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표지에 이 책에 대한 모든것이 적혀있다. 키워드 리딩을 하라는 말인데, 풀어서 말하자면 목적지향적인 독서를 하라는 말로 보인다.아무 생각없이 눈으로 활자를 보며 재미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책을 읽게 되면 그 책에서 무엇을 얻을것인가를 읽기 전, 읽는 도중, 읽고 나서의 독후감까지 마무리하여 자기것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좋은 말이긴 하지만 살짝 피곤해지는 느낌도 있다. 책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일종의 유희일수도 있고 그저 재미만 추구할 수도 있는데, 너무 치열한 독서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잘 읽다보면 의외로 많은 소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시대에는 성실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 대한 판단력, 통찰력이 중요하다.˝ 라며 정말 중요한 조언을 해준다. 열심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잘 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실용적인 견해를 밝힌다. 독서를 넘어서서 실제 삶에서도 이제 열심히는 중요한 키워드가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 열심히 보다 현명하고 통찰력 있는 삶을 추구함이 개인의 행복을 더 높여주는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역사적으로 유명한 독서가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효과적인 독서법을 제시한다. 책이 지루하지 않고 잘 읽히며, 자기의 독서법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계기가 된다.다른걸 떠나서 저자는 우리에게 결론을 제시한다.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삶에서 가장 유익한 습관은 ‘책을 읽는 습관이다‘˝작가의 이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감각적이고 유머러스한 필체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있는 이기호 작가의 신간을 읽었다. 약 40편 정도의 그야말로 단편 모음집인데, 서문에 작가가 처음에 그냥 가볍게 쓰려고 달려들었다가 그야말로 힘들었다는 말을 언급하는데 읽다보니 그럴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소설중 가장 쓰기 쉬운게 장편이고 어려운게 단편이라는 말인데, 레이몬드 카버의 비범한 단편들을 보더라도 짧은 글에 모든걸 함축해내려면 상당히 어려울것 힘든 작업이기는 할듯 싶다. 시는 더 어려운 영역이라고 하던데 그건 쩨끼고 소설만 하더라도 짧은 글이지만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느 정도 독자에게 전달을 해줘야 되니 말이다. 책은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녹아들어있다. 아주 가슴을 사무치게 하는 그런 이야기는 없지만, 피식거리는 실소도 자아내고, 뭔가 짠하기도 하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읽을 수 있다. 아쉽다면, 너무 짧아서 호흡이 팍팍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만 더 길게 써주셨더라면.....
2016년 내가 읽은 책중 베스트 뭔가를 꼽아본다면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에 젊은 시한부 생명의 안타까운 수기쯤으로 보여지지만 막상 읽고나면 역시 세상은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안겨준다. 읽고 나서 주변에 적극 권유했는데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이더라는...역시 좋은 책은 그 자체로만 품격이 있고, 그 숨결이 오래간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아주 인상적이다. 저자가 의사이지만 학부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꿈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그 문학적 소양도 상당한데 제목은 자기가 읽었던 시의 싯구를 따온거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암에 걸리기 전까지 저자의 전반적인 삶, 그리고 본격적인 투병의 기록, 마지막으로 아내의 에필로그로 마무리 하는데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심지어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아름답다. 부창부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의사인 아내의 글도 너무나 훌륭하다. 절제된 슬픔의 미학을 느꼈다. 인도계로 아버지도 의사, 형도 의사였던 폴은 아리조나 사막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스탠포드 대학에 들어가 영문학도로 여러가지 경험을 쌓던중 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무려 7년간 주변에서 인정받고 자기도 일을 즐기며 열심히 살던중, 전문의로 나아가려는 바로 그 순간 폐암에 걸린다.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이니 만큼 치료를 하면서 다시 삶을 이어가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신은 그에게 슬픔과 기쁨을 교차로 병행시켜가며 시련을 주다가 결국 사랑스런 가족의 품에서 생을 마무리하는 그런 이야기다. 스토리 구조는 뻔하지만 글이 참 아름답다. 아름다울뿐만 아니라 읽다 보면 그의 입장이 느껴져 왠지 절절한 감정이 들곤 한다. 세상에 딸과 함께 남은 루시는 그를 보내주며 담담하게 그를 추억하는데 감정선이 얇은 사람들은 눈물 펑펑 쏟아지실듯 하다. 하여간 책장을 덮고 나게되면 분명히 느껴진다. 폴이 그렇게 살고 싶었던 내일을 나는 오늘도 살고 있다.
노인과 바다 이후로 헤밍웨이의 책을 두권째 읽었다. 노인과 바다의 경우 읽기전에 스토리를 대강 알고 있어서 머릿속에 이미 그림을 그리고 봤는데 킬리만자로의 경우는 전혀 스토리도 모르고 심지어는 단편인지도 인지하지 못했다.책은 총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의 지나간 삶과 고독한 현재의 모습을 그린 <킬리만자로의 눈>, 전쟁의 심리적인 상처에서 벗어나고자 송어 낚시에 몰두하는 ‘닉’의 이야기 <두 심장을 지닌 큰 강>(1, 2부)을 비롯하여 <살인 청부업자들> <어느 다른 나라에서> <깨끗하고 환한 곳>등이다.전부 전쟁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단편들이라 헤밍웨이가 실제로 겪었거나 들었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킬리만자로의 눈의 경우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아주 현실감 있게 묘사했으며 송어낚시를 그린 두 심장일 지닌 큰 강도 인상적이었다.살인 청부업자의 경우는 영화를 만들어도 어느 정도 각색이 될 듯 싶다. 느와르풍의 냉혹한 이야기가 굵은 스토리로 구성되어있다. 그 단편을 읽으면서 계속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어느 나라에서는 작가의 이태리 전쟁 참전 경험이 살짝 녹아있는듯 싶으며, 깨끗하고 환한곳은 작가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상상을 그린거 아닐까 생각을 해봤다.아주 지독한 리얼리즘의 세계를 그렸다는 헤밍웨이의 소설들은 간결하고 쉽게 읽히는 스타일로 작품의 고저차이가 있는듯 싶다. 이제 장편 무기여 잘 있거라와 누구를 위하여를 읽는다면 대충 헤밍웨이의 삶을 따라가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