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철학서적을 읽어줬다. 생각해보니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간만에 접하는것 같다. 철학을 다루기는 했지만 책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이용해 악에 대한 근원적인 개념을 정립해준다. 원제는 on the devil인데 왜 잔혹함에 대하여로 나왔는지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아무튼 책은 악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유명한 이론인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하며 악에 대한 분노와 증오, 비난 역시 위험하다고 한다. 비난은 악을 타자화시킴으로써, 나 자신이 악에 연루될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시킨다. 때문에 사람들이 왜 악을 저지르는가에 대한 동기를 알아야 되고 악에 대해 공감을 하지 않을지라도 이해를 해야지만 더 이상 그런 잔혹한 악이 미래에 발생하지 않을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책의 전반부에 흥미로운 사례를 다루는데 트루먼과 밀로세비치에 대해 누가 더 나쁜가를 묻는다. 원자폭탄의 투하를 승인함으로 전쟁을 빨리 끝냈지만 수 많은 인명을 살상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트루먼, 자기의 신념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학살한 밀로세비치 둘중 누가 더 악한가?느낌적으로 트루먼보다 밀로세비치가 훨씬 악한 인물로 보이지만 결과론적으로 트루먼에게는 다른 선택지도 있었기 때문에 행위의 원인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훨씬 많은 트루먼이 절대양으로 밀로세비치 보다 훨씬 잔혹할 수 있다고 말한다.아울러 나찌 시대의 많은 예를 들어가며 유대인 학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기록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나치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담은 프리모 레비의 저작인 [이것이 인간인가], 소련의 정치범 수용소를 다룬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소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인종 차별과 인권 탄압에 대한 데즈먼드 투투의 저술에서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악을 수행하는가에 대한 고찰을 한다.저자는 악은 히틀러 같이 사악한 사람들 보다 오히려 깔끔한 셔츠를 입은 학자풍의 인텔리 설계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하며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많은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후반부로 가게 되면 역사적인 사실을 현대로 옮겨 소시오 패스 성향을 보이는 연쇄살임범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그 본질을 알아야 되는가에 대한 언급을 한다.마지막 단원은 악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용서와 화해를 통해 악을 이겨내자는 메세지를 던진다. 실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의 경우를 들어 설명한다. 아프리카에서는 그나마 체제가 안정된편인 남아공화국에서 아파르헤이트 정책에 대한 반동으로 다시 학살이 이뤄졌다면 남아공 월드컵이 치루어질 수 있겠는가? 아무튼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악의 행태와 본질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가끔씩 즐겨듣는 팟캐스트였던 지대넓얕(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얼마전 종료를 선언했다. 약간 아쉬운 감이 남지만 리더였던 채사장님이 잘 나가는 모습을 보니 왠지 반갑고 응원을 하고 싶어진다. 책도 꽤 낸걸로 알고 있는데 지대넓얕 2권은 읽었고 이번 시민의 교양이 세번째 만난 책이다. 조만간 열한계단도 읽어줄 예정이니 그가 낸 책은 다 읽는셈이 되는건가? ㅋ정리의 달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떻게 보면 복잡한 인문교양을 어찌나 깔끔하고 쉽게 정리하는지 그의 해박한 지식과 깔끔한 정리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아울러 다른 작가들과 달리 채사장은 내적 지식도 충만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알기 쉽게 요약하는게 어렵지 않을까? 원래 글을 쉽게 쓰는게 더 어렵다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이 책은 현실에 인문학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쓴 책이다. 활자로 만나는 글이 아닌 인문학적 지식들이 현실을 만난다면 어떻게 될것인가에 대해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등 7가지의 영역으로 나눠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전달한다.책의 서두는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과연 이러한 문제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것인가를 묻는것부터 화두를 던진다. 아울러 비서실장이라는 인물을 설정해 그가 관념적인 지식을 현실과 마주쳤을때의 상황에 적용하며 앞으로 나아간다.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이 닥쳤을때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되는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처리해 나갈때 우리는 보다 더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을것이다.
정확히 어떤 책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서평집에서 이 책을 소개한 글을 보고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어느날 뇌일혈로 쓰러지게 되고 오로지 왼쪽 눈의 깜빡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그런 눈 깜빡임을 통해 위대한 이 작품을 쓰고 영면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극적인 스토리의 작품이다.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 칸 영화제와 2008년 골든글로브 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하기도 했는데 아쉽게 국내에서 아직 출시되지 않은지라 언제 영화로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이 책은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이라는 로또 복권 당첨만큼 희박한 확률의 희귀병에 걸린, 사실상 그런 상태로 빠지게 되는 언론인 장 도미니크 보비의 이야기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유머스러운 말투와 멋진 행동으로 주변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작가는 삶을 무척 즐기는 사람이다. 아울러 대식가로 음식을 무척 즐기기도 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런 즐거움과 행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침잠하게 된다.쓰러지고 나서 3주 후, 의식을 회복하지만 왼쪽 눈꺼풀만 깜빡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후로 비록 15개월밖에 남지 않은 삶을 살게 되는데, 하루에 반쪽 분량을 기간동안 20만번 눈을 깜빡여 이 책을 쓴다는 엄청난 휴먼스토리다.알파벳 문자를 보여주면 해당 알파벳에서 눈을 깜빡여 의사를 표시하는 수단이니 그 지난함을 생각만해도 찡함이 밀려든다. 자기가 살아왔던 인생을 반추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일화를 오히려 유머스럽고 진솔하게 묘하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읽고 나게되면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 작품을 생각해본다면 좀더 쉽게 극복할 수 있듯 생각된다. 아무튼 추천한다. 검색해보니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2015년 재출간됐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여성 연쇄살인범은 남성에 비해 훨씬 적다. 대략 5프로 미만의 비율 남짓한걸로 알고 있는데 살인의 수법도 남성과는 다르다. 물론 신체적인 차이로 인한 이유겠지만 대부분 독살이나 공모로 범행이 이루어진다.이 책은 세계적인 여성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독일에서 벌어졌던 임팩트 있는 사건을 중심으로 케이스를 분석 기술한 작품이다. 저자 슈테판 하르보르트(STEPHANHARBORT)는 연쇄살인을 전담하고, 프로파일링 기법을 도입하기도 했던 유능한 전문 수사관이다. 지금은 은퇴하고 자문이나 저술가로 활동하는듯 하다.샤를리즈 테론이 혼신의 연기를 펼쳤던 영화 몬스터의 실제 모델이었던 에일린 워노스는 플로리다에서 남성 7명을 살해했는데 특이하게 총이나 폭력을 이용한 연쇄살인범이었다. 책에서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은밀하게 살인을 한다.책에서 언급되는 범해들의 수법을 살펴보면, 대개 여성의 폭력은 동반자나 친자식 등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인물을 상대로 비밀스럽게 저질러딘다. 또 여성 범인은 남성에 비해 범인으로 지목될 위험이 적기 때문에, 그 범죄행위가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아 사건 자체가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 남성 범인에 비해 여성 범인은 범행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체포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과 달리 충동적이기보다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그 수법이 교활하고 치밀하다는 것이다.6건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범행을 분석하고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의견도 간단하게 기술되어있다. 여성 범죄성향이 갖는 특수성에 대해 쉽게 볼 수 없는 접근 방법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들을 바라보게 해주는 특장점이 있는 책이다. 책을 소재로 한다면 제법 괜찮은 장르소설을 창작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연휴기간에 벼르고 벼르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읽었다. 두께도 상당하고 난이도가 있는 책으로 알려져 읽기전 살짝 부담감이 있었으나 매력적인 캐릭터인 스밀라에 푹 빠져 추운 북극 어디엔가 머무르다 온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몰입도가 있는 작품이다.1992년 덴마크에서 물론 덴마크어로 출간된 이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덴마크라면 안데르센 말고 잘 모르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험으로 친숙해졌다. 생각해보미 영화도 괜찮은 작품 몇 편을 본것 같기도 하고....이 책도 영화화 된걸로 알고 있는데 구하는대로 곧 볼 생각이다.지금은 자치령으로 분리되었지만 아직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와 덴마크를 오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린란드 출신 이누이트 어머니와 저명한 의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스밀라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덴마크로 이주한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녀는 숫자와 눈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지적이고 섬세한 인물이다.본인의 아파트 윗층에 가깝게 지내던 이누이트 출신 어린 소년의 죽음으로 사건은 시작된다. 죽음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 플롯의 전형적인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그안에 미스터리, 로맨스, 문명에 대한 비판, 아울러 철학적인 소재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는 멋진 소설이다.냉철하고 끈질기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과 불의에 대한 분노로 폭발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스밀라는 밀레니엄 시리즈의 리스베트와 비견될 만큼 또 하나의 멋진 캐릭터로 생각된다. 물론 살짝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서늘한 스릴러를 만나고 싶다면 꼭 읽어볼만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아마 두번째 읽을때 더 다가올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