을듯 싶다. 하지만 왠지 그가 노벨상을 받을것 같지는 않다. 어찌됐건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하루키의 매력에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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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 졸업을 앞둔 너에게
커트 보니것 지음, 김용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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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하루키의 소설에 빠져들었지만, 서양작가중에서도 커트 보니것,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뒤늦게 읽기 시작했다. 특히 커트 보니것의 약간 시니컬하면서 위트있는 소설들도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건 소설이 아니라 그의 연설문을 모은 일종의 에세이에 가까운 산문집이다. 연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대학원생까지 학생들의 졸업식에 세상으로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연설했던것을 엮은 모음집이다.


코넬대학에 입학했다가 세계 2차대전에 참전을 하고, 그 유명한 드레스덴에서 포로로 잡혔다가 간신히 생환해 시카고 대학에 다시 들어갔으나 정작 본인은 대학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뒤늦게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반문화의 아이콘이자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존 질서를 마음놓고 비웃었던 커트 보니것 특유의 신랄한 비판이 연설문 전반에 잘 녹아들어가 있다. 그가 생존해 있었더라면 트럼프를 얼마나 깠을까 몹시 궁금하다.


책 제목은 그가 좋아했던 삼촌이 주로 쓰셨던 말이라고 하는데, 책에 이렇게 언급된다.


˝알렉스 삼촌이 무엇보다 개탄한 것은 사람들이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삼촌은 행복할 때마다 그 순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셨습니다. 한여름에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실 때면 삼촌은 이야기를 끊고 불쑥 이렇게 외치셨습니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_본문 50쪽, ‘졸업을 앞둔 여자들을 위한 조언’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연설에서 주는 묵직함도 상당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비판적인 시선과 병치되는 애정도 느낄 수 있고, 젊음의 무한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거장의 따뜻하고 관조적인 조언을 듣는것 같다. 이제 그의 소설을 읽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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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목소리 - 일본인의 눈으로 바라본 촛불혁명 134일의 기록
다카기 노조무 지음, 김혜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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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참 꿈만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까지 보수 정권의 집권하에 숨 막히는, 정말 그들이 주장하는 잃어버린 10여년이 악몽으로 다가오는 무기력한 현실에서 대통령 탄핵 그리고 새로운 정권의 탄생이라는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난거다. 더군다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원수가 탄핵소추 발의가 되기에 불가능한 숫자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정답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건 바로 국민의 힘, 촛불혁명의 결과다. 최순실에 대한 의혹은 이대 부정입학이라는 어떻게 보면 빙산의 일각부터 시작해, 국정농단, 뇌물로 점차 몸집을 불려갔다. 박근혜의 해명, 사과, 그리고 나몰라라, 우기기등등의 대응도 이어졌지만 결국 국민을 이기지 못했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법관의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선언에 온 국민이 환호를 하고 곧 이어 열린 대선, 새로운 대통령, 세계정세의 급변과 북핵위협등등 문재인정부가 발족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최순실에 대한 의혹이 생긴지 2년만에 정말 엄청난 변화가 이뤄진거다.


2016년 10월 29일 촛불이 시작되어, 12월 3일 232만 명이 모이고 국민의 힘은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총 134일 동안 매주 토요일 총 1,7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모였고 박근혜는 결국 파면되고 구속되고, 20년 이상의 형을 받았다.


이 책은 일본인 다카기 노조무라는분이 쓰신 책이다.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된 분이다. 약력을 잠깐 살펴보자면,


1953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74년 청춘의 고민을 안고 대학을 중퇴한 뒤 공장에 취업했다.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읽고 주인공 김산에게 매료되어 한국과 한국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86년 말 서울로 어학연수를 와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고려대, 연세대 캠퍼스에서 한국어 공부에 몰두했다. 안내원, 통역, 어학원 강사 등을 맡으며 일본과 한국을 수없이 오갔다. 저서로는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을 비롯해 한국어 학습서 등 다수가 있다.


암튼 일본인들도 전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오히려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외국인이 바라본 시각이니만큼 좀더 객곽적으로 느껴진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촛불집회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을 일지 형식으로 기록했고, 2부에서는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증언을 모았다. 알기 쉽게 씌여졌을뿐더러 책을 읽는 도중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끓어오르는 심정을 느낀다. 2부에서는 좀더 차분하게 우리가 이뤄낸 성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행동을 해야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박근혜에 이어 거짓말처럼 이명박도 구속됐다. 적폐청산이 이뤄지고 아이들에게 좀더 나은 미래가 될 수 있게 나몰라라하지말고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꿔나가야될것이다. 촛불혁명의 벅찬 흥분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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