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의 글은 멋지기 보다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유시민 작가 같이 글 써보고 싶지만 그만한 내공까지 도달하려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겪어야 될런지 모르겠다.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건 아닌다. 하지만 누구나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수는 있다˝ 얼마나 공감이 가는 글인가!!평소 소설가들이나 시인의 문재는 갈고 닦는다고 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함축적인 그런 멋진 표현들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나오는 문구가 아닐것이다. 하지만 노력한다면 실용적인 글을 누구나 어느정도 노력하면 가능하다. 그렇게 되기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작가는 다독을 권유한다. 음, 나도 다독하는 편이고 블로그에 나름 글을 자주 쓰려고 노력하니 유시민 작가처럼 될 수 있을까? 잠깐 생각해봤다. ㅋ생각과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된다. 생각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다. 평소 말을 할때 글을 쓰는것 처럼 상상을 하고 글을 쓸때 말을 하는것처럼 한다면 좀도 쉬운 글쓰기가 될것이다.좋은 글을 쓰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첫째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쟁한다.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논거점에 집중해서 본인이 선호하는 말만 할게 아니고 객관적인 증빙이 가능할때 공감을 가는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에 백번 동의한다. 아울러 단문으로 글을 쓰고, 똑같은 단어가 반복되지 않도록 훈련하라는 말에도 고개를 격하게 끄덕거린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천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감미로운 감성 보컬인 쳇 베이커 평전을 두달에 걸쳐 완독했다. 매년 평전을 대략 열 권 정도 보는데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역사적인 인물뿐만 아니라 히치콕이나 트뤼포등등 예술가의 삶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그중 쳇 베이커는 여태 읽어본 사람들중 가장 쓰레기?같은 삶을 살았던 인물이 아닌가 싶다.좋은 음악을 했다는걸 제외한다면 평생 마약에 빠져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많은 여인들을 불행한 삶으로 인도한 쳇 베이커는 잘 봐줄래야 잘 볼 수 없는 그런 사람이다. 책을 보고 본 투 비 블루라는 영화를 봤는데 참 긍적적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마약상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앞니가 전부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기를 하는 쳇의 의지에는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다.이 글을 쓰는 순간 쳇 베이커의 음악을 듣고 있는데 정말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선율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그런 삶을 살 수 있었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작가는 1996년부터 5년간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쳇 베이커의 행적을 추적하고, 주로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의 삶을 서술했다. 쳇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마일즈 데이비스나 찰리 파커와 같은 거장들과의 만남, 마약 투여로 겪게 된 감옥 생활, 이가 부러지는 사고와 틀니를 끼고 시작되는 복귀, 평생을 마약과 함께한 음악여행등등 파란만장한 삶이 거의 천페이지어 걸쳐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너무나 객관적으로 그려내서 쳇이 살아돌아온다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재즈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이런 삶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영화와 같은 흥미진진함을 불러일으키는 평전이다.
제목만으로 책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발명이나 발견 당시는 그저 그랬으나 지금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런 것들에 대한 역사를 다룬 책이다.작가의 유머 아닌 유머가 곁들여진 책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낙하산에 대한 토픽에서 뛰어내리고 나서 다시는 못 뛰어내렸다는등 뭐 그런식의 블랙유며가 섞여있어 부담없게 각 소재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전화기, 라디오, 컴퓨터, 자동차, 비행기등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는 과학기술과 산업 심지어 대중문화와 음식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새롭고 혁신적이 아이디어가 하나의 물건이나 제도로 성숙되기까지 주변의 편견과 조롱에 시달리고 극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지동설이나 진화론이 등장했을 당시 세계를 뒤흔드는 아이디어였으나 죽음에 이를 정도로 기득권층의 아집에 견뎌냈는지에 대한 사실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다.작년 이세돌이 알파고와 바둑을 둘때만 하더라도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을 절대로 이기지 못할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지금은 이세돌의 1승이 향후 인류가 알파고에 이길 수 있었던 마지막 승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먼 과거가 되어버렸다.하나의 소소한 이야기거리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대중과학, 나아가 역사책으로까지 볼 수 있는 그런 책이다.
해리 홀레를 만난지도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천천히 곶감 빼 먹듯이 봐주고 있는데 곧 스노우맨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해리홀레 시리즈중 스노우맨 전편에 해당하는 데빌스 스타를 연휴기간에 서둘러서 봐줬다. 스노우맨은 이북으로 구입해놨으니 출퇴근시 천천히 읽어줄 요량이다.데빌스 스타는 오슬로 3부작중 마지막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노르웨이 도시의 한여름 어둡고 축축한듯한 분위기가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다. 이 작품은 요네스 뵈 붐을 불러 일으킨 소설이다. 영국에서 대단한 히트를 기록했는데 사건이 무척 스피디하고 긴박감있게 진행된다.오슬로 한 복판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손가락이 잘린채 욕실에서 발견된 여성희생자인데 특이하게 그녀의 눈꺼풀 속에서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발견된다. 이후 또 다른 실종자가 보고되고, 그녀의 잘린 손가락만이, 역시 별 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 반지와 함께 배달된다. 연쇄 살인사건은 그렇게 시작되고 전편에 이어 곤경에 놓인 해리는 우여곡절 끝에 수사에 가담하게 된다.190이 넘는 키에 과묵하고 관습 따위에 신경쓰지 않는 매력적인 알콜 중독자 해리는 그의 최대 라이벌인 볼레르와 같이 또 대립을 겪게 된다. 전편에서 잡히지 않았던 프린스의 실체가 드러나는데 해리는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역시 요네스 뵈라고 생각될만큼 재미있는 스릴러물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두께에도 불구하고 금방 읽을 수 있다. 가독성도 괜찮고 사건이 해결되는 복선등등이 잘 맞춰진 구조물처럼 엮여지기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칠레의 위대한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파블로 네루다를 모티브로한 소설이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으로 잘 알려지기도 했는데 사실 영화도 영화지만 루이스 바칼로프의 OST도 상당히 인상적인 선율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사실 시를 그닥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에 네루다도 이름만 들었지, 그의 시를 읽어본적은 없었다. 이번 독서를 통해 그의 시와 인생을 조금이나마 접해본 일거양득의 소득을 올린셈이기도 하다. 네루다가 대통령 후보로 아옌데와 경쟁을 하다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고 프랑스 대사로 갔던 역사적인 사실을 처음 알게됐다. 아옌데의 비극적인 운명도 소설에 간접적으로 언급된다.칠레의 한적한 어촌에 거주하며 작품생활을 이어가는 네루다에게 많은 우편물이 도착한다. 네루다 전문 우편배달부가 있을 정도였는데 그만두게됨에 따라 새로운 우편배달부를 구하고, 근처 동네에 사는 마리오라는 갓 소년의 티를 벗어난 청년이 채용된다. 이후 시인과 청년의 시를 매개체로 하는 훈훈한 우정이 쌓여간다.동네 선술집에서 만난 아가씨에 대한 사랑을 시인의 도움으로 성취하고 마리오는 시를 쓰기도 하는데, 작품은 무척 해학적으로 그려진지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마리오의 개인적인 삶과 칠레를 뒤흔든 군사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혼돈, 그리고 로맨틱한 사랑과 1973년 네루다와 아옌데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비극속에 이야기를 탄생시킨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영화도 본것 같은데 겸사겸사 다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