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카피에 웰컴 투 이사카 고타로 월드라고 적혀있는데 상당히 적절한 문구라고 생각된다. 이사카 고타로는 골든슬럼버로 처음 만나 사신치바, 그래스호퍼, 오듀본의 기도등등 꽤 많은 책을 읽었고 아직 못 읽은 책도 있지만 그의 신작을 오랜만에 보게됐다.역시나 녹슬지 않은 이야기 솜씨를 보여준다. 조그만 단서에서 시작해 수 많은 분기점들이 하나로 모여지는 그의 특기가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고타로의 소설은 처음 읽을때 약간 뭐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는데 일단 속도가 나면 무섭게 읽히는 특징이 있다. 이 소설도 역시나 100페이지를 넘어가면서 끝까지 그대로 내달렸다.SF인줄 알고 접했는데 그가 주로 다루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다. 권력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녹아들어가 있다. 정확한 때를 지칭하지 않지만 근미래 어느 날 일본에서 평화경찰이라는 새로운 조직이 생겨 사회 불순분자들을 느닷없이 체포해 죄를 자백받은 후 공개처형을 한다. 처형도 현대식 길로틴을 이용해 목을 뎅강 자르는 식이다.센다이 지역에도 평화경찰이 등장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이에 대항하는 세력들도 생기고, 영화 슈퍼를 연상시키는 작업복을 입은 히어로가 등장해 여러가지 활약을 펼치게 되는데.......초반에 등장인물도 제법 많고 도저히 엮일 것 같지 않은 갈래 갈래들이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각기 연관성을 드러내는 지점에서 역시 이사카 고타로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고타로는 딴걸 떠나서 재미만큼은 보장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시간이 남아 오랜만에 오프라인 서점에 들렸다. 어떤 책들이 나왔나 살펴보던중 눈에 띄여서 집어들었다. 아직 오십까지는 아니지만 곧 그날이 오기에 어떤 생각이 드나 궁금했다. 히로세 유코라는 분은 이름만 봐서 분명 여자분인 것 같고 책의 꾸밈도 깨끗한 사진과 곁들여진 일종의 사진 에세이집처럼 보였다.책의 두께도 얇고 금방 읽힌다. 책장을 덮고 나면 일종의 공허감이 살짝 든다. 이런 책들에서 늘 느끼는 바이지만, 딱히 나쁠건 없는데 뭐 그냥 느껴지는것도 별로 없는 그런 감정이 다가온다. 이건 개인적인 성향이 주된 이유라서 그런듯 싶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이런 에세이집을 보면 덤덤하다.그래도 50이 되면 어떤 마음으로 남은 생을 살아야 되나 정리하는 느낌으로 상상을 하며 야곰 야곰 조금씩 책을 파먹는 느낌으로 접근했더니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걍 편하게 부담없이 읽어준다면 큰 무리가 없을듯 싶다.
필립 로스옹의 책은 두번째다. 첫번째는 네메시스였는데 그 작품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으니 거꾸로 거슬러가며 곶감 빼먹듯이 그의 작품을 즐길 예정이다. 현대 미국작가중 우뚝 솟아있는 거장으로써 그의 작품은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지 않을까 싶다.에브리맨은 죽음에 관한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은 한 남자의 장례식 장면이다. 그는 세 번의 결혼과 세 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성공한 광고 기획자로 평탄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노년으로 접어들수록 몸이 아프기 시작해 여러번의 수술과 정기적인 검진으로 버텨봤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죽음으로부터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 구조의 작품이다. 세 번의 결혼중 두번째 여인과의 이별, 첫번째 부인과 두 아들로부터의 철저한 외면(그는 부양의 책임을 다했지만...), 세번째 광과모델과의 쾌락적인 짧은 만남과 이별후 그에게 남은건 친형과 딸 낸시뿐이다.노년은 전투가 아니고 대학살이다라는 문구가 소설의 성격을 적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아무리 버티고 노력해봐야 안된다는거다. 결국 에브리맨의 제목처럼 누구나 간다. 참 허무한 소설이다. 희망도 미래도 전혀 없다. 내용중 아직 성에 대해 기능을 잃고 있지 않은 주인공이 조깅을 하는 젊은 여성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은 정말 처연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늙으면 곱게 죽어야지 쪽 팔리게 살 수 없지만 그래도 인간이니만큼 성욕을 접을 수 없고....그런 장면 장면들을 매우 엄정하게 그려냈다.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지독한 공허감에 빠져들 수 있다. 그래도 그의 작품은 읽고 싶고 땡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방송에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에피소드라고 한다. 집사람도 저자 이상화씨와 그 아들이 나오는 방송을 봤고,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해줬다. 이제 와서 육아에 관한 책을 왜 읽을까 싶지만, 아직 둘째가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책을 보게됐다.저자는 여의치 않은 경제형편이었지만, 두 자식을 훌륭하게 길러냈다. 주된 원동력은 도서관 최대한 활용하기와 애들과 적극적으로 놀아주기등 교감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나도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큰애의 경우 책 읽는걸 죽기보다 싫어한다. 아무리 권하고 옆에서 읽는 코스프레등등을 해봐도 책에 관심이 없다. 그 녀석이 어렸을때 사느라 바쁘기도 하지만 육아 개념이 없어서 습관을 형성시켜주지 못한데 기인한걸까 싶기는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삶이 성공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책을 읽고 깨우친바가 있어 둘째와 일요일에 도서관을 다녀왔다. 공원안에 있는 조그만 도서관인데 3시간 동안 의외로 잘 읽더라는...돌아오는 일요일에도 같이 가기로 했다. 물론 맨 입으로 델꾸 가기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날때마다 같이 적극적으로 가봐야겠다.저자가 대단한 분이시기는 하지만 그의 육아방식을 따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애들에 촛점이 맞춰진 인생은 살고 싶지 않다. 좋은 학교와 많은 배움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성을 올바르게 키우려고 노력하는 이상화씨의 방침은 매우 훌륭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외적인 모습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조화도 한 인격체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일단 주말에 하루는 무조건 빼서 둘째랑 도서관 다니기를 중요 실천과제로 정하고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제는 절판이 돼서 구하기 힘든 행복한책읽기의 SF총 12번째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로이스 맥마스터 부홀드 여사는 세계적으로 SF계의 유명한 작가로 인지도가 높은분이다.특히 마일즈의 전쟁은 여사가 여러 차례의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 사파이어상을 받은 마일즈 보르코사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30세기의 우주가 배경인 작품이다.인류가 웜홀 항법의 도달 범위 내에 있는 수백 개 항성계에 식민지를 건설한 30세기 경의 우주에서 주인공 마일즈의 고향 행성 바라야는 몇 십 년에 걸친 세타간다 제국의 압정과 지정학적인 고립에서 벗어나 다른 항성계로 세력을 뻗치는 중이다.바라야는 수직적인 계급 사회를 이루고 있다. 보르라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마일즈는 비틀어지고 잘 부러지는 뼈와 난장이에 가까운 작은 키라는 신체적 장애에 시달린다. 하지만 약하고 기묘한 겉모습과는 달리 천재적인 두뇌와 섬세한 마음씨를 가진 특이하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사관학교에 진학하려고 하지만 체력장에 떨어지고 마일즈는 어머니의 고향인 다른 행성에 계신 외할머니댁으로 외유를 간다.하지만 마일즈의 그 별에서 화물선과 보디가드 보타리, 사랑하는 여자친구등과 함께 한참 전쟁중인 타우 베르데 항성계의 제 4행성으로 화물의뢰를 받고 떠나게 된다. 용병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해 싸우다 보니 졸지에 용병단의 단장이 된 마일즈는 갖가지 모험과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는 일종의 스페이스 오페라격의 작품이다.SF면서 성장소설이기도 한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향후 주인공 마일즈가 태어나기 전인 그의 부모 이야기부터 시작해, 그가 장애를 극복하고 장교가 되어 전쟁을 치러나가는 이야기를 장대하게 펼쳐진다고 하는데 작가의 유머가 적절하게 어울려져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