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인 지금 많은 나라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세대 간 불균형에 이 전염병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나치게 많은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에 짓눌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구원해주기 위해 젊음의 여신인 프레이야Freya가 보낸 것일까? 지금까지 어떤 팬데믹도 이토록 젊은이들을 편애하면서 노인들을 차별한 경우가 없었으니 코로나19는 연령주의자같은 바이러스란 생각에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초과사망자 수의 측면에서 봤을 때 코로나19는 이렇게 세대 간 장부의 균형을 맞춰줄 만큼 큰 역병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보자면 노인들 중 다수는 여전히 연금을 탈 것이고, 그중 병으로 일찍 사망하는 이의 수는 비교적 적을 것이다. 특히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나라인 일본에서는 더더군다.
전이 나타나길 나는 희망한다. 이미 데이터를 훔쳐갈 만큼 훔쳐간 인터넷상의 ‘동인도회사들은 진실의 기근과 정신의 역병을 이미 충분히창궐시킨 상태임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팬데믹의 위기가마치 순전히 소수의 사악한 대통령 및 총리 개개인들의 잘못인 것처럼몰아가려 한사코 애쓰는 유치한 언론 매체들에 대해서도 응당 변화를일구어내야 한다. 이렇게 한심한 상태로 정체되어 있었던 제도 및 기관들이 이번 재난을 통해 크게 흔들려버린다면, 우리는 2020년까지만해도 오로지 퇴행의 추세만을 보여주던 이곳저곳에서 다시금 진보가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우리 시스템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가 드러났으니, 그러한 부분들을 없앤다면 코로나19는 오히려 우리를 더욱 건강하고 강력하게 만들수도 있다.
신화 (루이스 멈퍼드, 1967)는 근대 현대에 그대로 살아났다. 국민국가. 산업생산, 자본주의가 하나로 합쳐진 우리의 문명 또한 무소불위 전지전능의 "거대 기계라고 숭배된다. 과학과 기술의 무한한 진보로 생산력은 무한히 발전하며 빈곤과 질병은 물론 전쟁과 학살 등의 비합리적인 갈등 양상도 모두 극복할 수 있다. 이 현대의 "거대 기계가 더 커지고 더 강해지고 더 똑똑해질수록 인간 세상과 우주와 자연의 정복은물론 심지어 신이 정해놓은 섭리도 거스를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는 그래서 이번 코로나19 재난이 우리의 지구적 산업 문명 전반을 재정비해야 할 근본적인 숙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 또한 작년 5월에 한 라디오 방송에서 코로나 사태가 금융화, 지구화, 지정학, 의회 민주주의 등의 전반적 위기와 관련될 것이라고 말한적이 있었다. 사회 전체를 각종 재난에 대해 회복재생력이 큰 성격의사회로, 가능하다면 오히려 "재난을 계기로 더욱 강해지는 성격의 사회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 뿐만이 아니다. 지금진행되고 있는 각종 생태위기 특히 화급하게 다가오는 기후 위기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저자의 주장과 이 책에 담긴 혜안은 아주 중요한 시의적절성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책의 저자인 니얼 퍼거슨은 잘 알려진 대로 냉철한 현실주의자이며 보수주의자이니 이러한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 인류가 처한 상태가 보수적 현실주의로 대처할 상황인지 급진적 이상주의로 대처해야 할 상황인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2021년 가을 현재, 코로나19사태의 전체적인 종식은 아직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것으로 우리 세상이 옛날의 평온했던 때를 회복하게 될지, 아니면 이를 시작으로 더 많은 더 심각한 재난들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게 될지도 지금으로서는 예측할 수가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떻게 다가오는가코로나 19조차 아직 종식되지 않은 지금, 다음에 찾아올 재난이 무엇인지를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재난이 머지않은 미래에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과, 발달된방역 시스템이나 의료 기술을 갖춘다 하더라도 재난을 완벽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문명사회가 재난에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진화된 정치 시스템이나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회복재생력과 함께 위기에더 강한 사회적 정치적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것이 됐든 재난은 그것이 벌어지는 사회와 국가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어떤 사회와 국가는 깨지기 쉽고, 또 다른 사회와 국가는 회복재생력이 크며, 일부 사회와국가는 앤티프래절anti-fragile‘, 즉 재난을 버텨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통해 더 강해진다는 점을 드러내는 진실의순간이자 계시의 순간인 것이다. 재난은 정치, 경제, 문화에심대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그것의 성격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바와 정반대일 때가 많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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