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 - 붓다의 생각을 꿰뚫는 스물네 번의 철학 수업 미네소타주립대학 철학 강의
홍창성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 홍창성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형이상학과 심리철학, 불교철학 분야의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는 지난 2015년에 시작되어 국내 불교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깨달음 논쟁' 당시 누구보다 많은 분량(8편)의 글을 기고하며 논쟁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후 월간 <불광>, <불교문화> 등을 비롯한 매체에 불교철학 관련 글을 연재하였으며, SNS에서 'YUMAA HILL'이라는 필명으로 국내 독자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현응 스님의 저서 <깨달음과 역사>(불광출판사)를 부인이자 동료 교수인 유선경 교수와 공역하였고, 함께 저술한 <생명현상과 불교>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현재 BUDDHISM FOR THINKERS(사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를 집필 중인 그는 마음과 물질세계의 관계를 주제로 한 전공 분야 논문을 영어와 한글로 발표해 오고 있으며, 불교의 연기緣起의 개념으로 동서양 형이상학을 재구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서 이루어진 불교철학 강의를 기반으로, 지난 기간 교수-학생 간 불법佛法 토론을 주된 내용으로 삼았다. 현지 대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홍창성 전담 교수의 21세기형 현답으로 그동안 우리도 잘 알지 못한 불교철학의 논리적이고 정교한 측면을 잘 드러낸 강의 모음집이다. 즉 무아 無我와 연기緣起, 그리고 공空과 같이 불교의 철학적 주제를 취급하는 24회 강의에 대한 에세이로 되어 있다. 각각의 에세이는 학생들과 실제로 또는 가상으로 주고받은 토론을 중심으로 되어 있는데, 불교교리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누구나 붓다가 될 수 있는가? 

 

책의 특징 중 하나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미국인답게 학생들이 뭐든 대충 받아들이지 않고 불교 철학을 논리적으로 따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알렉스 존슨이라는 학생은 이렇게 날카로운 질문을 한다. "붓다라면 오래전 인도에 살았던 고타마 싯다르타를 지칭할 텐데, 누구나 깨달으면 붓다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누구나 고타마 싯다르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어떻게 제가 깨닫는다고 해서 고타마 싯다르타와 동일인이 될 수 있습니까? 이치에 어긋나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명쾌한 답변을 한다. '붓다'라는 말은 보통명사로, 본디 깨달은 자라는 의미를 지녔으므로 어느 누구라도 깨달음을 얻는다면 붓다가 된다는 게 옳다고 학생에게 설명한다. 흔히 우리들이 부처라고 이해하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경우엔 영어식 표현에 정관사를 붙여 'The Buddha'라고 표현하며, 깨달음을 얻은 우리 개개인은 'a Buddha'가 된다.

 

 

깨달음과 열반

 

한국의 불자들 대부분은 깨달음이 인격 수양과 참선 수행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도덕 수양과 명상 수행으로 도달하게 되는 고뇌의 불길이 꺼진 경지는 사실상 깨달음이 아니라 '열반涅槃'이다. 그렇다. 우리들 대부분은 두 개념을 혼동하여 뒤섞여 사용한다. 즉 붓다가 언제나 동시에 열반에 든 상태이다 보니 이를 동의어로 착각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 오류다.

 

책은 이렇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금속 막대기에 열을 가하면 연성軟性과 전도성傳導性이 항상 동시에 증가하지만 그렇다고 이 두 개념이 동일한 게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바늘 가는데 실도 같이 간다고 해서 바늘과 실이 같은 게 아닌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두 개념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을 여전히 어려워 하므로 저자는 열반을 행복과 연관지어 재차 설명한다.

 

치즈버거 한 개를 먹고 싶은 사람이 한 개를 맛있게 먹으면 행복하다. 그런데, 더블 치즈버거를 먹으면 더 행복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무한정 증가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가능한 재화와 서비스의 양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의 욕구는 충족될수록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원하기 마련이다. 행복해지겠다고 더 많은 욕구를 충족하는 게 과연 현명할까? 누군가는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듦으로써 욕구의 양을 줄여 거의 0에 가까이 간다. 이런 설명에 한 학생은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불교에서 깨달으려는 욕구는 물 마시고, 밥 먹는 것과 같은 단순한 욕구가 아니지 않습니까? 생사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다시는 윤회에 떨어지지 않게 된다는, 정말로 굉장한 업적을 성취하려는 엄청난 욕구입니다. 깨달음을 원한다면 이런 굉장한 것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텐데,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까?

 

 

저자의 단계별 정리

 

1. 수행자가 고해에서 벗어나소자 깨달으려는 강한 욕구와 집착에 사로잡혀 있다.

2. 깨닫기 위해 경전 공부와 참선에 집념을 갖고 용맹정진한다.

3. 오랜 정진으로 심신이 자연스레 공부와 수행의 습관이 밴다.

4. 깨닫겠다는 의식적 욕구는 점점 줄어들어 아무런 집착 없이 공부와 수행을 계속한다.

5. 심신에 밴 공부와 수행은 자연스레 수행자를 깨달음에 도달하게 한다.

 

 

윤회輪廻

 

불교 철학의 가르침 중 중요한 대목은 바로 '윤회輪廻'이다. 이는 고대 인도인의 정신문화사상이다. 즉 중생이 죽은 뒤 그 업에 따라 육도六道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사상이다. 육도의 세상이란 지옥, 아귀, 수라, 축생, 인간, 천상계를 일컫는데 쉽게 말해서 생전에 얼마나 착하게 사는냐에 따라서 사후 세상이 육도 중 한 곳으로 결정되어 그곳에서 다시 태어나 계속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섯 세상 모두 절대적 영원이란 없다. 수명이 다하고 업이 다하면 지옥에서 인간계로, 천상계에서 다시 아귀계로 몸을 바꾸어 태어난다.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관이다. 우리집엔 이젠 나이든 애완견이 있다. 초등학생 딸을 가르쳤던 가정교사 여선생이 딸과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젖을 갓 떼어낸 새끼 한마리를 중 3이 된 딸에게 분양했기에 우리 부부는 고심 끝에 깨달음을 얻어 나중엔 축생에서 인간으로 태어나라는 의미로 '보리'라는 이름을 주었었다.

 

기독교적 우주관에 길들여져 있는 미국 대학생들이 '육도윤회'를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한 학생은 윤회를 주제로 다루는 영화도 몇 편 감상했다면서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윤회가 가능하며, 영혼 대신 윤회하는 것의 실체는 뭔가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마디로 윤회의 시작과 끝이 어디냐는 물음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어 윤회로부터 벗어난 아라한阿羅漢이 존재하는 장소에 대한 물음에 대해 그 질문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던 것처럼 그런 식으로 대응한다.

 

 

 

 

이어서 책은 열반에 대한 정의, 참선은 깨달움과 열반에 어떻게 도움되는지, 불성과 깨끗한 영혼의 차이, 불교가 종교인 이유, 불자들은 어떻게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는지,  붓다의 무상무상의 가르침, 공공과 연기연기 등을 차례로 설명한다. 비록 불교에 대해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이를 동양철학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본다면 크게 거부감 없이 배울 수 있는 게 불교철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교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작은 소책자도 책과 함께 배송되었다. 난 여전히 공부가 부족하다. 그래서 이 책은 내 곁의 서재로 자리를 잡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터틀 트레이딩 - 월스트리트를 뒤흔든 14인간의 투자 수업
마이클 코벨 지음, 오인석 옮김 / 이레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터틀 수련생 이야기가 지금도 유효한지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많으리라. 하지만 이 스토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쓸모 있다. 예를 들어 리처드 데니스가 수련생들에게 가르쳤던 매매 철학과 규칙은 수십억 달러를 운용하는 수많은 헤지펀드들이 쓰는 트레이딩 전략과 비슷하다. CNBC 일간 뉴스에 매달리고 온갖 주식정보를 좇아 매매하는 일반 투자자들은 이 스토리를 듣지 못했겠지만 '실제로' 돈을 버는 월가 전문가들은 안다. - '머리말' 중에서

 

 

터클 수련생들의 투자 실험 이야기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코벨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터틀 트레이딩>, <추세추종전략>, <왜 추세추종전략인가> 등의 저자이자 터틀트레이더닷컴의 창립자이다. 그는 조지 메이슨 대학을 졸업하였고, 플로리다 주립대학 MBA를 마치고 트레이딩 세계에 입문했다. 고향인 버지니아주에서는 월스트리트 진출을 이끌어줄 스승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 적극적으로 투자 고수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터틀 실험과 터틀 멤버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고, 추세 따라하기 투자 전략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터틀 트레이딩>은 전설적인 트레이더 리처드 데니스와 '터틀'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제자들의 투자 사례를 자세히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현재 터틀과 관련한 통찰력 있는 기사와 논평을 제공하는 터틀트레이더닷컴(WWW.TURTLETRADER.COM)을 운영하며 화샤기금(CHINAAMC), 싱가포르투자청, 브라질 증권거래소, 중국투자관리은행, 헤지펀드협회(MFA) 등의 초청을 받아 강연하고 있다.

 

 

 

 

리처드 데니스의 실험

 

1980년대 초, 시카고증권거래소에 혜성처럼 등장해 수억 달러를 번 리처드 데니스. 그는 자신의 실제 경험에 비추어 트레이딩하는 방법을 잘 배운다면 누구든지 훌륭한 트레이더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동료와 내기를 하면서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에 수련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낸다. 참고롤, 다시 주식시장 분위기는 엄청난 강세장의 초입 단계였다.

 

나중에 '터틀'로 알려지게 된 이 수련생들은 경비원, 회계사, 가난한 이민자, 도박사, 피아니스트, 공군 장교, 게임 디자이너 등 월스트리트의 색깔과는 다른 별종들이 대부분이었다. 제시한 조건과 명성에 비하면 의외로 지원자들은 많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리처드 데니스의 실험이 끝났을 때 터틀 수련생들이 그에게 벌어준 돈은 수억 달러에 이르렀고,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천재 트레이더의 등장

 

마이너리그 격인 미드아메리칸거래소에서 활동하던 리처드 데니스시카고상품거래소로 옮긴 것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동료 트레이더인 톰 윌리스는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리처드 데니스는 시카고상품거래소로 옮기더니 엄청난 홈런을 날렸는데, 그곳에선 처음 보는 일이었다. 이 젊은 친구가 피트 전체를 휘어잡았던 것이다.

 

즉 옥수수 선물 가격이 상승하고 대두가 2포인트 오른 뒤 옥수수가 3포인트 떨어지면 리처드 데니스는 다른 트레이더들로부터 대두를 1.5포인트나 올려 100만 부셸을 사들였다. 그 결과는 정말 놀랄만 했다. 장이 마감될 때에는 대두가 7포인트나 상승해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두를 매도했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 친구 뭐지?"

 

 

터틀 수련생

 

리처드 데니스가 찾으려는 대상은 수학적 소질이 뛰어나고 대입 성적이 높은 사람이었지만 꼭 수학적 능력이 유일한 선발 기준은 아니었다. 리처드 데니스와 윌리엄 에크하르트는 장기적으로 트레이딩에서 성공하는 것과 높은 IQ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후보자들에게 확률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것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블랙잭 게임을 할 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돈을 추상적으로 다룸으로써 돈을 더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정서적 심리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원했다.

 

결국 배움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지녔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뽑았다. 리처드 데니스와 함께하는 동안 이들은 백지 상태가 되어야 했다. 아는 게 지나치게 많으면 오히려 수익 창출의 도구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이는 바둑 고수가 자신의 문하생을 선발할 때도 이와 유사한 점이 있다. 초등학교 과정을 미처 이수하지 않은 어린 문하생을 제자로 두고 가르친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게 더 쉽기 때문일 것이다.

 

 

터틀 수련생의 핵심 원칙

 

원금이 증감한다고 동요하지 말라

평정심을 유지하고 일관되게 움직여라

과정이 아닌 결과로 자신을 판단하라

시장이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어떻게 대응할지 알고 있어러

현실에선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매일 계획을 수립하고 다음날 발생할 수 있는 비상사태를 검토하라

어디에서 수익을 올리고 손실을 볼 수 있는지 살펴보고 이에 관한 확률도 파악하라

 

 

선천적 재능만으로는 결코 충분치 않다

 

리처드 데니스가 마련한 평평한 운동장에서 진행된 터틀 실험을 통해 트레이닝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간에 이를 배우면 잘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중요한 점은 이후에도 결코 초점을 잃지 않고 강한 정신력으로 자신만의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어릴 적에 친구들과 함께 과외를 받던 나의 추억을 되돌려보면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쉽게 포기하는 사람은 모두 실패했다. 그 이유는 강인하지 못한 탓이었다.

 

돈을 버는 일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월가의 톱10이 될 수는 없지만 터틀 스토리는 최고 트레이더의 전략을 배우고 따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실한 증거다. 더욱 위대한 도전과 진정한 성공의 '비결'은 이 책 후반부에 나오는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지닌 트레이더들의 발자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승리자들은 자신감, 강인함, 기업가적 열정을 모범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대부분의 사람을 주저하게 만드는 본능적 회피 성향은 극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지혜로움을 보인 사람치고

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제 평생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 찰리 멍거, 버그셔 해서웨이 그룹의 2인자

 

 

사사로운 감정에 휩싸이지 말라

 

터틀 수련생들은 한결같이 냉정함을 잃지 않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채 스스로의 투자 철학을 견지하도록 교육받았다. 2세대 터틀인 살렘 에이브러햄이 생생한 증인이다. 그는 리처드 데니스가 40년 넘게 다져온 의지를 실천에 옮긴 인물이다. 타틀 수련생들의 핵심 원칙은 이미 100년 전 위대한 투자자들이 실천했던 규칙들과 같다. 일반투자자들과는 달리 터틀은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다는 사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 부동산 경험치 못한 위기가 온다 - 큰 판을 읽으면 기회가 보인다
이광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저자 이광수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건설회사를 분석한다. GS건설을 다녔고, 한때 집에서 살림을 하기도 했다. 그는 2013년 부동산 시장이 우울할 때 "집을 사야 한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쓰고 비난받은 바 있다. "너나 사라"는 비아냥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 이후 집값은 얼마나 올랐는가?

 

 

2018년에는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투자의 법칙>이라는 책을 썼다. 당시 서울 집값이 폭등할 때 강남 집을 팔라고 했다가 또다시 욕을 엄청 먹었다. 40만 명 넘게 읽은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가장 상처받은 말은 "믿음이 안 가게 생겼다"라는 말이었는데, 외모까지 대입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강남 아파트 시장은 어떠한가? 그는 애널리스트로서 누군가 막막한 길을 갈 때 나침반이 되어주고 싶은 사람이다. 그게 비록 단 한 명일 지라도. 그래서 다시 책을 썼다.

 

 

 

 

 

결론은, '집값 하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값은 더 빠질 것이고 시장 역시 더더욱 위축될 가 능성이 크다. 투자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높아진 가격과 커진 빚이다. 높아진 가격은 속도의 문제고 커진 빚은 인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부 동산도 마찬가지다. 리스크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속도와 인내심을 파악 하는 게 중요하다. 수요와 공급은 가격을 결정하지만 속도와 인내심은 리스크를 결정한다. 투자에서 가격은 기회로 읽힐 수 있으나 리스크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속도와 인내심 차원에서 2019년 대한민국 부동산은 위기다. 리스크 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빠른 가격 상승과 부동산 담 보대출 증가는 위험을 확대시켰다. 확대된 리스크는 변동성을 키울 것이 다. 이후 가격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무릇 자산의 가격에 거품이 낀다면 언젠가는 적정한 수준의 가격이라는 제자리 찾기가 발생한다.

 

나의 사견으로는 지나치게 상승된 거품은 언젠가는 가라앉기 마련이므로 가격 현실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속도이다. 여기엔 사람의 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결국은 국내 경기가 지속적으로 침체 분위기 속에 걷게 된다면 남보다 빨리 정리하려는 심리가 준동할 수 있으리라 본다. 상환 여력을 초과하는 담보대출을 안고 있다면 '투매' 현상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집값은 단순한 수요공급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가구수나 임금이 증가하다가 2~3년 만에 갑자기 줄어드는 건 재앙급의 엄청난 이벤트가 없으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택 시장 변동 요인을 꼼꼼히 살펴보면 수요가 갑자기 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2009년에는 수요가 증가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증가했는데, 1년 만인 2010년에는 주택수요가 갑자기 감소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떨어졌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2~3년 만에 주택수요에 영향에 미치는 인구, 가구, 소득이 갑자기 바뀐 걸까?

 

주택공급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주택공급은 아파트의 총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급이 원인이 되어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변동된 시점과 주택분양 및  입주물량 증감은 다르다. 최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가격 상승과 거래량 감소의 이유는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분양물량, 입주물량) 총량은 지속 증가했다. 입주 아파트는 지속 증가했다. 결국 단기간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수요와 공급은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샹각하는 그런 수요와 공급이 아닐 수 있다. 그럼 뭔가? 바로 투기수요인 것이다. 

 

 

사적私的 대출 '전세'에 유의하라

 

전세금을 사적 대출이라 생각하면, 가계부채처럼 빠르게 증가한 속도가 문제될 수 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 비율은 2013년부터 빠르게 상승했다. 전세금 상승은 그만큼 전세를 통한 주택자금 대출 비율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전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직 숫자는 미미하지만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 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의하면 2018년 9월까지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 중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는 234건이었으며 미환수 보증금은 487억 원으로 나타났다. 2015년 1억 원, 2016년 34억 원, 2017년 75억 원과 비교하여 미환수 보증금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는 확증편향의 노예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기존 견해가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새로운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다"

 

이는 현존하는 최고 투자자 워런 버핏의 말이다. 또 이와 비슷한 말로는 창조적 천재로 평가받는 로마인 카이사르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들은 위기를 기회로 잡기 힘든 이유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자기 생각을 확증하는 증거를 선택적으로 탐색하고 생각에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는 행동 편향성)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잡기 힘들다.

 

 

부동산 가격에서 싼 가격은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팔려고 할 때 나타난다. 특히 투기공급이 줄어들면서 매도 물량이 증가할 때가 가장 싼 가격이다. 절대 가격보다 가격을 형성하는 공급과 수요 변화에 주목하면 싼 가격으로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다.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 집값이 급락하고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게 된다. 집값이 떨어지는데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면 시장 가격은 충분히 싼 가격일 수 있다.

 

 

꾸준히 거래가 되고 있는가?

 

거래가 빈번해야 한다. 거래는 변화를 이야기한다. 부동산 투자를 다른 투자 상품과 비교했을 때 단점은 환금성이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더욱 환금성을 가장 중요한 선택 사항으로 고려해야 한다. 환금성마저 높은 부동산이라면 가치가 배가 될 수 있다. 고령 세대가 부동산에 투자할 때 집중하는 투자는 아파트다. 부동산 중에서 아파트가 가장 환금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래량은 환금성뿐만 아니라 안정성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이 거래하는 자산은 일종의 공인효과가 있다. 형성된 가격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부동산의 경우 담합을 통해 거래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한두 채 거래가 되었다고 이 가격이 대표성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메뚜기 한철이 아니라 꾸준히 거래가 이루어졌을 때 기회를 포착하는 게 좋다.

 

 

과잉반응 경계하면 기회가 보인다

 

 

변화 시그널를 찾기 위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개인의 경험이나 위치에서 좋은 것만 취하려는 체리 피킹(Cherry Pickining)을 피해야 한다. 체리 피킹은 데이터에 기반해 해석하는 전문가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신의 의견에 맞는 데이터만 보다 보면 변화의 바람을 절대 느낄 수 없다. 투자자들은 데이터 해석을 특정 전문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 넓게 접근하고 공부해야 한다.

 

"바람은 촛불을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프래질> 중에서 

 

과잉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 변화 시그널을 인지하면서 지나친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 현상에 대한 과잉 반응은 특히 변화가 처음 일어날 때 또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날 때 발생한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다가 혹시라도 조금 빠지면 언론, 전문가들은 난리가 난 것처럼 반응한다. 변화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자세는 안티프래질(충격을 가하면 더 좋아진다)이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해석, 이용해야 한다.

 

 

세금, 3기 신도시, 그리고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세금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공시지가가 현실화되면서 세금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보유세는 투자 수익률을 낮춰 투기공급을 부추길 수 있다. 어차피 부동산 세금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같은 불확실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책과 함께 물량 공급이라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에 30만 호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 지역을 떠나 향후 서울에 근접한 아파트 공급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이런 부동산 정책은 실정失政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투기수요와 매물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투기수요가 감소하고 매물이 증가하면 집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하락할 때 신규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면 시장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이에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새로운 신도시 계획을 우려하는 이유다.

 

 
아무튼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짧게 보면 무력해 보이지만 정부는 법과 규칙, 규제, 세금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정부 규제를 비난하기보다 정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 도한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미 이런 경험을 했다. '악법도 법이다', 투자에서 이기는 길은 싸울 대상을 잘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 때 지켜야 할 원칙

 

예측하지 말고 행동하라

큰 판을 읽어라

사이클을 공부해라

겸손해라

확률론적 사고를 가져라

흐름을 통해 판단해라

 

 

실제 투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 등등 지금 한국 경제는 온통 부정적인 단어가 지배하고 잇다. 그래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과거에도 늘 그랬다. 본디 다가오는 미래는 항상 두렵고 불안한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만 하지 말고, 무언가를 실행해야 한다. 바로 투자다. 반드시 돈이 투입되는 그런 투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관심을 갖고,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 투자다. 그래야 기회가 보이는 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 '작가의 말' 중에서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작가 조정래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그는 광주 서중학교, 서울 보성고등학교,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다녔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 그 그늘의 자리>, 중편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 <인간 연습>, <사람의 탈>,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을 출간했으며,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성옥문학상, 동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동리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했다.

 

 

"국민들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

- 루소

 

 

 

전 3권으로 구성된 소설은 두 사람의 술자리로 시작된다. 도시의 밤은 쉽사리 잠들지 않는다. "다들 저리 지쳐서, 왜들 사는지 원...", 고석민은 혼잣말을 하며 한숨을 내쉰다. 옆에서 장우진은 씁쓸하게 웃는다. 두 사람은 선후배지간이다. 시사주간지 기자인 장우진, 사회학과 시간강사인 고석민은 같은 대학교를 다닌 선후배 사이이다.

 

두 사람은 서울 종로통 한 선술집에서 빈대떡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며 오랫만에 회포를 풀고 있다. 소위 운동권 출신인 고석민과 장우진은 90년대 초에 학원 자주화 운동에 투신, '세상바꿀동아리'를 만들어 사학 재단의 전횡專橫을 막고자 투쟁을 벌였었다. 참고로, 당시 시대상을 살펴보는 게 좋을 듯 싶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존의 군사정권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 하에 '하나회'를 척결함으로써 당시 학생운동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그동안 대학교의 운동권은 군부독재 타도, 민주화 등에 모든 구호를 집결했지만, 이젠 그런 명분을 잃게 되자 재빨리 노선을 급선회하여 학내 문제로 이슈 몰이를 하게 된 것이다.

 

 

 

 

아내가 출근하던 출판사가 폐업함에 따라 생계의 어려움에 봉착하자 고석민은 고향 선배인 윤현기 국회의원이 신문에 칼럼을 실어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이행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석민은 우진 선배에게 윤현기 이름으로 신문에 칼럼을 실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니 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민광당 윤현기 의원 아시죠?"

"알지"

"그 사람 칼럼 하나 실어주세요"

"그 사람이 글 쓸 줄 알아? 칼럼을?"

"쓰기는 내가 쓰는 거지요"

"이게 도대체 무순 소리야?'

"선배님, 내가 다급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거든요"

 

한편, 장 기자의 현재 심사도 그리 편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가 현재 한 건수를 물고서 취재 중인 성화 그룹 비자금 사건의 기사를 마무리도 하기 전에 이를 미리 감지한 성화 그룹측 창조개발실에서 기사 탈고를 무산시키려고 그의 주변인물들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로비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본디 그룹사의 로비라는 게 한번 물면 마치 도사견처럼 자신들의 목적이 관철되지 않으면 끝까지 놓질 않는 속성을 지녔다.

 

우진의 첫사랑 유영은 19년차 초등학교 교사이다. 고교 졸업 후 한 번도 연락 없던 그녀가 갑자기 우진을 찾아온다. 그녀는 성화 그룹 측으로부터 우진의 취재를 무산시키면 20억 원을 벌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달콤한 미끼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윤현기 또한 성화 그룹으로부터 선거 비용의 반을 부담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고석민을 시켜 우진의 취재를 막아달라고 제안한다. 이렇게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

- 플라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열 가지 중에서 네 번째를 차지한다. 게다가 우울증은 전체 인구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는 질병이다. 때문에 누구든지 그 한 명에 속할 수 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부자라도, 아무리 멋있는 사람이라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그게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우울과 건강하게 이별하자

 

이 책의 저자 김혜남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2006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받았고, 경희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인제대 의대 외래 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정신과 의사들의 정신과 의사라고 불렸다. 이후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녀는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통해 대한민국 정신과 병원의 문턱을 낮췄다는 호평을 들었으며,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어른으로 산다는 것>, <당신과 나 사이> 등의 책을 펴내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공저자인 박종석은 1981년 태어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서울대학교 병원 본원 정신과 펠로우(임상강사)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 정신건강센터 전문의,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를 거쳐 현 구로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으로 비즈니스타운 한복판에서 다양한 마음의 병을 가진 현대인을 진료하고 있다.〈정신의학신문〉,〈월간 에세이〉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코스모폴리탄〉자문위원으로 있다.

 

우울증에 빠지면 세상만사 어디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당연히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한없이 우울해진다. 우울의 터널 속에 갇히는 셈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모두 배꼽이 빠져라 웃고 난리를 치는 영화를 봐도 재미는커녕 사람들이 왜 웃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서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다운된다.

 

그런데, 단순히 우울감을 느끼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부정적 사고의 특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또 막연한 죄책감과 자신이 죄를 저질렀다는 죄악 망상을 보이기도 한다. 무가치한 존재감으로 인해 자신은 가난하고 모든 것에서 실패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빈곤 망상을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화병, 산후 우울증, 중년기 우울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에 반드시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

 

 

 

 

위험한 널뛰기 '조울증'

 

조울증은 주로 30대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병의 지속기간이 6개월 정도로 꽤나 긴 편이다. 계절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흔하다. 재발再發이 잘되어 당사자와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즐겁다가 갑자기 회사 일만 생각하면 우울해지고, 몸과 마음이 힘없이 가라앉아 있다가도 별 것 아닌 친구의 유머에 빵 터져서 깔깔대기도 해요. 저 조울증인가요?"

 

흔히들 조울증을 기분이 좋다가 우울했다가를 수시로 왔다갔다하는 병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본적으로 조울증은 일정 기간의 조증 시기와 일정 기간의 우울증의 시기가 번갈아 나타나며, 보통 그 기간은 각각 2주 정도 지속된다. 또한 조증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분이 들뜨고 에너지가 넘치는 조증도 있지만 조울증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조증은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고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는 증상이다.

 

 

왜 상실을 슬퍼하기보다 우울해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커다란 슬픔이다. 그런데 슬픔을 느끼는 게 아니라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왜 상실을 슬퍼하기보다 우울해하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년)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자신의 저서 <애도와 멜랑콜리아>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애도에서는 분명한 대상상실이 있고, 따로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상실은 없다. 그러나 우울증은 보다 이상적인 어떤 것의 상실이 온다. 그것은 바로 자아의 빈곤과 상실로 이어지는 것으로서, 애도반응에서 빈곤해지고 텅 비어버리는 것이 외부세계라면, 우울증에서 텅 비고 공허해지는 것은 바로 자아이다. 즉 애도는 대상을 잃었다는 게 문제지만, 우울증은 자아를 상실했다는 데 그 초점이 잇다.

 

둘째, 자기존중의 상실이 있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은 타인에 비해 진실을 보는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고, 자신은 이기적이고 정직하지 못하다고 비난하며, 의존적 성향이 강하지만 이를 감추고 있다고 고백한다. 게다가 이런 자기 비난과 고백을 남 앞에서 별다른 수치심 없이 아무렇지 않게 한다.

 

셋째는 퇴행과 사랑과 미움의 양가감정兩價感情이다. 우울증에서는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함으로써 그 사랑 관계 내에 있던 애증의 양가감정이 드러나면서 우울이 강화된다. 그런데 이들은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한 후에도 그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 사람을 자신의 내부로 받아들여 자아와 대상을 동일시함으로써 도피한다. 즉 대상으로 향하던 욕동慾動(본능)이 자기애적 동일시로 퇴행하는 것이다.

 

 

당신은 충분히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행복은 우리의 권리다. 설령 어릴 적 행복하지 못했던 불행한 기억이 있더라도 그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누구의 잘못이라 탓만 할 수도 없다. 어차피 인생이란 여러 가지 이해 못할 일들이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곳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그 일들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것은 바로 나에게 달려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도 느낄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번아웃 증후군

 

우리는 스스로 지친 걸 알면서도, '남들도 다 그런데 뭐, 힘들지만 어떡해, 월급 때문에라도 출근은 해야지'라며 번아웃의 신호를 애써 무시하곤 한다. 이렇게 내가 너무 지쳤다는 사실을 모른척하거나 무시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눈치 없는 주인 대신 감정적, 신체적인 신호를 보낸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언성이 높아지고 날카로워진다거나 사소한 일에도 싸움닭처럼 예민하게 행동하는 일이 생긴다. 오늘 누구 한 명만 걸려라, 나 한 번 건드리기만 해보라며 벼르게 되는 것이다.

 

 

외롭거나 슬플 때 아주 슬픈 음악을 듣는다면

 

저자 김혜남은 이렇게 답한다. "슬픈 음악만 계속 들으면 더 슬퍼져요. 음악치료의 관점에서 보면, 슬픈 음악에서 점점 밝은 음악으로 나와야 슬픔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거든요. 치유를 위한 음악은 선곡을 할 때 흐름이 굉장히 중요해요. 랜덤하게 배치하면 치유의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어요. 슬펐다가 약간 밝았다가 하는 식의 고저가 있어야 감정이 같이 움직일 수 있거든요"

 

 

나를 사랑하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빠지면 금방 슬퍼지고 만다. 내 감정에 휘둘려 자기 자신을 놓아버려선 안 된다. 이럴 때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정하고, 한 발짝 떼어 일어나면 된다. 이 책은 "사랑하세요, 나를, 지금 이 순간을!"이라는 메세지를 우리들에게 던진다. 우울증이나 마음의 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