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평점 :
성공하거나 거대한 부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적인 몇 가지 특징들을 다룬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책을 곁데 두고 읽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성공하고 싶어서 책을 읽는건 결코 아니지만, 책을 가까이 하는건 그만큼 많은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주는 기사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유명한 독서가인 빌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2015년 올해의 책으로 추천했던 지명도가 상당히 높았던 에세이다. 어떤 책이길래 두분이 동시에 추천을 했을가 싶어 구입해놓고 이제야 읽어보게 됐다.
저자인 율라 비스는 아이를 출산하고 백신이 아이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더군다나 출산을 하면서 본인이 수혈을 받게 되며 면역에 대한 궁금증으로 확장이 된다. 본인이 직접 그런 궁금증에 대해 알기로 하고 백신과 예방 접종이 실제로 아이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원하고 있는지 서술한다.
전문적인 의학서적은 아니지만 꽤 쏠쏠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그쪽 방면에 거의 알지 못했던 작가의 지식 습득에 같이 동참하는 느낌을 가지게 해준다. 아울러 ˝한편으로는 과학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이며, 무엇보다도 밀도 높은 사고˝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은 상당히 뛰어난 에세이라고 느껴진다. 면역학이라는 난해한 과학을, 시적 은유를 동원해 아름답게, 동시에 냉철하게 서술한다.
백신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도 왠지 천연두를 퇴치한 소의 고름이 생각나 찝집했던게 사실인데, 책을 읽게되면 우리가 백신과 면역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깨닫게 된다.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이 오히려 홍역을 널리 퍼지게 했던 이율배반적인 사실들과 과학적인 증거를 보게되면 백신이 우리에게 얼마만큼 중요한 예방행위인가 알 수 있게 된다.
작가는 우리는 바르고 깨끗한 생활을 한다면 그리고 더럽고 오염된 것들과의 접촉을 피한다면 우리를, 또 우리의 아이를 질병과 온갖 악덕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데에 대한 허상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다. 병균이나 바이러스 그외 여러가지 세상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며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 공존해야 된다는 깨달음을 알려준다.
과학적인 사실 뿐만 아니라 신화와 역사, 문학을 두루 살피는 서술방식과 강력한 은유를 통해 우리가 질병과 면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시킨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괜히 추천한 책은 아니다. 특히 아기를 갖게 되는 부모들은 꼭 일독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