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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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한지 35년이 지났다. 거의 매해 한 권 이상의 소설을 발간하고 있으니, 아마 40권이 훌쩍 넘어서지 않았을까 싶다. 아울러 그는 다작작가이지만 작품의 균질성 측면에서도 일정 퀄리티 이상의 솜씨를 보여주는지라 어떻게 보면 믿고 보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번 작품은 한국어판 기준으로 568쪽의 방대한 양이며 오디오북도 16시간의 러닝타임이었다. [백조와박쥐]는 오랜만에 사회파 추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며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책을 잡으면 계속 읽게되는 마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오디오북의 녹음수준도 훌륭해 장편 드라마를 보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감상했다.


대략 30년이 넘는 시간을 두고 벌어진 두 개의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시공간을 옮겨가며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회파 추리소설에서 자주 다뤄지는 공소시효 폐지의 소급 적용 문제, 형사재판 피해자 참여제도, SNS 시대의 신상 털기나, 공판 절차의 허점 등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점을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녹여냈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도쿄 해안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 안에서 흉기에 찔린 사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정의로운 국선 변호인으로 명망이 높던 변호사 시라이시 겐스케. 주위 인물 모두가 그 변호사에게 원한을 품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증언하면서 수사는 난항이 예상되지만, 갑작스럽게 한 남자가 자백하며 사건은 해결된다.


남자는 이어 33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범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히며 경찰을 충격에 빠뜨린다.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그 사건 당시 체포되었던 용의자는 결백을 증명하고자 오래전 유치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였다.(소개글 발췌)"

 사회파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미스테리적인 요소와 로맨스도 포함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범죄의 본질과 인간다움이라는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오디오북에 출연한 성우들의 연기도 매우 좋았다. 혹시 윌라를 이용하신다면 들어보실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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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비욘드 사피엔스 - 인공지능, 초지능 인간이 온다
김수형.AI 강국 보고서 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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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놓고 봤을때는 인문교양서적인줄 알았다. 아무래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영향인것 같은데, 이 책은 인공지능에 관한 트렌드와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MBN의 AI 강국 보고서팀에서 광주과학기술원과 함께 AI 사피엔스라는 신인류의 등장에 따른 비욘드 사피엔스 시대의 산업군별 시장 변화를 분석하고 인공지능에 대한 한국의 경쟁력을 알아본다.


MBN AI 강국 보고서팀은 매년 세상을 움직이는 메가트렌드, 첨단 기술의 발전과 그것들이 만들 미래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미래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 책에서는 하이브리드 스쿨, 자율주행차, 언택트 마켓, 디지털 헬스케어, AI스피커, AI번역기 등 메가트렌드를 이끄는 AI를 글로벌 기업들을 사례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인공지능에 대한 시각을 획기적으로 바꾼 이벤트였다. 과연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가? 긍정과 부정에 대한 극과 극을 달리는 의견부터 중립적인 방식까지 향후 무슨일이 벌어질지 그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이책은 인공지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기술과 효율적인 접근을 우선시하고 있다. AI로 비즈니스와 거버넌스를 혁신하는 방법은 경영진, 실무자, 관료는 물론 AI를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AI의 기본 용어, 예시 등을 수록하고 있어, AI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앞으로 세상에는 우리의 예측을 벗어난 거대하고 급격한 변화들이 속속 일어날 것이다. 이 변화의 흐름을 타는 사람들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방향을 제시하는 실용적인 방법론을 살펴 볼 수 있다.


책은 총 8부로 구성되어있다. 각 챕터의 내요을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Chapter 1에서는 AI의 발전으로 바뀌고 있는 농업, 물류, 제조업, 금융 등 각종 산업을 조명한다. 그동안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됐던 법률 등 전문업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아가는 AI를 알아본다. Chapter 2에서는 언택트 소비, 홈코노미, 헬스케어로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AI를 다룬다. Chapter 3은 AI를 공공 행정에 도입한 국가의 모습을 보며 치안, 안보, 교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 공공AI를 알아본다.


Chapter 4는 코로나19 및 감염병 사태에서 AI의 활약을 살펴본다. Chapter 5는 이제 막을 올린 AI 경쟁을 집중 조명한다. 미국, 중국, 유럽 등 AI선진국들의 경쟁 상황을 진단하고 글로벌 IT 기업들의 AI 경쟁도 전망한다. Chapter6은 Beyond Sapiens 시대인 2100년을 예상해본 파트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인더미트 길 선임 연구위원은 10년 안에 AI 리더십을 쟁취한 국가가 2100년까지 세계 AI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2100년, 각종 산업과 사회가 AI로 말미암아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본다.


Chapter7은 AI의 발전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경고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한다. AI를 이용하는 인간의 윤리의식의 중요성과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들을 다룬다. 마지막 Chapter8은 MBN보고대회팀과 광주과학기술원이 대한민국에 제시하는 숙제다.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길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AI 강국을 위한 액션 플랜을 알려주고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하는 여러 제언을 제시한다.(소개글 발췌)"


책의 주된 논거는 이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다. "이제 인간은 AI를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쟁보다 협력, 독점보다 공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인공지능은 포스트 사피엔스를 넘어서 비욘드 사피엔스로 과거 인간이 했던 문화, 의료, 예술, 금융, 농업, 제조등 우리 생활 전반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할것이다. 우리는 이제 위드 인공지능을 어떻게 할것인가 생각해봐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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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 ‘오늘의 식탁’에서 찾아낸, 음식에 관한 흔한 착각
정재훈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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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신간매대를 둘러보던중 발견하고 구입한 책이다. 저자의 전작인 [정재훈의 식탑]이라는 책도 관심있게 읽었고, 전문성이 매우 떨어지기는 하지만 음식점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기에 보강차원에서 읽어봤다.


저자는 현직 약사로 푸드라이터다. TV, 라디오, 팟캐스트,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음식과 약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이 책도 [올리브]라는 잡지에 4년간 올린 기사를 모아서 엮어냈다. 그때 그때 화제가 됐던 음식이나 아니몀 우리가 음식에 알고 있던 상식이 잘못됐다는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하며 알려주고 있다. 여러모로 음식에 관한 다양한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화제가 됐을때 영화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한우채끝살 짜파구리에 대해 재미있는 시각으로 음식을 분석한다. 소개글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알아보자면,


"라면은 본능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어린이들도 쉽게 좋아한다. 하지만 질긴 텍스처의 소고기는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많이 먹어본 경험이 있어야 맛있다고 느끼는 어른의 음식인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식품자원경제학 연구자들에 따르면 계층별 음식 선택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영양학적 지식의 차이가 아닌 누적된 경험에 따른 선호도의 차이 때문이다. 즉, 자주 접해서 친숙한 맛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다양한 음식을 시도할 경험이 부족하다면 입맛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송이 엄마는 왜 짜파구리에 한우 채끝살을 넣었을까. 오늘날 부유층이 자신들이 먹는 음식을 선택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경계선을 긋고 있다는 [식탁 위의 쾌락]의 저자 하이드룬 메르클레의 지적처럼, 다송이 엄마 역시 한우 채끝살로 어떤 경계선을 자녀의 마음에도 긋고 싶어 한 것이다. 이렇듯 음식의 가치는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


아울러 한국 사람은 김치를 먹어서 건강하다는 등 음식의 효능에 대한 과도한 믿음에 대해서도 저자는 문제를 제기한다. 사스가 유행했을때 한국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건 김치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는데, 이후 사스의 사촌인 메르스의 유행으로 잘못된 통념이었다는 사실을 준거한다. 


개인적으로 집밥을 먹으면 건강해질까?라는 의문을 평소 가져왔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저자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더 자주 요리해 먹었음에도 체중이 증가한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에 착안한다. 집에서 요리한다고 갑자기 입맛이 바뀌어 설탕, 소금, 지방을 적게 넣는 것이 아니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운동량은 줄고 걱정과 불안이 늘어나 달콤한 간식과 음료를 더 많이 찾는 것도 영향도 있다.


뿐만 아니라 어디까지가 직접 한 요리인지 그 경계도 모호하다. 밀키트는 어떤가? 분업화된 주방에서 전처리를 마친 재료로 요리사가 요리한다고 요리가 아니라 할 수 없듯이, 직접 재료를 씻고 썰지 않았다고 요리가 아닐 수는 없다. 우리는 직접 요리해서 먹으면 더 건강해질 것이라는 흔한 착각에 빠지기 쉽지만, 사실, 그런 정답은 없고 현실은 복잡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음식 문화에 질문을 던지고, 흔히 유통되는 정답들이 진실인지 확인해보며, 착각에 가려졌던 다양한 스토리를 발견해 알려준다. 저자는 각종 유행 다이어트, 배달 앱, 먹방, 혼밥, 채식, 식당 별점, 디저트, 반려동물의 음식, 대체육, 명절 선물 세트, 못난이 농산물 등 음식과 식문화 41가지를 탐구한다. 음식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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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머니 - 감염된 경제, 풀린 돈의 역습에 대비하라
KBS 다큐 인사이트 〈팬데믹 머니〉 제작팀.이윤정 지음, 김진일 감수 / 리더스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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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 인사이트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팬데믹 머니]를 책으로 출간했다. 유튜브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많은 조회수를 올린 다큐멘터리인데, 방송르 보기 전에 먼저 책으로 읽어줬다. [팬데믹 머니]는 달러라는 기축통화가 작동하는 방식부터 엄청난 유동성의 증가와 함께 풀린 돈이 거품과 부채를 만들고 결국 경제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추적한다.


아울러 이름만 들어봐도 단박에 알만한 국내외의 핫한 전문가와 지식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였다. 제러미 리프킨, 제이슨 솅커 같은 해외 석학은 물론이고 김진일, 박종훈, 오건영 등 국내 최고 경제 전문가들과 만나 팬데믹 시대 돈의 법칙과 자산 증식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대담을 수록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경쟁상황하에 유동성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물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대규모의 통화정책을 펼쳤음에도 오르지 않던 물가가 최근 관리 목표인 2퍼센트를 넘어 4~6퍼센트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에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우려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고 돈 풀기를 축소 내지 철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돈이 풀림에 따라 자산가들의 재산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매년 우리나라의 한 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한국 부자 보고서]는 한국 부자들이 생각하는 최소 총자산이 2019년 50억 원에서 올해 100억 원으로 2년 사이 두 배나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주식, 부동산, 암호 화폐 등 자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결과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닥을 알 수 없이 추락한 실물경제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자산 시장이 대비를 이루며 불평등이 심화되고있다.  위기 속의 풍요, 풍요 속의 빈곤이 교차하는 이런 역설은 왜 생기는걸까? 열심히 일하는 만큼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의문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책의 제목인 팬데믹 머니는 전염병이 야기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상에 쏟아진 어마어마한 돈을 말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시중의 채권 등을 매입해 달러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다.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부동산, 주식 등의 가격이 상승하자 부자가 된 듯한 느낌에 사람들은 소비를 늘렸고 경제는 점차 회복되었다.

문제는 그때 푼 돈이 회수되기도 전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들이닥쳤다는 점이다. 전례 없는 보건 위기에 각국 정부는 2008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돈을 풀기 시작했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말이다. 그만큼 위기는 심각했고 시장 분위기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결국 전 세계 달러 5달러 중 1달러가 코로나19 이후에 풀렸다고 말할 정도로 돈이 시장에 넘쳐나게 되었다.

이런 상황하에 달라진 돈의 법칙, 버블을 가리키는 수많은 지표들, 그 불안의 중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새로운 머니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팬데믹 머니 시대를 통찰한 이 책은 금리, 주가, 통화, 환율, 물가 등 거시경제 변수와 연계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읽어내고 한발 앞서 기회를 감지해내는 힘을 제공한다.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책이다. 이제 유튜브 방송을 시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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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 - 공정한 경제는 불가능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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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책들 출판사에서 출간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의 불평등에 관한 세 권의 책중 가장 최근작인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까지 클리어했다. 전작들과 비슷한 기조하에 부의 편중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상황을 더욱 더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우리 시대는 너무 많은 이들이 다른 이의 몫을 빼앗음으로써 부를 쌓고 있다"라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미국식 시장 경제는 실패했다고 말하며 금융화, 세계화, 기업의 독점화(스티글리츠의 3가지 핵심 연구 주제가 거대한 불평등을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금융 산업과 몇몇 기업이 경제 전반을 장악하고 불공정한 규칙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케인주주의의 부활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개입만이 불평등의 가속화를 멈출 수 있다고 논거를 제시한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주요한 상황을 살펴보자면,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오늘날처럼 불평등의 규모가 컸던 적도 없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미국 하위 90퍼센트의 평균 소득은 제자리인 반면,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은 치솟고 있다. 스무 명 남짓의 부자들이 전 세계 하위 50퍼센트 전체의 부와 맞먹는 부를 차지하고 있고(2017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세 사람(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이 미국 인구 하위 절반보다 더 많은 자산을 갖고 있다.


각종 기관들이 저소득 계층은 빨리 죽고, 더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더 낮은 임금에 열악한 직업을 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스티글리츠의 말마따나 〈이제 기회의 평등이라는 꿈은 미신이 되어 버렸다.〉 이런 불공정과 불만에 응답할 수 없다면, 가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애초에 부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길밖에 없다면,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크게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소개글을 통해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국부의 원천

스티글리츠는 불평등 문제의 밑바탕에는 성장에 대한 우리의 착각도 한몫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개인의 부와 국부(국가 전체의 부)를 구분해서 볼 것을 주문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익은 부의 창조뿐만이 아니라 착취를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나 개인이 소비자가 원하는 신제품을 출시함으로써 부를 벌어들인다면(좋은 방법이다!) 개인과 국가의 부 모두가 늘어난다. 반면 누군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소비자나 근로자의 몫을 빼앗거나 지대를 통해 부를 늘린다면, 이는 소득 재분배에 불과하며 국가 전체의 부도 증가하지 않는다.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파이에 비유해 보자.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파이의 크기를 실제로 키우는 것은 국민의 창조적 활동과 생산성이다. 사람에게 투자하고,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과학기술도 발전하고 〈부의 창조〉가 일어난다(스티글리츠가 세금의 더 큰 몫을 사회 기반 시설과 기초 연구,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이다). 반면 누군가 독점력과 지대 추구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는다면 이는 〈부의 추출〉에 불과하다. 파이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소수가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의 자본주의는 〈부의 추출〉을 성장으로 착각하고 있다. 만약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의 소득이 증가해서(나머지 대다수의 소득은 정체된 채로) 미국의 GDP가 성장한 것이라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스티글리츠는 시장 경제의 목적은 〈개인의 부〉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부〉를 늘리고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결실을 향유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공정한 정부

스티글리츠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공공재 중 하나는 효율적이고 공정한 정부〉라고 강조한다. 우리 모두는 공정한 정부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예를 들어 사회보장 제도(퇴직연금, 의료보험, 실업보험 등)는 개인의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위험에 맞설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시장이 독점력을 통해 가격을 올리거나, 오염을 발생시키면서도 비용은 사회화한다면 정부가 강력한 규제나 세금 부과를 통해 개입한다. 역사가 증명하듯, 시장은 정부가 나서기 전까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시장에게 막대한 자유를 안겨 준 레이건식의 공급 중시 정책(규제 철폐가 경제를 자유롭게 만들고, 감세가 동기를 부여하여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실패한 이유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지난 40년간 이런저런 정부 혜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트리클다운 효과(파이가 커지면 모두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이 돌아간다는 주장)도 없었고, 파이도 키우지 못했다(미국의 성장 속도는 레이건 이전 30년간 연평균 3.7퍼센트에서, 이후 28년간 연평균 2.7퍼센트로 1퍼센트나 하락했다). 거꾸로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혁신과 연구 개발에 투입하기보다 자신들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쏟아부었다.

스티글리츠는 이제 미국이 자신들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오만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사실상 세계의 많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이미 〈빠른 경제 성장과 풍족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자본주의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높은 세금(계층 간 부와 소득의 재분배의 핵심이다)을 거둬들여 사회 기반 시설, 교육, 기술, 안보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고, 공정한 경제 규칙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만이 지금의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시장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사회 번영이라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본주의는 자유시장을 강박적으로 맹신하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기능하는 〈진보적 자본주의〉라고 강조한다.

진보적 자본주의

스티글리츠는 오늘날 미국의 경제 시스템이 〈불평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더 이상 점진적인 해법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 책이 진보적(또는 급진적) 자본주의progressive capitalism를 표방하는 이유이다(이 책의 원제는 People, Power, and Profits: Progressive Capitalism for an Age of Discontent이다).

그럼 기운 운동장을 바로세울 방안은 무엇일까? 스티글리츠는 우선 부의 진정한 원천(생산성, 창조성, 사람들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니까 진보적 의제의 핵심은 사람이다. 불평등을 줄이고 공정한 룰만 제대로 세워도 경제는 성장한다. 그는 이민자를 비롯해 여성과, 노인 등 노동 참여를 확대하고, 그들의 생활수준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세금이 중요하다. 스티글리츠는 우리의 세법이 불평등을 해소하는 열쇠라고 설명한다. 좋은 세금은 경제에 도움을 주고, 경제를 자극한다. 가령 탄소세는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에 투자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환경에도 이롭고, 세수도 늘리며, 장기적으로는 혁신을 통해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기업과 부유한 개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투자도 안 하고 일자리로 안 만드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을 높일 것을 주문한다. 그렇게 늘어난 세수를 고등 교육 기관과 과학 기술, 사회 기반 시설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과세와 관련해 주장하는 또 다른 핵심은 〈사전 분배〉이다. 스티글리츠는 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궁핍한 이들에게 나눠 주는 사후의 〈재분배〉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시장 소득의 분배를 보다 평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정부가 기업이 착취하는 방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도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 책은 기업을 관리하는 의제로서, 〈기업 지배 구조를 개혁하고, 개선된 노동법을 통과시키고, 차별 금지법과 경쟁법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불평등은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의 동력을 끊고 정치적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 책은 비록 미국의 경제 체제를 중심에 두지만, 거의 비슷한 불평등 문제를 경험하는 한국 사회도 참조할 이야기가 많다. 우리 사회 역시 소수 기업의 시장 지배와 불평등한 임금 구조, 과도한 지대 추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공정한 규칙을 세우기 위해 무언가 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불만과 경제적 분열은 또 다른 정치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제안하는 경제적 해법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의제와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놀랄정도로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국의 자본주의가 미국을 숭배하고 있을뿐더러 분단에 따른 보수주의 강화가 주된 이유가 될 수 있는데, 아무튼 빈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수록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저자는 계속해서 일관되게 주장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정치야!!! 대통령 선거결과가 과연 어떻게 나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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