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사실은 환상에 가깝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똑같은 범죄를 네 사람이 목격했을 때,
나중에 FBI 수사관이 목격자들을 따로 한 사람씩 대면 조사할 경우 이들이 똑같은 사건을 각각 약간씩 다르게 진술하는 것도 그래서다. 물론모두 공통으로 보는 것도 있다. 하지만 수사관은 목격자들의 진술이 서로 약간씩 엇갈릴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수사관은 기억의 오류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는 더 잘 알고 있기에, 만일 어떤 미해결 사건에서 목격자 네 사람이 모두 완벽히 똑같은 진술을 한다면, 그들 중 누군가가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연스레 품을 것이다.
어떻게 우리의 기억은 설계는 멀쩡한데 오작동하게 되었을까?
물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이 일은 태초에 세상이 시작됐을 때부터 한 번에 한 가지 기억씩 서서히 진행돼왔다. 내가 알아낸 바로는, 이런 중대한 기억 오작동에는 다음 세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하나, 기억의 퇴화,
둘, 옳고 그름에 대한 잘못된 체계를 선택해서, 결국 어른이 아니라 다섯 살짜리 아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
셋, 변화를 원하면서도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능력을잃은 것.
이 모든 과정은 기억의 퇴화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