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장수가 제법 두꺼운 장르소설을 읽어줬다. 어렸을때부터 고전 추리소설부터 시작한 장르소설에 대한 사랑은 아마 죽을때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장르소설을 통속소설로 폄하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걸로 아는데 사람마다 왕후장상을 타고나지 않듯이 장르소설이나 소위 말하는 순소설이나 각기 자기의 기능만 충실히하면 되는거 아닌가?마이클 로보텀은 이 소설을 통해 처음 만난 작가다. 세계적으로 요즘 핫한 작가라는 이야기를 입소문으로 듣고 더군다나 스티븐 킹이 강추했다고 해서 궁금증을 가지던중 카피에 출소 하루전에 탈옥을 선택한 남자라는 문구에 훅 끌렸다.평소 장르소설을 읽어줄때 중요하게 따지는 요소중 하나가 개연성인데 출소 하루전 탈옥이라는 명제를 어떻게 풀어낼것인가가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매우 잘 짜여진 구조에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7백만 달러를 수송하는 현금 수송차의 현금이 사라진 가운데 갱단중의 한명으로 추정되는 오디 하퍼만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된다. 몇개월의 치료를 거쳐 오디는 감옥에 수감되며 유죄를 인정하고 10년형을 언도받는다. 이후 감옥에서 수 많은 살해위협을 버텨내며 묵묵히 10년을 버텨오다가 출소 하루를 남기고 탈옥을 선택하는데 이 남자에게 과연 어떤일이 있었던것일까?숨가쁘게 조여오는 추격전 사이에 감방동료 모스, 150도 되지 않은 작은키의 수사관 데지레, 그리고 보안관 발데즈와 그의 아들 맥스까지 주변인물과의 관계도 흥미롭게 그려진다.클라이막스를 향해 끝없이 질주하다가 마지막에 주인공 오디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짧다. 사랑은 무한하다.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살아라.˝ 일단 책을 잡게되면 결말이 궁금해 끝까지 손을 못놓게하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추천한다.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인도 증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미 많이 올랐지만 인도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음에 따라 지식의 부족함을 깨닫고 있던중 도서관에서 인도에 관해 알 수 있는 입문서로 보이는 책이 있길래 대출해서 읽었다.보통 인도하면 여러가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투자 관점으로 접근할때는 인구 13억에 매년 놀라운 성장율, 평균연렴이 30대가 되지 않는 생산 가능 인구가 가장 많은 폭발적인 내수시장의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본다. 모든것이 사실이지만 인도 시장이 중국에 비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단순히 게을러서 아니면 오랫동안 카스트로 유지해온 후진적인 계급구조? 딱 떠오르는게 없을 정도로 인도시장은 정확히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이 책은 현재 코트라에서 인도 주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저자가 직접 인도에서 얻은 실무 경험과 생생한 비지니스 정보와 아울러 인도 사회 전반의 문제와, 경제, 문화와 관련된 부분까지 이것 저것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제조업 위주의 경제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전 산업이 활발하게 살아나고 있으며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가능 인구의 압도적인 숫자로 노동력이 풍부하여 발전 잠재력이 많은 유망시장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한국기업에게도 인도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책의 전반부는 비지니스상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현장의 시각에서 흥미진진하게 실었으며 후반부는 사회인문학적으로 인도에 접근한다. 인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참고할만한 책으로 생각된다. 그럼 이제 인도관련 펀드를 한 번 찾아볼까나?
작년부터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고 있다. 처음으로 읽었던건 마음, 그리고 도련님, 풀베게, 나는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에 이어 여섯번째는 그 후를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 그 후였다.그 후는 막장까지는 아니지만 100년전 소설임을 감안할때 상당한 수준의 불륜치정극이라고 볼 수 있는데 상당히 밀도있게 그려진 재미있는 소설이다. 한때 친했던 친구의 여동생을 다른 친구에게 소개하고 둘이 결혼하게 도와줬던 주인공 다이스케는 친구 히라오카와 그의 아내 미쓰요를 3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대학을 졸업하고 별도의 직업없이 30살이 되도록 백수로 지내며 아버지와 형님의 도움을 받아서 살고 있는 다이스케는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은 노동이 아니다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계속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다. 친구였던 히라오카는 직장을 잃고 생활고에 빠지 미쓰요는 다이스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백수였던 주인공은 형수에게 부탁해 돈을 마련해주는 과정에 미쓰요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결국 사랑을 고백하고 집안에서 더 이상의 경제원조를 중단하는 지경에 몰리는 다이스케에게 어떤일이 벌어질지 소설에 뚜렷한 결말은 없다. 결말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소설 곳곳에 섬세한 심리묘사와 글들이 돋보인다.˝베갯머리를 보니 겹꽃잎동백 한 송이가 다다미 위에 떨어져 있다. 다이스케는 지난밤에 이 동백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그의 귀에는 그 소리가 천장에서 고무공이 떨어지는 소리만큼 크게 울렸다. 물론 밤이 깊어 주변이 고요한 탓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확인이라도 해보려는 듯 오른손을 심장에 얹고 늑골 끝에서 정상적으로 뛰는 맥박 소리를 확인하면서 잠이 들었다.˝잠깐만 읽어봐도 묘사가 상당히 아름답지 아니한가? 거기에 별거없는 불륜 사랑도 묘한 에로시티즘을 풍기며 책장을 넘기며 소세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제 다음에 문까지만 읽고 당분간 소세키 선생은 안녕이다.
교보문고에 뭐 괜찮은 책이 없을까 둘러보던중 책표지에 끌려서 구입하고 읽게됐다. 술에 대해 역사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상당히 전문적인 시각으로 고고학적인 견지에서 탐구한 책이라 조금 어려웠다.책은 태고에 어떻게 술이 생겼으며 전세계적으로 술이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파헤치며 시작을 한다. 인류가 수렵채집의 생활을 벗어나 정착을 하고 곡식을 만들게 된 계기는 식량이 아니라 술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하는데 상당히 설득력있게 들렸다. 야생밀이나 보리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맥주를 만들게 되고 그런 알콜들을 계속 섭취하기 위해 재배를 시작했다는 말은 일리가 있지 않은가?보다 효율적인 발효를 위해 벌꿀을 가미하고 포도를 이용해 와인을 만들게 되며 인류의 알콜 역사는 계속 발전해나간다. 알코올을 중심으로 고고학적이고 예술적인 방향에서 각종 문헌들의 단서를 찾아내 흥미진진하게 탐구를 한다. 오랜 역사에서 인간이 어떻게 발효음료를 만들어냈고 또 이를 어떻게 즐겼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히 세밀하게 알려준다.합법적인 마약중의 하나인 술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걸까? 나만 놓고보더라도 술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데 참 어려운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건강을 해치는건 분명한데 결코 술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술에 대해 좀더 전문적인 지식을 함양하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역사 그것도 술에 관한 역사책이다.
제목에서 책의 성격을 대강 느낄 수 있었다. 공리주의적인 입장에서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개인의 생각정도는 이래도 되는거죠? 그냥 손해보는 느낌이지만 괜찮은거죠?라는 질문 아닌 질문들이 눈빛과 눈빛으로 주고 받으며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게 우리 사회의 일상다반사로 벌어지는 일들이다. 하지만 실제 하나도 괜찮지 않고 왜 그러냐며 따져 묻고 싶을때가 많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속시원하게 짚어줬으며 당장 말은 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불평등한 일들과 다수의 암묵적인 동의에 대한 거부가 속시원하게 드러난다.저자인 오찬호씨는 티비에 패널로 자주 등장하시는것 같은데 티비를 보지 않으니 어떤분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을 보기전 이미 그의 책을 구입했더라는...ㅎ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인데 표지의 강렬함에 이끌려 몇 장 읽어보고 구입했다. 아직 책장에 꼽아놓은 상태지만 조만간에 읽을듯 싶다.찾아보니 짧은 기간에 꽤 많은 책을 펴낸것 같은데 이 책을 놓고 볼때 향후 지명도 있는 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앞으로 좋은 책 많이 펴주기를 바란다. 책의 서두에 층간소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서 깊은 공감이 갔다. 3년부터 시작된 윗집과의 갈등을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재작년에 이사를 해서 다시금 평화를 찾은 입장에서 작가의 얘기에서 많은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내 경우도 갑자기 젊은 부부들이 이사와서 소음을 발생시켰는데 7년간 아무 문제없이 살다가 그집이 이사오고 나서 이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부닺치니 정말 층간소음이 남의 일이 아닌걸로 다가오더라는...대체 그 젊은 부부들은 뭔 뻔뻔함으로 우리를 그렇게 괴롭히고 자기들도 피곤하다면 악다구니를 썼던건지 이해할 수 없다. 자기 부모의 행동을 지켜본 그 애들도 나중에 그렇게 자라나겠지만 씁쓸하다.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대학교수의 길을 가지 못한 상황에서 각종 강의와 방송, 그리고 책을 쓰며 바쁘게 살아가는 소시민적인 작가의 삶에 많은 공감이 갔다. 나 하나라도 올바르게 산다면 사회가 좀더 나아질것이고 잘못된 사실에 대해 올바르게 지적하며 서로 예의를 지키는 삶을 추구하는 자세가 좋아보였다.아울러 남녀평등, 학교차별등등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평등한 사실에 대해 작가 나름대로의 의견을 조목조목 실었지만 완전공감을 할 수 없는 지점도 몇 군데 있었다.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는만큼 지나친 불평등에 대한 지적은 또 하나의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가독성도 좋게 잘 읽힐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좋은 작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든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