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 세상 모든 것의 성장과 한계,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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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그대로 눈이 있는 한 우리는 세상의 <size>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좋든 싫든 우리는 크기를 기준으로 촘촘하게 정해진 세계에서 살아간다. 어디를 살피든 하다못해 우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자급농과 물물교환하는 가구를 어떻게 집어야 할지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17쪽) 어떠한 규칙이든 분류든 표준을 인식하고 있을 때 작동한다.
작가는 <크기>를 기준으로 세상을 설명한다. 이건 미시의 세계부터 거시까지 아우른다. 미시든 거시든 크기를 말하는거잖슴?
걸리버가 크기의 현실과 대사(몸의 대사)스케일링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끌어낸다. 걸리버 정도의 키와 몸무게라면 후이늠의 몸무게는 어떠했을지, 그렇게 복잡스런 인체구조를 가지고 작아진느 것은 가능한지 하나하나 따져본다(털썩)
또 앨리스는 착시라는 현실적인 세계(N의 확신의 세계) 에 들어가는 입구를 제공한다. 크기 하나로 세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작가는 <size>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읽을 수록 이 사람은 모르는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지식, 빠진걸 찾는게 어려울 정도로 세상을 총망라한 스펙트럼에 기함했다.
이 책을 읽는 건 어렵지 않은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면-
책 읽을 때마다 “야야, 내가 재밌는거 알려줄까” 하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말거는 걸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흔히 들어본 세상의 들쥐 개체수는 보존된다는 이론, 종아리가 짧으면 심혈관질환 확률이 올라간다는 썰, 집게손가락과 약지손가락 길이 차이에 남성호르몬 차이가 생긴다는 썰,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인식, 황금비율의 모순까지 지금 대충 생각나는 것들만 적어봐도 이렇다.
엄청난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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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상대성장 스케일링의 주요 기관은 눈이다.. 클 뿐 아니라 해부학적으로 긴 눈을 지니면 추가적인 혜택이 있다. 각막과 망막의 거리가 멀수록 맺히는 상의 크기가 더커지고 그러면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하는데 더 유리하다. 맹금류는 시력이 아주 좋다고 잘 알려져 있다. 사람이 1.2미터 떨어진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독수리는 6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 또 색깔을 더 선명하게 보고 자외선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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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기시감이 들었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과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에서 읽었던 내용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책을 읽을 때도 천재 오브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 바츨라프 스밀은 그걸 훌쩍 뛰어넘는다.

저자는 “이 파악하기 힘든 질서를 탐구함으로써 배운 교훈은, 우리 은하의 별다른 특징 없는 항성계 중 하나에 있는 작은 행성에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적 문명으로서, 우리 존재의 본질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해준다는 것이다. ”(340쪽)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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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많을 수록(나이가 들수록) 점점 경험치도 올라가고 어느 정도 ‘사이즈’가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싯다르타처럼 “나는 다시 순수해질 수 없는 것인가”라는 오만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 엄청난 정보를 확인하며 “아 정말 나는 아는게 하나도 없구나”라고 뚜까 맞을 수 있었다.
정말로 아는 것이 많을 수록 겸허해진다는 것은 ‘몸사린다’는 말의 대체어가 아니었다. 안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 알게 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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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클라이막스는 마지막, 1000개의 단어- 100개의 단어- 10개의 단어- 1개의 단어로 크기를 설명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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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크기는 스칼라의 일종이며,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만물 의 척도다.

1
S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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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한다. (나를 지키는)무기가 하나 생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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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8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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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속편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보니, 결국에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 가장 올바르다고 믿는 방향으로 정치를 해야한다고 결론지을 줄 알았다(생각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성선설 늬낌이다)
하지만 어디 세상사가 그리 호락호락하냔 말이다.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있고, 어떤 사회 계층으로 나누는 것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성향까지도 모든 정치체제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어디까지 우리가 생각해야하냐면, 노예근성의 사람(신분을 이야기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도 그 타고난 성향이 지위에 딱 맞춰 태어나는건 아니라고 했다) 주인의식이 있는 사람의 역할도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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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답답했다. 이렇게 현명한 사람이 정치해야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어쩜 자기 잇속만 챙기냔 말이다. 이런 하나하나를 간과하지 않고 사람을 잘 쓰는 일, 사람들이 행복하게 기꺼이 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게 정치일텐데-
누구와 친해지고, 누구에게 부탁을 해보고, 누구에게 힘을 실어줘야하는지 아직 어르신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결론은 교육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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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여러 모습을 나타내는데, 민주정, 과두정, 귀족정, 혼합정 등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관여하냐’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그리고 그 구성요소 중 단연 사람이 빠질 수 없는데, 중산층이 주축이 되는 국가가
이해관계의 밀당에서도 일의 융통성에서도 순환하게 하므로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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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사람들이 주축이지?
라고 생각하니 속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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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로 장난질을 많이하는 정치인들 덕분에 오히려 관심을 갖기도, 신물이 나 귀를 막기도 하는 양극화를 경험중이다. 그중에 돋보이는 사람들이 충주맨과 양산시(진솔이) 코레일의 기관사이다.
이들의 살신성인정신과 아찔한 마케팅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렇게 관심을 갖고, 호의적일 때 더더욱 함께 대화하는 장을 마련하고,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할 방향을 되짚어보는게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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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평등을 추구하지만, 평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한다.
평등에는 수적 평등, 자격에 따른 평등 두가지 유형이 있는데,
”사람들은 자격에 따라 정당한 것이 결정된다는 절대적 정의의 개념에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한 분야에서의 평등을 모든 분야에서의 평등으로 확대해석하고, 다른 이들은 한 영역에서의 불평등이 모든 영역에서의 불평등을 의미한다고 본다“
지금처럼 모두가 비슷한 것을 누리지만, 또 한편으로 고립되기 쉬운 이 시대에
평등이라는 개념을 함께 그리면서, 생각이 진화하는 (고착화 되는) 과정을 톺아보면서 이야기할 때이다.
#아리스토텔레스정치학 #현대지성 #현대지성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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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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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하철 역사에서 어떤 여자분들에게 붙들렸다.
막 책을 덮고 어제 해결되지 않은 문제 때문에 출근하는 길이었다.
여성자원봉사 단체에서 나왔는데 타로를 봐주겠다고 했다.
내 손엔 [엄마 아닌 여자들]이 들려 있었고, 이제 막 어떻게 죽을지 고민해보자는 책[어떻게 죽을 것인가] 텍스트가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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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간극이 기이했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애쓰고 싶은데 당장 눈앞의 일조차도 카드 한장에 좌우되고 거기에 혹하는 나도,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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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라니, 당장 비극이 쓰나미다.
내가 출근하는 화성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이 많다. 이번에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사고에 이주노동자들의 피해가 컸다고 들었다.
언어가 미숙해 안전교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분들이었다고 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도 여전히 한국어가 서툰 친구들이 있는데, 피해자 중에 그친구들 부모님도 계실까봐 조심스러워졌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학교 끝나고 뭐하나, 집에선 뭐하고 노나? 한번도 관심가져본적이 없었다는 것을 꺠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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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모든 가정의 일이 ‘그 가정 안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 되었을까?
언젠가 한 개그맨이 결혼은 했지만 자식은 낳지 않겠단 소신발언을 해 화제가 됐었다.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위험하고, 더 힘들어질거라는데, 그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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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당한 말씀이다.
<자녀를 가지면서 얻는 보람보다 스트레스가 크고>
<정부가 명령하는 유급 출산휴가의 세계 평균이 29주 뿐이다>
<엄청난 환경문제, 기후위기에 지금 우리조차도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이런 것만 미뤄봐도 부모가 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은 매우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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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속아 우리는 질문하길 멈춘다.
그리고 너무나 쉽게 생각은 점프한다(오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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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느네가 괜히 아이를 낳아서, 우리 세금을 공립학교에 써야하고(나는 이러니까 아이를 안낳잖아), 장애아동을 돌봐야하고(아이를 낳은 너희 선택이잖아), 괜히 신혼부부- 아이낳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혜택을, 아니 특혜를 줘야하냐고(우린 뭐 안힘드냐?).
라고 위험한 생각을 쉽게 해버릴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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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공동체는 힘들다. 서로 힘을 보태기보다 단절되고 고립되기가 쉬운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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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처음 의도는 “우린 뭐 안힘드냐?(애 낳은 너희만 힘드냐?)”를 옹호하기 위해 썼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던 사회도 분명히 존재했고, 정치적인 장난질(오만함)도 확인하면서 “이게 맞나?” 라는 질문으로 급선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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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 언제부터 모성을 포기해야 했는지, 그 과정이 상세히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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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사람들의 알고리즘에 떴겠지만) 최근에 르완다에 사는 한국어능력자 외국인짤을 봤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굉장히 인상깊었다.
예전에는 한사람이 결혼하면 마을 전체가 같이 돕고, 마을의 잔치가 되었는데, 그 어마어마한 결혼준비를 <핵가족>이 되면서 신랑 신부 직계 가족의 몫이 되었다는 거다. 어떻게 결혼을 하겠냔 소리를 했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자식이 '소유'가 아니었을 때,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들도 기꺼이 남의 자식들을 데려다 키우고 해왔다. 모성의 본능을 잘 키워준 사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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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암묵지가 어느새 핵가족으로 넘어오면서, 조용히 사라져버렸다는 것.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선' 잘지키는 문명화된 국민으로서,
자기 자식은 자기만 키우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왔다는 거다.
공동체를 ‘미개하다’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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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봐도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부분들이 역사를 거쳐 조작되어 왔고, 냉소적으로 변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럴 떄
“냉소적인 마음이 들 때면 ‘미국 여성은 어째서 자녀를 갖지 않는가’ 라고 할 것이 아니라 대체 ‘어째서 자녀를 가져야 하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더 희망이 느껴질 때면 더욱 생산적인 질문을 떠올리기 떄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자원이 고갈된 지구와 시간과 돈이 고갈된 존재가 요구하듯이 새로운 생명을 적게 만듦켠서 아이들이 선사하는 기쁨과 희망,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자녀를 갖고 갖지 않는 것의 차이가 그렇게 냉혹하지 않은 미래. 한 아이에게 둘 이상의 어른이 개입하는 미래, 모성이 직장과 삶에 짓눌리지 않는 미래, 어머니가 아니라고 해서 다음 세대를 양육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만약 새로운 아이를 만드는 것이 진정 공동체에 기쁨이 되고 매일 실질적인 책임이 된다면 어떨까’라고 이론가 도나 해러웨이는 질문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 몸으로 낳은 아이>라는 생각을 뛰어넘는 사고가 요구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본문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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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해결책이라기 보다, 우리가 이 문제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잊지 않는 것, 이것을 기준으로 해서 인구문제도- 인권문제도- 나아가 환경문제까지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원하는 세계평화는 당장 내 눈앞의 한 사람들의 행복에서 시작된다. 병원 문제, 인구 절벽, 지방과 격차 등 여러 문제를 맞닥뜨릴 것이다.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가지고 올 떄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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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유 어게인
서연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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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신의 불행이 가장 크고, 온갖 서사가 덧대어져서 ’이 불행은 누구도 이해못할 특별한 것‘이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그녀의 행운은 그 불행을 그저 넋놓고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 환자이기 이전에 ’의사‘로서 자신의 책임을 잊지 않았다는 점인 것 같다.
불행에 파묻혀 그저 상황을 탓하고 있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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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좋아하고 일을 벌려놓는 천성이 그녀를 잠깐 괴롭히기도 했지만(하나하나 상대하며 상처받는 일, 의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자신의 불편을 드러내지 않은 일)
그 타고난 천성 덕분에 ‘불행으로 받아들이는건 비효율!’이라고 단번에 ‘탓하기’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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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일 때 환자들에게 숱하게 일러둔 체크리스트를 자신이 환자가 되면서 까먹거나(그렇게 수술이 미뤄지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을 때 (합병증이 찾아왔을때)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다른 일을 해야했던 것,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자신도 억울한데, 주변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명해줘야할 때. 꽥 소리지르고 싶은 심정에 그녀는 수없이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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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의사인 그녀‘라서 가능하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라, 정말 ’너도 할 수 있어‘라고 혼신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함께‘라서- 이 명제를 꼭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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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심지어 자기 확신에 대한 결핍과 끝없는 존재 증명 욕구에 시달리는 그저 한명의 연약한 존재였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기에 마구 휘청이는 나라는 인간의 한계는 온통 하찮음과 허무함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이런 나를 일어서게 해주는 건 돈이나 명예가 아닌 사람임을 나는 알게 되었다 세상을 사는 일은 절대로 혼자서 가능하지 않음을, 언젠가는 혹은 꽤 오래 타인의 도움과 배려가 있어야 내가 살아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본문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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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지 못해 살았을 때, 아다리가 맞아서 기절한 적이 있다. 숨이 가빠지고 스르르 눈이 감기길 반복. ’드디어‘라는 생각이 들 때. 내 곁을 지켜준 이들의 간절함을 목도하고, 그동안 시큰둥한 내게 집요하게 건넨 말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실없이 농담하며 줌바 시범을 보여주는 작가님을 보며
나도 모르게 픽 웃었다. 지금까지도 살아가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그 사람들 때문이다. 단순하게 ’휴,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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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자책 속에서 살아가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떤 불행도 개인에겐 타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하고, 무거운 것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고, 나를 ’객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고 1일차, 2일차 하루하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승전결 따위, 안일한 회복이라는 시나리오를 비웃듯이 스펙타클했고, 그 불행의 연속이 어지러울 쯤, ’와 나라면..‘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상스럽게 말하면, ”야 씨 나 놈은 살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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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앞둔 그녀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고통이지만, 그녀의 용감한 도전기에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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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표제가 진짜 찰떡이다.
새로운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는 의미와 다시 두눈으로 봤던 세상을 그리워한다는 의미가 중의적으로 나타나서, 책을 덮고 표지를 가만히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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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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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치기를 결과론적으로만 생각하면 힘이 빠지지만,
계속된 실패에도 ‘당연한 실패’로 받아들이고, 개의치 않고 시도하는 것- 행위에 의미를 둔다면
지금 우리의 노력이 좀 더 가뿐해질것.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는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나름 남초회사에서 일하면서, 살아남기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비장하게 책을 펼쳐 들었는데 웬걸.
온유한 인터뷰어의 질문과 문체가 ‘아 여성의 힘은 역시 조화구나‘ 라는 깨달음을,
그리고 굳이, 남성스러워질 필요가 없다는 안도를 얻었다.
한편으로 ’여성‘이라는 수식이 필요없는 전문가들을 보면서 내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는지 냉정하게 되물을 수 있었다(뼈맞..)
그중에서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한명은 ’엄마선장‘이 목표라는 김승주님, 목표설정 자체가 너무 현실적이면서 이상적이면서, 모범적이기까지 해서- 꼭 엄마 선장이 되길 응원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대동물 수의사 신민정님의 인터뷰는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정확하게 꼬집어냈다. 남자도 쩔쩔매는 500킬로의 소를 치료하고 돌보면서, 체력적으론 여자가 떨어질 수 있지만 섬세한 소를 다루고 파악하는 건 또 여자라서 유리하다는 점,
뭐랄까. 이분은 사회가 어떻고 환경이 어쩐다는 생각자체를 안하는 것 같았다. 온전히 자신의 태도와 그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시는게 느껴졌다.
그 프로페셔널이 중도?처럼 느껴졌다. 올곧지만 차갑지 않았다.(인간적으로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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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울회사) 글렀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지도 어느새 1년, ’그만둬야지‘라는 마음도 같이 갔던 듯 하다.
오늘 출근해서 편집 마무리하고, 이 책을 들고 나오는데,
막내 연출(여자)인 친구가 기웃기웃하더니, 나에게 “여기 서버 연결이 안돼요…” 라고 속삭여왔다(?)
확인했다가 “아, 아이디 잘못입력했어요ㅋㅋ!”라고 말하고 정정해드렸는데
회사를 빠져나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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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여자 연출 선배가 없었지만, 항상 안부를 묻고(지금까지도..) 챙겨주신 작가님들과 여자 동기가 있었다.
성인지감수성 떨어지는 선배들 사이에서, 울고 바락바락 대들고 했던 것도 어쩌면 그녀들이 내 든든한 뒷배로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내가 나가면 이친구는 어쩌지, 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별건 아니어도 저 때 받는 도움이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알기에,
그래서 책을 다 읽은 지금, 진로의 목적을 정확히 해야겠단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때라서 내가 닮고 싶다 생각한 사람들의 결이 비슷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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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라고 썼는데,
책에 나온 대부분의 직군에서 그녀들은 ‘최초’의 레퍼런스들이 될터였다.
이런 책임감이 또 기본장착된 그녀들을 보면서, 대단히 원더우먼은 아니어도 누구 한명에겐 롤모델이 되어줘야겠단 (새끼손톱만한) 책임감이 충천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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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많은 격려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한 직업의 세계 체험까지 할 수 있어서 훨씬 쉽게 읽히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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