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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 92년생 애매한 인간, 4년 직장생활을 접고 카페사장 4년차입니다
애매한 인간 지음 / 지베르니 / 2021년 11월
평점 :
책의 부제에 적혀있듯이 힘들게 취업한 공기업에 다니다가 4년만에 그만두고 카페사장님이 되신분의 에세이다. 이 분이 카페를 운영하는곳이 진주의 문산읍인데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 직장 동료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며, 진주에 처음 가보게 됐다. 고등학교까지 진주에에서 다니다가 서울로 올라오셨는데 아직도 사투리를 고치지지 못하고 계실 정도로 어떻게 보면 살짝 폐쇄된 느낌의 고장이다.
그렇게 아이들의 외갓집이 되어버린 진주는 해마다 꾸준하게 찾고 있다. 덕분에 진주시에 읍이라는 단위, 그리고 위치가 어디인지도 대충 알고 있는 타지사람이다. 심지어 지금은 없어진 진양군과 진주시가 통합을 하며 유일한 읍으로 자리잡은 지역이라는것까지 들어서 알고 있다. 아무튼 진주분의 책을 이렇게 텍스트로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저자는 스스로 별칭을 애매한이라고 규정한다. 92년생으로 자격증, 이력, 경력, 전문성, 돈, 재능등 모든 부문에서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에 입사해 석사 학위를 받고, 젊은 나이에 카페사장까지 됐으니 애매한분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과감하게 나아가는 진취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이 책은 밀리의서재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인 [엄마가 카페에서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를 다듬어 이렇게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비교적 짧은 꼭지의 글들이 가독성 있게 매우 잘 읽힌다. 아울러 힘들게 직장에 들어갔지만 생각했던것과 다른 패턴에 힘든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만한 풍성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작가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조만간 퇴직이 다가옴에 따라 몇 몇 구절에서 많은 공감이 갔다.
˝직장인으로서 얼마나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사무실, 미니 문방구라고 불렸던 캐비닛, 하루 동안 채워놓으면 다음날 비워지는 쓰레기통, 화장실가면 항상 구비돼 있던 휴지, 정수기와 종이컵, 물티슈. 모든 게 있던 그 쾌적한 환경. 하지만 그만큼 낭비도 많을 수밖에 없었던 그풍족했던 곳. 자영업자가 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껴 쓰자. 다시 쓰자. 그리고 안 쓸 수 있으면 쓰지 말자˝
˝그러나 휴대전화는 잠잠했다. 이메일도 고요했다. 울리지 않는 휴대전화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비어있는 메일함을 계속 들락날락하며 며칠을 보냈다. 하지만 내가 없어도 회사는 전과 똑같이 굴러갔다. 다만, 내가 남겨놓고 간 외장하드, 그 외장하드는 나의 모든 것을 대체했다.
나보다 그 외장하드가 더 가치 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카페를 오픈했다. 주변에서는 내게 카페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주었다.˝
퇴직을 하게 되면 자영업을 할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공감이 가는 지점이 많다. 나 없으면 안 돌아갈거라는 착각은 이미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동안 몇 번 직장을 옮기며 경험해봤기에 늘 태양은 다시 떠 오른다는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기에 퇴직 후 쓸쓸함에 대한 극복방안을 마련해야될것이다. 책에 나오는 알랭 드 보통의 문장을 가슴에 새겨놓기로 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우리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세계관으로는 매우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극히 미미하고, 완전히 사라져도 무탈한 존재들이다. 우리가 없어도 세계는 전과 똑같이 굴러갈것이다.
때로 자신의 눈으로 스스로를 낮추어 바라보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된다.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이 대단히,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절박하고 불안한(그리고 매우 정상적인) 느낌이 진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을 축소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이는 사랑의 행위다.
-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 중에서˝
얼마 되지 않은 퇴직금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거쳐 만든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씩씩한 작가 겸 사장님의 앞날이 왠지 밝아보인다. 기회가 된다면 진주를 찾았을때 카페를 쓰윽 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