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맛있는 커피집
다카하시 아쓰시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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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성실한 집념은 일본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음식이든, 제품이든 일본이들 특유의 이미지는 <도쿄의 맛있는 커피집>에 소개된 카페에서도 그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이 책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11년간 간행되었던 카페 소식지에 실렸던 카페들을 다시 추린 것으로 일본 정취에 걸맞은 외관과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는 카페 소개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는 쇼와 시대에 지어져 상당한 세월을 자랑하며 3대에 이르는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가 있는가 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커피의 대표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한 지점에 대한 소개도 실려 있다.

다양하다는 표현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원두와 그에 걸맞은 배합을 자랑하는 가게들, 점주들의 지향점과 커피에 대한 무한 애정, 커피 맛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와 고객들과의 소통, 자연 친화적이거나 동네 주민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정겨운 카페로 자리 잡은 곳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여유로움을 느끼기 위해 들르는 카페에서 무료로 주는 사료는 동물과 사람과의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 실내 장식으로 꾸미는 그림을 직접 그리는 점주가 있는가 하면 카페의 캐릭터 깃발과 성냥갑을 나눠주는, 웃음이 정겨운 형제가 하는 카페 소개도 엿볼 수 있다.

소개된 카페마다의 개성과 역사가 농밀하게 담겨있어 한 군데도 빠짐없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정감 있는 소개가 인상 깊다. 같은 동양권이지만 현대적이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가 엿보이는 한국의 카페와는 달리 오래되었지만 낡았다는 느낌보다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손질한 흔적들이 어릴 적, 젊었을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인테리어가 정겹게 다가오는 카페들이 많아 왠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고즈넉한 골목에 자리한 카페에서 일상에서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는 여유를 느끼며 깊고 진한 맛을 담은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의 고단함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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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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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꾸었지만 아무나 될 수 없었던 신도시 아파트 청약 당첨을 이뤄낸 미연은 직장이 상당히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새 보금자리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자신에게 집착했던 엄마와 인연을 끊으며 결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지호와 셋이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결혼을 반대했던 친정 엄마에게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미연이었지만 드림힐이라는 이름의 새 아파트가 주는 기대감과 달리 이삿날부터 한쪽 손이 없는 섬뜩한 눈빛의 경비원과 마주치며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자신이 이사 때문에 한껏 예민해졌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경비원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는 양심에 찔리면서도 털어낼 수 없는 찝찝함을 남편 정우에게 털어놓지만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남편 정우의 쓴소리만 듣게 된다. 하지만 미연에 불안감은 키즈카페에서 만난 채윤이란 엄마의 반응을 보고 싸한 느낌을 받지만 바쁜 직장 생활과 초등학교 2학년이라 손이 많이 갈 아들 지호의 초등학교의 새 생활 등이 맞물리며 진지하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다.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아들 케어도 잘하고 싶었던 미연, 남편 정우는 애초에 미연이 지호를 놔두고 맞벌이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자신의 경력을 멈추고 싶지 않았던 미연의 간곡한 부탁으로 맞벌이를 해나가고 있었지만 자신을 위해 모인 회식자리에도, 새 프로젝트로 야근이 잦아진 팀에 자신만 빠지게 되는 것도, 아이의 픽업을 책임졌던 정우의 갑작스러운 약속으로 지호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시점에서도 미연은 죄지은 사람처럼 동동거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생활에서 지호가 친해진 영희란 아이의 엄마는 바로 위층에 살며 미연이 언제 출근을 하고 지호가 언제 돌아오는지, 미연이 늦는 날에는 지호를 초대해 저녁까지 먹여 보내주지만 미연과는 연배도 맞지 않고 화려한 옷차림에 진한 화장, 늘 몸에서 풍기는 좀약 냄새, 사람 기분을 묘하게 거슬리게 만드는 무례함에 그녀와 친해지고 싶지 않지만 모범생인 영희를 따라 지호가 알아서 숙제와 공부를 하는 모습은 싫지 않다.

<습기>는 읽는 내내 가슴을 조이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처음부터 축복을 받으며 시작할 수 없었던 결혼생활을 남편의 외도와 맞벌이를 하면서도 아내를 배려해 주지 않는 정우의 이기적인 모습, 지호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미연 탓으로 돌리는 시어머니의 모진 말들을 다 받으면서도 가정생활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미연의 모습이 애처롭고 위태로워 보인다. 거기에 더해 이사 온 신도시에서 실종된 아이와 만세교라는 이상한 종교가 미연 가까이에서 그녀의 삶을 더 좀먹고 있었으니 다음에 닥칠 일이 설마 내가 예상한 것은 아닐까? 짐작하는 가운데 이야기는 더 답답하고 기괴하게 흘러간다.

어딘가에서 보거나 읽었던 이야기처럼 낯설지 않지만 가슴을 조이는 기괴함을 느끼게 하는 데는 가히 으뜸이라 할 만큼의 몰입감을 던져준 소설 <습기>, 제목처럼 끈적거리는 불쾌함이 내내 들러붙어 더 서늘한 기분을 맛봤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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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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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이나 끈적거림과 불쾌함이 느껴지는 몰입감을 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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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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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학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도망쳐야만 했던 '홍', 어린 두 아들과 자신의 몸을 의탁할 수없이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그들에게 사회적 보호도, 경찰의 울타리도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고 홍은 무료로 쉼터를 제공해 주겠다는 문구에 홀려 두 아들을 데리고 교단에 들어가게 된다.

제약회사를 경영하는 부모님이 있어 경제적 여유로움을 누리며 살지만 부모로부터 약물 실험을 당했던 '효'와 '경', 오빠인 효와 달리 경은 아버지로부터 성적인 학대도 당해야 했고 사는 것이 지독하게 고통스러워 약을 털어 넣고 자살을 실행한다. 늘 제약회사에 있었어야 했던 경은 자살 시도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마침 그 시기에 제약회사에 폭탄이 투여되면서 경의 부모님은 물론 여러 사람이 죽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두 아들을 폭력으로부터 피하게 하기 위해 도망쳤지만 결국 교단의 입맛에 맞게 이용당하다 죽음을 당한 홍과 그런 어머니의 기억과 상관없이 오랫동안 분리되어 정작 어머니의 체온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 한과 태, 자신들이 속해 있던 교단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정 받고 싶었던 한과 교단이 설파하는 교리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태, 결국 태는 폭파 사건의 주동자로 체포되어 12년 동안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고 그렇게 12년이 흐른 어느 날 교단의 지도자들이 시신으로 발견되며 태는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위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현에게 따뜻함을 느낀 경, 동성임에도 그들은 못마땅해하는 이사진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한다. 하지만 어느 날 경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겨주신 제약회사를 현에게 넘겨주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교단 지도자들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사건 수사를 맡은 륜과 순 형사, 트랜스젠더라는 경찰 내 따가운 시선에도 그와 함께 파트로 일하는 순은 륜의 그런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짓궂은 동료 형사들의 물음에 언짢은 말투로 일갈하는 순의 행동이 륜은 오히려 고맙게 느낀다.

교단과 교주, 의사와 외계인, 동성의 결혼과 임신, 트랜스 젠더 형사, 부모님의 학대와 약물 중독....

<고통에 관하여>는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고통에 관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이라 생각하여 호기심이 동했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속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는 이야기들과 안타깝고 그러하기에 대비책이 시급하지만 제대로 된 사회안전 서비스가 되지 않는 우리 사회 만연한 일그러진 모습들이 응축되어 있다. 깊은 뜻을 따라가다 보면 어리둥절할 수도 있는 소설이라 집중해서 읽어야 하지만 고통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고통이란 단어에 빗댄 듯해 너무 어렵게 정의 내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며 전진하지 않으면 세상은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가슴 한편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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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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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문학상에는 과연 어떤 작가님들의 소설이 올라왔을까 항상 설레어진다.

어떨 때는 수상작이 기대보다 못 미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별 백만 개도 줘도 모자랄 만큼 감동적인 작품도 있다. 아무래도 올해의 대상 수상작은 최근 학교 안에서 일어났던 일로 인해 못다 핀 젊은 목숨이 지고 그로 인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들이 저절로 떠오를 만큼 같은 맥락의 이야기들이라 더 진지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그렇기에 대상 수상작인 안보윤 작가님의 소설은 마주하기 힘들고 답답하며 책장을 넘기기 꽤나 힘들다. 모든 감정들 중에 무심히 방관했던 자로서의 죄책감이 제일 크게 다가와 나와 무관한 사건이지만 결코 나와 무관하지만은 않은 무게감으로 짓누른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소설이며 최근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과 닿아 있기에 아무래도 강하게 각인된 것 같은데 그런 모든 답답한 마음들이 무색할 정도의 덤덤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뒤이은 강보라 작가님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요가 강사의 우붓 방문을 위해 홀로 여행을 나선 주인공이 그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듯 보이지만 그곳에서도 우두머리를 자처하거나 튀어 보이는 다양한 인간 군상은 사회적 계급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과하지 않지만 결국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심리에는 선의란 것이 과연 있을까란 고민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동성을 사랑했던 삼촌의 이야기를 담은 김병운 작가님이 소설도 인상적이었는데 왜곡된 듯하지만 보이지 않은 따뜻한 온기가 있었음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고 끝맺음은 있었지만 그 너머의 이야기 또한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김멜라 작가님의 '이응 이응'은 그녀의 소설을 한두 편쯤 일어봤던 독자라면 성에 대해 이렇게 과감할 수 있을까 싶은 선상을 그대로 달리는데 아무래도 처음 김멜라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을 때의 당혹스러움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이번 소설은 많이 동글동글해진 느낌이란 인상을 받았다. 오래전 영화에서 신체적 터치 없이 기계로만 오르가슴을 느끼던 장면을 보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응 이응'을 읽으면서 영화의 한 장면이 많이 떠올랐었다.

매해 다양한 작가분들의 소설을 한 권에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은데 올해의 수상작품집은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그전보다 조금 더 깊어진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 무거운 주제임에도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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