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듣는 팟캐스트중 이동진이 진행하는 빨간책방이라는 캐스트가 있다. 한 권의 책을 정해 2주간 밀도있게 다루는 그런 프로그램인데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얻을만한 정보가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소개받은 책들은 어느 정도 검증된거라 생각하고 책을 구입해서 보곤 한다.특히 잘 몰랐던 한국 작가의 책을 많이 읽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김성중의 국경시장도 그런 경로를 통해서 보게됐다. 처음에는 김성종인줄 알고 깜놀했던 기억이....그 분이 아직도 소설을 쓰시나 생각했다. 내 학창시절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한국형 추리소설의 대가쯤으로 생각하는 그분 말이다.암튼 그분은 아니고 김성중씨는 젊은? 한국 여성작가이시다. 빨책이 아니었더라면 전혀 존재를 몰랐을수도 있을뻔 했다. 책은 총 8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목차국경시장 007쿠문 037관념 잼 063에바와 아그네스 089동족 115필멸 139나무 힘줄 피아노 167한 방울의 죄 195국경시장은 마치 이토 준지의 괴기스러운 만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환상적이면서도 뭔가 아스트랄한 삘도 느껴지고 말이다. 작가는 이 소설집을 내면서 말하기를 소설 쓰는 일이 볼리비아 해군과 같다고 말했는데, 아시다시피 볼리비아는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나라다.작가의 말을 잠깐 살펴보자면, ˝내륙 국가인 볼리비아에는 묘하게도 해군이 있다. 패전 후 영토를 뺏기고 남미 최빈국으로 전락한 볼리비아는 자신들의 지도에서 바다가 사라진 이후에도 해군을 해체하지 않았다. 오늘날 볼리비아 해군은 해발 삼천팔백십 미터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에서 배를 탄다. 2년 전 내가 티티카카에 갔을 때 바다 없는 해군들은 하얀 제복을 입고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었다. 문학이 전체성의 바다를 잃어버린 후에도 작가들은 호수에 배를 띄우고 훈련을 한다. 더이상 도스토옙스키나 멜빌, 마르케스처럼 인류자체를 폭로하겠다는 야심과 역사를 하나의 캐릭터처럼 간주하는 포부와, 위대함에 대해 쓰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 작가들은 사라진 게 아닐까. 정확히 말해 그런 작가들이 탄생할 수 있는 바다의 시대는 지나가버리지 않았는가라는 의심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자들이 품고 있는데도 말이다. ˝뭔가 큰 뜻을 품은것 같다. 대단한 장편소설을 준비하는거 아닐까? 소설들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분명히 느껴지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좀 그런 삘을 받았다. 아무튼 짧게 짧게 한 편씩 흥미롭게 책장을 넘기는 재미는 있었다.
이제 다음 타자가 남았다. 공주님이 저렇게 탈탈 털리고 있으니, 공주님 폭탄을 손에 들고 있던 가카님은 이제 폭탄이 사라진 셈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비리의 정도로 말하자면 공주님은 게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굽시니스트라는 작가가 시사인에 게재한 만화를 모아서 묶어낸 책이다. 굽시니시스트 김선웅이라는 만화가인데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훌륭한 만화를 출간해서 한때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현실 정치에도 어느 정도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시사인에 만화가 실렸던 시기는 엠비정권 시절이 극에 달했을 시기이다. 노통시절과 대비를 하며 그 당시 이슈를 가지고 다뤘는데 에피소드 별로 아주 재밌는 것들도 있고, 그냥 그런것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연재만화의 특성이 아닐까 싶다.엠비 이 양반은 지금 사실 엄청 불안할텐데 어서 빨리 정권교체해서 털 사람들은 다 털고 나라가 제대로 잡혔으면 좋겠다. 아무리 헬조선이라고 자조적으로 읊조려봤자 삶만 더욱 피곤해진다. 정리할건 빨리 정리하고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되는것도 일종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가 뇌에 대해 대중과학서의 컨셉으로 저술하다가 일종의 자서전적인 에세이로 탈바꿈한 책이다. 작가는 의붓아버지 빌과의 추억과 현재의 모습을 대비시켜가며 작가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을 적당히 녹여가며 재미있게 서술했다.베스트 셀러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에 대한 질투심도 꾸밈없이 적어가며 그야말로 속을 다 까뒤집어서 남들에게 보여주는 작가의 모습이 더 친밀하게 다가왔고, 계속 낄낄거리면서 일게 되는 그런 재미가 있다.과학서라고 보기에는 좀 가볍고 그렇다고 단지 에세이로 보기에는 좀더 복잡하고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난무하는 묘한 경계선을 지니고 왔다리 갔다리 하는 그런 내용이다. 진지하게 뇌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은 패스하고, 가볍게 신경과학으로서의 뇌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은 가볍게 일독하기에 나쁘지 않다.
지식전람회 시리즈는 가끔 가다 읽어주면 뭔가 교양이 업되는 느낌이 든다. 한때 팩션영화가 상당히 유행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좀 시들해지지 않았나 싶지만 그래도 가끔 역사에 관련된 영화가 나오면 즐겨보는 편이다.조지 오웰이 1984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한 사회 내지 국제관계에서 어느 한 집단이거나 특정 국가가 현재와 미래의 지배자가 되고자 할 때 일차적으로 날조하는게 역사라는 내러티브라고 작가는 말한다.중국의 동북아 역사공정도 일종의 그런 내러티브인데 작가는 국사로 국한시켜보지 말고 역사로 확장해보면 고구려가 어느 나라의 역사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고구려,백제,신라가 우리 조상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도 모호한 점이 있기는 하다.매트릭스에서 빨간약을 먹었을때 네오가 선택한 역사는 과연 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던 것일까? 모피우스는 매트릭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그동안 당연시해 왔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는것이라고 말했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내지 과거는 실제의 사실과 얼마나 부합되는가에 대한 의문은 항시 존재한다.세계가 무대이고 인생이 연극이라면 산다는 것 자체가 한바탕의 꿈이라고 말하듯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런 실제의 상황도 지나가면 모두 꿈이니 과거로 존재할 따름이다. 하루 하루 힘겹게 악악거려가면 살아간다는것도 얼마나 피곤한 현실이겠는가?얼마전 사도세자라는 영화를 봤는데 극중 영조와 세자의 갈등관계는 실제 어느 정도까지 갔을까 몹시 궁금했다. 역사에서 100% 진실이란 없으며 과거는 이미 지나가 사라진 세계이기 때문에 과거를 이었던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런 불가능성은 사극 제작자에게는 드라마적 구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역사가에게는 역사적 진실을 전달하는 한계점이라고 지적을 하는데 결론적으로 드라마는 드라마이고 실제 역사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기 때문에 각자가 받아들이는 그런 역사가 다를것이다.책에서 작가의 말에 결정적으로 공감갔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 역사가에 의해 씌여진 역사란 과거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전 다른 역사가에 의해 서술된 역사라는 텍스트를 해석한 텍스트이기 때문에 실재가 아니라 이미지다˝ 맞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싶은 역사도 사실 역사가에 씌여진 이미지일 따름이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갈 따름인것이다.
작년에 비교적 메가히트한 소설로 알고 있는 오베라는 남자가 교보 샘에서 무료로 제공된 덕북에 읽게 됐다.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똑같은 경로로 읽었는데 사실 할머니는 별로 였다. 복잡하게 꼬아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조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정확한 메세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베라는 남자도 호기심은 갔지만 그냥 패스하려고 생각했다.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왜 히트한지 알겠다. 적당한 감동에 러브스토리도 섞여있고, 요즘 찾아보기 힘든 이웃과의 사랑도 잘 믹스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할머니도 오베를 적당히 베낀 것 같은데 원작을 능가하지 못한것일 따름이고...소설은 오베라는 남자가 아내를 잃고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완고한 그의 겉 모습과 달리 주변인들에 대해 따뜻한 속마음을 가지고 있는 매력덩어리 오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말이야 뻔하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다가온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영화로도 나온것 같은데 소설과 싱크로율이 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보지 않아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