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일강의 죽음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3 -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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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나일살인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크리스티 여사의 대표작이다. 이어 같은 제목의 영화도 매우 흥미진진하게 감상했는데 얼마 전 케네스 브레너가 [나일 강의 죽음]이라는 영화를 선보였다. 크리스티 여사의 또 하나의 걸작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 이어 케네스 형님은 지속적으로 크리스티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만드실것 같다.


아무튼 영화를 감상하고나서 원작소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찾아보니 알라딘에서 무척 저렴한 가격에 전자책 서비스를 하고 있길래 적립금과 이것 저것 포인트를 엮었더니 백원의 가격으로 대여해서 읽게됐다. 추리소설은 결말을 알고보는건 흥미도가 상당히 떨어지지만 크리스티 여사가 곳곳에 감춰놓은 복선을 살펴보며 읽어주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이 번에 읽은 판본은 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로 출간한 버전이다. 초이스는 [가디언]에서 선정한 애거서 크리스티 베스트 10 목록 및 전 세계적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판매고와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이 직접 뽑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목록 등을 고려하여, 그녀의 작품들 중에서도 인기와 명성이 높은 작품들을 골라 선정하였다고 한다.


추리소설의 여왕인 크리스티 여사의 생애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정식 이름은 애거서 메리 클라리사 밀러 크리스티 맬로원(Agatha Mary Clarissa Miller Christie Mallowan)이다. 1890년 9월 15일 영국의 데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뉴욕 출신의 아버지 프레드릭 앨버 밀러와 영국 태생의 어머니 클라라 뵈머 사이의 삼남매 중 막내로 어린 시절을 애슈필드라 불리는 빅토리아 양식의 집에서 보냈고 이때의 경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열한 살에 아버지를 여읜 그녀는 열여섯에 파리로 건너가 성악과 피아노를 공부하다가 1912년에 영국으로 돌아와 1914년 크리스티 대령과 결혼, 남편이 출전하자 자원 간호사로 일했다.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던 크리스티는 1916년 첫 작품으로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을 썼는데 1920년에 출간되었다. 이후 계속 소설을 발표하던 그녀는 남편과의 불화로 1928년 이혼한 후 이듬해 메소포타미아 여행을 하던 중 고고학자 맥스 맬로원을 만나 1930년 재혼하였다.


1967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영국 추리협회의 회장이 되었다. 1971년에는 뛰어난 재능과 왕성한 창작욕을 발휘한 업적으로 영국 왕실이 수여하는 DBE(Dame Commander of the British Empire,남자의 Knight 작위에 해당) 작위를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받아 데임 애거서가 되었다. 1976년 1월 12일 런던 교외의 저택에서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소개글 발췌)"


장르소설의 줄거리를 말하는건 큰 의미가 없으니 작품의 개요에 대해 살펴본다.


"모든 걸 가졌어, 저 여잔 말이야. 공평하지 않은 것 같아……." 눈부신 미모에 막대한 재산, 젊고 아름다운 상속녀 리넷 리지웨이는 모든 걸 다 가진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가난한 친구 자클린이 가진 유일한 것, 바로 자클린이 사랑하는 사이먼 도일을 기어이 빼앗고 만다! 도일 부부가 되어 이집트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자클린.


그리고 그 증오가 점화가 되어, 어느 밤, 나일 강 위를 따라가는 고급 유람선 위에는 한 방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다음 날 아침, 리넷은 자신의 선실에서 차가운 시체로 발견되는데……. 섬세하게 짜인 플롯, 개성적인 인물, 낭만적이면서도 야만스러운 배경의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작품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여러 번 리메이크되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위대하다. 일반적으로는 플롯이 훌륭하다면 분명 작법이나 캐릭터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경우, 모든 면에서 일류이다." _ [데일리 미러]"


다시 한 번 읽어봐도 매우 잘 씌여진 소설임은 분명하다. 섬세하게 깔린 복선과 예상치 못한 마지막 결말까지 크리스티 여사의 소설들이 왜 그렇게 많이 팔리는지 이유를 증명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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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는 말투, 거리감 두는 말씨 - 나를 휘두르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책
Joe 지음, 이선영 옮김 / 리텍콘텐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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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제가 된  이른바 계곡살인은 아내의 가스라이팅에 의해 남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말과 조정에 의해 죽음까지 이르게 되는가 얼핏 이해가 안갈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성정이 약해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상생활에서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부탁을 무리없이 거절하는데도 일종의 요령이 있다.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해 휘둘리지 않고 거리감을 두는 구체적인 기술 43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습득함으로 자신의 마음을 읽지 못하게 만들어 타인이 나를 쉽게 여기지 못하게 만들고 오히려 존중받는 아우라를 만들 수 있다.


타인에게 휘둘리기 쉬운 사람들에게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너무 활짝 열어놓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방비 상태로 마음을 놓고 주위의 어떤 사람과도 쉽게 관계를 맺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의 입맛대로 제멋대로 조종당하기 쉽다. 그런 상태를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휘둘리고 있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결코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사대로 마음의 문을 여닫을 수 있다. 타인이 상대방의 마음을 추측할 수 없게 된다면 휘둘림을 당하지 않고 그로 인해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인간관계는 가까울수록 좋을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는점에 대해 본문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인간관계 고민의 약 90% 이상은 거리감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데서 시작됩니다. 아쉽게도 적당히 좋은 거리감이라는 것은 보편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와의 궁합에 달려 있습니다. 부부를 예로 들면 항상 함께 지내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그만큼 함께 지내지 않는 것이 원만한 부부관계의 비법이라고 하는 부부도 있습니다.


즉, 매일 연락하며 서로의 일상을 세세히 공유하고 있는 친구 사이도 있는가 하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가끔 보고 싶을 때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내는 정도가 좋다고 하는 사이도 있습니다.

또한, 부부라면 이 정도의 거리감, 친한 친구라면 이 정도의 거리감을 정확한 값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람과는 이 정도, 저 사람과는 저 정도라는 식으로 나와 상대의 궁합에 따라 적당한 거리감은 다릅니다.

따라서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이 거리감이 맞을까.”라고 항상 자문자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지금 당신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의 권유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할까.’하고 골머리 썩는 일도 많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거절하는 방법에도 요령이 있습니다.


이 책의 Method 2에서는 거절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현재 거절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먼저 Method 2를 읽고 실천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정말로 원하고 있는 것은‘휘둘리지 않는 인간관계’가 아닐까요? 지금 바로 당신을 휘두르려는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새로 만나게 될 사람들, 어느 누구에게도 절대 끌려다니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마주치기된다. 그 중에서는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거나, 심적으로 힘들게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상대가 싫으면 관계를 그만두면 되는거지만, 인간관계는 그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다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가족, 친구, 친척들과의 복잡한 관계 등 멀어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대도 있을 것이고, 애매한 관계에 놓인 상대도 있다. 이 책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보다 쉽게 정립하고 거절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한다면 좀더 인간관계를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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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갈등 도시 서울 선언 2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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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인 김시덕 교수의 대서울답사 시리즈 2편에 ​해당되는 탐사리포트다. 전작인 [서울선언]에 이어 좀더 밀도있게 대서울이 어떻게 탄행되어가고있는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밀도있게 그려나가고 있다. 교보샘 패키지를 통해 시리즈 3권을 모두 읽게되면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인 부천답사를 한 번 해볼까 싶은 마음이 생길것 같다.

책의 성격을 좀더 좁혀서 규정해보자면,

​"좁은 의미의 [서울시]와 확장된 서울로서의 [대서울Greater Seoul] 개념을 구분한다. [서울시의 정치·경제·문화적 영향력이 주변 도시들로 확산되고 서울시와 주변 도시들이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현실에서, 서울의 범위를 서울시의 행정구역으로 한정해서는 서울의 본질을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서울 답사기가 아니다. 부평과 부천, 1·2기 신도시와 서울시로 출퇴근하는 주민의 수가 많은 경기도 도시들까지 답사 범위를 아우르는 [대서울 답사기]다.(소개글 발췌)"

​전작에 이어 경기도까지 답사 범위를 확장해 재개발 지역과 근대 유적들 그리고 건물의 머릿돌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더음어 나간다. 저자는 자신의 현 거주지인 관악구 봉천동에서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대서울을 탐사한다. 총 20개의 답사 코스는 크게 세 가지로 묶을 수 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북쪽의 파주부터 남쪽의 시흥까지 서부를 훑는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축이 하나, 종로구와 중구와 용산구를 깊게 들여다보는 대서울의 한가운데 답사가 두 번째, 북쪽의 의정부부터 남쪽의 용인까지 서울 동쪽을 아우르는 것이 세 번째이다.

저자는 전작에 이어 일관되게 일제시대의 흔적과 재개발을 위한 도시철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현대적인 구조물이 도시의 성격을 대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인간적인 정취를 점점 느끼지 못하는것 같다. 현재 서울시장의 성향으로 고려해볼때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시덕 교수는 재개발 동네의 벽보, 이재민과 실향민의 마을 비석, 부군당과 미군 위안부 수용 시설에도 시민의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지속적으로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대서울을 답사하며 책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도시의 공간은 거의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재개발,재건축되어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일일히 직접 답사를 하며 자신만의 기록을 소중히 담아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대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리포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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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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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이라는 단어가 지니고 있는 함의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 경우 다른 사람한테 쉽게 존경한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얼마 전 대선에서 모 후보님이 형식적으로 존경하는 누구 누구라고 서두를 던질때 약간 불편했다. 존중은 하겠지만 과연 속 마음으로 그 사람을 존경하고 있는걸까 몹시 의문스러웠다. 너무 형식적인 수사법으로 보여 좋지 못한 습관이 아닌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인 신영복 교수님은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하는분이다. 교수님의 책을 접하며 그 분이 가지고 있는 인품과 사고의 깊이, 나아가 실제 삶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는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임종을 대하는 교수님의 의연한 모습에서도 감동과 아울러 조금이라도 그 분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강의]는 2004년 돌베개에서 동양고전에 관한 시리즈중 한 편으로 출간됐으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는 인문교양서다. 사실 오래전에 구입했는데, 우선 순위에 밀려 책장에 고이 모셔놨다. 얼마 전 돌베개에서 출판한 [귀곡자]를 읽으며 불현듯 책장의 이 책이 생각났고 부랴부랴 서가에서 꺼내 한 문단씩 곰씹어가며 천천히 읽어줬다.


신영복 교수님은 사실 경제학을 전공하셨지만, 국가보안법에 의해 오랫동안 수감생활을 하시며 동양고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게 된다. 이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나 그의 다른 저서에서도 공공연하게 언급된다. 하지만 동양고전을 감옥에서 처음 시작하셨다기 보다 어렸을때부터 한학자였던 조부에게 가르침을 받는 순간부터 시작됐다고 봐야될것 같다.


교수님은 60년대에 대학생활을 시작하며, 서구문명이 앞다투어 소개되며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침몰하는 순간, 바로 동양고전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씀하신다.  무기징역이라는 엄청난 선고를 받으시고 감옥에서 자신의 정신적 영역을 간추려보는 지점에 동양고전이 위치하고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동양고전 강독은 사실 감옥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서문에서 밝힌다.


이후 소개글을 통해 이 책의 집필의도를 좀더 깊게 살펴보자면,


비전공자를 위한 강의, 중요한 것은 성찰의 관점


"책에서 함께 읽게 될 고전의 예시 문안들은 동양고전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우 초보적인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동양고전을 섭렵한다는 것은 평생 걸려도 불가능한 일이지요. 고전을 읽겠다는 것은 태산준령 앞에 호미 한 자루로 마주 서는 격입니다.

이 고전 강의는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고전에서 문안을 선정했습니다. 책 속의 강의는 고전의 원문을 함께 읽고 해석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한자 때문에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고전 강독에서 중요한 것은 고전으로부터 당대 사회의 과제를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과 모색이 담론의 중심이 됩니다. 고전 원문은 그러한 논의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의 의미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아마 여러분의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한자나 한문 때문에 주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에 담겨 있는 내용에 주목하면 충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자주 바라보게 되듯이 좋은 문장을 발견하기만 하면 고전은 자연히 습득되리라고 봅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전에 대한 우리의 관점입니다.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고전 독법 역시 과거의 재조명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전 독법의 전 과정에 관철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고전 강독에서는 과거를 재조명하고 그것을 통하여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것을 기본 관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고전 강독의 화두, 관계론關係論


우리가 함께할 고전 강독의 전 과정은 화두話頭를 걸어놓고 진행하게 됩니다. 이 화두는 물론 21세기의 새로운 문명과 사회 구성 원리에 관한 것이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서보다는 오히려 현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두라고 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걸어놓는 화두는 관계론입니다.


유럽 근대사의 구성 원리가 근본에 있어서 존재론임에 비하여 동양의 사회 구성 원리는 관계론입니다. 근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자본의 운동 원리가 관철되는 체계입니다. 근대사회의 사회론이란 이러한 존재론적 세계 인식을 전제한 다음 개별 존재들 간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관계론적 구성 원리는 개별적 존재가 존재의 궁극적 형식이 아니라는 세계관을 승인합니다. 세계의 모든 존재는 관계망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배타적 독립성이나 개별적 정체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관계성을 존재의 본질로 규정하는 것이 관계론적 구성 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강독하게 될 예시 문안은 대체로 이러한 관계론적 사고를 재조명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한 것입니다.


고전 강독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우리의 당면 과제를 재조명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로 가는 길은 오히려 오래된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초국적 자본의 일방적 질주 시대, 새로운 문명론의 개화를 위해


현대 자본주의가 관철하고자 하는 세계 체제와 신자유주의적 질서는 부국강병이 최고의 목표가 되고 있는 무한 경쟁 체제라는 점에서 춘추전국시대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현대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패권 국가의 일방주의적 세계 전략, 초국적 금융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전략은 대립면을 상실한 질주입니다. 자기 증식을 운동 원리로 하는 존재론의 필연적 귀결이자 자기의 목표를 부단히 허물어버리는 모순 운동 그 자체입니다.

오늘날의 주류 담론인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세계화 논리는 한마디로 거대 축적 자본의 사활적 공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전개 과정이 역사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자본 축적 과정의 전형적 형태입니다. 본질적으로는 대립면을 상실한 일방적 질주에 다름 아니지요.

21세기를 시작하면서 많은 미래 담론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에 대한 객관적 전망이 아니라 자기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소망이 전망의 형식을 띠고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래 담론은 대부분이 20세기의 지배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저의를 내면에 감추고 있습니다. 나는 21세기 담론이 진정한 새로운 담론이 되기 위해서는 근대사회의 기본적 구조를 새로운 구성 원리로 바꾸어내고자 하는 담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은 한 그것이 아무리 새로운 가치를 천명하고 있다 하더라도 조금도 새로운 담론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고전 강독에서는 지속적으로 화동 논의和同論議의 의미를 심화시켜갈 것입니다. 동同은 지배와 억압의 논리이며 흡수와 합병의 논리입니다. 돌이켜보면 이것은 근대사회의 일관된 논리이며 존재론의 논리이자 강철의 논리입니다. 이러한 동同의 논리를 화和의 논리, 즉 공존과 평화의 논리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20세기를 성찰하고 21세기를 전망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민족 문제를 세계사적 과제와 연결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동양고전의 재조명, 우리 현실에 대해 관심 갖는 계기 되기를


 동양에서는 자연이 최고의 질서입니다. 자연이란 본디부터 있는 것이며 어떠한 지시나 구속을 받지 않는 스스로 그러한 것(self-so)입니다. 글자 그대로 자연自然이며 그런 점에서 최고의 질서입니다. 또한 동양 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인성의 고양을 궁극적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성이란 개별 인간의 내부에 쌓아가는 어떤 배타적인 가치가 아니라 개인이 맺고 있는 관계망의 의미입니다. 요컨대 동양적 인간주의는 철저하게 관계론적 개념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동양 사상은 과거의 사상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사상입니다.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뛰어난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동양의 역사에는 과학과 종교의 모순이 없으며, 동양 사회의 도덕적 구조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관계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문주의적인 가치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동양학에 대한 서구의 관심은 이와 같은 성찰적 동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의 동양에 대한 관심은 기본적으로 신대륙에 대한 콜럼버스의 관심입니다. 과도하게 축적된 초국적 자본이 자본주의 시장권에서 분리되어 있던 동구권과 러시아 대륙에 이어서 다시 광범한 중국 시장에 쏟는 관심입니다.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과 이러한 열망을 사회화하기 위한 거대 담론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의 상황입니다. 우리는 고전 담론을 통하여 오늘날의 상황에 대한 비판적 전망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고전 독법’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자 미래와의 대화를 선취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책이 고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우리 현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러한 고전 독법이 진정한 의미에서 고전을 새롭게 재조명하는 것이 되리라고 여깁니다.(소개글 발췌)"


본문에서 밝히듯이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씌여졌기때문에 난해한편은 아니다. 하지만 고전의 깊은 뜻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정독을 하는쪽이 바람직할것 같다. 아울러 책에 소개된 고전서적을 읽기전에 예습차원의 가이드북으로 참조해도 정말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신영복 선생님의 텍스트를 만나며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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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2-07-30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책은 관계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이 시대의 진정한 고전인것 같습니다!
 
미스테리아 39호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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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아 39호의 메인 테마는 건축물이다. 1920년대 모던 도쿄의 건축물부터 1980년대 한국의 비좁은 다세대주택/다가구주택까지 다양한 건물이 등장한다. 아울러 애거사 크리스티가 거대한 인형의 집처럼 다뤘던 시골 대저택의 도면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공간까지 장르소설과 건축물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두 번째 특집으로는 2021년 한 해 동안 온라인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의 리스트를 올렸다. 어떤 작가가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는지, 또 어떤 새로운 이름들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호명되었는지, 한국의 미스터리 소설의 최신 동향까지 살펴볼 수 있다. 몇 권의 책들은 이미 장바구니에 담궈놓은 상황이다.


이번 호에는 정성일 평론가의 영화비평글이 올라왔다. 마침 CGV에서 감상했던 독특한 아이슬란드 출신의 발디마르 요한손의 영화 <램>이었는데 글을 읽고 난해한 작품을 읽는데 도움이 됐다. 


이외의 코너들을 살펴보자면,


"정은지 작가는 유즈키 아사코의 [버터]에서 버터로 대표되는 관능과 욕망의 음식, 올리브유로 대표되는 건강과 금욕의 음식을 살피며 오늘날의 지방 독해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이야기한다.(CULINARY) 유성호 법의학자는 호텔 욕조에서 숨진 어린이의 부검 결과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의견을 끌어냈던 사건을 회상하며 감정 업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NONFICTION)


이은의 변호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 속 복제인간의 폭력을 둘러싸고 제기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해설한다.(OBJECTION) 곽재식 작가는 조선 시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도둑 일지매와, 1960년 부산의 한 은행을 유유히 털었던 도둑 해당화의 공통점을 꼽아본다.(PULP)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루이즈 페니의 [빛이 드는 법], 아시자와 요의 [나의 신],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디파 아나파라의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요 네스뵈의 [킹덤], 김영미의 [환혼전]등을 다뤘다."


이번 호에도 세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됐다. 개인적으로는 전건우 작가의 소설이 가장 재미있었다.


"전건우의 [군대, 보초, 괴담]은 전역을 몇 시간 앞둔 병장과 예민한 이등병이 새벽 근무를 서던 중 맞닥뜨린 불길한 사건을 그린다. 익숙한 군대 괴담처럼 출발하다가 합리적인 추론을 압도하는 광기의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미스터리 소설 속 건축물을 다루는 특집에 발맞춰 소개하는 해외 단편은 로런스 블록의 버니 로덴바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 [엘비스 집에 들어간 도둑]과 [한밤의 도둑처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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