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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레이먼드 커버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접할 기회가 없었다. 즐겨듣는 팟캐스트인 빨간책방에서 올해의 방송중 하나로 언급되길래 벼르고 별렸다가 드디어 읽어줬다.
하루키가 직접 배운적은 없겠지만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는 리얼리즘의 대가이자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다고 불리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접하고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계속 생각났다. 별거 아닌 것 같은 평이한 이야기이지만 뭔가 알 수 없는 심오함에 깊은 공명감을 느끼게 해준다.
가장 쓰기 힘들다고 하는 단편소설이 그의 소설의 백미라고 하는데, 대성당에는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읽다보면, 역시 소설가인 김연수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듯 싶은 마력 같은 그 문장속에 빠져들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소설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었다. 전날 아들의 생일에 맞춰 생일케익을 주문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 등교하던 아들이 뺑소니 차에 치여, 처음에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지만 곧 기절을 하고 병원에 실려가게 된다. 남편도 직장에서 서둘러 병원으로 오고, 아들은 그때부터 깊은 잠에 빠져든다. 각종 검사에서 이상이 없어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두 부부는 갑자기 닥친 현실에 어쩔줄 모르고 당황한다.
전날 주문했던 빵집 주인은 케익을 찾아가지 않아, 화가 나서 부부의 집으로 전화를 하고 본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채 압박을 가하지만 정신없던 두 부부는 못된 사람의 소행쯤으로 여기고 만다. 결국 아들은 특이한 예후로 사망을 하고 망연자실한 부부는 집으로 돌아와 허탈한 슬픔속에 빠지게 된다.
갑자기 다시 전화가 왔다 끊어지고, 엄마는 그 전화가 어디에서 온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빵집에 가게 된다. 별거 아닌 스토리 같은데 밀도있는 묘사로 장면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마치 내가 그 상황에 놓여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표제작인 대성당도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기차와 깃털들이라는 작품은 생활속의 판타지를 겪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말하다보니 한 두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수록작품들이 훌륭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단편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서점에 가서 읽어본다면, 바로 카운터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