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 전쟁, 위기의 세계사 - 위기는 어떻게 역사에 변혁을 가져왔는가
차용구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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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시기와 지역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늘 있었다. 19세기 스위스의 문화사학자 야콥 부르크하르트는 시대의 갱신과 발전을 위해 위기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고 대응하라는 말인 듯 싶다. 위기를 예방하거나 대처 및 복구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역사적 맥락에서 위기와 위기관리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차용주는 서양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회장으로 활동했고, 유엔 사회개발 연구소 등 여러 국제 기관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 바 있으며, 다수의 저서와 논문 등을 집필했다.


책은 환경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은 역사, 정치 위기 속에서 길을 찾은 역사,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성찰과 교류의 역사 등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과거 언론에 게재했던 글들을 중심으로 다시 쓴 것이다.


로마제국을 덮친 역병


안토니우스와 루키우스 베루스의 공동 황제 시대에 대대적인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로마제국을 위기에 빠뜨렸다. ‘안토니우스 역병’이다. 당시 로마는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던 시기(팍스 로마나)였지만 이 질병로 인해 인구의 20~30%가 사망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은 엄청났던 것이다. 이 질병의 실체는 바로 천연두였는데, 서기 165년부터 무려 20여 년간 지속된 질병이었다.


쥘 엘리 들로네, <로마의 역병>(1869년)

(사진, 로마의 역병)


또 3세기 중반(249~262년)에 ‘키프리아누스 역병’이 번지면서 재차 로마제국은 혼란에 빠졌다. 길에 버려진 시체들이 넘쳐 났고 감염자들도 방치될 뿐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늙은 부모를 방치함으로써 거리엔 아사餓死한 감염자들과 이들 시신이 늘려 있었다.


이 병에 대한 키프리아누스의 기록('죽음에 대하여')에 따르면 역병에 감염된 사람은 극심한 눈의 통증과 갑작스러운 발열 등 모든 사지에서 고통을 느꼈다. 목 안에서 불에 덴 것 같은 고통을 겪었고, 구토와 혈변이 이어졌으며, 정도가 심해지면 팔다리와 같은 신체 부위는 괴사해 잘려 나갔고 사람들은 시력과 청력을 잃고 심신의 힘을 잃어갔다. 천연두와는 다른 감염병이었다. 


아프리카의 에디오피아에서 창궐한 감염병이 국경을 넘어 로마제국까지 미쳤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는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는 시절이라 상인, 군인 등의 이동에 의해 급속하게 널리 퍼져 나갔을 것이다.


로마령 카르타고의 주교 성 聖 키프리아누스는 신자들에게 병에 걸린 이웃을 외면 말고 적극적으로 돌보라고 권했다. 돈많은 부자들은 기금을 출연하고 가난한 신자들은 봉사하는 일을 맡았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이기적인 로마인들의 태도와는 달랐다. 심지어 그들을 박해하고 살해했던 사람들까지 사랑하고 구원했던 것이다. 이후 그리스도교 신도는 4만 명에서 6백만 명으로 급증했다.


로마제국은 ‘안토니우스 역병‘으로 성장을 멈추게 되었으며, ‘키프리아누스 역병’으로 재차 휘청거리게 되었다. 역병의 창궐은 로마제국 멸망의 서막과 같았다.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


14세기 중반 유럽 사회엔 흑사병이 널리 유행했다. 불과 6년 만에 인구의 3분의1 내지는 2분의 1 정도가 사망한 엄청난 재앙이었다. 흑사병의 유행기엔 항구에 입항하는 배의 선원들은 지정 장소에서 40일 동안 격리되어야만 했다.


도시 간 왕래와 모임 금지, 공중위생과 환경 개선 조치를 했지만 백약무효인 셈이었다. 주거지에서 많이 떨어진 장소에 깊은 구덩이를 파서 시체를 매장하는 일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특히, 가난한 자들은 생계를 위해 거주지를 벗어날 수 없었으므로 이 전염병에 집중적으로 희생되었다.


생활 환경이 열악한 빈민 지역은 흑사병의 발원지였다. 심지어 패닉에 빠져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거짓 소문까지 돌면서 1348년에서 1351년 사이에 오늘날 중부 유럽 지역에선 억울한 유대인들의 죽음이 있었다.


힘없는 약자들에게 내리는 차별과 폭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자 그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즉 흑사병은 인간의 죄를 징벌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스스로 몸에 채찍질을 가하는 ‘채찍질 고행단’이 등장했다. 이웃을 대신해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는 자발적 고행은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프란시스코 고야, <채찍질 고행단의 행렬>(1812~14년)

(사진, 채찍질 고행단)


역사가 알려주는 위기의 시사점


고대의 역병과 중세의 흑사병이 불러온 서로 다른 위기 대응 양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위기 상황에서 사회의 흥망성쇠는 지도자의 올바른 상황 인식 능력에 달렸다. 둘째, 지도부는 문제의 근원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셋째, 위기를 이겨 내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교인들이 자신들을 핍박했던 원수에게조차 자비를 베풀었기에 감염병이 돌 때마다 개종자 수가 늘어났다는 걸 기억하자. 위기 상황에서 진정성이 신뢰라는 자본을 쌓은 덕분이다.


마지막으로, 이타주의는 감염병 위기를 헤쳐나가는 주요 대처 방안이다.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도 “타인의 불행은 내게 재앙이 된다”라고 말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게 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역사의 가르침을 외면한 지도자


“혼혈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이는 2022년 한 정치 집회에서 헝가리 총리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5년부터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몰려들어 뒤섞여 살게 되면서 단일 민족인 헝거리인은 혼혈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삼십대에 총리에 올라 5회 연속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헝가리 왕국을 세운 이슈트반 1세는 현재의 독일을 통치했던 신성로마제국 출신 여성을 아내로 맞이함으로써 유럽의 변방에서 서유럽 세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이 결혼으로 헝가리와 서유럽 간의 이주와 교류가 본격화되었던 것이다.


여러 지역 출신자들을 포용함으로써 왕국과 왕실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단일 언어와 풍습에 얽매여 나약한 국가로 머물지 않고자 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남긴 십훈十訓 중의 하나가 ‘이주자들의 대우와 환대’였다.


왕국을 건국한 이슈트반 1세의 유훈과 달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서방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대신 러시아나 중국 같은 국가를 모델로 삼아 나아가야 한다”라면서 서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헝가리의 미래를 지켜볼 일이다.


종교의 평화적 공존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1996년에 <문명의 충돌>이란 책을 발표, 동서 냉전 대립이 문명 간의 갈등으로 다극화하면서 전쟁의 역사가 지속될 거라는 ‘문명충돌론’을 설파했다. 이 도서의 원제목은 ‘’(문명의 충돌과 세계 질서의 재정립)이다.


그는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만나는 단층선斷層線에 주목, 역사적으로 이곳은 피로 물든 경계선이었으며 21세기에도 서구 주도의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갈등의 무대가 될 거라고 예견했다.


이같은 예견 이후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코소보 전쟁, 9·11 테러, 미국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 최근의 이스라엘 - 하마스 전쟁 등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세계는 여전히 적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두 종교간의 갈등과 전쟁 국면에 비해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했던 기간이 훨씬 더 길다. 또한 문명 간 경계는 이질적인 다양한 문화가 만나 뒤섞여 새로움이 창조된 접경 공간이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의 제스처


정치에서 제스처는 일종의 게임 규칙과 같다. 정치가의 제스처는 정해진 절차와 방식을 따르는 공적 의례와 같다. 정치는 공적 영역에서 행해지므로 더 더욱 규칙을 지키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적인 장소에서 표현되는 정치사의 제스처는 공적 선언과 다름없다.


1979년,소련 브레즈네프(왼쪽)과 동독 에리히 호네저(우측)

(사진, 베를린 장벽의 벽화)


정치가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국민들과 만나는 장場이다. 즉흥적으로,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주인인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제스처여야 한다. 권력은 결코 사유물이 아니므로 자신의 죄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판을 연기하는 그런 제스처는 결코 행해선 안된다. 또 다수당이란 결정적인 이점을 앞세워 의회를 독재하면서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이나 정당을 향해 툭하면 탄핵 표결을 진행하는 그런 정치가는 정치를 새로 배워야 할 대상이라고 판단된다.


용서란는 선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19년 베르사이유 조약 체결로 마침내 폴란드는 독립을 쟁취했다. 독일이 점령했던 상당 부분의 영토를 다시 귀속시켰다. 이에 양국간의 적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독일인은 신생 국가인 폴란드를 ‘강도’로, 폴란드 사람들은 ‘늑대 또는 들쥐’로 묘사했다. 반면 폴란드는 수복된 땅이 본래 자국의 영토였음을 주장하면서 약탈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독일의 역사를 들추었다.


결국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폴란드를 침공(1939년)했다. 탈환된 지역에선 다시 독일화가 진행, 제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인이 무려 6백만 명 이상 사망했다. 이는 폴란드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독일은 아우슈비츠 등지에 집단 학살 수용소를 만들어 2백만 명 이상의 폴란드계 유대인을 학살했다. 전후에 새로운 국경선이 제정되고, 폴란드는 남한 면적보다 넓은 땅을 패전국 독일로부터 얻어냈다.


새롭게 귀속된 국경 지대에 4백만 명 넘게 강제 이주되는 동안 독일인들은 폴란드인의 잔혹 행위에 속수무책이었다. 나치 정권의 학살에 대한 일종의 보복 행위였다. ‘피추방민협회’를 결성한 독일의 강제 추방민들은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종전 20주년을 맞은 1965년 공산 치하의 폴란드 가톨릭 주교단은 서독 주교단에 서신을 보냈다. 이 서신은 지난 천년 동안 양국 관계에서 긍정적인 역사에 주목했다. 아래와 같은 문구로 서신은 마무리되었다.


(사진, 서신 문구)


용서容恕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아페시스’(aphesis)인데 ‘빚을 면제해 줌’을 뜻한다. 상대에 대한 분노의 감정에 얽매여 과거에만 머문다면 자신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용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빚에서 해방되게 해주는, 그래서 서로 주고받는 일종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공자의 사상은 '충忠과 서恕'라고 할 수 있다. 춘추좌씨전에서 충은 속마음을 다하는 것(中心)이며 서는 같은 마음(如心)이며 동감, 공감, 동심으로 풀이하였다. 恕를 파자破字하면 같은 如와 마음 心으로 분리할 수 있다. 즉 용서라는 어진 행동은 내 마음을 남의 마음과 같이 하는 것이다(恕仁也從心如).


즉 용서는 잘못으로 뒤엉킨 삶의 자리에 낡은 감정을 지워 버리고 더 나은 것으로 채우는 선물이다. 받으면 좋은 게 선물이다. 나 자신을 위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자. 이제 나를 위해 용서하자. 용서할 수 없으면 잊기라도 하자.


위기를 넘어 화해와 용서로


한자어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합친 말이다. 즉 위기는 부정적 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고비인 셈이다. 영어의 위기crisis는 고대 그리스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는데, ‘나누다, 선택하다, 판단하다, 결정하다’ 등의 뜻을 지녔다고 한다. 요컨대 위기는 양면의 속성을 지닌 셈이다.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안정을 제공하려면 공동선公同善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세계사 #역병전쟁위기의세계사 #차용구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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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하루
차인표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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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존귀한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대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면 “아가야, 잘 태어났어, 잘 살아” 하며 축하해주고, (중략) 아플 땐 걱정 해주고, 슬퍼할 땐 위로하고, 기쁠 때는 같이 웃어주는 서로가 있기에,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잘 가라고, 보고 싶을 거라고” 진심으로 울어주는 서로가 있기에... 우리는 존귀하고 우리의 삶은 빛난다. - ‘개정증보판(확장판)을 내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연예인 차인표에 붙어 다니는 타이틀은 배우, 영화감독, 여기에다 우리들이 잘 몰랐던 소설가까지 정말 많다. 그는 공전의 히트작이었던 TV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3년)을 통해 데뷔한 이래 30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또 꾸준한 기부와 자원봉사 등 선행善行을 베품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더니 문학 소설 <잘가요, 언덕>(2009년)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선보인 후 다양한 장르의 장편소설을 후속으로 발표했다. 지금 읽고 있는 장편소설 <그들의 하루>는 코믹 감동 소설 <오늘예보>(2011년)의 개정증보판이다.


차인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당초 작품 <오늘예보>의 구상 단계에선 일곱 명의 하루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이야기였는데, 네 명의 이야기로 압축했다가 탈고 전 ‘공익 1’이란 인물을 누락시켜서 세 사람의 이야기로 출간했었다. 이번 개정판에선 ‘정유일’이란 이름을 부여해서 네 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고단 씨의 하루


인간수명연장연구소를 찾아간 나고단 씨, 만 46세를 갖 넘긴 그에게 연구소의 기대 수명 예상은 ‘46년 1일’이라는 놀라운 소식을 접한다. 게다가 그의 출생 시각을 기점으로 계산했을 때 이제 남아 있는 생生의 시간은 겨우 20분 뿐이었다.


연구소의 전공이 수명연장이다. 이에 나고단은 빨리 연장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같은 상황이 닥치면 거의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일까? 아무튼 이 연구소의 설립 목적이 ‘돈벌이’이므로 공짜로 해줄리는 만무할테고, 역시나 그에게 메뉴판이 전달된다.


(사진, 수명 연장 메뉴)


하지만 수중에 돈이 없고 신용불량자라서 신용카드조차 없는 그는 앙드레 쥬거 박사에게 앞으로 벌어서 갚을테니 딱 5년만 더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한다. 이 요구를 들은 박사는 금방 말이 짧아진다.


“수명을 연장하고 싶다는 사람이 빈손으로 오면 어떻게 해?”


박사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이 요구 조건이 점점 내려간다.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내놓자 수납 창구에 접수부터 하라고 한다. 1분 연장에 475원이란다. 나고단은 절규한다. 시간이 없다며 살려달라고 말이다. 이는 꿈이다.


나이트 웨이터를 뛰다가 부킹 전문걸을 만나 5년 정도 함께 살았지만 무정자증으로 인해 슬하에 자녀 하나 만들지 못한 채 동거녀가 수영장 강사와 눈이 맞아 돈가방까지 들고 야반에 도주해 버리자 그간의 세월이 헛고생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웨이터 일을 계속했지만 이젠 나이트 종업원과 손님들 모두 그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달라 1년 정도 휴식을 가지며 창업 준비 후 모아둔 2억 원을 자본으로 삼아 미국산 수입 쇠고기 스테이크 전문점, 부대찌개 가게 등 이것저것을 해보지만 왕창 말아먹은 후 한강에 뛰어들 결심을 한 나고단羅苦短 씨, 이것 또한 여의치 않았다. 한강 둔치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카메라 앵글에 그의 모습이 걸리니까 자꾸 비키라고만 한다. 세상에 죽는 것도 내 맘대로 안 된다.


우리 어머니는 나를 낳고 미역국을 잡수셨고, 우리 아버지는 내 분윳값 벌겠다고 불 끄다가 돌아가셨다. 나는 분명 이 세상에 태어나서 40년을 넘게 삶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엄연히 숨 쉬며 살아 있는 사람을 대충 지우겠다니, 눈 앞에 보이는데 안 보이는 것처럼 만들겠다니, 있는데 없게 하겠다니..... (88쪽)


(사진, 나고단 씨의 울분)


이보출 씨의 하루


보조출연자 이보출 씨, 그는 현재 TV 드라마 <양반과 상놈>에 출연하고 있는 엑스트라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누나에게 맡겨놓고 있다. 왜냐하면 빚이 너무 많아 아내도 떠났고, 살 곳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약 1년째 떨어져 살고 있다.


돈을 벌어야 방 한 칸이라도 구해서 아들과 함께 살 수 있는데, 오늘이 조기종영일이라 다시 실업자 신세로 돌아갈 처지이다. 참고로, 보조출연자의 하루 일당은 4만 원(식사대 5천 원 별도 지급)이며, 보통 반장과 함께 팀별로 움직이기 때문에 반장에게 간택된다면 새로 시작하는 50부 짜리 다른 사극에 출연할 수도 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젊은 감독이 불호령이 떨어진다. “컷, 컷, 컷!” 아들 태평이로부터 걸려온 전화다. 아침부터 다른 보조출연자와 신경전을 벌이다 핸드폰 끄는 걸 깜빡 했다. 이어서 길 반장이 젊은 감독에게 야단을 맞고 나에게 한 마디 한다. “나가.”


촬영장에서 쫓겨난 김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교에서 건 전화였다. 언제 자기를 데리러 오느냐는 내용이었다. 방 한 칸을 구하려면 길 반장에게 잘 보여야 할 판에 걱정이 앞을 가린다. 그래도 가을 햇살은 따스하게 반짝인다.


남주인공은 키가 제법 큰 여주인공이 망루에서 뛰어내랄 때 안전하게 양팔로 받아야 하는데, 이 신 촬영 중 엉덩이에 기브스를 하는 사고를 당하자 이를 대신 수행할 보조출연자가 꼭 필요했다. ‘위기는 기회’라고 누군가 말했다. 보출이 이를 자원했다. 반장은 여주인공이 다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여주인공이 망루에서 뛰어내리는 촬영 신을 극구 거부했다. 그 이유는 엑스트라에게 안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감독도 이 신을 삭제키로 결정했다. 덩달아 일당을 4배로 쳐준다는 조건도 동시에 사라지고 말았다.


마지막 촬영신은 여의도 샛강 갈대밭에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키스하는 장면이다. 엉덩이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주인공이 진흙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감독의 호통에 기어서 여주인공에게로 향한다. 하늘은 얼마나 거세게 비가 오려고 비구름이 가득하다. 이 신을 마쳐야 비로소 드라마는 종영된다. 남주인공 혼자서 기어갈 수가 없으므로 감독은 모든 출연자들에게 질퍽한 지면을 기어서 가라고 지시했다. 여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아저씨, 비키라구요. 앵글에 걸려요.”

“언덕에서 내려가라고, 좀 사라지라고.”

“야! 꺼지란 말야. 비 떨어진단 말이야.”


키스신 앵글에 꼼지락거리는 사람이 잡혔다. 이에 모두 함께 합창을 했다. 그럼에도 작은 언덕 위의 남자는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이에 반장은 누가 빨리 뛰어가 이 남자를 끌어내라고 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출 씨가 달리기 시작했다. 앵글에 잡힌 이는 바로 나고단 씨다.


(사진, 9회 말 투아웃 타자 이보출)


나는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거친 갈대가 얼굴을 때려도, 진흙이 양발을 끌어당겨도, 숨이 턱에 닿아도 나는 저 언덕을 향해 달린다. 태평이와 함께 살 그날을 그리며…저 언덕을 향해…(159쪽)


박대수 씨의 하루


전라북도 익산 출신인 박대수는 열아홉 살 때, 익산역 앞에서 패싸움을 하던 중 그가 휘두른 형광등에 동네 후배인 서팔복이 맞아 깨진 조각으로 인해 왼쪽 눈을 계속 씰룩거리는 부상을 당했다. 이 일로 대수는 감옥에 갔었으며, 스무세 살에 출소한 이후 쭉 조직 생활을 하며 감옥에 몇 번 더 들락날락거렸다.


그가 조직에서 맡은 일은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는 일이었다. 마흔둘에 딸(봉봉이)를 얻자 ‘지금처럼 살면 안 된다’는 깨달음이 생겼다. 이후 조직 생활의 청산에 5년이나 걸렸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세 식구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고향 후배 이보출이 나타나서 대박 주식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꼬셨던 것이다. 장사 밑천 9천만 원을 코스닥 회사 주식에 몽땅 투자했는데 두 달 만에 상장폐지가 되자 이보출은 잠수를 타버렸다.


그의 딸 봉봉이는 골수이형성증후군에 걸렸기 때문에 골수 은행에 기증자를 찾는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이다. 보호자란에 박대수 이름 석 자를 적을 때 한없이 부끄러웠다. 지난 세월을 살면서 누구에게 무엇을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 영화 대부3)


봉봉이의 혈액형이 ‘봄베이 O형’으로 매우 희귀한 혈액형이라 골수 기증자를 찾기가 매우 여렵다. 의사가 인간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수는 난생처음 봉봉이를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 누군가를 찾아서, 그 사람 마음을 돌려서 우리 봉봉이에게 골수를 기증하도록 기적을 베풀어주십쇼. 신님, 네?”


정유일의 하루


정유일은 이름처럼 삼녀 일남 중 유일한 아들이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다가 아버지 사망으로 학업을 중단, 공익근무에 소집됐다. 그가 배치된 근무지는 특이한 곳으로, 한강대교 둔치 관리초소다. 근무자는 단 두 명이다.


그는 그동안 쓰레기 줍고, 휴지통 비우고, 청소하고, 길 안내하고, 개똥 치우면서 꼬박 2년을 보냈다. 폼 나는 일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외롭고 지난했던 지난 2년 동안 그가 사랑한 것은 먹는 것뿐이었다. 78kg으로 공익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102kg이다.


생전에 그의 아버지는 헌혈에 매우 정성을 기울였다.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 한 방울이 필요해서 애태우고 있을 사람을 위해선 한 차례도 빼먹을 수가 없다는 지론을 지녔다. 매주 토요일에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피를 뽑으러 간다. 345번 째 헌혈을 마치고 귀가길 횡단보도에서 신호 위반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부하 공익인 조박은 상급자인 유일보다 여덟 살이 더 많은 연장자였다. 근무 첫날부터 몇 분 늦게 출근했다. 추후에 알고보니 현재 조박은 치매환자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그가 공익 근무지로 출근하기 전 먼저 어머니를 치매 노인 보호소에 입소시켜야 하므로 보호소 문 여는 시간과 출근 시간이 겹치다 보니 7~8분 씩 본의 아니게 지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시 퇴근을 준비하는데 초등학생 한 명이 초소로 찾아와 한 아저씨가 다리 위에서 구두 벗고, 양말 벗고, 상의를 막 벗고 있다는 거다. 강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는 자살시도자임에 분명했다. 둘은 노을 진 다리 위로 온 힘을 다해 달렸다. 키가 조막만 한 아저씨가 팬티만 남긴 채 홀딱 벗고 서 있었다.


(사진, 유일 vs 노숙자)


“사장님, 반포대교로 가세요, 네?”


두 사람 간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조박이 불쑥 한마디를 내질렀다. 이어서 그곳엔 관리초소가 없으므로 뭘 하든 참견할 사람이 없다고 추가 설명했다. 고래고래 악을 쓰던 이 아저씨는 옷을 도로 챙겨 입고 반포대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었다면 이 남자가 누군지를 알 것이다. 그렇다. 수영 강사와 눈이 맞은 아내가 야반 도주했던 나이트 웨이터 출신 나고단 씨다.


20년 후, 그들의 하루


소설은 20년 후, 그들의 하루 모습을 공개하며 끝을 맺는다. 보조출연자로 맘 졸였던 이보출은 현재 드라마 촬영장 반장으로 일하며 아들 결혼식 때문에 곧 상경할 계획이다. 과거 촬영장에서 보출에게 해악질하던 항아리는 지금도 여전히 보조출연자 신세라서 보출에게 다음 작품에도 꼭 뽑아달라고 부탁한다.


인천 국제공항의 입국장에 노신사 한 명이 들어서고, 이를 기다리던 김후덕(김부장)이 90도로 인사를 한다. 대수 행님 고향 후배로 모셔오라는 분부를 받았다고 자신을 밝힌다. 박대수의 딸 봉봉이가 결혼을 하는데, 주례를 맡은 노신사는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 나고단 씨다.


서울의 한 결혼식장, 신부 박봉봉 양의 아버지 박대수 씨와 그의 부인은 하객 맞이로 분주하다. 그 맞은 편엔 잘 생긴 신랑 이태평 군과 그의 아버지 이보출 씨가 하객을 맞이하고 있다. 박대수와 이보출이 사돈지간이 되는 날이다.


세상에 쓸모 없는 인간은 없다


한강 다리 위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나고단 씨는 죽기 전에 실컷 먹고 죽자는 생각에 한 교회의 천막 식당을 찾아갔다. 식사하던 중 벽에 붙은 표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부자도 나누지 못하면 거지고, 거지도 나눌 수 있으면 부자다.” 배를 채운 그는 죽는 마당에 한 가지만이라도 사람에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육교 계단에서 헌혈자 모집 요원을 만나 버스에서 채혈을 했다. 그의 혈액형은 돌연 변종인 ‘봄베이 O형’이었다. 곧 연말이다. 이 소설은 우리들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연말선물 같다.


#그들의하루 #차인표 #코믹감동 #소설 #연말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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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브레인 - 성공의 뇌를 리부트하라
강환규 지음 / 라온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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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꼬이는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하는 삶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는 잘 하지 않는다. 가끔 한다고 해도 작심삼일에 그칠 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강환규는 ‘한국의 토니 로빈스’라 불리며 뇌과학적 자기 성장을 기반으로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성공의 에너지로 전환해 인생의 잠재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한국 최고의 뇌 연금술사이다. 그는 무려 10년 간의 뇌과학을 기반으로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리셋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의 뇌에서 가장 경이로운 사실 중 하나는 뇌 가소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번 만들어지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근육 운동을 하면 커지는 근육처럼 뇌도 단련하면 변하게 된다. 뇌경색 때문에 뇌가 망가져 부분적으로 마비가 온 사람도 ‘될 수 있다’라는 마음과 꾸준한 재활 훈련을 하면 주변의 뇌가 마비가 온 부분을 대신하여 변하게 되어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만약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자꾸 미루고, 스크린으로 회피하는 도망치는 뇌를 가지고 있다면 ‘책임지는 뇌, 지배하는 뇌’까지 가기 위해 뇌를 극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마약 중독, 알콜 중독, 스크린 중독, 스마트폰 중독이 만연한 이 세상에서 우리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힘은 바로 나와 남의 뇌를 아는 힘에 있다. 당신이 가진 최상급 수퍼바이저, 두뇌를 알고 이를 훈련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모든 가능성이 열린 위대한 삶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면 여러분이 가진 재능을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고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자, 이제 책이 제안하는 무한한 성공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뇌와 몸의 연결 고리


몸과 뇌의 연결 고리를 살펴보면 뇌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씹기’가 소화 과정을 돕고 뇌로 향하는 혈류血流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씹는 동안엔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우울증이나 분노를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은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95% 이상이 장腸에서 만들어진다. 즉 우리의 장 건강이 곧 뇌 건강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과거엔 흔히 ‘맹장은 필요 없다’고 여겨 염증(충수염)의 발생을 우려하여 예방 차원에서 이를 잘라 버리는 수술을 해왔지만 계속적인 연구 결과 ‘맹장’은 면역 시스템과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옛날로 돌이켜보면 유명 산부인과에서 임산부들을 위한 제왕절개 수술 때 마치 ‘원 플러스 원’ 서비스 처럼 맹장(충수)의 절제를 권유하는 아이로니가 벌어졌었다. 이같은 일은 의사들이 얼마나 장과 뇌의 연결에 대해 몰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뇌는 우리들의 모든 선택과 행동을 컨트롤하는 센터이다. 중독 증세의 일환인 마약, 도박, 게임 등은 강력한 도파민 중독을 일으켜 쾌락을 향한 거부할 수 없는 동기부여를 만들어낸다. 이런 중독의 위험성은 독서, 공부, 업무, 운동 등 우리들의 생산적 활동에 꼭 필요한 동기부여를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뇌에서 만들어지는 단순한 화학반응에 맞서려면 의지력과 인내로써 스스로의 뇌를 지배하는 사람만이 결국 인생의 승리자가 된다.


(사진, 중독 vs 생산적 활동)


뇌의 리부트


책의 저자는 자신의 중독 경험과 함께 실패의 뇌에서 성공의 뇌로 전환된 계기를 소개한다. 마약·알코홀·스크린·스마트폰 중독에 빠지는 환경이 조성되는 세상에서 탈출하려면 뇌를 잘 알아야 하는데, 그는 30년 넘도록 책 한 권 읽지 않은 탓에 회사 내에선 늘 사고뭉치였던 것이다. 툭하면 실수를 연발하며 심각한 공황장애마저 얻었다. 추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의 뇌는 성인ADHD 장애자의 뇌로 발달해 있었다.


ADHD의 특징


지속적인 산만함

충동적인 행동

계획과 조직의 어려움

시간 관리의 어려움

물건을 자주 잃어버림


이런 특성은 뇡의 특정 부위인 전전두엽과 관련이 깊다. 전전두엽은 계획, 조직,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부위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증상을 갖고 있으면 정신과에서 ADHD약을 처방받는다. 이 약은 증상을 일시 완화해줄 뿐이다. 이 약을 먹으면 엄청난 집중력이 발휘되므로 가족들이 모두 이를 바로 알아챌 정도이다. 이후 복용량이 늘면서 불면증, 식용 저하, 두통, 복통,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저자는 독서 모임에 주력했다. 매 주 한 권의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가서 열심히 토론했다. 확실히 변한 것이 있었다. 바로 ‘말言’이었다. 이후 점점 계획적인 일에도 익숙해지기 시작, 하루 일정을 체크하는 스케줄러에 기록하면서 깜빡하는 빈도도 줄어들었다. 그렇다. 저자의 뇌에 많은 변화가 발생하는 시기였다.


(사진, 뇌의 부위들)


나의 뇌가 해킹 당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가총액 상위 10대 회사를 살펴보면 대부분 IT 기업들이다. 이런 회사들이 경쟁하 듯 뽑아가는 인재들이 있다. 네이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플랫폼이나 유명한 게임사들엔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일을 관리하는 전문가을 말한다.


혹시 지금도 앱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가? 이런 전문가들이 마치 우리의 뇌를 해킹하는 것처럼 훤히 꿰뚫어 보고서 더욱 많이 그리고 더욱 오래토록 앱에 머물도록 설계하는 기능을 주로 맡고 있다.


뇌 전문가들은 우리가 심리적으로 무엇을 해야 안정되는지, 어떤 정보가 있어야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더 편안하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행동을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만든 앱(애플리케이션)은 유저, 즉 사용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자동적으로 핸드폰 속의 게임 앱을 사용하게 만든다. 우리는 뇌의 작동방식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지만 반면에 앱 개발자들은 이를 철두철미하게 꿰고 있다는 점이다.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적극적이고 대담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지금 그 자리에서 그냥 도태되고 말 것이다. 과거의 성공 공식 또한 역사적 유물일 뿐이다.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삶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 자신의 콘텐츠를 올려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자신의 뇌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는 데 있다. 많은 뇌과학자들이 우리의 뇌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될 수 있다고 밝혀내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다라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린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재구성하여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73쪽)


도망가는 뇌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작심삼일은 결국 계획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고백인 셈이다. 왜 그럴까? 이또한 뇌와관련이 있다. 뇌는 기본적으로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원시 인류의 생존 본능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다.


뉴욕대학교의 개리 마커스 심리학 교수는 생존에 도움을 준 과거의 뇌 기능이 지금은 오히려 내 삶을 방해하는 철딱서니와 같다며 ‘클루지kluge’라고 명명했다. 이는 공학자들이 결코 완벽하지 않은 엉성한 해결책을 지적할 때 사용하는 통속적인 표현이다.(이를 더 알고 싶다면 개리 마커스의 책 ‘클루지’를 읽어 보시길 권한다)


뇌의 도망 메커니즘

의지박약이 아닌 뇌의 작용일 뿐


도망가는 뇌를 훈련하려면 먼저 작은 성취를 통해 뇌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올림픽 공원 내의 산책길을 한 바퀴 달리기 위해서 평소보다 아침에 10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실천함으로써 성취감을 맛본 후 서서히 달리는 거리를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다. 난 이런 훈련으로 매일 아침 10km를 꾸준히 달렸고 마침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13차례 완주 경험이 있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할 때 뇌의 감정적 영역, 특히 편도체와 같은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논리적인 판단보다는 김정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앞에 이야기한 뇌의 도망 메카니즘 중 부신피질 호르몬의 작용이다. 이 호르몬들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며 우리를 보호하려는 기능을 하는데, 새로운 시도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85쪽)


(사진, 부신피질 호르몬)


도파민 과부하


중독 상태에 들면 뇌는 도파민의 과도한 분비로 인해 자극에 대한 감수성이 저하된다. 이리되면 더 큰 자극이 가해져야 원래의 자극을 맛볼 수 있다. 마약 중독자들이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점점 마약 투입량이 증가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뇌의 전두엽 기능이 저하, 자기 통제력과 의사결정력이 크게 손상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충동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이같은 중독의 고리를 끊으려면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재설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뇌가소성(훈련을 하면 뇌근육이 생김)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을 재발견하고, 이를 통해 도파민의 건강한 분비를 유도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새로운 행동 패턴을 구축함으로써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재조정할 수 있다.


한 유튜버가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달리기를 새로 시작했다.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이를 참고 꾸준히 지속했다. 몇 주 후, 그는 조깅 후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정(이를 ‘러너스 하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오르가즘 현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는 뇌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과 도파민의 결과였다. 110kg의 체중을 크게 감량, 70kg를 만들고 담배까지 끊었다고 한다.


“위기임을 알고도 도망치는 것이 가장 심각한 것이다.”


(사진, 지배하는 뇌)


탁월함은 훈련과 습관에 의해 얻어지는 기술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이다. 스텐퍼드 뇌 과학자가 말하는 성공의 뇌로 가는 비밀도 결국 습관이다. 즉 앤드류 후버만 교수는 눈을 떴으면 당장 밖으로 나가라, 일어나자마자 모닝커피를 마시지 말라, 도파민 낭비를 막을 기적의 타이밍 아침엔 공부나 일을 하라, 아침마다 소금물로 각성하라 등 10가지의 성공 루틴을 제시한다. 책의 말미 부록에 실려있다.


#자기계발 #미라클브레인 #강환규 #라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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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뜻이었어? - 생각 없이 내뱉는 무서운 말들
별 지음 / 휴앤스토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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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의도’가 좋거나 진지하다면, 그에 걸맞은 (어휘·억양·표정·제스처 등의 총칭인) ‘표현’ 역시 그만큼 고민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비싸게 산 옷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다니지는 않듯이 말이다. 내면과 외면의 ‘균형’을 말하는 것이다. 말이 씨가 된다. 쉽게 말하자면 자기가 자기 자신을 ‘가스라이팅’ 한다는 것이고, 폼나게 말하자면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할 수 있다. - ‘시작하면서’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은 생각없이 무심코 내뱉은 말의 무서움을 일깨우는 62가지의 단상短想들이 소개된다. 우리 모두 성장하면서 어른들로부터 ‘말조심’에 관한 가르침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그럼에도 자신의 내뱉은 말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고 심지어 자신의 모든 지위를 내려놓기까지 한다.


빈말


속이 비어있는 말, 즉 상대방에 대한 진정성 없는 말을 빈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새벽마다 신문 배달하며 근근히 끼니를 떼우는 고학생은 사실 굶을 때가 더 많다. 한 교회에서 기숙하는 이 학생에게 많은 성도들이 화려한 미사여귀로 위로와 격려를 한다.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야”

“이제부터는 꽃길만 걷기를 바랄게”


그럼에도 이 학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오히려 비록 말이 없더라도 슬그머니 건네주는 싸구려 빵과 우유가 아닐가 싶다. 겉만 번지르한 속 빈 강정 같은 말 한 마디보다는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따뜻한 격려 속에 진정성이 들어 있는 셈이다.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나 어릴 적 그림 그리는 걸 매우 좋아했다. 곧 잘 그렸기 때문에 국민학교를 대표하여 전국 사생대회에 몇 차례 출전, 입선하기도 했다. 그런데, 부모님 두 분 모두 내가 화구통을 들고 그림 그리러 나가는 모습을 그리 탐탁치 않아 했다. 그래서 외출할 때마다 따가운 눈총을 느끼곤 했다. 결국 아버님은 지켜보지만 않았다. 아버지가 경영하시던 회사 사무실로 찾아오라고 했다.


이때 아버님의 회사는 경영 상태가 매우 힘들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다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삶은 매우 배가 고프다는 걸 지적하면서 나의 행로를 변경하길 원했다. 학교 성적도 좋은 편이니까 예술고등 대신에 인문고등학교로 진학하라고 강권했다. 이후 어린 나이지만 고민과 함께 많이 방황했다. 아버지 회사가 파산하면서 상황은 크게 변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직할 수 있는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해야만 했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상고로 진학해 초급행원 시험에 합격해 은행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짧은 가방끈으론 내 미래가 뻔해 보였다. 이즈음 부모님의 분투로 집안 형편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대학 진학 공부를 하고 싶다는 내 의지를 내보였다. 부모님은 응원하겠다고 했다. 처음엔 은행 근무를 마치고 저녁에 단과반 학원을 다니며 부족한 공부를 채워나갔다. 이후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은행을 그만 두고 재수 전문학원에서 실력을 배양했다. 학원에서의 평가 성적도 항상 최상위권이었다. 대입원서를 제출할 즈음 나에게 입영통지서가 전달됐다. 시험에서 떨어지면 군에 입대해야 할 처지였기에 서울대 법대 대신에 고려대 법대에 원서를 제출했다. 다음날 급히 시골에서 형이 상경했다. 내가 잘되는 길을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라는 아버님 말씀을 전하며 상고를 졸업했으니 고려대 상대로 원서를 변경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인생 행로가 결정되고 말았다.


그렇다. 우리들은 성장하면서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야단 맞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듣는 말이 바로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 혼내려는 게 아니다’는 것이었다. 물론 올바른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때는 당시자인 내 의견은 묵살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내 딸의 행로 결정엔 일체 개입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결정한 일을 응원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최근 사회면을 떠들석하게 장식하는 기사 중 하나가 어느 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추진 이슈다. 학생회 주도로 학교측의 이런 움직임을 극렬히 반대하는 교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대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여학교에 남학생이 함께 있으면 성폭행 우려가 있다’는 개념 없는 발언도 있었다. 과연 이게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이 할 말인지 의심스럽다. 남녀가 함께 공부하는 대학교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데, 그런 대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은 성폭행 걱정 속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말인가? 하기사 정치판의 국회의원들도 무뇌한無腦漢이 많으니 어디 이 여학생들만 잘못되었다고 말할 형편이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의 뇌는 결코 데코레이션이 아니다. 정말로 생각하면서 살자.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역사가 판단하기 전에 우리들이 먼저 죽을 수도 있다. 더구나 과거의 일을 한참 시간이 지난 현재의 역사가가 올바른 시각에서 평가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 학생들의 교과서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자기만 옳다. 여기에 객관성은 발을 붙일 수가 없다.


난 박정희 시대에 대학을 다니며 5·16 장학금까지 수령했던 적이 있다. 장학금을 받았지만 유신철폐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군에 입대한 후 고려대에 진압군으로 주둔, 부상을 당해 사령부 의무실로 후송되기도 했다. 이런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과 정치 발전의 한판 승부’로 보았던 나는 당시로선 경제가 훨씬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민주화를 이룬 지금의 정치판엔 박정희 같은 인물이 없다. 사이비와 사기꾼이 넘치고 넘친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디자인해서 말하라


책은 총 62 꼭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은 마음 속에 품은 뜻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셈이다. 누군가 커피를 권할 때 잘못 말하면 상대를 무시하는 꼴이 된다. 본인은 상대방에게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을지라도 말이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린 것이다. 따라서,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도 없는 것이므로 신중하게 고민하고 디자인해서 말해야 할 것이다.


#에세이 #이런뜻이었어 #별 #휴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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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년간 129번 배당을 받습니다 - 제2의 월급 받는 배당주 투자지도
주식쇼퍼(김태환)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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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주에 투자하면 월급처럼 매월 꾸준히 현금흐름이 생기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면서 누구나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배당금을 다시 배당주에 재투자함으로써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주식쇼퍼(김태환)은 2019년부터 배당주 투자를 시작, 현재 연간 3천만 원에 가가운 배당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주식 매매일지와 투자 노하우를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총 5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배당주 투자, 투자의 골든타임, 배당주 투자 최소한의 지식, 좋은 배당주 vs 나쁜 배당주, 배당 투자 마인드셋 순으로 설명하고 있다. 베당주 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으며, 특히 좋은/나쁜 배당주의 옥석 가리기는 눈길을 끈다.


직장인의 평균 은퇴연령


최근 데이터를 기준으로 볼 때 직장인의 평균 은퇴연령이 49.3세라고 한다. 이중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직장 폐업 등의 사유가 은퇴자의 다양한 이유 중에서 40%를 넘는다. 향후 인공지능AI가 본격적으로 제도권 내에 정착된다면 조기퇴직 압박은 더 커질 듯하다. 이제 50대 이후는 직장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국민연금공단의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에 따르면 1인당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177만 원이라고 한다. 물론 이는 통계자료이며, 더 적은 돈으로 생활을 할 수도 있으므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반면 2023년 12월 기준 국민연금수급자의 1인당 평균 지급액이 56만여 원이다. 이마저도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도표로 살펴보자.


(사진, 국민연금 수급액 vs 적정 생활비)


이런 갭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면서 요즈음 추세는 N잡러, 주식투자 등이 필수적인 경제활동인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양한 잡을 구한다 해도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무진장으로 잡을 결코 얻을 수가 없다. 게다가 나이든 직장인을 채용할 회사도 없으므로 직장인들의 시야가 자연스레 주식투자로 많이 이동된 셈이다. 책의 저자는 주식투자 중 배당주 투자를 우리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여러분이 100만 원을 배당률 5%짜리 배당주에 투자해서 1년에 5만 원을 얻는다면 큰돈은 아니겠죠. 그러나 원금이 커지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1억 원을 배당률 5%짜리 배당주에 투자하면 1년이면 500만 원입니다. 만일 1억 원을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해서 월배당으로 세팅한다면 한 달에 60만 원 정도의 배당금이 들어오게 됩니다. 느낌이 조금 달라지지 않나요?”(30쪽)


129번의 배당금


저자는 2023년 세후 기준으로 총 2,680만 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평범한 월급쟁이가 이 정도의 수입이라면 매월 꼬박고박 받는 월급 외에도 월 평균 223만 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하는 셈이기에 꽤나 만족할 만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배당금 금액 기준도 만족할 만한데, 더 놀라운 것은 년간 배당금 입금을 알리는 알람이 129번 울렸다고 한다. 월 평균 10.7회, 즉 3일에 한 번씩 배당금이 입금되었으므로 알람 소리만으로도 배가 부른 상황이자 한 달 또한 빨리 지나가는 느낌 마저 든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배당금을 이렇게 자주 수령했는데, 129개 주식 종목의 시세는 자신의 매수가 대비 모두 상승했는지 함께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란 생각이 들었다. 배당금 수령이야 만족스럽지만 해당 종목의 시세가 하락해서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면 순수익이 얼마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 아닐까? 저자의 책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배당주 투자의 골든타임

복리효과

변동성 분산

꾸준한 투자 마인드 유지

기업의 성장은 성과에 비례


내가 앞서 가졌던 궁금증에 대해 저자는 장기투자를 강조하며 투자대상 기업의 장기 우상향 트렌드를 전제로 하는 듯 보인다. 즉 주식 투자에 있어서 매수 타이밍을 찾기 보다는 장기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우량한 회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고 발전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망할 가능성이 1%도 안되는 코카콜라, 노보노디스크(비만치료제 개발 출시) 등의 회사가 갑자기 폭락했을 때가 매수타이밍이라고 강조한다.


배당률만 높으면 될까?


배당금을 지급하고 나면 배당락配當落이라는 현상이 생긴다. 예를 들어 배당률 97%인 회사 주식을 매수해 높은 배당금을 받고나면 이후 배당락으로 인해 배당금 이상으로 시세가 떨어진다. 즉 고배당이 고수익 보장은 아닌 것이다. 시가 배당금이므로 배당률이 특별히 높아졌다면 다른 해에 비해 시세가 낮아졌다는 방증이 된다. 책엔 이런 예시가 나온다.


주가가 주당 10만 원이고 배당금이 5천 원이라면 배당률은 5%입니다. 여기서 주가가 반토막이 나서 주당 5만 원으로 하락하면 배당률은 10%가 됩니다. 주가가 반토막 난 덕분에(?) 배당률이 2배가 되었습니다. 만일 기업이 파산 직전이라 주가가 90%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배당률은 50%가 됩니다.(78쪽)


그렇다면 배당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회사는 나쁜 회사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워런 버핏이 대주주인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표적인 회사로, 배당금 지급 대신에 이를 재투자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반면 워런 버핏은 꾸준히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을 좋아하는 아이로니를 보인다.


“10년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할 생각을 하지 마라.” -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근 포트폴리오를 보면 공통점이 명확하다. 비중 1위인 기술주 애플을 포함해서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쉐브론 등 거의 대부분 꾸준히 배당을 지급하는 우량주로 유명하다. 그 배당금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수익이 되었고, 그 수익을 다른 종목에 투자함으로써 S&P500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투자의 귀재’다운 투자 전략이다.


배당주 투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


배당주의 단점 중 하나는 세금이다. 배당 소득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배당률 5%짜리를 매수했다면 순 배당금 기준으로 4.23% 배당 수익이 발생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선 ISA에서 주식을 매수한 후 배당금을 수령하면 배당 소득 연 200만 원까지는 면세 혜택이 부여된다. 200만 원이 초과할 경우에도 9.9%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투자금액이 클수록 이는 엄청난 혜택이 되는 셈이다.


좋은 배당주 vs 나쁜 배당주


단순히 배당률이 높다고 매수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음을 앞서 지적했다. 그럼에도 고배당주는 투자자들에겐 매력적인 포인트임에 틀림없다. 지금 당장 수익이 좋은 고배당주를 선택할지, 아니면 꾸준히 우상향하는 배당성장주를 선택할지 고민이 생긴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배당을 많이 주는 안정적인 대형주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보통주보다는 배당을 더 많이 주는 우선주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우, 현대차우, 현대차2우B, LG화학우 등에 투자한다.


미국 주식의 경우 약 30년간 최고의 수익을 기록한 것은 미국 대형주로 평균 12.14%이다. 하지만 미국이 항상 앞서는 건 아니다. 금융 위가가 오면 신흥국 주식이 큰 폭 하락했다가 안정화되면 더 많이 오른다. 현재로선 미국 주식이 대세인 듯 싶다.


우량한 배당주란 향후 망할 가능성이 매우 낮으면서 계속해서 본업에서 수익을 달성하는 건강한 기업을 뜻한다. 거의 대부분 금융, 통신, 리츠 분야의 주식이다. 단점으로는 성장성이 낮다는 것이다. 고배당주는 장기 저성장 시기에 투자하기 좋다. 경기 하락기, 금리 인상기, 높은 인플레이션 시기, 저성장 지속기 때가 최적의 타이밍일 수 있다.


배당성장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안전성 + 수익성

높은 주주환원율

장기 투자에 최적화

낮은 변동성


따라서 저성장 시기에 고배당주에 주목해야 한다면, 경기가 회복하는 시기에는 배당성장주에 주목하자. 경기가 저점을 지나 회복세로 전환되는 시기에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배당 인상 여력이 생긴다.


돈이 돈을 벌어주는 시스템


낮은 PER과 PBR, 높은 배당률을 지급하는 기업을 찾다 보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기업보다는 통신, 금융과 같은 전통 산업군이 눈에 띈다. 이런 기업에 투자한다면 수년 만에 수십 배 시세차익을 내는 건 어렵겠지만 꾸준한 배당으로 ‘돈이 돈을 벌어주는 시스템’에 합류할 수 있다.


(사진, 국내 대표 통신, 보험 종목)


롤러코스터 주식에서 벗어나려면


책은 왜 배당주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얘기한다. 대박을 쫓는 투자자라면 더 이상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자신의 투자성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반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주가의 곡예로 인해 심장에 멍이 든다고 느끼는 투자자라면 지금 당장 대박을 안겨주지 않을지라도 스트레스를 덜 안겨주는 배당주 투자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성공투자를 응원하면서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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