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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프로페셔널 ㅣ KODEF 안보총서 14
양욱 글, 김상훈 사진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대선의 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읽어준 책이다. 모후보가 선제타격, 사스배치등을 운운하며 전쟁불사를 외치는 멘트로 보수의 표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을 느꼈다. 심지어 그 인간은 군대도 어이없는 이유로 다녀오지 않았는데 도대체 전쟁이 얼마만큼 한반도에 끔찍한 재앙이라는걸 아는지 모르겠다.
북한을 옹호하는건 아니지만 어떤 이유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대한민국은 거의 끝난다고 보면 된다. 무슨 선제타격인가? 미국도 아프가니스탄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철수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특히 험난한 산악지형으로 인해 어떻게 보면 베트남 전쟁보다 더 험난한 전쟁이 될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제타격이라뉘 그저 한숨만 나온다.
이 글이 올라가는 싯점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누군가로 정해졌을텐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아무튼 전쟁불사를 쉽게 외치는 정당에게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이런 와중에 재래전력의 핵심인 한국 육군의 전투력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이 책을 읽어줬다. 출간된지 꽤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한국국방안보포럼 안보총서중 하나로 화보와 함께 육군의 전력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서적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육군의 다양한 모습을 예술적 구도와 앵글로 생생하게 살려내었다. 달라진 육군 24시를 밀착 취재하고, 5주간의 신병교육 훈련을 거치면서 조금씩 군인이 되어가는 이들의 모습도 담았다. 또한, 신병교육대의 조교로 복무중인 천정명 일병과 육군 52사단의 통신병으로 복무중인 싸이 박재상 일병의 군생활도 취재하였다.
총 세 파트로 나눠 12개의 꼭지로 구성되어있다. 소개글을 통해 각 장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아무튼 전쟁은 결코 일어나선 안된다. 아무리 어떤 이유에서라도 전쟁은 결코 회피해야될 끔찍한 재앙이다.
Part 1. 이것이 우리가 지키는 땅
Shot No. 1. 강산,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진 해발 1300미터의 거대한 산자락… 고지에서 최전방을 지키고 있는 장병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함께 소개한다. 구름 위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풍광은 위안 이상의 축복이다.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가 무려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최전선의 자연이 예술적인 구도와 앵글로 더욱 생생하게 살아난다. 거대한 대도시를 지키는 육군의 모습은 밤의 화려함에 대비되어 한층 더 늠름해 보인다.
Part 2. 노력과 열정과 꿈이 있는 곳 육군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은 서울에서 50여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런 명백한 위협 아래서도 우리 일상에 별다른 긴장감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만약 우리가 긴장감이나 위기의식을 조금 덜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모자람을 우리 육군에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역동적인 장병들의 모습을 통해 땀 흘리는 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렸다.
Shot No. 2. 최전방에 서다
멀리 북한군의 감시초소가 보인다. 이곳이 최전방임을 부정할 수 없는 증거다. 수색을 마치고 복귀하는 대원들이 들어서고 있는 통문은 남방한계선 넘어 비무장지대를 드나들 수 있는 문이자 남과 북을 나누는 마지막 철조망이다. 아무나 출입할 수도 없고, 더구나 촬영을 허가받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최전방 동네를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Shot No. 3. 강한 그들
아무리 강력한 첨단무기가 있어도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역시 사람. 강한 사람이란 가장 훌륭하게 고독을 견디어낸 사람이다. 강렬한 뙤약볕 아래 무더위와 싸우고, 혹독한 추위와 싸우고, 공포와 불안과 싸우고, 또 자신과 싸워 이겨낸 사람이다. 고공강하나 무도훈련 장면 등 가장 역동적인 이미지를 배치하여, 고난도의 훈련과 최대한의 노력을 통해 강한 전사가 되고자 하는 우리 육군의 열정을 보여준다.
Part 3. 여유와 흥겨움이 힘으로 바뀌다
대한민국 남성이 최초로 만나게 되는 사회조직의 형태가 바로 군대. 피 끓는 젊음들이 모여서 2년간 민간의 생활을 벗어나 머문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건 단체생활이란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지위와 계급이 엄존하는 조직이라면 좀 더 각오를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유연해지고 여유가 생긴 만큼 병영생활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여유로부터 힘을 만들어내는 사나이들의 삶을 소개한다.
Shot No. 4. 육군 24시
육군병사는 군장을 짊어지고 매서운 추위 속으로 근무교대를 나서야 하기도 하지만, 군생활이 고된 일과의 연속만은 아니다. 21세기의 병사들이 꾸려가는 군대에서는 사회에서 누리던 자유가 상당부분 허락되고 있다. GOP의 막사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이 병사들의 일과 후 시간을 책임지고 있고, 게임기를 타고 펼쳐지는 숨 막히는 ‘군대스리가’가 신세대 병사들의 군 생활을 돕고 있다.
Shot No. 5. 장정에서 이등병으로
아직 계급이 부여되지 않은 앳된 얼굴의 훈련병들. 제식훈련과 수류탄투척훈련, 화생방훈련, 종합각개훈련 등 5주간의 신병교육 훈련을 거치면서 조금씩 군인이 되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편안한 생활 속에서는 절실하지 않았던 ‘조국’이었겠지만 땀으로 채우고 인내로 엮어가는 훈련소생활에서는 좀 다른 가치로 느껴질 것이다. 육군훈련소는 단순히 장병을 키워내는 곳이 아니라 애국의 본질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다. 훈련소에서 가르치는 것은 병사 각자가 자대에서 실제로 수행할 임무가 아니라 모든 육군 병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군사기술이다. 병기본훈련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훈련병이 전사로 바뀔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토대, 진정한 전사를 만드는 맑은 정신은 훈련병이 흘리는 땀 한 방울과 함께 그들의 DNA 속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
Shot No. 6. 남자, 그리고 대한민국의 남자
시간은 넘쳐나는데 불러주는 사람은 없는 은퇴 후의 한가한 시간에 군복무를 하게 되면 좋겠지만, 여느 다른 사회조직과 마찬가지로 우리 육군도 젊은 혈기를 더 필요로 한다. 여느 우리 육군 장병과 마찬가지로 어떤 특권도 혜택도 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해나가고 있는 두 병사를 만났다. 신병교육대의 조교로 복무중인 천정명과 육군 52사단의 통신병으로 복무중인 싸이 박재상 일병의 군생활을 취재했다.
Shot No. 7. 예비역은 영원하다
간부나 병사로 군복무를 마쳤더라도 대한민국 남성에게는 아직 또 다른 의무가 남아 있으니, 바로 예비군으로서의 역할이다. 국방력이 그 국가의 정치적.외교적인 힘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현실에서 육군의 예비군 병력은 대한민국 국방력의 숨겨진 저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예비군은 죽은 병력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투력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예비군 훈련은 귀찮은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즐겁고 자발적이면서도 전투적인 훈련 장면을 보여준다.
Shot No. 8. 강한 전사, 이렇게 만들어진다
KCTC는 약 3500만 평의 면적을 자랑하는 세계적 규모의 과학화훈련장이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도상훈련 같은 워게임이 아니라 전문 대항군을 상대로 하는 실전적인 대대급 전술기동훈련이 실시된다. 레이저와 GPS 기술에 기초한 새로운 훈련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이곳은 다양한 전투상황을 재현하고 훈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되었다. 훈련병을 거쳐 비로소 군인이 된 한 사람의 병사가 강한 전사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들을 담았다.
Part 4. 평화를 지키는 힘
피곤한 몸을 깨워 만원전철에 구겨 넣고 9시가 되기 전에 누군가는 직장으로, 누군가는 학교로 향한다. 어떤 이는 배우고 어떤 이는 가르치고, 또 어떤 이는 만들고 어떤 이는 내다팔고 어떤 이는 다시 사들여오면서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를 성실하게 소화해낸다. 이렇게 완성되는 하루하루를 우리는 일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단조로운 일상은 그저 얻어지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힘이란, 조국 또는 거창한 이념이나 사상 따위에 앞서 무엇보다 우리의 이 단순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Shot No. 9. 지상을 장악하라
전차를 처음 개발하여 실전에 사용한 것은 1차대전 때의 영국이었으나 이를 실용화시킨 것은 독일군이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이 도입했던 전격전은 전쟁의 양상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았다. 한국전쟁 당시까지 제대로 된 전차 한 대 없었던 우리군은 1975년부터 한국형전차를 개발, 생산하여 1986년부터 실전배치하기 시작했고, 이제 세계의 기준을 주도하는 XK-2 전차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동북아에서 가장 강력한 첨단육군의 위치에 오른 우리 육군의 병력 및 훈련모습과 기갑전력의 핵심 무기체계(K-1, XK-2, K-21, K-9/K10, MLRS 등)를 소개한다.
Shot No. 10. 하늘과 바다도 우리가
지금은 공군이라는 별도의 군이 있지만 그러나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 공군도 2차대전 당시까지는 육군 소속의 항공대에 불과했다. 육군 항공전력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헬리콥터는 한국전쟁 때부터 실전에 투입되어 2차원적이었던 육군의 작전개념을 3차원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육군의 영역이 아닌 것 같지만 엄연히 육군의 영역인 하늘과 바다에서의 육군의 활약을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헬기전력, 2002년부터 실전배치된 무인기, 해안감시 임무를 수행중인 육군경비정과 함께 소개한다.
Shot No. 11. 프로페셔널의 산실
젊은 한 시절 국방의 의무로 육군을 거쳐 가는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국방이라는 중책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도 있다. 육군에서 가장 전문화된 집단 가운데 하나인 육군항공, 전투전문가를 양성하는 육군 교육기관 상무대, 전투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공병,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은 폭발물 처리반, 특수전사령부 예하의 공수여단 등 육군 속 프로들의 모습을 낱낱이 보여준다.
Shot No. 12. 60만 대군 236개의 군사특기
인류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조직이 군대라고 했던가? 현대 모든 조직의 기본은 군에서 온 것이다. 산업시대에 기업과 정부를 발전시켰던 관료제도도, 정보화시대에 복잡한 첨단산업을 성공으로 이끈 태스크포스제도도 사실은 모두 군의 조직에서 나온 것이다.
육군이 무엇보다 효율적인 것은 바로 임무가 뚜렷이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보병은 공용화기병과 특전보병이라는 직군으로 나뉘고, 공용화기병은 다시 소총.기관총.50MG 기관총.60M 박격포.90M 무반동총.고속유탄기관총 등의 세부 보직으로 분화된다. 이외에도 기갑.포병.방공.정보.공병.통신.항공.화학.군수.병기.수송.부관.헌병.경리.정훈.의무.법무.군종.카투사.통역 등 20여 개의 병과로 세분되는데, 이렇게 나누어진 군사특기가 모두 268개다.
군대는 의식주가 모두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이다. 따라서 이런 군사특기들은 하나의 단위부대를 운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을 모아놓았다. 마치 수많은 직업군들이 어우러져 사회가 돌아가듯, 육군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각 병과와 군사특기들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육군은 현대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반대로 현대사회는 육군의 확장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