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포식자들
장지웅 지음 / 여의도책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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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에 입각해서 쓴 책이다. 아울러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시장을 분석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남탓하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실력을 키워 당하지 말것을 주문한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재벌과 부자들을 옹호하며 다소 과격해보이는 주장도 서슴치 않고 말한다. 모든 의견에 동의하는건 아니지만 거침없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가는 지점도 제법 많았다.

저자는 15년간 상장사와 자산운용사, 창투사, 밴처캐피털등 기업의 인수합병에 업무에 종사했으며 현장에서 기업가치 평가, 기업 상황에 맞는 메자닌 채권 발행, 최종 계약 성사까지 M&A 전문가로 활동했다. 많은 기업과 임원들을 만나며 기업의 생존방식과 주가의 흐름에 대해 통찰력을 가지고 투자에 임한다고 알려졌다.

[주가급등 사유없음]이라는 저자의 책을 보면 새로운 시각으로 주식시장을 바라볼 수 있었다. 총 4장에 걸쳐 포식자 관점에서 금융시장을 살펴본다. 대기업, 기관, 글로벌기업, 일본과 중국의 프레임으로 한국 금융시장을 분석한다. 아울러 노조에 대해 쓴소리를 하며 어떻게 금융시장이 굴러가고 있는지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토해낸다.

저자는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은 정부 탓, 사회 탓을 하며 자신의 욕망과 무지를 자책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투자 수익을 올릴 땐 자신의 능력이고, 손실을 보면 금융감독원이 세금만 받아먹고 하는 일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뼈를 때리는 느낌으로 날카롭게 시장경제의 민낯에 대해 얘기한다.

금융시장에서 포식자로 자리잡은 대기업, 최대주주, 기관, 글로벌 기업,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에 대해 그동안 우리는 잘못된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대기업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이면의 돈의 흐름, 글로벌 기업들의 한계와 솔루션, 지정학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경제에 대한 냉혹한 판단까지 금융시장을 이끌어가는 포식자들의 면면을 통렬히 해부하고 있다.

책의 핵심메세지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동안 낡은 피식자의 프레임을 벗어 던지고 포식자의 논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출판사 소개글을 통해서 책의 내용을 좀더 들여다보자면,

기업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기업의 정의는 이윤이다. 기업의 부도덕과 불법을 판단하는 건 사법기관의 몫이다. 투자자는 기업을 볼 때 도덕적 관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의 절반은 범법자다. 2021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대기업) 명단의 재계 순위 1~20위 기업 중 총수 일가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던 기업은 포스코, 농협, KT, 카카오, 미래에셋 다섯 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5개사 중 3개인 포스코, 농협, KT는 법인 자체가 기업 총수다. 포스코의 총수가 ㈜포스코인 셈으로 총수에게 문제가 생길 수 없는 구조다. 나머지 두 곳 카카오, 미래에셋은 아직 승계가 진행되지 않은 기업이다. 공식적으로는 2세 미승계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입장일 뿐 2세 승계가 가능한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은 거의 대부분 썩었다고 봐야 할까? 정치와 경제가 결탁한 절망적인 상황인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면 다른 질문을 해 보자. 과연 부의 대물림은 나쁜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 내 부모가 건물주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증여받은 건물로 세를 받으며 조기은퇴의 삶을 꿈꾸는 것이다. 손님으로 빼곡한 식당을 부모에게 물려받을 경우 어렵게 올라선 부모님의 장사철학과 레시피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평생 식당일로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도움이 되길 바라서 멀쩡한 직장도 관두고 부모님 식당에서 일하는 거라고 말한다.

이런 모습들은 부럽고 훈훈한 광경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왜 재벌3세가 가업을 이어받는 건 손가락질 당해야 할까? 서민이 건물이나 잘되는 사업체, 식당을 물려받는 건 부럽고 효심 지극한 일인데 대기업 승계는 왜 전문경영인 체제에 비해 미개한 가족경영처럼 얘기되는 것일까?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정작 피식자의 이중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융시장의 포식자들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봐야만 돈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투자자는 포식자의 프레임으로 시장을 읽어야 한다.

투자자는 주가의 하루 등락을 볼 게 아니라 특정 이슈가 기업의 최대주주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특허 침해 문제로 미국에서 2년 가까이 소송전을 벌였다. 미국과 한국 정부까지 개입된 세기의 배터리 전쟁은 ‘합의금 2조 원’으로 막을 내렸다. 앙숙이었던 이들이 쌍둥이처럼 똑같은 행동을 보인 게 있다.

바로 배터리 부문의 물적 분할이다. 인적 분할이 아닌 물적 분할 발표 후 두 종목은 약속한 듯 주가가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배신감에 몸을 떨며 가진 주식을 시장에 내던졌다. 값이 떨어진 주식을 외국인 등이 주워 담았다. 개인이 손절할 때 어부지리한 세력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전형적인 피식자의 행태를 보였다. 반대로 포식자들은 ‘이 행위가 최대주주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에 집중한다.

한 때 주식을 사는 것은 그 기업과 동업하는 것이다라는 명제가 참인 양 떠돌았다. 이 논리대로라면 주식을 투매하는 건 기업과 동업 관계를 끊는 것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물적 분할은 분명 최대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다. 진짜 동업 관계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다. 포식자의 시선으로 본다는 건 최대주주의 시선으로 사업을 바라보는 것이다.

왜 인적분할이 아니고 물적분할을 했을까?라는 질문은 방향이 틀렸다. 물적 분할이 최대주주에게 어떤 이익이 되느냐?를 물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물적 분할은 SK 4대 승계의 초석이 될 수도 있는, 그룹 차원에서 중차대한 이슈다. 소액주주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게 아니라 기업을 움직이는 오너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소액주주의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푼돈만 만질 수밖에 없다. 흐름을 주도하는 포식자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삼성이 노조를 반대하는 건 잘못인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많은 지탄을 받아왔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떠받드는 테슬라교의 교주 일론 머스크는 본인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노조 가입을 조롱했다. 테슬라 뿐만이 아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역시 결코 노조 친화적이지 않다. 노조의 발언권이 큰 사업은 노동집약적인 구세대적 산업이다. 노조가 없는 산업이야말로 대체 불가한 미래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노조는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지부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단순 생산업무이므로 사측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기 쉽다. 대체 가능한 단순 인력일수록 노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신만의 특화된 기술과 무기가 없으므로 집단인 노조에 기대 노조의 권력을 마치 자신의 권략인 양 행세한다. 테슬라에 근무하던 엔지니어가 애플카 사업에 합류하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애플에서는 테슬라의 고급 인력 다수를 스카우트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동자가 쌍용자동차에 합류한다 해서 쌍용이 기사회생할 수는 없다. 같은 노동자라 해서 모두가 같은 노동자인 건 아니다. 대체 불가한 특화된 기술을 지닌 노동자는 실질적으로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전기차 시대로의 대전환을 막는 걸림돌은 반도체 수급이나 자율주행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와 노조의 문제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 왔었다. 일본의 시가총액 1위 기업 도요타는 여전히 내연기관과 철 지난 하이브리드 차만을 고집하고 있다. 다음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도요타의 구조조정과 개편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의 3세이자 사장인 도요타 아키오는 애플카 제작에 40년이 걸릴 거라고 충고했다.

중요한 건 애플은 도요타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도요타의 미래는 결국 일본의 미래라고 볼 수 있다. 일본에 희망은 없다. [금융시장의 포식자들]은 피식자인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피식자들의 마인드를 하나하나 깨트린다. 금융시장을 지배해왔던 대기업, 대주주, 기관과 외국인, 주변국의 상황까지 포식자 마인드로 리셋할 수 있는 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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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읽는다 - 삶이 던지는 물음에 대표 석학 12인이 대답하다
최재천 외 지음 / 베가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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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제작하는 프로그램 [정관용의 지금, 이 사람]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책으로 펴냈다. 정관용씨가 사회를 보고 총 12인이 복수로 출연해 환경,운명,생사,돈,메타버스등 5개의 꼭지로 대담하는 형식이다.

​먼저 기후 위기 등 환경 문제(최재천, 공우석, 제임스 후퍼),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유성호, 정상훈), 코로나 이후 자본의 흐름(홍익희, 유인경), 운과 운명(강헌, 박성준) 그리고 미래를 주도할 열쇠 메타버스(김상균, 강유정, 전범선)까지. 다양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참여자들이 토론하며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소개글을 통해 각 장의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자면,

Part 1. 환경 변화! 지구인의 생존의 조건은?
 
『코스모스』의 저자 칼세이건은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지금 지구는 온난화 현상, 기후 위기, 전 지구를 뒤덮은 코로나 등으로 ‘아파서 창백한’ 지구가 되었다. 1장에서는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와 지리학자 공우석 교수, 탐험가 제임스 후퍼가 지구에 닥친 환경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취해야할 행동양식과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Part 2. 인간의 운과 운명! 작동의 원리는?

우리는 일이 잘 안 될 때마다 입버릇처럼 ‘운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 운은 실존하는 것인가? 있다면 인간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이런 의문과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명리학자 강헌과 풍수건축가 박성준, 기자 유인경이 낱낱이 파헤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특정한 기운을 타고난다는 명리학의 사주팔자, 특정 공간과 인간이 상호 관계를 맺고 운과 기운이 바뀐다는 풍수지리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미신 또는 가짜라고 치부되어 왔던 분야에 대해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명리학의 가치를 전달하고, 인간이 운명을 개척해나갈 방안을 알려 준다.

Part 3. 생사! 잘 살기 위해 죽음을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누구나 한 번 살고, 결국 죽는다’ 이 명제는 절대 불변의 진리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때문에 늘 죽음의 공포를 안고 산다. 그래서 미리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당당히 마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훗날 마주할 죽음에 비교적 덜 충격받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정상훈 의사, 그리고 문학박사 강유정이 함께 ‘죽음’에 대해 그리고 후회없는 ‘삶’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죽음을 다룬 다양한 예술작품의 의의와 가치를 소개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잘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죽음이라는 ‘사실’을 잘 맞닥뜨리기 위해 어떤 자세와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Part 4. 돈! 금융문맹에서 벗어나야하는 이유는?
 
지금 이 세계는 돈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 돈에 대한 관점은 이제 변화해야 한다. 돈에 대한 이야기는 감출 것이 아니라 드러내야 한다. 지금은 돈을 단순히 벌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팬데믹 이후 어지러운 세계 경제 정세와, 돈의 흐름에 대해 경제 칼럼니스트 홍익희 작가와 유인경 기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Part 5. 메타버스! 새로운 우주의 등장, 개인의 욕구인가 시대의 요구인가?

우리의 미래를 장악하게 될 핵심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메타버스이다. 메타버스 국내 최고 권위자인 김상균 교수가 미래 메타버스 전망과 관련 개념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더불어 강유정 교수와 함께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소개하고 메타버스 세계 확장에 따른 문제와 이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을 논의한다.

어떻게 보면 심오할 수 있는 주제들을 쉽게 풀어낸다. 특히 다소 모호했던 메타버스에 대해 사회자가 명쾌하게 규정짓는다

˝그러니까 제가 아까부터 단어를 계속 우리 주변에 있는 것과 연결시키잖아요. 증강현실은 포켓몬 잡기, 가상세계는 컴퓨터 게임, 거울세계는 배달앱 같은 거, 라이프 로깅은 SNS 하는 거. 이런 게 쉬운 거아니에요? 그런데 왜 이렇게 어려운 용어를 아직도 써야 하냐 이 말이죠.˝

코로나로 인해 세계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위기는 지속적으로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늘 그랬지만 우리는 엄청난 변곡점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조금 어렵고 다가가기 힘든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5가지의 주요 키워드를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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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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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사회 특히 보다 젊은층들에게 공정의 이슈가 주된 키워드로 작용된다. 이른바 조국사태도 결국 공정이라는 요소에 의해 그렇게 가혹한 단죄가 이루어졌다. 조희연 교육감도 자녀들은 특목고로 보냈지만 자신은 특목고에 반대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 결국 내로남불과 공정함이 그의 다른 정책을 묻어버리는 느낌이다.

그만큼 양극화가 가속되며 부익부 빈익빈이 확대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좀더 세밀하게 좁혀보면 대학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과 몇 십년전만 하더라도 개천에 용이 나는게 가능하지만 지금은 미꾸라지도 어려운 현실이다. 수시보다 정시를 확대하면 좀더 공정하지 않을것이냐는 생각도 옳지 못하다. 그 어떤 방향으로 잡아도 결국 가진자에게 유리하게 되는 구조다. 결국 죽창들고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될텐데 이도 쉽지 않은 난감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마이클 센델의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이 작년 연말에 출간되고 리커버 에디션이 나온걸로 봐서 많은 사람들이 읽은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작년 연말에 나오자마자 구입했는데 이제서야 읽게됐다. 책을 읽으며 미국사회도 한국사회와 정말 비슷한 상황이라고 느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국사회는 미국 개신교, 그러니까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주의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이런 현상이 증명하는것 같다.

청교도가 세운 나라인 미국은 전통적으로 능력주의의 틀에 갇혀있다. 수 많은 자기계발서와 시크릿류의 믿음등 모든건 자신이 하기 나름이다라는 원칙이 미국사회의 저변에 깔려있다.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에서도 이런 믿음이 작동된다. 저자인 마이클 센델은 이런 능력주의가 과연 옳은것인가에 대한 의문들 던지며 책을 시작한다.

작년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뉴스에 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아울러 재난지원금의 차등지급등 여러가지 이슈들이 공정이라는 이슈에 가로 막혀있는데 청와대에서는 하나의 공정이 또 다른 불공정을 부르는 상황이라는 말도 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젊은 남성들에게 특히 비판을 받는건 여성에게 좀더 기회를 부여하는 정책을 사용하며 다시 불공정함을 느끼게 만든데 큰 원인이 있다 할것이다. 이른바 군가산점도 없고 아무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군대에 끌려가고 싶은 남자들이 있을까? 이제 어떤 정책이라도 공정함을 비껴가는 느낌을 안겨줄때 많은 표를 잃게 될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으로, 직역하면 능력주의의 폭정: 과연 무엇이 공동선을 만드나?다. 마이크 샌델은 이 책을 통해 미국사회에 깔려있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능력주의가 과연 옳은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고 보상해주는 능력주의 이상이 근본적으로 크게 잘못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대학진학에 부와 일종의 권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갈수록 계층이동이 우려워지고 불평등의 확산과 함께 부의 편중이 가속화되고있다. 센델은 능력주의 제도에서 굳어진 성공과 실패가 모두 본인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이런 부작용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센델은 귀족주의 사회와 능력주의 사회의 예시를 통찰력있게 정리한다.

˝두 나라가 있다고 해보자. 둘 다 재산과 소득에서 매우 불평등하다(불평등의 정도는 두 나라가 같다). 한 사회는 귀족정이며 소득과 재산은 어떤 집에서 태어나느냐에 달려 있고 고스란히 대물림된다. 다른 한 사회는 능력주의 사회다. 재산과 소득의 불평등은 세습 특권에 따른 것이 아니고, 각자가 노력과 재능에 따라 얻은 결과물이다. 당연히 후자가 더 정의롭게 보인다.

그렇다면 자신이 부잣집에서 태어날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당신은 둘 중 어떤 사회에 태어나고 싶은가? 내가 부자일 경우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귀족제 사회가 정답일 것이다. 내가 가난하다면 노력으로 사회적 상승의 기회를 갖는 사회를 선호할 것이다.

그런데 두 경우 모두 정반대로 생각할 점이 있다. 귀족제 사회의 부자는 자신의 특권이 성취가 아닌 행운임을 인식할 것이며, 빈자는 자신의 불행이 내 탓이 아닌 불운이라 생각할 것이다. 삶이 고달프긴 해도 이렇게 태어난 운이 문제인 거지, 스스로를 탓하며 자괴감에 빠질 필요가 없다.

반대로 능력주의 사회에서의 부자는 자신의 성공이 행운이 아닌 성취임을 인식해 당당히 자랑스러워 할 것이며, 빈자는 부족한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저주하면서 깊은 좌절에 빠질 것이다. 자, 이런 상황에서 어느 사회를 택할 것인가? 당신은 어느 사회가 더 낫다(또는 정의롭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 CHAPTER 5. 성공의 윤리학 中 일부 내용 축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며 벌어진 현상도 결국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들이 왜 그를 찍었는가 말해준다. 결국 소위 말하는 진보층들의 잘난체와 뻐김에 대해 심판을 한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윤모씨가 그런 지지를 받는것도 비슷한 기제에 의해 작동되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아무튼 마이클 센델의 이 책은 요즘 벌어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현명한 통찰력을 제시해준다. 센델의 다른 책에 비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씌여져있기 때문에 누구나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공정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꼭 읽어보실것을 강추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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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문화 대혁명 인민 3부작 3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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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디쾨터의 인민 3부작중 마지막편인 [문화대혁명]이다. 각 권이 600여페이지를 훌쩍 넘을 정도로 벽돌책에 가까운지라 완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타이틀로 인민 3부작이라고 명칭을 붙였지만 사실 마오쩌둥이 집권을 하고 사망할때까지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국 모든 지폐에 그의 얼굴이 들어가고, 현대 중국인들에게 숭앙을 받고 있는 모택동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역사서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면 많이 불편할 수 있는 부분도 가감없이 기술한 역작이다.

마지막 3권은 문화 대혁명을 주제로 다뤘다. 우선 간단하게 개요를 알아보자면,

˝본격적으로는 1965년 말부터 1968년 말까지, 그 여파를 감안하면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할 때까지 이어진 이 사건은 마오쩌둥이 당내에 존재한다고 주장한 자본주의의 길을 가려하는 수정주의자인 주자파(走資派)들을 전면적으로 숙청하자고 하는 데서 출발했다. 문예 비판에서 시작하여, 정치 권력 투쟁으로 발전하였으며, 여기에 학생·노동자들이 홍위병을 조직하면서 전반적인 대중운동으로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마오쩌둥은 당내의 후계자였던 실용주의 노선의 류샤오치(劉少奇)를 숙청하고, 새로운 후계자로 린뱌오를 지명하고, 아내 쟝칭(江青)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4인방‘을 새로운 정치 후계자 그룹으로 등장시켰다.

따라서 노선의 측면에서 문화대혁명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당내에 존재하던 좌익과 실용주의 노선 간의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는 좌익 노선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 내부의 노선 투쟁이 중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모든 분야와 지역에서 대립과 갈등이 심화·확대되었다. 이 시기는 무한적인 반대와 투쟁이 용인되었고, 마오쩌둥을 제외한 모든 기존 권위에 대한 반대와 투쟁이 허용되었다.

그 결과 전사회적으로 피해가 상당했다. 경제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쌓아온 경제적 성과를 이 기간에 까먹었다. 또 정상적인 교육기관이 약 10년 동안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고, 약 20만 명의 교수, 교사, 연구원 등이 박해를 받았다. 간부의 측면에서 지방당 고위 간부 중 약 70~80%, 중앙당 간부 중에서 약 60~70%가 이 기간 중에 숙청되었고, 전체적으로 약 300만 명의 당정 간부들이 숙청되었다가 1970년대 말에 복권되었다.(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어떻게 보면 오늘날 한반도의 분단에 큰 영향을 미친 마오쩌둥은 그동안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이미지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실체는 상당한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현재으 중국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마오쩌둥의 30년 시대중 마지막 모습은 어떠했는가에 대해 인민의 삶을 위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의 서평을 통해 이 책에서 다뤄졌던 부분을 살펴보는걸로 리뷰를 마친다. 아무튼 중국현대사에 좀더 가깝게 다가간 느낌이다.


문화 대혁명

인민 3부작은 중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마오쩌둥 시대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시도하는 연작 기획이다. 해방의 비극, 마오의 대기근에 이어 출간된 문화 대혁명은 대약진 운동 직후인 1962년부터 마오쩌둥이 사망한 1976년까지의 시기를 집중적으로 재조명한다. 저자 프랑크 디쾨터는 이 책에서 스스로를 혁명과 동일시했던 마오쩌둥의 말년과 그를 중심으로 움직인 격동의 중국 사회를 교차함으로써 중국사에서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문화 대혁명의 민낯을 공개한다.

디쾨터는 이 책에서 마오쩌둥 시대의 그 어느 시기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권력 암투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를 뒷받침하는 수백 건의 문서 자료들은 대부분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써, 홍위병의 행태와 그로 인한 세부적인 피해 양상, 정치적 숙청을 둘러싼 통계, 농촌의 실태 연구, 공장이나 작업장에 관한 조사, 경찰의 암시장 관련 보고서, 그리고 농민들이 쓴 탄원서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를 통해 디쾨터가 주목하는 것은 권력의 회랑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끝없는 상호 비난, 허위 자백, 투쟁 대회, 박해 운동 등으로 요약되는 당시 중국 인민의 파괴된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이 책의 부제 중국 인민의 역사는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프롤레타리아 혁명

디쾨터는 문화 대혁명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공산주의 이론에서 찾는다. 생산 수단의 소유 문제와 관련한 사회주의식 개혁이 마무리되면 그다음은 개인주의적 사고, 민간 시장 등 부르주아 문화의 모든 흔적을 영원히 제거할 새로운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문화 대혁명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흔적을 전부 지우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전제된다. 스스로를 혁명과 동일시했던 마오쩌둥은 사회주의 진영의 역사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붉은 별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문화 대혁명 이후 남은 것은 인민의 황폐한 삶과 문화적 유린의 흔적뿐이었다.

디쾨터가 문화 대혁명과 관련해 주목하는 또 다른 지점은 마오쩌둥이 말년에 이르러 개인적인 원한을 해결하려 했다는 그 목정성에 있다. 당시 상황은 이러했다.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마오쩌둥에 대한 지지는 사상 최저 수준에 있었다. 측근이자 동시에 정적인 당 고위 간부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마오쩌둥은 대기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쉽게 원한을 품고 분노했던 마오쩌둥이 자신의 권위에 대한 공격을 프롤레타리아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했다는 것이 디쾨터의 설명이다.

디쾨터는 이렇게 시작된 문화 대혁명이 자생력을 가지며 전혀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과를 불러왔음을 밝힌다. 계급의 적, 주자파, 수정주의자 등의 낙인을 무기로 당내 고위 권력자들을 제거하려 했던 마오쩌둥은 당 외부의 급진적 학생들에게 눈을 돌렸다. 타인으로부터 쉽게 영향을 받았고, 조종하기 쉬웠으며, 싸우고 싶어 하는 그들의 특징을 이용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능동적인 역할을 열망했다.

저항은 정당한 행위다라는 마오쩌둥의 말에서 당위성을 찾은 홍위병은 기록 자료 속에서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홍위병은 먼저 학교에서 교사와 관리자들을 향해 죄를 뒤집어씌웠다. 그들의 머리에 불을 질렀고, 잉크를 마시게 하거나 바보 모자를 씌워 조리돌렸으며, 폭행과 고문 끝에 죽도록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홍위병의 표적이 된 교사들은 시신에 매질을 하고, 억지로 배설물을 삼켰고, 서로의 따귀를 때려야 했다. 홍위병의 폭력은 출신 성분이 불량한 다른 학생들, 부르주아 지식인들에게 옮겨 갔다. 보통 인민들도 공공연한 박해를 받았다. 아이들이 거꾸로 매달려 채찍질을 당했다. 여덟 살짜리 한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생매장을 당했다. 복수를 우려해 아예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다.

과거의 유물도 파괴의 대상이었다. 전족을 한 노부인은 매춘부로, 거리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행상은 자본주의자로 비난받았다. 사원과 교회, 골동품 상점, 역사적 기념물, 문화재 등 눈에 띄는 모든 옛날 것들은 파괴되었다. 이발사, 사진사, 책을 판매하는 행상 등이 부르주아 계급에 봉사한다는 이유로 청산의 대상이 되었다. 하이힐, 화려한 헤어스타일, 짧은 치마, 청바지, 불온서적이 즉시 사라져야 했다.

꽃 가게, 화훼 농업마저 부르주아의 낙인이 찍혔고, 타락한 부르주아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고양이들이 대량 학살을 당했다. 홍위병은 당과 군의 지지를 바탕으로 과거를 상기시키는 모든 것을 부르주아적 대상으로 간주하는 무소불위의 폭력을 휘둘렀다.

홍위병들 사이에서 순수성과 적합성의 문제를 놓고 파벌이 생기기 시작했다. 끝없는 세력 싸움의 악순환 속에서 어린 학생들이 길을 잃어가고 있을 무렵 혁명이 전국적으로 승리했음이 선언되었다. 홍위병의 시대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이 시기에 대한 다양한 사료를 분석한 후 디쾨터가 내린 결론은 그 당시 용인된 프롤레타리아 문화라는 것은 사실상 마오쩌둥에 대한 숭배가 유일했다는 것이다.

숙청의 역사

홍위병 시대가 막을 내린 후 내려진 새로운 과제는 대오 정화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스파이, 반역자, 변절자 들을 색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급의 적을 식별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혁명 위원회는 상상으로 지어낸 죄를 뒤집어씌우고,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희생양을 만들어 냈으며, 해묵은 원한을 해소하기 위해 대오 정화 운동을 핑계 삼기도 했다. 군이 장악한 혁명 위원회가 이를 주도했다. 중국은 군인들이 학교와 공장, 정부 기관을 감시하는 군사 국가로 탈바꿈했다. 디쾨터는 이 시기 인민 공화국은 부쩍 군사 독재 정권을 닮아 있다고 진단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학생들이 농촌으로 보내졌다. 두 손이 있으니 도시에서 나태하게 있지 말고 혁명의 근원인 농촌으로 내려가 재교육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일단 한번 농촌으로 보내지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었다. 도시 거주가 법적으로 불가능해졌다. 가족, 친구들과 이별해야 했고 도시에 거주하며 누리던 혜택과 특권을 상실했다. 대약진 운동을 겪은 농촌의 현실은 참혹했다. 땔감이 없어 추위에 떨어야 했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기 일쑤였다. 들판은 황폐했고 나무들은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길에서 시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질병이 만연했고 수많은 폭행과 자살 사례가 보고되었다.

수백만 명의 피난민과 제대 군인, 매춘부, 극빈자, 소매치기 등 불순분자들도 농촌으로 보내져 재교육을 받았다. 본격적인 숙청의 시작이었다. 일반인, 왕년의 지도자 들이 적과의 연결 고리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핍박받았다. 대중을 겁박해 순종적인 인민을 만들 목적으로 부패 척결 운동이 뒤따랐다. 거의 모든 행동과 발언이 잠재적인 범죄 행위로 간주되었다. 일반적으로 하향된 일반인의 숫자가 학생들의 두 배에 이르렀다. 열에 아홉은 기아의 경계에 있었다. 도정도 되지 않은 곡물 12킬로그램으로 한 달을 버텨야 했다.

디쾨터가 확인한 희생자들의 절대 다수는 고위 관료들이 아닌 보통의 인민들이었다. 과거 외국인과 연루된 적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적인 의심을 받았다. 1949년 이전 상하이는 뉴욕을 제외하고 세계 어떤 도시보다 외국인 인구가 많았을 뿐 아니라 영국이나 파리보다 외국인의 투자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른 살 이상은 전부 용의자였던 셈이라는 것이 디쾨터의 설명이다.

대오를 정화하고 적과 아군을 가려낸다는 명분 아래 간부 학교라는 이름의 노동 훈련소에 교사, 당 간부, 학생 들을 몰아넣었다. 그들은 기숙사에 들어가 단체 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서로를 감시해야 했다. 심한 압박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베이징 대학교에서는 스물세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살충제를 마시거나 창문에서 뛰어내렸고 대부분은 스스로 목을 맸다.

디쾨터는 이러한 사료들이 보여 주는 참혹한 당시 중국 사회를 근거로 공산주의 역사는 끊임없는 숙청의 역사라고 일갈한다.


조용한 혁명

디쾨터는 문화 대혁명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조차 일당 독재 국가를 경계하는 수많은 일반인은 속마음과 개인 감정을 숨긴 채 표면상으로만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강조한다. 당시는 마오쩌둥 집권 말기였고, 문화 대혁명은 당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이 분명해 보였다. 파벌 사이의 상호 견제가 일어나는 틈을 타서 인민들은 조용히 각자 도생의 길을 걸었다.

디쾨터가 확인한 당시 농촌 사회에서는 대약진 운동을 통해 떨어진 당에 대한 신뢰가 이제는 완전히 붕괴된 상태였다. 수백만의 농민들이 암시장을 열고 공동 재산을 나누고 토지를 분배하고 몰래 공장을 운영하는 등 조용한 혁명을 통해서 은밀하게 전통적인 관습을 되살렸다. 농촌에서는 이미 계획 경제를 포기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계획 경제의 점진적 붕괴가 나타났다.

디쾨터는 마오쩌둥의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주석의 사망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슬퍼하는 기색은 없었다. 인민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며, 단지 안도감만이 존재했다. 이는 9개월 전 저우언라이 총리가 사망했을 때 인민들이 보여 줬던 슬픔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마오쩌둥의 사망 즈음에는 농민들은 이미 보다 많은 경제적 기회를 요구하고 나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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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말할 때 - 법의학이 밝혀낸 삶의 마지막 순간들
클라아스 부쉬만 지음, 박은결 옮김 / 웨일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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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는 법의학자가 쓴 책이다. 보통 드라마에 나오는 법의학전문가들은 뭔가 음침한 분위기에서 다소 괴팍스러운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실제 법의학자들이 일반인들과 큰 차이 없이 살아간다고 말한다.

시체를 해부하거나 죽음게 관한 증거를 수집하는건 일에 관한 부분이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평범한 삶을 영위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일뿐 아니라 여러가지 죽음의 형태를 극복하려면 나름 강인한 사고방식을 지닌분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자인 클라아스 부쉬만은 독일의 법의학자로 유럽 대표 병원인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에서 법의학과장을 역임했다. 현재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대학병원 법의학 연구소 부대표를 맡고 있으며 검찰의 의뢰를 받아 살인과 자살, 과실로 인한 사망 사건 등을 의학적으로 분석하고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법의학자로 활동하며 인상 깊었던 12가지 사건을 추려서 텍스트로 정리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 그리고 현장에서 검거된 잔인한 살인사건등 다양한 죽음을 통해 삶의 단면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현대인은 타인의 죽음에서 배제되고 있는지라 평생 다른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기 쉽지 못한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실제 법의학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추상적으로 그렸던 죽음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사실 남의 죽음을 흥미로 본다는건 조금 그렇지만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보면 전체 사망자 중 질병 이외의 외부요인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8.7%를 차지한다고 한다. 대략 10명 중 1명이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이들은 살인사건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장르소설이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건들을 보는건 또 다른 경험을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독일을 대표하는 법의학자인 저자가 꼽은 안타까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어떻게 보면 소설보다 더 스릴있게 다가온다. 페트리사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도 구입하고 전부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참에 하나씩 클리어해야겠다. 장르소설이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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