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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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일종의 판타지 괴담으로 한 화가의 그림을 둘러싸고 관련된 인물들이 겪은 기묘한 이야기들을 엮은 방식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뭔가 서늘하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모리미 도미히코라는 작가는 이 작품 야행을 통해 처음 접해봤는데 우부메의 여름이나 밤 11시의 산책 그리고 야시던가 다른 일본 괴담소설과 조금 다른면이 있다. 일본 괴담소설스러운 느낌이 덜하고 좀더 모던하고 깔끔한 스타일이다.


대략 십여년전 주인공 오하시는 영어회화 학원을 같이 다녔던 동료들과 밤의 불 축제인 진화제에 참가한다. 참가했던 동료중 호감을 느꼈던 여성인 하세가와가 홀연히 사라진다. 오하시와 사라진 하세가와를 제외하고 영어 회화 학원의 동기였던 다섯 사람은 그녀의 행방불명 이후 십년만에 다시 모이게 된다.


오하시는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하세가와와 똑같은 사람을 발견하고 그녀를 뒤쫓게 되는데 그녀가 들어간 화랑에서 기시다 미치오라는 작가의 동판환 전시전에 걸린 작품들을 보게된다. 동판화의 주제가 바로 야행인데 수십편의 작품들에 일정하게 얼굴이 없는 여인이 조각되어 있었다.


동료들과 만나게 되고 나서 서로 겪었던 기이한 체험들을 말하며 모두 기시다 미치오의 작품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묘하고 신비한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는 신비한 이야기의 마력에 취하게 된다. 더운 여름밤에 읽기 딱 좋은 소설이 아닌가 싶다. 괴담류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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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주가의 고백 -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이덕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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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 갔다가 신간코너에서 발견하자마자 집어들었던 책이다. 5년 연속 독일 인문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켰다는 문구를 보니 독일사람들도 우리나라처럼 술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라는걸 어느 기사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러시아, 헝가리등등도 높은 순위였는데 한국에서도 책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호기심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술에 관련된 특히 알콜중독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전문서적부터 일종의 에세이까지 여러권을 찾아서 읽었는데 나중에 관련된 책도 쓰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일상 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의 중독자는 아니지만 상당한 알콜의존증이 있지 않나 스스로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주말에 잠깐이라도 금주를 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틀 연속으로 마셨으니 말이다.


건강, 기억력, 그리고 종종 술로 인한 실수들로 후회를 할때가 많은데 왜 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걸까? 다행히 담배는 현재까지 끊었지만 술은 음식과 관련된지라 담배보다 훨씬 어렵다. 와인이나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둘다 음식과의 매칭을 즐기다보면 술 없는 음식섭취는 왠지 허전하고 음식맛도 없어지는것 같다. 큰일이다...쩝


아무튼 언제가는 지긋지긋한 알콜에서 벗어나기를 소박하게 소망하며 관련된 서적을 꾸준히 읽어줘야지 ㅋ 이 책의 저자도 심각한 알콜중독으로 인하여 입원하거나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작가 다니엘 슈라이버는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을 즐겼는데 여러번의 반복된 후회와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과감하게 단주를 선택하고 실행에 옮긴 기록을 진솔하게 남긴 글이다.


나도 알고 있는 모임인 AA를 통해서 단주를 실천했는데 사실 그 모임에 관심이 있다. 아직 나가기는 싫고 궁금하기는 하고 뭐 그렇다. 저자는 지인의 권고로 모임에 나간 계기를 통해 알콜에서 벗어났는데 아무래도 분명한 효과가 있는건 사실인것 같다.


본인이 성적 소수자임을 고백할 정도로 상당히 솔직하게 쓴 글인데, 단주를 실천하면서 중간에 큰 위기가 왔을때 극복한 장면을 볼때 대단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술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직 상상이 가지 않는 입장에서 그저 부러울수 밖에 없다.


술에 대해 너그럽고 어떻게 보면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독일과 한국의 모습은 알콜에 대해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한 사람을 간단하게 파멸시킬수 있는 알콜의 무서움을 경계할때만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것이다. 술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때 우리는 알콜의 자장을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괜찮은 책이다. 알콜에 관심이 많다면 읽어볼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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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인문학의 즐거움 - 21세기 인문학의 재창조를 위하여
커트 스펠마이어 지음, 정연희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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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인문학의 즐거움이지만 실제 읽는 느낌은 인문학의 괴로움이었다. 매우 난해한 문장은 아니지만 너무 많은 인물과 책의 등장과 아울러 미국 인문학을 중심으로 씌여진 책이라 다소 생경하기도 하고 읽기 힘들었다. 이 책과 같이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이라는 또 하나의 어려운 책을 같이 봤는데 정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어려운 책들은 패스하라는 말도 있지만 힘들게 책을 읽어내는 공력이 쌓인다면 나중에 인문학적 소양이 조금이라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 꾸역꾸역 읽어줬다. 이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짬을 내서 봤는데 중간까지 봤을때 단절되는 현상이 느껴져 한 챕터씩 꾸준하게 마무리했다.


저자인 커트 스펠마이어는 러트러스 대학교의 교수로 작문 프로그램의 티칭으로 인정을 받았으며, 본인의 인문학적 사변이 상당히 방대하고 지식의 깊이나 넓이가 특출난 사람으로 보인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결부시켜 풀어내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프로그램으로써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 인문학은 현대에 들어가며 그 존립 근거와 토대마저 위협고 있다. 배움과 실제 환경이 따로 괴리되며 인문학자들의 일종의 선민의식까지 비쳐짐에 따라 인문학은 점점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무엇보다 인문학이 가진 오만이 드러났기에 학문적 해갈이외에는 근본적인 해답을 찾지 못한 것이다.

원래 인문학이란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분야이다. 하지만 현실의 인문학은 어떤가? 인간을 연구하고 인간과 가장 가까워야 하는 인문학이 지금은 인간과 사회와 고립되어 있으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21세기에도 인문학은 살아남을 것인가? 

이 책은 인문학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1부에서는 19세기 미국의 변화상을 탐색하고 있다.  미국의 지역별 사회의 결속이 무너지고 거대한 중앙정부가 등장하면서 지식의 성격이 바뀐다. 그에 따라 지식을 많이, 빠르게 습득하는 자와 적게, 늦게 습득하는 자의 편 가르기가 시작된다.


아울러 부의 부익부 빈익빈처럼 지식분야도 전문화의 길을 걷게 된다. 지식과 무지의 간극이 커지면서 인문학은 의학과 법학, 과학을 모델로 전문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의사와 변호사 그리고 과학자, 교수들이 특권층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이에 따른 다양한 문제점과 인문학이 어떤 방향을 모색해야 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이론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찰하면서 새로운 인문학을 모색한다. 이론이 부상하면서 인문학은 텍스트에 더 몰두하게 되고, 이는 인문학에 특권을 부여해준 대신 인문학의 고립이라는 대가를 치른다. 자크 데라다도 언급되는 현대 철학이 텍스트에 집중하며 점차 현실과 멀어지는 상황을 개탄한다.


인문학 책을 이것 저것 읽다보니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상당히 많다는점을 깨달았다. 그들만의 언어와 독해에 적응한다면 그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사상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졸라 어렵고 힘들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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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얼간이들 1 선천적 얼간이들 1
가스파드 글.그림 / 재미주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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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후배가 재미있는 웹툰이 있다고 소개를 해줘서 구입했다가 그림체가 익숙하지 않아 책장에 넣어놨다가 불현듯 생각나서 찾아보게 됐다. 이십여장을 보다보니 그림체에 적응되고 나름 재미있는 지점도 많아서 즐겁게 읽어줬다.


만화라면 예전 만화방의 대본 만화를 참 많이 봤던 기억이 난다. 이현세, 허영만, 고행석, 박봉성등등 엄청난 만화를 섭렵했다. 더 이상 읽을 만화가 없어서 무협지로 넘어갔던 기억까지 ㅋ 어느 순간 만화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지며 찾아보지 않게 됐지만 그래도 가끔씩 보게된다. 요즘 예전 대본소가 기억나는 만화방도 많이 등장하던데 조만간 둘째와 한 번 놀러갈 계획이다.


요즘 만화가들은 웹툰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방식으로 데뷔를 한다고 하던데 이 만화가도 그런 코스를 밟은것 같다. 본명은 전용석이고 가스파드가 어떤걸 말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찾아보니 프랑스 동물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온라인상으로 상당히 유명인듯 싶다.


이 만화는 작가와 그의 절친한 친구들간에 벌어졌던 추억들을 웹툰으로 그린 작품인데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하며 만화체도 독특해서 확 시선을 끌어당기는점이 있다. 아울러 만화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패러디와 깨알같은 유머코드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일종의 개그만화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본다면 재미있게 볼수도 있겠다. ㅋ 다음편들은 둘째랑 만화방에 가게된다면 읽어보기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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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믿음의 글들 9
앤도 슈사꼬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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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마틴 스콜세지옹의 사일런스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극장에서 보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영화를 놓쳤는데 찾아보니 원작소설이 있는걸 알게됐다. 엔도 슈사쿠의 작품이었는데 노벨상 후보로 여러번 거론된걸 기억하고 있어서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물론 그의 소설은 한번도 접해본적이 없다.


침묵은 엔도 슈사쿠의 대표작으로 그가 평생에 걸쳐서 다뤘던 일본인과 카톨릭에 대한 주제를 심도있게 다룬 작품이다. 로마 교황청에서 훈장을 받았을 정도로 서양에서도 인정받는 소설인데, 영국의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은 ‘20세기 가톨릭 문학에 있어 누구보다도 중요한 작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가톨릭과 일본인의 정신적 풍토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과 갈등을 둘러싼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근원적 고찰을 목표로 여러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그가 지향하는바를 잘 그려낸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설의 배경은 17세기로 카톨릭을 허용했다가 교리의 문제를 느낀 막부에서 본격적으로 탄압을 시작한 시기다.  여러 신부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던 포르투갈 예수회 소속 신부 페라이라의 열렬한 선교와 그후 그가  배교했다는 소문이 돈다,  그 배교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종교탄압이 한참인 일본으로 떠나는 신부들의 고난과 갈등을 다룬 소설이다.


하나님을 믿는 기리시탄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참히 죽어 가는 일본 민중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는 하나님에게 로드리꼬 신부는 절규를 하며 수 많은 의문을 가진다. 도대체 이런 고통으로 밀어넣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그를 신고한 일본인 기찌지로는 신부에게 따져 묻는다. 왜 자기가 지금 태어나서 이렇게 박해를 받느냐며? 카톨릭이 허용됐던 시대였다면 아무런 고통없이 하나님을 섬기고 즐겁게 살며 천국으로 갔을텐데 라고....


물론 신도들은 모든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겠지만 그건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기도 하다. 종교의 부조리성을 느끼는 순간이다. 어차피 일본에서 하층민들에게 카톨릭이 퍼진 이유는 현실에 대한 부정과 내세에 대한 강한 열망에서 비롯됐지만, 일본인 특유의 다양성으로 인해 그리스도교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일본에서 기독교인의 비율은 상당히 낮은거롤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엄청난 선교와 세계적으로 커다란 대형 교회들이 교세를 확장하는걸 보면 일본인과 한국인들은 같은 동양인이라도 성향이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신학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고난의 순간에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라는 문제를 신앙을 부인해야만 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의 심리적인 내면을 적절하게 잘 묘사한 훌륭한 소설이다.


종교를 떠나서 자기의 신념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추천한다. 영화의 리뷰를 먼저 올렸지만 소설을 읽고나서 영화를 봤는데 두 작품 모두 괜찮다는 생각이다. 서로 다른 지점을 발견하는 재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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