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할 것인가
이승은.고문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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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주어진 자연 생태계에 적응하고 그것을 이용해 생존, 번식하고 있다. 자연 생태계는 태양, 대기, 기후, 토지, 물 등과 같은 존재하에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동식물과 미생물의 분포를 말한다. 생태계 안의 모든 에너지와 원소들은 이러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상호 규칙적인 관계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질서있는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도 이 생태계에서 벗어나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인류 역사는 이 생태계를 최대한 이용하며 발전해왔다. - '서문' 중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고찰

 

이 책의 저자 이승은서울대 제어계측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EBS 시사, 교양 프로그램인 '다큐프라임' PD로 재직하고 있으며,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UN SDGS' ADVISER, 'UN HLPF'(유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고위급 정치 포럼, HIGHT LEVEL POLITICAL FORUM) 회의 MEDIA PRESS 자격으로 기사를 공유하고 있다한국헌법학회 홍보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공저자인 고문현경북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 대학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수학)을 거쳐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헌법상 환경조항에 관한 연구'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에너지 법제도 전문가 양성과정) 원장,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환경관리연구단(K-COSEM)의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법제도 및 대중소통연구팀 연구책임자, 대법원 양형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저자들은 기후변화 시대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의 확보와 배분 등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위해 정부, 기업, 단체 등이 주목해야 할 에너지믹스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복지 실행에 관한 이슈를 이 책에 담고 있다. 기후 체계는 인류의 공공재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UN 등 국제 사회와 공조할 수 있는 정책들도 소개하고 있다.

 

 

 

 

폭염, 폭설, 가뭄,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우리들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비교적 풍부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이를 최대한 이용하면서 발전해 왔지만 인류는 자연환경을 이용함에 있어서 급속한 생태계의 변화를 시도했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삼림의 개발은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했음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상 이변 현상이 지구 각처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해수면의 상승, 수자원 공급, 식량 생산, 자연재해, 이상기후 현상 등 지구의 환경과 인간 생태계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지만 이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이나 실천에는 비협조적이다.

 

현재 일어나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은 지금껏 지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온난화의 진행에 있는 것이다. 즉 온난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과거 수백만 년 동안 변한 지구의 온도보다 지난 100년 동안 변한 속도가 높을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변화의 가속화와 기상 이변이 지구촌 각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을 치유하지 않는다면 대기온도는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덩달아 자연재해의 피해 규모도 커져만 갈 것이다.

 

책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비극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주요 국제 협약들, 피해가 재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이를 해결할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7가지 원칙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는 책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법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다. 

 

 

1℃ 상승할 때마다 예상되는 변화 

 

저널리스트인 마크 라이너스는 지구 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만년빙이 사라지고 사막화가 심화되면서 기상 이변 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의 책 <6도의 악몽>에서 이를 소개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상승하면 대가뭄과 대홍수가 닥치고,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 항로가 개척된다. 가까운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섭씨 3도 상승은 아마존의 사막화와 뉴욕의 침수로 대변된다. 해안 지역의 침수는 민족의 대이동을 초래한다. 4도 상승은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을 녹게 하고, 남극의 얼음을 사라지게 한다. 영구 동토층에 갇혀 있던 메탄이 분출하면서 지구 온도는 섭씨 5도로 상승한다. 이리되면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 식량과 물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유발한다. 평균 기온이 6도 상승하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들은 멸종하게 된다. 아마도 지구의 마지막 대멸종일 것이다.

 

 

한 소녀의 '등교 거부' 운동

 

16살 소녀의 이유 있는 '등교 거부'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그레타 툰베리'. 지구온화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지난해 9월부터 이루어졌다. 그녀는 기후변화 심각성을 외면하는 어른들을 향한 항의로 금요일마다 '등교 거부'를 선택했다. 1인 시위로 시작한 소녀의 작은 외침은 현재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호주,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청소년들이 등교 거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이제 현실이다. 온실가스는 오랜 기간 존재할 것이고 대기온도는 매우 빠르게 올라갈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방법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포함한 원인 물질의 '감축 Mitigation'과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인류가 효과적으로 '적응Adaptation'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감축과 적응은 상호보완 가능하며 기후변화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의 5가지 특성

 

기후변화의 불확실성

기후변화 현상의 비가역성

이해관계의 첨예함과 복잡성

원인행위자와 피해자 간의 불일치성

기후변화 문제의 윤리성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기후변화는 발생 원인이나 대응 정책 및 처방의 효과에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기후변화 문제의 두 번째 특성으로 기후변화 현상의 '비가역성'을 들 수 있다. 기후변화 현상은 기후 체계가 변경되었을 경우에는 이것을 다시 원상으로 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일단 지구의 평균 온도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면 그것을 다시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 다른 특성으로 '이해관계의 복잡성'을 들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간(선진국과 후진국 그리고 산유국과 비산유국,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낮은 국가)에 첨예한 대립이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들어 선진국의 의무를 강조한다. 반면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참여 없이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후난민의 증가

 

미래의 기후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 기후변화 예측 기술은 두 가지 관점, 즉 첫째는 기후변화가 무엇에 의해 생기는지,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이고, 둘째는 관측과 추적을 통하여 미래에는 기후변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알아내는 기술이다. 기후 모델링 기술과 기후변화 원인 규명 기술, 기후변화 관측 및 감시 기술, 기후변화 예측 기술 등으로 구분된다.

 

기후변화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자연재해 현상, 즉 집중호우, 침수, 강풍 등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강변이나 연안 지역의 완충지대 조성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연안도시의 경우에는 해수면 상승과 해일 발생에 따른 취약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도시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온난화는 이상 고온, 열대야 등으로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적절한 도시 녹지 조성바람길 고려 등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유럽은 아프리카와 중동으로부터 밀려오는 기후난민 때문에, 아시아는 심각한 식량과 물 부족 위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큰 혼란에 빠져 곳곳에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할 것이다" - 야마모토 료이치, <지구온난화 충격 리포트> 중에서

 

 

지속가능한 7가지 원칙

 

환경보호경제발전이라는 두 축의 균형과 조화로운 발전 속에서 세대 내의 형평성, 세대 간의 형평성과 함께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발전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자연자원의 착취, 투자의 방향, 기술 발전의 방향, 제도의 변화가 현재와 미래의 욕구에 일치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7가지 원칙

 

통합의 원칙~ 사회적, 경제적 발전 계획에 환경적 요소를 고려

개발권의 원칙~ 자연자원을 개발할 권리를 인정하되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 형평성을 충족

지속가능한 이용의 원칙~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및 개발

세대 간 형평의 원칙~ 개발시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이익을 형평성 있게

세대 내 형평의 원칙~ 현 세대 내의 형평성

훌륭한 협치의 원칙~ 사회적 형평성

국제적 책임의 원칙~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

 

 

왜 에너지 믹스인가?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이 갑자기 광풍을 만나 표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력의 30%, 40%를 유지해주던 석탄 화력은 더러워서 못 쓰겠다고 하고, 원전은 위험해서 못 쓰겠다고 한다. 갑자기 환경성, 안전성이라는 화두가 등장하면서 경제성은 이야기하면 안 되는 요소가 되었다. 단순히 환경성, 안전성, 경제성 등 관념적인 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인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인가?

 

에너지 믹스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발전 부문의 믹스다. 여러 가지 발전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1차로 석유 및 석탄과 전기를 어떤 비율로 믹스해서 쓸 것인가의 문제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전기 과소비 관행이 굉장히 심각해졌다. 이 관행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석유화학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가 고민이다. 현 정부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한 시책은 우리의 에너지 정책을 한참 후퇴시키고 말 것이다. 이미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원전의 핵심 기술이 미국과 UAE에 유출되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는 국민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에너지 믹스의 합리성 판단 기준

 

기술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

안전성 기준

경제성 기준

사회적 기대치와 수용성

국민의 기대치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노력

에너지 환경에 대비

 

 

기후와 환경은 숙명적 과제이다

 

자연환경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항 기반이자 자원이다. 그래서, 이는 잠간 이용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 즉 특정 이익을 위한 독점 또는 무질서한 남용은 허용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환경 윤리'라는 명제가 우리들에게 주어졌다. 이제 기후와 환경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적 과제임을 깨닫고 함께 해결하는 데 동참해야 할 것이다. 등교 거부 운동이라는 1인 시위를 몸소 보이는 한 소녀의 행동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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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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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의 정년'에는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남자의 경우처럼 '정년=직장 퇴직'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정년 후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다양한 사례를 들어 여자의 나이 듦과 정년의 의미에 관해 하나하나 고민해보기로 하자. - '시작하며' 중에서

 

 

여성들에게 나이 듦이란?

 

이 책의 저자 가야마 리카는 일본의 저명 정신과 의사로 릿쿄대학 현대심리학부 교수이다. 1960년 홋카이도 생으로 도쿄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30년간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살려 여러 매체에 현대인의 마음 문제와 관련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또 평론가, 사회활동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아 2016년에는 <한일위안부합의>를 규탄하는 행사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저서로는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마음이 보여?>,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논마마로 살아가기>, <오늘부터 휘둘리지 않기>, <남자는 언제나 이유를 모른다> 등이 있다.

 

'여자의 정년'이라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자연스레 '회사의 정년'을 떠올릴 것이고, 남편이 있는 전업주부라면 가계 수입을 책임지는 남편의 정년을 떠올릴 확률이 높다. 그런데, '여자의 정년'이라는 말은 사실 이젠 여자로서의 기능을 다했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일 때가 있기에 여성으로선 듣기 싫은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사회는 폐경기를 지난 여성을 여자로 취급하지 않는 고질적인 사고법이 존재한다.

 

이젠 이런 선입견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나이 든 중년 여성이 여전히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결혼 대신 독신을 선택한 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기는 여성들도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자라면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그런 생물학적 내지는 사회적 기능을 여성들에게 무조건 수용하라고 할 수도 없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여성들이 어떻게 정년을 맞이하고 어떤 시간을 맞이하게 될지, 정년과 더불어 나이 듦을 직면하게 될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등을 다양한 범주에서 살펴보면서 일, 연애, 친구, 성, 건강, 부모 간병, 집, 경제 문제 등 마흔 이후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을 일러준다. 책은 '여성의 정년'과 '정년 후 여성의 삶'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우리 사회에 제기함과 동시에 우리 개개인에게 화두話頭를 던지는 셈이다.

 

 

 

 

나이가 들어도 정년까지 여전히 일하고 싶다

 

중학교에서 오랫 동안 보건체육교사로 일해온 쉰다섯 살의 아오바 씨는 '정년까지 직장을 다녀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왜냐하면, 댄스 수업이 의무화됨으로써 학생들에게 힙합 춤을 가르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교과를 담당하는 젊은 동료 여교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자,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런 반응을 보임에 따라 그녀는 '얼음 땡'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남편분이 외국 항로도 타시고 부자니까, 무리해서 계속 알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취미 삼아 문화센터에서 체조 같은 것 가르치면서 느긋하게 사모님 생활 하시면 어때요?"

 

그렇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일'을 항상 돈과 결부시키는 잘못된 선입견에 빠져 있다. 젊은 여성들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상, 여성의 일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풍토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젊은 교사가 자신의 능력보다 뛰어날지라도, 새로운 시스템에 늦게 적응할지라도, 경제 사정이 좋든 나쁘든 간에 여성들도 자신의 일을 정년까지 할 수 있으므로 스스로 물러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여성이 일을 하는 것, 일하고 싶어하는 것은 '미안해할 일'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훌륭한 일'도 아니다. 이는 그저 '당연한 일'이다. (44쪽)

 

 

남편의 귀농, 귀촌 권유

 

요즈음 유례없는 저성장과 침체된 경기로 인해 회사원의 인생은 점점 회사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권고 사직을 당하든 자진 은퇴를 택하든 간에 남편의 정년이 앞당겨짐에 따라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편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귀농, 귀촌의 삶을 즐기자고 아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사실 시골 생활이 뭘 그리 '로망'이겠는가? 비록 시골 출신일지라도 손에 흙을 묻혀 본 일도 까마득하고, 아예 분뇨 냄새가 싫어서 방학 때에도 도시의 자취방 또는 하숙집에서 시골로 내려가지 않았던 여성들이 어떻게 쉽게 남편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말이다.

 

이처럼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있을까? 이 부부는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져서 별거 내지는 이혼으로 치닫게 된다. 남편의 정년이 여성들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퇴직 전부터 '퇴직 후엔 어떻게 살 것인지' 충분한 대화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중요한 점은 '나는 나'라며 "본인 스스로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나아가 취미, 책, 영화, 친구, 직업 등 '나만의 아이템'을 찾는다면 이런 일에 크게 휘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독신은 상태일 뿐, 불행이 아니다


혼자 살아가는 여성의 마음을 살펴보자. 독신의 삶을 즐기는 여성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불편한가라는 구체적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열등감을 느끼는 본인의 감정이나 사고방식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어한다. 이에 저자는 독신 혹은 아이 없는 인생을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할 필요 없이 현재의 자유를 만끽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를 권한다.

 

 

정년 후 물건들과 잘 사귀는 방법

 

물건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음 먹었을 때가 바로 버릴 때다

침실이나 침대 주변은 꼭 깨긋이 정리해둔다

가끔은 호텔에서 묵어본다

 

 

 

 

앞으로의 삶은 당당하게

 

나의 어머니는 90대 노인이다. 그토록 요양원을 완강하게 거부하시던 분이 갑자기 몸에 탈이 나면서 한달 가까이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퇴원 수속을 마친 후, 맛보기로 몸이 회복될 때까지 식사를 제공하는 요양원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몸이 회복된 듯해서 아파트로 돌아가자고 해도 이곳 생활에 적응이 되고 편안하다고 느낀 탓인지 3년 째 계속 요양원에 머무르고 있다. 아무리 과학과 의료기술이 진보할지라도 노인이 하루아침에 이십대로 돌아가진 않는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 결정 권리는 자신에게 있다.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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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 - 한명회부터 이완용까지 그들이 허락된 이유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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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실이 있다. 왕과 신하라는 표현이 쓰여서는 안 되는 민주주의 체제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간신이라는 단어는 언어로서의 생명을 가지고 계속 사용되고 있으며, 실제로 사용 용례에 적합한 인물들이 계속 등장한다는 것이다. - '시작하는 글' 중에서

 

 

왜 간신은 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 이성주는 시나리오, 전시 기획, 역사교양, 밀리터리 등 어느 한 분야로 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문화 콘텐츠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신문 <딴지일보> 에서 군사 분야 논객으로 활동 중이며 포스코의 '포레카 창의 놀이방', SERI CEO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역사와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역사는 현실과 괴리되어 있지 않고 언제나 우리 일상과 함께 호흡한다'는 신조를 바탕으로 역사서를 다수 집필했다. 그 가운데 우리 역사 속의 숨은 이야기들을 재치 있게 다룬 <엽기조선왕조실록>, <개정판,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왕조실록>은 서점가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면서 역사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밖에도 다수의 책을 집필했으며, <아이러니 세계사>,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사 진풍경>,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 <아리스토텔레스, 이게 행복이다>(1318 청소년 시리즈), <파국으로 향하는 일본>(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시리즈), <완벽하게 자살하는 방법>, <왕들의 부부싸움> 등이 있다.

 

 

 

 

우리들의 본성은 간신에 가깝다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이란 결국 유전자의 '탈것'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종의 목적은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해주려는 것이다. 이처럼 종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충신의 삶은 잘못된 선택이자 낙제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충신이야말로 인간의 속성에 반하는 비정상적인 존재다. 역사로 되새김질되는 이유도 바로 그들이 희귀하고 특별한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충신은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적 아름다움에 가깝다. 즉 인간이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한 세계를 구축해놓은 후, 그런 삶은 지향하는 셈이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설파한 철인정치를 실행하려면 수십 년간 욕망을 통제하며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런 덕목을 우리들 일상에 과연 적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들의 본성은 간신에 가깝다. 인간은 나약하고, 이기적이다. 여러 세대에 걸쳐서 존경받는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의 인격을 시험하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맡겨라"라고 말이다. 보통사람들이 권력을 쥐었을 때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간신은 지옥에서 올라온 별종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나 여상如上하게 마주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다른 모습이다.

 

 

간신은 이를 허용한 왕이 있기에 성립한다

 

간신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간신은 이를 허용한 왕과 시대가 있어야만 비로소 등장할 수 있다. 신하 혼자 욕망한다고 간신이 될 수는 없다. 이를 받아들이고, 허용하는 왕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간신을 바라볼 때 이런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왕은 왜 간신을 받아들였을까?" 왕이 간신을 허용한 까닭은 결코 무능해서가 아니라 왕 자신에게 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제대로 제왕학이나 군주학을 공부하면서 스스로의 기본적 소양을 갖추었기에 왕은 선택의 기로에서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굳이 간신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욕망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양 당사자 간의 이해 타산이 딱 맞아떨어진 거래였다. 이렇게 상호 간의 이익의 흐름, 그 흐름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간신과 혼군昏君이다.

 

 

정조는 간신의 등장을 막았다

 

역사에서의 가정법이란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만약 그 시절에 홍국영이 없었다면 아마도 정조도 없었을 것이다. 25세에 과거에 합격한 그가 2년 후에 정조와 인연을 처음으로 맺게 된다. 동궁시강원 설서說書로 임명된 이후 그는 정조의 오른팔이 되었다. 당시 세손이었던 영조를 제거하려 했던 이들에겐 지근거리에서 영조를 보필하던 홍국영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위기의 연속이었던 그런 시간이 흘러 마침내 왕으로 등극하자 정조는 홍국영을 동부승지 자리에 앉힌다. 아직 서른도 채 되지 않은 풋내기 신하에게 정삼품 당상관 자리를 준 것이니 가히 파격 인사였던 것이다.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반 년이 지나지 않아 홍국영은 현재의 대통령 비서실장에 견줄 수 있는 도승지 자리에 오른다. 이어서 정조는 자신의 총신寵臣을 양성하는 규장각 직제학 자리와 군을 관장하는 병권까지 그에게 맡긴다. 이제 홍국영은 권력을 한 몸에 지닌 권신權臣이 된 셈이다.

 

"한 사람에게 권력을 몰아주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홍국영과 정조는 단순히 신하와 왕이라는 관계에 머물지 않았다. 그 이상의 농밀한 감정적 교류가 있는 관계였다. 같이 죽을 고비를 넘겼고, 온갖 고난 끝에 권력을 쥐게 된 동지였기에, 만약 둘 중에 한 사람이 죽는다면 나머지 사람도 죽을 수밖에 없는 그런 절절한 운명적 관계였다. 그런데 정조는 이 관계를 과감하게 정리했다. 권력을 가진 이에겐 시끄러운 일이 늘 생기게 마련이다. 홍국영도 예외가 아니었다. 홍국영의 세도는 3년 만에 막을 내린다. 더 이상 정조는 권신이 간신으로 변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들은 정조의 판단력과 대처술을 교훈으로 배워야 할 점이다. 

 

첫째는 인정認定이다, 권신이 된 이유가 정조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했다

둘째는 결단決斷이다, 정조는 자신의 과오를 재빨리 제거했다

셋째는 인정人情이다, 정조는 냉혹한 처벌 대신에 피를 보지 않고 무난히 처리했다

 

 

 

매국노일지라도 끝까지 지킨 가치

 

세계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매국노賣國奴들이 있다. 매국노란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려고 나라의 주권이나 이권을 타국에 팔아먹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매국노란 말에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인물이 잇다. 바로 이완용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대한제국을 일본에 팔아먹는 일에 가장 앞섰기 때문이다.

 

먼저 이완용의 행적을 살펴보자. 당시의 혼란한 국내 정치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왜 그가 매국노가 되었는지 아는 데 도움되기 때문이다. 1858년생인 이완용은 경기도 광주(현, 판교)에서 몰락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인생은 10살 때 집안 아저씨뻘인 이호준의 양자로 입적하면서 급반전하게 된다. 슬하에 아들이 없던 이호준은 이완용에게 자신의 대를 이을 생각이었다.

 

당시 양부 이호준은 흥선대원군의 최측근으로 이조참의, 동부승지, 한성부 판윤(현, 서울시장) 등 요직을 두루두루 거친 권력의 핵심 세력이었다. 어릴 적부터 총명한 탓에 이완용은 양부 아래에서 후계자 수업을 차근차근 받았다. 이후 순탄하게 성장한 그는 25살에 증광문과 별시에 병과丙科 18위로 합격한다. 참고로 서재필이 바로 그의 과거 합격 동기다.

 

임오군란~ 흥선대원군 청으로 끌려가고, 개화파가 득세하자 이호준은 명성황후 및 민씨와 제휴

갑신정변~ 김옥균, 서재필 등 3일 천하로 마감, 이완용은 친청노선

육영공원(신지식인 양성소) 입학~ 미국참사관 발령, 미국에서 생활

동학농민운동~ 조정은 동학군을 흥선대원군 잔당으로 간주, 이호준의 정치적 위기

청일전쟁~ 일본의 승리, 박영효 등 개화파 귀국 갑오경장 주도, 이후 삼국간섭(러시아,독일,프랑스)

이후 조정의 반응~ 친러 성향

을미사변~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 고종은 경복궁에 연금

춘생문 사건~ 친미파, 친러파들이 고종을 경복궁에서 탈출 시도(이완용 참여)

아관파천~ 이완용의 활약, 외부대신 겸 농상공부대신으로 임명

독립협회~ 당초 청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코자 독립문 건립 추진위원회 결성

만민공동회~ 참정권, 민권, 사회개혁 등으로 발전하자 반러 성향을 보임

독립협회 등 해산~ 친러 노선의 고종, 이완용(독립협회 회장)은 전북관찰사로 좌천 후 파직

러일전쟁~ 일본 승리, 조정은 친미파인 이완용을 활용해 미국과 접촉, 믹국 한반도에서 손을 뗌

이완용의 결단~ 친미에서 친일로 갈아탐, 을사늑약부터 경술국치까지 주도   


하지만,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이 끝까지 지켜냈던 가치가 있었다. 바로 조선의 왕통王統이었다. 그는 이씨 왕조의 명맥만은 유지될 수 있도록 일제와 협상했고, 사회 지배계층들의 지위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했다. 조선 왕실은 이완용 덕분에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나라 잃은 슬픔과 분노는 오직 백성들의 몫이 되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 한반도를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이런 무기력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이완용과 같은 이에게 '기회'를 준 당시의 권력에게 있다. 망국의 역사에서 매국노는 없다. 매국노들이 있을 뿐이다"

 

 

 

 

누구나 간신이 될 수 있다

 

이밖에도 책은 김자점, 윤원형, 한명회, 김질, 임사홍, 원 균, 유자광 등 대표적인 간신들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우리들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기에 항상 유혹엔 노출되어 있다. 소위 고위 공직자를 애초에 제대로 선발했다면 나라와 백성들에게 해를 입히는 그런 이적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또 나라의 위정자인 왕, 왕실, 그리고 왕실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권과 기득권을 챙기려고 언제라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간신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건강한 권력에서는 충신이, 병든 권력에서는 간신이 태어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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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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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캐리커처>라는 제목을 달고 이 책의 초판이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할 얘기가 참 많았다. 우리 사회의 놀라운 학습 능력은 짧은 기간에 디자인을 보고 읽는 방법을 체화했고 세세하고 전문적인 영역에서 다루어진 것들까지 대중의 눈높이로 끌어내렸다. 예전이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시절이었다면 지금은 소비하던 대중이 생산과 설계까지 주무르는 전혀 다른 양상의 좋은 시절이다. 이 좋은 시절에 <디자인 캐리커쳐>는 <더 디자인>으로 개명을 하게 되었다. 이제까지의 디자인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모양으로 명멸했는지를 더듬는 회상이 될 것 같다. - '서문' 중에서

 

 

디자인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이 책의 저자 김재훈텍스트를 흥미로운 만화로 재가공하는 데 탁월하기로 정평이 난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겸 저술가다. 서울여대와 홍익대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글쓰기 강의를 맡기도 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미술감독 등의 일을 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을 거치면서 글과 기호로만 이루어진 지식을 만화라는 매체에 갈아 태우겠다는 목표로 지식만화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저서로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플레이>, <과학자들>, <라이벌> 등이 있다.

 

이 책은 2010년 처음 출간되어 현대 문화사의 흐름 속에서 디자인의 역할과 의미를 짚어주었던 <디자인 캐리커처>의 개정증보판이다. 디자인에 대해 알고 싶지만 마땅한 입문서가 없어 고민하던 독자의 눈높이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내용을 수정, 정보를 업데이트했으며 유의미한 챕터들을 추가하여 보기 쉽게 재편했다.

 

출판사 21세기북스가 새롭게 런칭하는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이하 지식만만)'궁금하지만 따로 시간 내어 공부하기는 어려운 지식을 만화로 알려주는 어른을 위한 지식교양만화 기획이다. 이 시리즈의 첫 권이 바로 <더 디자인>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누구나 이 시리즈를 통해 단시간을 투자해 상식을 넓힐 수 있다는 기본 취지에 맞게 이 책은 현대 문화사라는 생소한 분야를 디자인이라는 익숙한 주제로 입문하도록 돕는다.

 

책은 브랜드, 패션, 디자이너, 아키텍처, 퍼니처, 라이팅, 카, 에어크래프트, P.S 디자인 등 아홉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디자인 경영의 애플, 한국 자동차 산업의 분수령이 된 포니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아이 러브 뉴욕(I♥NY)의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 등등 생생한 현대 디자인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디자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메이커의 뒷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애플의 디자인 경영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CEO로 재직하던 시절, 애플의 신화는 곧 디자인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애플의 대표 디자이너는 조너선 아이브로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등 애플의 대표적 제품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애플의 심볼인 사과 이미지를 만든 이는 그래픽디자이너 롭 제노프였는데, 최초의 심볼은 무지개색의 사과였다고 한다. 현재의 심볼은 계속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인 셈이다.

 

애플 마니아들은 애플의 제품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문화'라고 말한다. 한입 떼어져 나간 사과를 통해 사람들은 문화의 싱싱하고 새콤한 맛을 한껏 즐기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가 노린 애플의 이미지 전략이다. 그는 애플이 미래에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기술에 걸맞는 감성적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굿 디자인이 굿 비즈니스다"

 

신제품의 디자인 과정에선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요구를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알뜰 소비자는 새로 출시되는 제품은 이것저것 다 되면서 가격은 저렴하길 원하지만 엔지니어 입장에선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디자인은 아예 사절이다. 나아가 회사의 사장은 경영 실적의 개선을 위해 주구장창 원가 절감만 외친다.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요청을 모두 반영한다면 볼품 없는 디자인의 제품이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애플 디자인 팀은 '아이팟'이라는 불세출의 디자인 제품을 탄생시켰다. 결국 대중들은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을 선택했다. 훌륭한 디자인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것마저 빼버려야 함을 보여준 사례이다.

 

 

 

코코 샤넬의 패션디자인

 

12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 맡겨진 소녀는 나중에 역사에 길이 남을 디자인계의 레전드로 성장한다. 이 소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코코라는 별명을 가진 가브리엘 샤넬이다. 그녀는 여성 패션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샤넬 이전의 패션은 사회적인 관습과 통념에 따라 여성들이 활동하기에 매우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어야만 했다.

 

샤넬은 여성들에게 편한 옷차림으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었다. 즉 주머니가 달린 가벼운 차람의 재킷, 양손을 자유롭게 해준 숄더백, 다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준 치마 길이 등 그녀가 만든 옷과 여러 잡화 등의 스타일은 '토털룩'이라 불리는 현대 여성복의 기초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수많은 제약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킨 '혁명가'라고도 말한다.

 

 

 

이밖에도 책은 마시는 문명 코콜라, 리바이스 청바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현대차 포니 쿠페의 디자인, 프랑스의 콩코드 비행기 등에 얽힌 디자인 이야기들을 연이어 펼친다. 20세기아 21세기에 탄생한 대표적인 디자인과 이를 디자인한 다자이너의 이야기를 만화로 유쾌하게 그려낸다. 아마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마침내 디자인에 관한 일반 상식이 레벨업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디자인 없이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없다

 

역사 속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기능했는지, 각각의 시대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분석하고 정의한다. 또 우리가 '디자인'을 통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하는지,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올바른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평소 디자인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거나 디자인에 관한 상식을 넓히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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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리시 월드 - 자본가들의 비밀 세탁소
제이크 번스타인 지음, 손성화 옮김 / 토네이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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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개인재산은 최근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 121조 8,000억 달러였던 것이 2016년에는 166조 5,000억 달러로 늘었다. 세계 가계 금융자산의 약 8%를 비밀세계가 장악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3개국이 최근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개인자산이 4,000만 달러가 넘는 상위 0.01%에 속하는 이들의 경우 30%가 세금을 떼먹는다는 대단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당연한 얘기지만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만연하게 된 데는 비밀세계를 통한 부의 이전이 용이해진 탓이 제일 컸다. - '프롤로그' 중에서

 

 

자금세탁 기술자들

 

이 책의 저자 제이크 번스타인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팀의 선임기자였던 시절, 2011년 금융 위기에 관한 기사로 처음 퓰리처상 국내보도 부문을 수상한 이후, 2017년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로 퓰리처상 해설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워싱턴포스트〉〈블룸버그〉〈가디언〉등 세계적 언론기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바이스>(VICE: DICK CHENEY AND THE HIJACKING OF THE AMERICAN PRESIDENCY) 등이 있다.

 

대기업과 유럽 국무총리, 독재자, 왕족, 마피아, 밀수꾼, 비밀 요원, FIFA 임원, 슈퍼 리치, 유명 인사들이 베일 뒤에 가려진 조세피난처의 세계에서 수억 달러대의 자금을 관리하고, 거래하고, 은닉해오고 있었다. 총 18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파나마 페이퍼스'라 불리는 프로젝트의 발단과 결말의 과정을 담고 있다.

 

우리들은 이를 통해 글로벌 경제를 조종하는 권력과 욕망의 놀라운 실체를 파악하고 권력의 공포 속에서도 일반 대중들의 알 권리와 보편타당한 정의를 위해 그 진실을 추적한 피땀 흘린 기자들의 노고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이 책의 내용을 소재로 하여 메릴 스트립(여우 주연)과 개리 올드만(남우 주연)이 연기를 펼치는 스릴러 영화 <더 런드로맷The Laundromat>로 제작 중이라는 소식이다.

 

 

 

 

스위스 은행들은 부패의 문지기

 

은행 계좌가 없는 역외회사域外會社(조세 회피 목적의 페이퍼컴퍼니)는 용도가 한정적이다. 중요한 금융 활동을 하려면 은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금융 분야에서 비밀 유지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금융기관들이 위치한 나라는 바로 스위스였다. 이는 국제적인 기준이되었다. 스위스 은행가들이라면 예금주의 신원을 누설하거나 고객의 범죄를 폭로하는 일이 없다고 안심해도 되었다. 실제로 은행가가 고객의 개인 정보를 누설하는 것은 스위스 실정법을 위반하는 일이었다. 이에 스위스 은행들은 돈의 출처가 합법적인지에 관해서는 개의치 않았다. 단지 예금주는 납세와 스위스 법 준수라는 책임만 지면 그만이었다.

 

 

지하 금융 시스템의 폭로와 협업

ICIJ 팀(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은 말로는 그 존재를 당연시했으나 눈으로 직접 확인한 적이 없었던 지하 금융 시스템을 폭로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시민들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이 지불해야 할 당연한 몫을 부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이런 사실의 폭로에 관해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비밀세계에 대한 전대미문의 탐사보도만이 아니었다. 협업 자체가 화제가 되었다. 즉, 46개국의 탐사보도 기자 86명이 참여한, 언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경을 초월한 탐사보도 공조였다.

 

 

 

모색 폰세카의 급성장, 그리고 소득 불평등의 심화

 

2015년 2월 24일, 독일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금융 당국이 주축이 된 독일 정부 수사관들이 합동으로 현장을 잇달이 급습했다. 이들은 수개월간 작전 계획을 수립햇다. 주된 표적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독일의 2대은행 코메르츠방크였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세금사기극의 증거를 찾기 위해 관련자들의 자택도 수색했다. 하지만 코메르츠방크는 이미 10년이 훨씬 더 지난 케케묵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독일 세무당국이 '모색 폰세카 그룹'이라는 파나마 역외 법인 설립 기업의 룩셈브르크 자회사에서 나온 데이터를 114만 달러에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독일 당국이 입수한 정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사는 정보원을 통해 모색 폰세카에서 빼돌린 방대한 고객 및 계좌 데이터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르겐 모색, 라몬 폰세카 2명으로 시작한 모색 폰세카, 일명 '모스폰'은 버진아일랜드에 껍데기뿐인 위장회사를 만들어 중개인들에게 최소 750달러를 받고 팔았다. 빈껍데기 회사였지만 실제론 뭐든 가능한 법인이었다. 모스폰은 급성장해 파나마 본사 외에 전 세계 42개의 사무소에 6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는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그 무렵 정보원이 보낸 문서는 10만 건이나 되었다. 독일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모든 자료를 검토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데이터에서 찾아낸 회사들과 소유주들은 국적이 제각각이었다. 유명한 독일 정치인은 한 사람도 없었지만,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은 수두룩했다. 매우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몇몇 사항들은 알아보기 쉽도록 정보원이 표시해두긴 했으나 해당 국가에서 나고 자란 현지 기자들만이 모든 관련성과 눈에 띄는 이름들을 찾아낼 수 있을 터였다. 최대의 효과를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은 '협업'이었다. 한국도 이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의 시대를 규정하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인 소득 불평등의 확대를 조장한 것이야말로 모스폰과 모스폰이 돌아가게끔 만든 시스템이 저지른 가장 나쁜 해악이 아닐까 싶다. 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도덕적 구조를 부패시킨 원인은 바로 그 시스템이었다. 모스폰은 외부와 단절된 진공 상태에서 움직인 게 아니었다. 사실상 거의 모든 국가의 주요 로펌들에서 협력자와 고객을 찾아냈다. 결국은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이런 일을 만들어낸 셈이다.

 

 

 

"우리는 천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악마도 아니죠"

 

라몬 폰세카는 파나마시티의 텅 빈 사무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스폰의 두 창립자는 자신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준 비밀세계가 앞으로도 계속 융성하리라는 것을 잘 알았다.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되기 전부터 법인 설립과 비밀 은행 계좌는 BVI(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의 주의확인 의무 강화 및 스위스은행 비밀주의 상실에 대응하여 두바이와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있었다. 달라진 거라곤 예전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점뿐이었다. - '에필로그' 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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