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문가들의 지식을 잘 모으기만 해도 쓸모 있는 정치적 선택이 도출될 수 있다. 경력 있는 관료들과 학계의 조언자들을 잘 조종하면 지도자의 당파적 목적을 합법적인 것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관료들이 이른바 그들의 주인‘ 이라는 자들을 조종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헨리 키신저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묘사한바 있듯, 관료들은 그 주인들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내놓기만 하면 된다. 전혀 현실성 없는 두 가지 선텍지,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이미 짜놓고 결정한 현실성 있는 한 가지 선택지가 그것이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면 시궁창에서 잉태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 위대한 예언자가 되어버렸다. 그에게 반대하는 진영은 한마디로완전히 해체되어버렸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경악과 충격에 휩싸여 우리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 히스테리로 가득한 여성들, 학교 교장들, 배교한 성직자들, 인간쓰레기들, 사방에서 모여든이방인들이 이 체제의 주된 지지자들이 되었다. (…) 알량한 이야기를 무슨 이념이나 되는 것처럼 늘어놓고 있지만, 그 얄팍한 치장을 벗겨보면 외설, 탐욕, 사디즘, 끝 모를 권력욕이 드러난다. (…) 그리고 이새로운 가르침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누구든 처형 집행인에게 넘겨진다. 105
제국의 붕괴는 제국주의자들에게나 비극일 뿐‘이라는 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다. 하지만 제국이 해체되는 순간은 곧 폭력이 새로운 수준으로 상승하는 순간, 그리고 이제 곧 해방될 것이라 여겨졌던 일반인들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순간인 때가 많다. 로마노프, 합스부르크, 오스만 제국이 해체될 당시 나타났던 폭력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또 영국령 인도 제국이 끝날 무렵 인도라는 나라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는 공포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재난이 취할 수 있는 모든 형태 중 가장 복잡하고, 그래서 가늠하기도 가장 어려운 것은 어쩌면 제국의 죽음에 따르는 고통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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