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배틀 ㅣ 케이스릴러
주영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4월
평점 :
평당 일억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반포동 하이프레스티지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셋째를 임신 중인 부인은 베란다 난간에 걸쳐진 채로 사망했고 남편은 등에 칼이 꽂힌 채 발견된 기괴한 사건,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추석을 맞아 '홈스위홈 SNS 이벤트'를 개최했던 엘스 전자 SNS 마케팅팀 미호는 행복해 보이는 가족 응모 사진에서 17년 전 절연했던 친구 오유진을 보게 된다. 눈부신 미모와 뭐하나 부족함 없어 보이는 집안 분위기, 자상하고 다정해 보이는 남편과 토끼같이 귀여운 딸들, 예상치 못한 유진의 사진에 미호는 혼란스러움을 느끼지만 회사의 이미지에 맞는다는 의견에 선정된 유진은 정작 연락이 닿지 않는다. 며칠 후 미호는 유진과 함께 고등학교 친구였던 세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최근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반포동 살인사건의 주인공이 유진이란 것을 알게 된다.
<행복 배틀>은 고등학교 시절 유진과 미호, 세경의 이야기와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절연 후 17년이 지나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유진의 삶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절연했지만 살인사건의 당사자가 유진이란 것을 알게 된 미호와 세경은 장례식장을 찾고 그곳에서 유진의 딸이 다녔던 유치원 같은 반 엄마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다가가 생전 유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미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더욱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친해 보이지만 묘하게 냉담하고 나사가 빠진듯한 유치원 엄마들, 그리고 그 속에서 미호는 유치원 같은 반 모임이었던 정아와 나영, 유진에게 어떤 사건이 발생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사이가 틀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찾기 위해 평소 그녀들이 즐겨 사용했던 sns를 살펴보기 시작한 미호는 세 명이 행복 배틀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가누가 더 행복한가, 잣대가 되는 것은 내가 가진 물질적인 것들, 나 하나만을 사랑해 마지않는 남편, 귀여운 아이들, 세 명 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약간의 콘셉트를 달리하며 sns에서 뽐내듯 자신들의 행복을 발산했고 그에 대한 그녀들의 대답은 질투와 시기 어린 댓글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보이는 것에만 현혹돼버린 그녀들, 타인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삼아 브레이크 없이 달리기만 했던 그녀들을 기다렸던 것은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는 현실이었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 관음증 환자에 가까울 만큼 자신의 삶을 거짓으로 도배했던 그녀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소설을 읽는 동안 점점 더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녀들이 쟁취하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죽음보다 더 맞닥뜨리기 힘들었던 진실 앞에 위태해 보이는 그녀들의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걸까?
기묘하면서도 자극적인 살인사건, 그 이면에 숨어있는 불쾌한 인간의 민낯, 그녀들은 잠깐이나마 행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