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스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첫번째는 도련님, 다음은 풀베개, 세번째로 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마음을 읽었다. 마음은 그의 최후의 작품이기도 한데 도련님과 풀베개가 전혀 다르게 다가왔듯이 이 작품도 같은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지점을 그리고 있는 그런 소설이었다.살짝 동성애적인 느낌도 나고, 탐미적이기도 하고 일본문학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하고 유려한 그런 소설이었다. 소설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극중 화자인 나와 선생님이 만나서 서로 알아가는 과정, 2부는 내가 낙향해 병든 아버님과 어머님의 사이에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상황, 3부는 선생님의 유서로 구성되었다.처음 만나는 장면이 해변가에서 수영을 하는 상황인데 선생님이 다른 외국인 남자와 같이 있었고, 나를 조우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묘한 삘로 다가왔다. 선생님과 사모님의 관계도 뭔가 모호한 지점이 있고 선생님은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비밀에 가려있는 그런 느낌이다.2부에서 신장병을 알고 있는 아버지를 돌보느라 시골로 내려가고 대학까지 나왔으니 반듯하게 자리잡기를 기대하는 주변시선에 살짝 답답함을 느끼는 나의 고뇌가 이어지며, 3부에서 극적으로 선생님의 비밀을 유서형식으로 편지가 오며 소설은 마무리된다.과연 일본 국민작가라고 할만큼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생경하지 않을 정도로 문학적인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하지만 소설에서 천황이 죽음에 따라 노기대장이라는 군인이 순사를 하고 극중 선생님도 순사 비슷하게 하려는 마음, 그리고 심지어 주인공 아버지까지 천황의 죽음에 자기의 죽음을 맞추는 설정은 조금 불편했다.물론 일본인들 이야기니 뭐라 할것까지는 없지만 전형적인 일본 극보수 우익집단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소세키도 아름다운 문체와 묘사로 그런 마음들을 속에 감추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자기 나라를 옹호하는 애국적인 견지에서 탓할 일은 없을듯하다.
책은 묘한 인연이 있는 책이다. 오래전에 누군가의 추천을 받고 서울역 서점에서 구입해 부산으로 내려가던중 읽을 요량이었는데 책을 읽기는 커녕 기차음주에 빠져 열심히 마시다가 기차를 내릴때 놓고 내렸다. 인연이 없는 책이려니 했지만 오기가 발동해 다시 구입을 하고 쟁여놨다가 이제야 읽게 됐다. 결론적으로 출판사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ㅋ아무튼 두 번이나 구입했던 책이라서 그런지 더욱 애정을 가지고 읽어봤는데 책장을 덮고 나서 이자카야가 하고 싶어졌다. 책표지에 나오는 우노 다카시라는분은 와세다 대학을 중퇴하고 커피숍을 잠시 운영하다가 선술집 창업에 뛰어들어 수 많은 점포를 열었고 본인의 이자카야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독립시킨 소위 말하는 아자카야의 신이다.특별한 음식에 대한 기술없이 아이디어와 사람을 다루는 솜씨로 승승장구 했는데 그의 성공비결은 혁신에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다른 형태의 점포를 기획하고 열고 어느 정도 운영기반이 세워지면 다시 다른 이자카야를 여는 식이다.식도락쪽에 취미가 있어 많은 음식점을 가봤지만 전통적으로 음식이 맛있는 식당을 제외한다면 잘되는 술집들은 이유가 있다. 특별한 음식의 맛이 없어도 끊임없이 손님을 배려하며 뭔가 대접받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자기만의 기술이 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이 책의 저자가 그런 접객방법으로 요식업계의 전설로 자리잡게된 계기가 된 것이다.우리나라의 식당들은 사실 그다지 친절하고 감동을 받는 서비스 정신을 갖춘 술집들이 별로 없다. 처음에 점포를 열때만해도 굳은 각오로 임했을텐데 아무래도 국민성도 약간 무뚜뚝한점도 있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런 기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며 성공의 비결을 조금이라도 더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될것이다. 나도 가능할까? ㅋ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인기작가인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이 새로 나왔다. 김애란 작가는 잘 알고 있지만 그녀의 작품음 처음 접해봤다. 비행운과 두근두근 내인생은 이미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첫번째 만남을 신간으로 접해보는 계기가 됐다.표지부터 상당히 인상적이다. 문을 열고 나가는 여인의 모습에서 각자 다른 생각들을 가질듯 싶다. 희망과 절망의 사이 어디인가에 있을까? 소설들은 매우 블루 내지 우울한편이다. 살짝 희망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무겁고 심지어 불편함까지 느끼게 해준다.총 7개의 단편으로 엮어져 있으며, 침묵의 미래는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다른 소설들과 조금 이질적으로 안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간단하게 6개 소설들의 이야기를 말해보자면, 아이를 잃은 두 부부, 할머니와 가난하고 쓸쓸하게 살아가는 소년과 개, 헤어진 동남아쪽 아버지를 둔 아이와 어머니, 어렸을때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시간강사, 남편을 잃고 우울한 여행을 다녀오는 여인등의 이야기다.첫번째 소설인 입동부터 상당히 슬프다. 소설의 첫 마디가 도배를 하자는 아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어린이집으로 보낸 아이가 차사고로 운명을 달리하고 해당 어린이집에서 실수로 보낸 복분자가 벽지에 지저분하게 튀었는데, 그 벽지를 다시 도배하자고 말하는 장면부터 소설의 시작인데 어찌나 슬프고 가슴이 절절한지....아이를 잃는다는게 어떤건지 혹독하게 다가왔다.다음 작품인 노찬성과 에반도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아이의 이야기가 상당히 밀도있게 그려진다. 여섯개의 작품 어느 하나 빠질만한 소설이 없을 정도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매우 잘 읽히게 글을 쓰는 작가답게 한 번 잡게 되면 금방 읽게되는 마력이 있었다. 오랜만에 좋은 단편소설들을 읽은 즐거움은 있지만 가슴 한켠에는 허무함과 쓸쓸함이 자리잡게 된다.
감성 돋는 에세이집이다. 평소 즐겨 읽는 유형의 책이 아니라 살짝 어색한 느낌도 들었지만 뭐 그런대로 감성을 유지하며 잘 읽었다는 생각이다. 가끔씩 이런 독서도 정서감을 풍부하게 함양시키는데 도움이 된다.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과 작가의 추억을 버무려서 옛 생각이 절로 나게끔 만들어준다. 이 책은 독립출판물을 리뉴얼해서 새로 출판한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은 작품으로 알고 있다. 저자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자기 글들을 올렸고 그러한 글들이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거다. 향후 이런 유형의 책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그렇게 유복하지 않은것으로 보이는 작가의 어린 시절에 동질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사랑에 관해 아파하고 추억하고 기억들을 떠올리는 장면들에 소소한 일상을 느꼈다. 청춘에 대한 단상들을 꾸밈없이 다뤘고 가독성 있게 무척 잘 읽히는 그런 에세이집이다. 이런 류의 책들을 많이 접해보지 못해 쓸 말이 별로 없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