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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추리안 캔디데이트 (1962) - [할인행사]
존 프랭켄하이머 감독, 프랭크 시나트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2021년 12월 19일 일요일 DVD 평점 3.5점
미중 패권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타이완을 빌미로 인해 전쟁까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 와중에 한국은 어떤 입장을 처해야될지 난감한 상황이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60여년전에 트럼프 대선시 소련의 개입에 대한 의혹적인 상황을 어떻게 보면 예견하듯이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을 직역하면 만주출신의 입후보자인데 그 내면에 세뇌당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미국 소설가 리처드 콘돈이 1959년에 발표한 동명의 냉전 스릴러 소설을 원작으로 해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이 1962년에 발표한 영화이다. 영화의 도입부에 한국전쟁이 다뤄져 우리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데 미국인들이 바라보는 기지촌 술집의 정경은 다소 뜨악하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살펴보자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레이몬드 쇼 하사와 베넷 마르코 대위가 속한 정찰대는 적에게 잡혔다 다시 풀려난다. 전쟁이 끝나고 레이몬드 하사는 훈장을 받고, 레이몬드의 양아버지 아이슬린 상원의원은 아들을 자신의 선거 캠페인에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양아버지와 어머니 엘리노어를 미워하는 레이몬드는 뉴욕으로 떠난다. 한편 베넷 대위는 전쟁에서 돌아온 뒤부터 세뇌당한 레이몬드가 전우를 죽이는 꿈을 반복해서 꾼다. 그런데 베넷뿐 아니라 다른 전우들도 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고 꿈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려 한다.
사실 레이먼드는 전쟁 당시 부대원과 함께 소련과 중국의 비밀 요원들에 의해 납치돼 세뇌됐다. 이들 비밀 요원들은 레이먼드가 다이아몬드 퀸 카드를 보면 자신들 마음대로 조종되도록 잠재의식을 조작했던 것이다.
이들은 나머지 부대원들 또한 레이몬드를 의심하지 못하게 세뇌했다. 세뇌한 자들과 연관된 비밀 조직은 레이몬드에게 다시 접근해 언론인인 홀본 게인즈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레이몬드는 이를 따른다.
베넷이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사이 비밀 단체와 한패였던 엘리노어는 아들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키우려 한다. 엘리노어는 아들에게 명령을 내려 자신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토마스 상원의원과 그의 딸이자 레이몬드의 약혼녀인 조슬린마저 죽이게 한다.
뒤늦게 진실을 안 베넷은 레이몬드에게 이를 알려준다. 이 사실을 모르는 엘리노어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암살하라고 다시 아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레이몬드는 순순히 명령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레이몬드는 양아버지와 어머니를 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프랑켄 하이머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영화사적으로 비중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한 작품해설을 살펴보자면,
˝ [맨츄리안 켄디데이트]의 원작 소설은 1950년대 초반,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미국 내 공산주의자의 명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공산주의 진영의 스파이로 몰았던 매카시즘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으며, 영화가 발표된 1962년은 2차대전 이후 나날이 심각해져가던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한창인 시기였다.
영화는 소설의 설정을 받아들여 당시 매카시즘을 정면으로 비판할 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자들을 비판한다.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는 2차대전 이후 좌와 우의 대립이 극에 치달았던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동시에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짓밟는지 묘사한다.
영화는 이러한 주제를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레이몬드 및 그의 부대원들을 세뇌시킨 세력의 정체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즉 악의 세력을 공산주의자들로 쉽게 단정짓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것처럼 보이는 엘리노어까지 ‘세뇌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설정한 것이다. 이런 설정은 언뜻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세력이 사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조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그리고 영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들에 의해 레이몬드는 물론이며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지키려는 토마스 상원의원,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 군인, 성실한 언론인이 목숨을 잃는 것을 차례로 보여줌으로써 당시 미국 사회에 진정 해악을 끼친 것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매카시즘으로 대표되는 파시즘적 사고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자들이라고 주장한다.
2. 마지막 장면의 의미
이 영화에는 아들인 레이몬드와 어머니 엘리노어의 비뚤어진 애정 관계가 뚜렷이 나타난다.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을 빌려 한 개인의 의식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욕망의 형성 과정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간단히 말해 아들은 어머니를 원해 어머니와 하나가 되려 하고, 이때 걸림돌이 되는 아버지를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욕망은 결국 거세공포로 인해 실현되지 못하고 아들은 어머니를 향한 욕망을 포기한 채 아버지의 법을 따르기로 한다. 이러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개념은 영화뿐 아니라 수많은 서사들의 기저에 깔린 무의식의 원형을 해석하며 주체의 욕망과 그 좌절(혹은 실현)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틀을 제공한다.
이에 따르면 영화 속 레이몬드는 성인이지만 아버지의 질서 밑으로 들어가는 대신 여전히 어머니를 욕망하는 중이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레이몬드의 친아버지를 영화에서 지워버렸으며 이를 대신하는 양아버지는 엘리노어에게 조종당하는 무기력한 인물로 그린다. 이렇게 아버지의 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향한 레이몬드의 욕망은 이상할 정도로 강하게 그려진다. 겉으로 어머니를 미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무의식은 여전히 어머니를 욕망하는 것이다.
레이몬드를 세뇌할 때 ‘어머니’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퀸’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 중 하나인 레이몬드와 어머니 엘리노어의 키스 신은 근친상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두 사람의 기묘한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몬드가 양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장면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남의 명령을 따르며 살아온 레이몬드가 마지막에 자신의 주체성을 되찾고 자신의 뜻대로 살기 위해 양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의 질서’라는 더 큰 아버지의 법에 복종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국가의 질서를 위협하는 어머니를 죽임으로써 늦게나마 아버지의 법을 따르는 동시에 어머니에 대한 욕망도 포기하면서 ‘성숙한’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이미 토마스 상원의원을 살해하는 등 국가의 질서를 해쳤기 때문에 스스로를 처벌하는 비극적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다.
3. 영화적 스타일
〈맨추리안 캔디데이트〉는 필름누아르의 장르적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1920년대 할리우드에서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필름누아르는 흑백의 강한 대조 속에 사회의 어두운 모습과 등장인물의 욕망과 죄의식을 그려왔다.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역시 사회의 이면에서 활동하는 범죄자들과 이들을 좇는 인물들을 그리며 예의 어두운 화면과 강도 높은 폭력, 비정한 주인공 등 필름누아르의 장르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진실을 파헤치는 베넷 대위는 필름누아르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립 탐정’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이 영화가 장르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4. 감독 소개
1930년에 뉴욕에서 태어난 존 프랑켄하이머는 원래 배우 지망생이었으나 군대에서 연출 쪽에 재능이 있음을 확인한 뒤 TV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954년 TV드라마 〈You Are There〉의 에피소드를 연출했으며, 1957년 〈The Young Stranger〉로 영화계에 본격 데뷔했다.
이후 TV와 영화계를 넘나들며 50편에 가까운 작품들을 연출했으며 대표작으로 〈맨추리안 캔디데이트〉(1962), 〈버드맨 오브 알카트라즈〉(1962), 〈프렌치 커넥션 2〉(1975) 등이 있다. 주로 강한 의지를 가진 남성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선 굵은 영화들을 남겼으며 70살이 가까운 나이에도 〈로닌〉(1998), 〈레인디어 게임〉(2000)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중 차기작 〈엑소시스트 : 더 비기닝〉을 준비하다 건강 악화로 사망했다.
매카시즘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필림누아르적인 형태로 잘 녹여낸 작품이다. 이제 이데올로기 전쟁은 사라졌지만 패권전쟁의 좀더 위험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는 요즘 한번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