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신자들에게 ‘죽을 때 얻게 될 하늘의떡‘을 미끼로 던져준다고 자주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종교는 정말로 편안한 내세를 약속해서 추종자들의 충성을 끌어 모으는 것일까? 아무리 독실하더라도, 실제로 천국에 가기 위해 앞으로, 위로나아가는 일에 계속 열성을 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필자는 종교가 실제로 성공적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종교가 신자들을 지구상의위험들로부터 얼마나 잘 보호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의 대부분에 걸쳐서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전염병이었으므로, 종교가 질병에 어떻게 대처했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프로테스탄트 종교 개혁은 질병이 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고사탄으로부터 왔다는 초창기 교회 지도자들의 입장으로 돌아감으로써 상황을 크게 개선시켰다. 약을 먹는 것은 죄악이라는 주장과 맞닥뜨리자, 루터는 "그대들도 배가 고프면 고기를 먹지 아니한가? 약을 쓰는 것은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약 또한 하느님의 선물이니..." 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기독교가 실제로 질병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공로는 인정해야한다. 복음서들은 병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매우 강조하고 있고, 초창기의 기독교인들은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것으로 유명했다. 초기의 기독교에는 기적적인 치유가 단지 이론이 아닌 실제로도 중요한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기적이란 있을 수 없다고 치부한다고 해도, 고대의 전염병들과 맞서 기독교가 성공한 사실에 대해설명하는 일이 가능할까?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종교는 전염병에 제대로 대처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종교가 실패한 데서 과학이 성공을 거두었다. 종교는 그때까지 질병의 치유에 대해 가지고 있던 독점적인 영향력을 잃었고, 의학은 종교로부터 독립하여 세속화된 직업으로 분화했다. 현대에 이르기 전에는 종교계가 사람들을 치료할 권리를 엄격하게 지켰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통제를 놓지 않으려 했다. 오늘날에는, 종교를 직업으로삼는 사람들조차도 병이 들면 의사를 찾아가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간혹 "의사들이 마치 신인 것처럼 행동한다" 라는 말을 듣기도한다. 이 말은 의사들의 거만함을 꼬집으려고 하는 말이긴 하겠지만, 여기에는 더 깊은 현실이 숨어 있다. 과학적인 의학이 그 효과를 잃지 않는 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을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간혹 인류의 많은 질병들은 아프리카에서 근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는 한다. 물론 아프리카는 인류가 기원한 대륙이므로 인류고유의 질병들 중 일부(예를 들면 말라리아, 장티푸스, 그리고 헤르페스)는 아프리카에서 왔을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는 사하라이남의 아프리카의 인구는 상당히 빈약했다. 즉, 대부분의 구세계전염병들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근원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메소포타미아, 인더스강 유역, 중국의 황하 유역, 그리고 나일강 유역 등 인구가 밀집된 지역들이 전염병의 근원지로는 더 가능성이 높다.
직도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는 질병들은 아마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좋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효율적으로 전파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새로운 것이어야 뉴스의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필자는 진정으로 더 큰 위험은 스스로를효율적으로 전파시킬 수 있는, 이미 알려진 질병들에서 온다고 믿는다. 만일 홍역이나 독감이 매우 전염성이 강하도록 변하게 된다. 면, 우리는 사람들이 대규모로 사망하게 될 가능성과 정말로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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