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강방천의 관점 - 주식투자 대가가 가치를 찾는 법
강방천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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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직장생활을 한창 열심히 하던 시절, 지하철 앞에서 다소 생소한 책자를 나눠준 기억이 있다. 다름 아닌 이 책의 저자인 강방천 회장이 투자자문 회사를 설립해 자신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안내서적인데 펀드의 개념도 불투명했던 시절 그냥 부자들만 하는건가 싶어 책장에 꼽아 놓고 잊어버렸다.

이후 바이코리아에 이은 적립식 펀드의 열풍, 그리고 직접 투자시장에 뛰어들며 주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제야 강방천 회장이 어떤분인지라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지만 아직 이 분의 책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기에 윌라에서 서비스중인 오디오북을 발견하고 듣게됐다.

어디에서 선정된건지 모르겠지만 버핏, 린치와 함께 위대한 투자가 99인에 선정되었을 정도니 한국을 대표할만한 투자자인건 분명한것 같다. 간단하게나마 강방천 회장에 대해 알아보자면,

˝1960년 전라남도 신안군 암태도에서 태어났다. 섬생활이 전부인 줄 알고 지내던 어린 시절, 우연히 라디오를 듣고 지도를 보면서 세상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자신이 주식투자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청년 시절,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정보학과에서 회계학의 매력에 빠져 기업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몰두했다. 훗날 이런 경험들은 그가 좋은 펀드매니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쌍용투자증권, 동부증권 등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회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겼다. 1996년에는 동료 세 명과 함께 투자자문사 설립의 꿈을 안고 이강파이낸셜서비스를 설립했다. 그 이후 IMF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가치투자를 실천하여 종잣돈 1억으로 1년 10개월 만에 156억을 벌어들였다. 인터넷 세상이 막 열리던 무렵, 유통업계의 미래환경이 바뀔 것을 예상하고 택배회사의 지분을 5% 이상 사들인 일화는 세간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주식투자에 대한 확고한 철학, 이미 입증된 실력, 그리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를 밑천 삼아 1999년 39세의 나이로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설립했다. 투자자문사 시절에는 거액 개인자산 고객과 국내의 주요 연기금 자산들을 운용했으며, 특히 국민연금 위탁자산은 2005년과 2006년도에 2회 연속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할 정도로 탁월한 운용실력을 발휘했다.

2008년 7월 7일, 소수펀드 원칙, 일등기업 투자원칙, 소통판매 원칙을 표방하며 업계 최초로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정성을 쏟아야만 고객을 부자로 만들 수 있다는 각오로 만든 세 개의 리치투게더펀드(코리아/차이나/글로벌)는, 13년이 지난 현재 동일유형 비교대상 펀드들 가운데 최상위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고객을 위해 애쓴 노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증권대상 공로상, 대한민국 퇴직연금대상 주식형 연금펀드부문 최우수상, 대한민국 펀드대상 베스트 운용사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그는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벤저민 그레이엄 등과 함께 한국에서 유일하게 세계의 위대한 투자가 99인에 선정된 증권가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현재도 활약하고 있는 영원한 펀드매니저다.˝

전라도 신안군의 섬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사원으로 입사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후, 독립해서 에셋플러스라는 비교적 큰 규모의 투자회사를 설립해 성공한 입지적전인 인물이다.

이 책은 저자의 투자 인생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자신만의 투자방식과 철학에 대해 서술했다. 어떻게 하면 위대한 기업을 찾아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는가에 대해 자신의 투자방식 그리고 미래에 살아남을 기업들까지 강방천의 관점을 비교적 자세하게 풀어놨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개글을 통해서 각 장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1부는 그의 관점의 틀을 만들어준 4명의 스승과 3개의 투자 파트너에 관한 이야기다.
2부는 그의 관점을 본격적으로 탐험하는 장으로, 제대로 꿰차기만 해도 큰 쓸모가 있는 강방천의 11개의 관점이 이야기된다. 강방천의 가치측정도구가 세세히 설명된다. 특히 강방천 회장이 처음으로 공개하는 K-PER는 투자가라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투자 도구이다.
마지막 3부는 강방천 회장이 바라보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탁월한 투자가는 미래를 어떻게 읽고 예측하고 만들어갈까? 저자의 깊은 성찰과 예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소개글 발췌)˝

책에서 PER을 그만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방식과 아울러 FANG과 카카오로 대변되는 모바일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의 관점을 배웠다. 아울러 그가 운영하고 있는 리치투게더 펀드의 운용방식에 대해 동감이 가는지라 조만간에 가입해볼 생각이다. 저자는 책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걱정했는데 난이도가 높지 않은편이다. 자신만의 스웩이 조금 많기는 하지만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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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로라 엘 마키.기욤 갈리엔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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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름휴가때 읽으려고 구입한 책이다. 멀리는 못가고 가볍게 기차여행이라도 떠나려고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방콕했다. 덕분에 여행가방에 잘 넣어놨던 이 책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한창일때 만나게 됐다. 뮤진트리 출판사에서 유명한 문인을 중심으로 여름과 함께 묶어서 짧은 에세이 형태로 펴낸 문고판이다. 책의 두께는 얇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완역판을 모두 읽고 이어서 빅토르 위고의 완역판을 읽어볼 계획이다. 물론 어렸을때 [장발장]이라는 발췌본을 읽긴했지만 완역판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와 뮤지컬 그리고 각종 매체에서 다뤄진 소재인지라 줄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도 느꼈듯이 대가의 원작소설은 분명히 다르게 다가올것이라고 생각된다.

​1802년에 태어나 1885년에 삶을 마감한 위고는 작가이자 정치인으로 뜨거운 삶을 살았다. 보수에서 진보로 자신의 신념을 바꾸며 수십년의 망명생활도 마다하지 않은 진정 민중을 사랑하는 위대한 인간이었다. 위고는 [레미제라블] 이외에 여러 문학 작품을 써낸 작가이자 시인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정치인이었다.

아울러 빅토르 위고는 오늘날까지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 속 여러 주인공을 만들어냈고, 첨예한 정치적 이슈들에 맞서 원대한 투쟁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생애를 통해 사랑을 강조하며 많은 여성들과 열정적 사랑도 누렸다. 심지어 이 책에는 그가 인생의 마지막까지 파트너와 나눴던 사랑의 행위가 기록되어있다.

분명 빅토르 위고는 인간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은 위대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84년의 삶 동안 숱한 정치적 격변을 겪었으며, 19년이나 영국의 외딴 섬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했고, 네 명의 자식을 병으로 사고로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그런 고통속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애정 그리고 인간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했다.

​˝영국의 저지 섬으로, 그리고 다시 건지 섬으로 옮겨간 유배의 삶은 가족에게는 고통이었으나 위고에게는 창작의 샘이 분출하는 시간이었다. 격리와 분노의 세월 동안 그는 도시도 시간도 요새도 존재하지 않는 곳, 절벽 같은 그곳에서 《레 미제라블》을 비롯해 여러 작품을 집필한다. 그는 [울티마 베르바]라는 시에 자신의 심경을 담는다.(소개글 발췌)˝

“나는 모진 유배를 받아들인다, 기한도 끝도 없을지라도.
굳세리라 믿었던 누군가가 굴복했는지
머물러야 마땅한 여러 사람이 떠나갔는지
이젠 나와 함께하는 이가 천 명뿐인지 아니면
백 명뿐인지 알려고 하지 않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나는 여전히 스킬라에 맞선다.
열 명만 남는다면 내가 그 열 번째 사람이 될 것이고
한 명만 남는다면 내가 그 한 명이 될 것이다!” _ 81p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위고를 읽는 건 하나의 약속이다.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요동친 세기 중 하나를 가로지르는 약속이고, 숭고함을 스치고 무한을 경험하게 해주는 약속이다. 우연이 구해낸 고아들을 만나게 해주는 약속이고, 절름발이들이 사랑을 만나는 걸 보게 해주는 약속이다. 그리고 정치적 용기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약속이다. 위고를 읽는 것은 문학 속으로 들어서는 일이다˝

이제 올해가 가기 전에 빅토르 위고의 걸작 [레미제라블]을 텍스트로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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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독재자가 되는 법 - 히틀러부터 김일성까지, 20세기의 개인숭배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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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샘 샘통북통 패키지로 읽어준 책이다. 이 패키지에는 같은 저자인 프랑크 디쾨터의 인민 3부작과 이 책 모두 4권이 포함됐다. 인민 3부작 각 권의 페이지수가 600페이지, 이 책은 500페이지에 달하는지라 무려 2,000페이지가 넘는 후덜덜한 양인데 두 달만에 완독을 해서 뭔가 성취감이 느껴진 독서였다.

중국의 해방 이후 마오쩌둥이 통치한 세대를 다룬 인민 3부작에 비하면 각 독재자별로 다소 간략하게 다루지 않았나 생각될 수 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권력을 장악했으며 개인숭배로 나아갔는지 중요한 변곡점과 쟁점에 대한 사항들은 대부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스탈린의 방대한 평전을 읽어본 입장에서 꽤 잘 압축해서 독재의 형태를 그려냈다는 생각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독재자들은 다음과 같다. 총 8인으로 목차순으로 살펴보자면, 무솔리니,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뒤발리에, 
차우셰스쿠, 멩기스투등이다. 이중 뒤발리에와 멩기스투는 어느 나라의 독재자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던지라 다른 인물들에 비해 좀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8인의 독재자들은 모두 개인숭배를 강요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인물들이다. 세심하게 연출된 행진, 치밀하게 구축한 신비주의 장막, 지도자를 찬양하는 노래와 출판물에 이르기까지 이들 독재자는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안간힘을 썼고 전 국민이 자신을 찬미하도록 부추겼다. 특히 김일성에게 배운 차우세스쿠와 멩기스투는 비슷한 시도를 했고 그 흔적이 남아있다.

저자는 개인숭배가 총보다 탁월한 이유를 치밀하게 서술한다. 소개글을 통해서 책의 내용을 좀더 살펴보자면,

˝디쾨터에 따르면, 독재자는 원래 나약한 존재였다. 애초부터 대중의 지지가 있었다면, 굳이 폭력을 동원해 권력을 취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짜 두려워한 것은 국민들이 아니라, 언제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정적이었다. 실제로 무솔리니는 여러 파시스트 지도자 중 확실하게 자리 잡은 한 명의 지도자에 불과했고(1922년에는 군 지도부 내에서 반란에 직면했다), 스탈린은 레닌 사망 2년 전에 운 좋게 서기장에 올랐지만, 당의 실권자 트로츠키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다. 1945년 당시 서른세 살의 김일성은 소련이 내세운 지도자였고, 그는 지하 운동에서 자신보다 훨씬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공산주의 지도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겨우 잡은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독재자는 [피비린내 나는 숙청], [교묘한 속임수], [각개 격파]로 정적들을 제거해 나갔지만, 결국에는 개인숭배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숭배는 측근과 반대파 모두를 똑같이 약화시켰다. 개인숭배의 목적은 설득이 아니었다. 혼란을 주고, 상식을 파괴하고, 개인을 고립시키고, 개인의 존엄성을 짓밟기 위함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독재자를 칭송하게 강요함으로써 모두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소개글 발췌)˝

개인 우상화는 모두 비슷한 방법을 활용한다. 첫째, 독재자는 권력을 얻은 뒤 언론을 장악했다. 둘째,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이 영웅 신화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셋째, 더 확실한 방법은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온 나라를 장악하고 인민들을 피폐한 삶에 빠트린다. 특히 북한의 김씨 정권은 3대를 이어서 독재를 강행하고 있으니 전무후무한 상황이라고 할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몰락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아무튼 한국인의 특성인가 싶을 정도로 갸우뚱한점이 있다.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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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유종호 지음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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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개봉영화를 한 편 이상 감상한다. 작년만 하더라도 코로나로 인해 무척 신경이 쓰였는데 극장에서 나름 방역도 철저히 하는것 같고, 내가 보는 영화들이 별로 관객이 없을뿐더러 주로 주말 오전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쾌적하게 감상한다. 주중에는 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서 위시리스트에 넣어놨던 영화를 출퇴근시 감상한다.

마지막으로 보유 디비디를 이용해 홈씨어터를 즐기는데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비용은 제일 많이 소요됐지만 활용도가 좀 떨어져 아쉽다. 물론 은퇴를 하면 가장 많이 사용할것 같기는 하다. 디비디 타이틀도 이것 저것 다양하게 가지고 있지만 그중 한 섹션이 고전영화다. 가끔씩 고전영화를 보고 리뷰를 올리기도 하는데 가이드로 영화에 관한 책들을 살펴본다. 이 책은 그런 차원에서 구입해 읽어봤다.

저자는 유종호 교수로 한국 문단의 1세대 평론가이자, 섬세하고 날카로운 언어감각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작품을 대한다는 정평을 얻고 있는분이다. 정통 문학평론 이외에 에세이나 꽤 많은 책들을 내셨는데 이 책도 그중 한 권이다. 우연히 술 자리에서 영화에 대해 논하다가 신문의 칼럼제의를 받고 세계일보에 연재한 원고를 모아 이렇게 책으로 펴내셨다고 한다.

아무래도 전문 영화평론가가 아닐뿐더러 연세가 있으신지라 문체가 다소 고루하고 영화에 관한 정보가 조금 단면적인건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색다르게 다가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교수님은 책에서 겸손하게 이렇게 말씀을 하신다.

˝고도로 예술적이고 첨단적인, 난해한 영화도 있다. 그것은 훈련된 관객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룬 영화는 작품의질과 관객 호응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들이다. 그 점에 의지해서 마음 놓고 이 글을 썼다. 오래전에 본 영화를 얘기하다 보니 착오가 있을 것이다. 고의성 없는
착오는 삶의 한 형식인 회상의 불가피한 속성이라 생각하고 양해해 주기 바란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적은 경우도 있지만 배우 이름
으로 대신한 것도 많다. 영화 얘기할 때 흔히들 하는 일이니 역시 양해해 주기 바란다.˝

그래도 나름 알차게 영화를 소개하신다.

˝1830년의 연대기란 부제가 달린 스탕달의 [적과 흑]을 영화화한 문예 영화이다. 요즘 문예 영화란 말은 사라졌지만 문학 작품을 비교적 충실하게 영화화한 영화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특히 미국영화에서 문학 작품을 기반으로 했으되 자유롭게 각색한 작품이 많아지고 또 영화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슬그머니 사라지게 되었다. 1054년에 제작된 이 색채 영화는 1950년대에 관람한바 있지만 최근에 디브이디로 다시 구경했다. 역시 오래된 영화라 템포가 더디고 장면 변화가 굼뜨지만 그렇기 때문에 옛 영화특유의 한가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별미였다. 알몸의
베드 신이없는 것도 옛 영화답다.˝

총 66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이중 절반정도 감상한것 같은데 못 본 영화중에 관심이 가는 영화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역시 영화에 관한 책을 읽게 되면 이런 부작용이 덤으로 따라온다. 그중 프랑스 영화인 [인생유전(천국의 아이들)]에 가장 관심이 간다. 김수영 시인이 일기에서 이 영화에 대해 엄청난 혹평을 남겨놓았다는 글을 읽고 더 궁금해졌다. 아무튼 노교수의 영화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무척 흥미로웠다.

˝방대한 독서를 바탕으로 저자가 적시적소에 배치한 인용 역시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공감대를 넓히거나 비판의 연장선에 설 수 있도록 돕는다. 「인생 유전」에서는 이미 작고한 김수영과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는 대목이 흥미롭다.

김수영은 일기에서 [인생 유전]은 시시한 영화다. 그 제목부터가 고색창연하였고 내용도 구태의연하다. 나는 이 종류의 불란서적 리얼리즘을 극도로 싫어한다. 결국 [인생 유전]은 불란서적 영화 협잡이다. 그것을 모르고 아직도 불란서 영화라면 모두가 예술 영화이며 일류 영화라고 생각하는 무리들이 나의 주변에 있다는 사실은 나를 질식시킨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애증과 호오(好惡)가 분명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어 흥미롭기는 하나 수긍은 가지 않는다.라고 쓰며 이 영화의 대하 소설과 같은 장대한 흐름과 예술적 장면들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이어가고 있다.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영화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 방식은 누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저자의 깊고 넓은 지적 세계를 실감하게 한다.(소개글 발췌)˝

역시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고, 봐야 될 영화도 매우 많다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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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무튼, 달리기 - 아침의 달리기, 밤의 뜀박질 아무튼 시리즈 33
김상민 지음 / 위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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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십여년전 한강변을 뛰는 하프마라톤에 도전해 완주했다. 당시 928 수복기념 마라톤인가 그랬는데, 당시 초절정 인기를 누리던 해병대 현빈이 참가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기억이 난다. 사실 10키로 이상 뛰어본게 처음이었는데, 마라톤 완주 수십번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도와줘서 다행히 메달을 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담주 내내 고생했다. 오래 전 교통사고로 인해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쳤는데 무리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달리기는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트래킹과 걷기로 종목을 바꿨다.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의사한테 상의를 하고 언젠가는 마라톤에 도전해볼 생각은 아직 남아있다.

이 책은 교보샘 샘통북통 패키지의 일환으로 읽어줬다. 아무튼 시리즈는 아무튼 가볍게 읽기 딱 좋은 책인것 같다. 이 번 패키지는 아무튼 시리즈중에서 운동을 중심으로 엮었다. 각 권의 주제는 피트니스, 달리기, 요가, 스윙이었다. 그중 못다 이룬 마라톤 완주의 꿈을 떠올려보고자 첫번째로 선택했다.

저자는 낮에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고 한다. 달리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실연의 고통을 잊고자 어느 날 밤 집 근처에서 달리기 반, 걷기 반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5,000km를 달렸다. 주로 늦은 밤에 성수동과 중랑천 일대를 달린다. 2017년 파리를 시작으로 포틀랜드, 베를린, 시카고, 오사카 그리고 서울에서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달리기가 마라톤 완주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재미있게 서술됐다. 아울러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책이다. 달리기를 시작해볼 생각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달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 1인분의 운동

달리기는 1인분의 운동이다. 축구의 ‘골’처럼 극적인 순간이 있다거나 농구처럼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지도 않는다. 나 홀로 시작하고 끝맺는 일이다 보니 팀플레이의 끈끈한 맛도 없다. 혼자 하는 운동들, 가령 요가나 수영과 비교해봐도 뭔가 머쓱해진다. 요가처럼 수많은 자세들을 하나하나 내 것으로 만드는 재미도, 수영의 다양한 영법을 마스터해가는 과정도 달리기와는 조금 먼 얘기다. 러닝의 꽃이라 하면 마라톤인데 그조차도 언뜻 보기엔 몇 시간 동안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기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왜 달리는가.

- 어디로든 내달릴 수 있다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은 무한한 확장에 있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어디로든 내달릴 수 있다. 그때면 나를 둘러싼 세계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특히 자연이 빚는 삶의 생기에 감각은 한껏 예민해진다. 해가 어제보다 얼마나 짧아졌는지, 집 앞 숲길의 잎들이 얼마나 무성해졌는지, 나무에 열매는 맺혔는지, 바람이 새롭게 다가오는 계절을 얼마나 머금고 있는지. 일상에서는 기껏해야 출퇴근 시간에나 마주치고, 그마저도 쫓기듯 스쳐 보내는 풍경들이 달리는 순간만큼은 있는 그대로 나를 관통한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비운 생각의 틈에서 나의 삶을 조용히 감싸고 있던 것들은 엑스트라에서 주연으로 올라선다.

- 달리기란 원래 그런 운동이니까

이렇게 자연의 꿈틀거림과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매번 생경하다. 아마 그건 미동 없는 내 일상과 대조되기 때문일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가던 마음이 달리며 조우하는 자연의 숨소리 덕분에 말랑해진다. 덩달아 내 안 어딘가에 숨어 있던 생기 역시 다시금 호흡하며 살아나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오늘 밤 첫 달리기를 시도한다면 그건 실패를 자초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예견된 실패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해도 좋다. 약간의 뻔뻔함은 도전하려는 마음을 지키는 방패가 되어준다. 그리고 그 방패를 앞세워 슬금슬금 전진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닿는다. 달리기란 원래 그런 운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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