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4 - 1926-1930 학생 대중아 궐기하자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4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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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 35년의 역사는 부단한, 그리고 치열한 항일투쟁의 역사다. 비록 독립을 가져온 결정적 동인이 일본군에 대한 연합군의 승리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식의 설명은 무지 혹은 의도적 왜곡이다. 자학이다. 우리 선조들은 한 세대가 훌쩍 넘는 35년이란 긴 세월 동안 줄기차게 싸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일제 35년은 자랑스런 투쟁의 역사

 

이 책의 작가 박시백은 시사만화가로 1964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하면서 총학생회 신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1996년 한겨레신문 만평담당자 모집에 응모해 당선되었다. 이어 박재동 화백의 뒤를 이어 2001년 4월까지 한겨레신문에서 '박시백의 그림세상'을 연재했으며, 그 외에도 〈말〉, 〈출판저널〉, 〈뉴스피플〉 등의 매체에 만평을 연재한 바 있다.

그의 연재만화는 네컷 만화나 한컷짜리 만평이 아닌, 지면이 넓은 편인 페이지 만화이다. 왜냐하면 한 이슈의 이해를 돕기 위해 희화화하거나 패러디를 하는 보통의 다른 만평들과 달리, 그는 사건의 전후관계 및 배경과 진행, 그리고 논평 등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려는 시사만화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신문사를 그만둔 후에는 집에 칩거하며 하루 종일 '조선왕조실록' 국역CD를 공부했고, 2003년에 콘티부터 그림과 채색까지 모두 혼자서 작업한 만화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했다. 이는 총 20권으로 기획된 대하역사만화로, 조선의 정치사를 철저히 '실록'을 바탕으로 했다. 35년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910년 8월 29일 국권피탈에서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까지의 일제식민지 35년의 역사 중 1926년 부터 1930년 까지 일어난 학생과 대중의 운동사를 다루고 있다.

 

 

 

 

1926년~ 6.10 만세운동

1927년~ 신간회 창립

1928년~ 근우회 출범

1929년~ 광주 학생항일운동

1930년~ 평양 고무공장 노동자 파업

 

 

먼저 1920년대 후반의 세계를 개괄적으로 살펴보자. 1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은 전쟁의 참화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특히, 패전한 독일의 상황이 가장 처참했다. 천문학적인 전쟁배상금 때문에 최악의 경제 상황이었으며, 공포스런 인플레이션 탓에 우유 한 병을 사려면 마르크 지폐를 한 가방 들고 가게를 방문해야 했을 정도였다. 이후 미국의 중재로 배상금이 대폭 삭감되고, 차관을 제공받아 숨통이 트였지만, 독일 국민들의 마음 속에 불만이 가득했다. 이 불만이 결국엔 나치즘의 히틀러를 등장시키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에선 무솔리니가 등장해 강력한 국가주의를 부르짖으며, 이탈리아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전만 해도 잘나가는 공산주의자였지만, 사회주의 이론을 포기하고 국가파시스트당을 조직해 1921년 총선에서 37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으며, 1922년 추종자들인 검은셔츠단을 이끌고 로마로 진군하는 쿠데타를 일으켜 국왕으로부터 내각 구성권을 부여받는다. 이후 그는 의회를 해산하고 일당 독재체제를 구축한다.

 

1차 세계대전 동안 전쟁 특수로 호황을 누렸던 미국은 친기업정책으로 독점기업들의 성장을 가속화시키면서 공장들은 쉴새없이 상품들을 제조, 출하했다. 1920년대 말, 미국의 총생산은 전 세계의 50%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주식시장의 규모도 날로 성장하면서 5년 전에 비해 시총 규모가 3배로 커졌다. 노동자들도 주식으로 돈을 버는 그런 형국이었다. 거리엔 자동차가 넘쳐났고, 50층 이상의 고층 빌딩들이 경쟁적으로 올라갔다. 여가 시간엔 프로야구를 즐기며 홈런왕 베이브 루스에 열광했다.

 

한편,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후계자인 레닌이 소련을 세웠지만 내전과 반혁명으로 국가의 생산력은 너무나도 미약했다.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기엔 자본주의의 유럽국들에 비해 한참 미치지 못했다. 병석에 든 레닌의 뒤를 이어 스탈린이 전면에 나서 삼두체제를 거쳐 완전하게 독재의 힘을 거머쥐었다. 민주주의는 위축되고 급격한 좌경화로 로선이 변경된다. 중국은 장제스가 북벌에 성공하여 중국을 재통일했지만 마오쩌둥이 혁명군을 구축한다. 대륙으로의 진출을 꿈꾸는 일본은 군부와 우익 세력이 날로 강성해지면서 만주를 거쳐 중국 본토를 유린할 계획을 도모한다.

 

미국 번영과 함께 연일 상승세를 유지했던 뉴욕 월스트리트의 주식시장이 갑자기 팔자 주문이 쇄도하면서 대폭락 사태가 발생했다. 1929년 10월 24일, 대공황의 전주곡이 울렸던 것이다. 공장마다 재고가 쌓이고, 주가가 폭락하자 도산하는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이에 실업자가 덩달아 발생하고 공업 생산량이 급속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를 이끌던 미국발 경제공황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이것이 바로 경제대공황이다.

 

 

조선공산당의 등장, 신간회 결성, 그리고 광주학생운동

 

1925년 화요파를 중심으로 조선공산당이 창당되지만 일제의 탄압에 직면하고, 만주의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은 중국공산당에 입당하여 중국혁명과 조선혁명이라는 양대 과제를 안고 일본 제국주의와 싸워나간다. 만주 지역 독립운동세력은 국공합작의 영향을 받아 일제에 맞서기 위해서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민족유일당 건설 운동이 일어나는데, 만주에서의 유일당운동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자고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법. 

 

국내에서는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협동전선을 모색하는 신간회 결성으로 이어진다. 신간회는 총독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원산총파업, 광주학생운동 등을 지원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또 자매단체인 근우회근우회가 기독교 중심의 민족주의계와 사회주의계 여성들에 의해 1927년 5월 조직된다. 한편, 3·1혁명 이후 항일운동의 핵심이 된 학생들은 동맹휴학, 독서회 같은 비밀결사 조직을 통해 일제에 맞서고, 1929년 광주에서는 대규모 항일 민족운동인 광주학생항일운동이 일어난다.

 

 

신간회 발기인 

 

광주에서의 학생운동은 사소한 일에서 시작됐다. 광주와 송정리 간을 운행하는 열차로 통학하는 광주고보 학생들과 일본인 학생들인 광주중학교 학생들 사이엔 늘 가벼운 신체 접촉이 있었다. 그래서 양교에선 교직원이 상시 배치되어 사고 방지에 힘을 기울였다. 1929년 10월 30일, 광주역을 출발해 나주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승객들이 개찰구를 빠져나가는데, 광주중학교 3명의 학생들이 조선인 여학생을 희롱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목격자인 여학생의 사촌동생이 이를 따지자 순간 싸움이 벌어졌고 출동한 일본인 순사는 한국 학생의 뺨을 때렸던 것이다. 억울했던 학국 학생은 다음날 일본인 학생들이 타고 있는 열차간으로 찾아가 또다시 싸움을 벌였다.

 

11월 3일, 일요일임에도 메이지 천황의 탄생일 가념식을 위해 학교에 등교토록 지시가 떨어졌다. 11시경, 기념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양교 학생들이 충돌했다. 순사와 교사들의 제지로 잠시 산회했던 학생들이 무장을 하고 교문을 나섰다. 이때 광주농업학교생 300명, 광주여고보생, 광주사범학교생 등도 이에 합류했다. 이후 광주 학생들의 시위는 전국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학생 대중아 궐기하자!"

"조선 민중아 궐기하자!"

 

 

노동운동의 성장

 

1920년대 중반 이후 노동운동엔 사회주의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다. 전국적 대표 조직으로는 조선노동총동맹이 있었다. 이는 사실상 조선공산당의 장악 하에 있었다. 따라서 노동자의 권익 문제보다는 이데올로기적 경향을 띄고 있었다. 순수 일본 자본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목포제유공장의 파업, 영국인이 경영하는 원산의 문평제유공장의 파업, 원산노동연합회의 총파업, 부산 조선방직 노동자 파업 등으로 이어졌다. 

 

 

일제강점기의 대표적 저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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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퀀트투자의 법칙 - 월가에서 15년간 6조 원을 굴린 퀀트 전문가의 투자 비법
영주 닐슨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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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 스타일은 퀀터멘털(또는 퀀티멘털)이다. 이는 알고리즘을 이용한 투자법인 퀀티터티브와 기존 스타 매니저들이 수익을 내는 방법을 일컬을 때 약간 혼동해서 쓰던 펀더멘털을 합친 단어다. 퀀터멘털은 기존 방법을 쓰던 투자자들이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의 도움에 기반해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펀드매니저도 인간이다. 따라서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이 말해주는 것 이상으로 사랑에 빠지는 종목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히 좋은 투자일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더라도 흔히 말하는 직감 때문에 투자를 회피하기도 한다. 퀀터멘털은 이렇게 감성적으로 움직이는 일을 막아줄 수 있다. 그리고 세계 투자자들은 퀀터멘털 방법이 개인투자자에게까지 전파될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예측한다. 이런 점에서 퀀트투자를 하지 않는 개인투자자도 퀀트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투자 실패는 흔들리는 마음 탓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트렌드는 수학과 통계에 기반해 투자 모델을 만들고 금융시장 변화를 예측해 인간의 심리가 투자에 끼어드는 위험을 방지하는 퀀트투자로 바뀌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거쳐 컴퓨터 알고리즘을 설계해 투자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퀀트투자는 근거 없는 소문이나 정보에 흔들리기 쉬운 인간의 심리가 투자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는 단점을 차단하며 미리 정해놓은 규칙과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의 저자 영주 닐슨은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에서 금융학 강의를 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5년 상반기까지 뉴욕의 헤지펀드 퀀타비움의 최고투자책임자로 활동했다. 또한 2012년 상반기까지 미국 씨티그룹 뉴욕에서 G10 채권 퀀트 트레이딩 대표를 지냈으며, JP모건과 월스트리트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베어스턴스 뉴욕 본사에서 매니징 디렉터로 채권 퀀트 트레이딩 프랍 데스트를 이끌었다. 그전에는 블랙록(전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이터)에서 시장 분석을 통한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리서치 오피서로 활동했고, 알리안츠 자산운용의 퀀트투자 리서치 헤드를 역임했다.

 

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투자 전략을 세우는 퀀트투자법을 통해 6조 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글로벌 투자에 대한 자신만의 안목과 노하우를 쌓음으로써 월스트리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트레이더 경력과 함께 다양한 프로페셔널 논문도 발표했다. 2000년 이후 미국과 유럽의 권위 있는 컨퍼런스인 'THE GLOBAL DERIVATIVE CONFERENCE'와 'RISK CONFERENCE' 등에 참석하여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2006년에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경영대학원에서 금융공학을 위한 통계학을 강의했다.

이밖에도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주간조선>과 <주간동아>에 '영주 닐슨의 월스트리트 리포트', '영주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등의 칼럼을 연재했다. 2016년 5월 삼성 사장단에 '금융환경 변화와 글로벌 금융사들의 경쟁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여 많은 언론으로부터 주목 받았다. 저서로는 <서울에서 월스트리트로>, <글로벌 투자 전쟁>,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 등이 있다.

 

 

 

 

수많은 투자자에게 영감을 준 <,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의 저자이기도 한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1906~1999년)는 이미 '투자는 심리게임'이라고 자신의 책을 통해 이를 갈파한 바가 있다. 이는 인간의 심리적 한계로 인해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스스로의 투자철학과 기준을 지켜내지 못함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전통적인 금융경제학은 장기간에 걸쳐 부를 쌓을 수 있는 효율적인 투자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의 단점은 인간의 심리적 나약함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간을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전제하면서 시시때때로 그에 알맞는 투자법을 사용한다고까지 말한다. 더구나 인간의 감정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통 금융경제학은 감정이 의사결정과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스마트한 투자자들은 감정이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행동재무학, 행동경제학이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모든 것을 숫자로 밀한다

 

정성적定性的 분석의 반대어인 정량적定量的 분석은 숫자에 따라 결론을 도출한다. 이처럼 정량적 분석, 즉 숫자로 투자하는 것을 '퀀트투자'라고 말한다. 이런 투자를 하는 사람은 펀드멘탈, 시장가격, 거래량 등의 정보를 데이터로 분석해서 알고리즘을 만든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거쳐 또 다른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동 매수와 매도에 나선다.

 

여기서 알고리즘이란 무엇인가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3월, 세기적 바둑 대결이 있었다.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인 알파고 간에 승부를 펼쳐 알파고가 4승1패로 승리했다. 당시 알파고가 사용한 바득 대결법이 바로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었다. 즉 수많은 바둑 대결(기보 棋譜)을 데이터로 입력하여 인간의 착수에 대해 가장 효과적으로 응수할 수 있는 자동 시스템이다. 이처럼 컴퓨터가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하는 게 바로 '퀀트투자'다.

 

 

퀀트투자의 3가지 기본적 이론

 

포트폴리오 이론

자본자산가격 결정 모델

블랙-숄즈 옵션가격 결정 모델 

 

 

레스토랑 경영자 댄 호튼

 

2016년 8월, <파이낸셜 타임스〉는 레스토랑 실란트로 창립자 댄 호튼 이야기를 소개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한 그는 낮에는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밤에는 집에서 책과 인터넷으로 금융과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인터뷰에서 그의 아내는 퀀트들이 많이 쓰는 프로그램 언어 파이선을 배우는 남편에게 미쳤다고 말했을 정도였음을 피력했다.

 

 

그렇게 그는 자발적으로 DIY 퀀트를 시작했고 인터뷰 당시 8,000달러 정도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그에게는 수익뿐 아니라 매일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도 중요했다. 흥미롭게도 그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DIY 퀀트를 했다. 퀀트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백테스팅이 가능한 엔진과 금융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곳에 가면 수학자, 물리학자, 공학자 그리고 댄 호튼 같은 레스토랑 경영자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펀딩을 크라우드 소싱하듯 테크놀로지와 퀀트를 크라우드 소싱하는 플랫폼이다.

 

 

성공적인 퀀트를 위한 요소


퀀트매니저가 성공적인 퀀트 전략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려면 다음의 4가지 요소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첫째, 수익률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를 흔히 알파 모델이라고 하며 수익률은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이어야 한다. 벤치마크 수익률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성취할 수 있는 수익률이기 때문이다. 

 

자본자산가격 결정 모델(CAPM)에서는 모든 자산의 수익률을 시장 리스크 프리미엄과 여기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가를 나타내는 베타로 결정했다. 이처럼 시장에 따라 결정하는 것을 베타, 시장과 관련이 없는 나머지 부분을 알파라 한다. 보통 전체 시장을 나타내는 지수를 벤치마크로 써서 초과수익률을 내는 까닭에 알파 모델이라는 이름이 붙은 듯하다.

 

둘째, 리스크 모델로 각각의 자산이 얼마나 많은 리스크 팩터에 노출되어 있고, 서로 다른 자산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측정한다. 셋째, 알파와 리스크를 합쳐 가장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넷째, 포트폴리오를 실제로 어떻게 실현할지, 즉 어떤 방법으로 자산을 사고팔며 트레이딩할 것인지 프로세스를 마련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가장 강력하게 대처하려면

 

과거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투자철학과 동물적인 투자감각 등을 활용하여 남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곤 했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펀드매니저가 사사로운 감정에 휩싸일 경우 이성적인 투자에 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에 들어서는 인간의 개인적 심리를 배제하고 철저히 숫자에 입각한 컴퓨터의 알고리즘 방식으로 투자에 나선다. 이것이 바로 퀀트투자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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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무의식의 힘
존 바그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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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동안 말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얼마나 통제할까? 나아가 의식적으로 얼마나 통제하지 못할까? 더 나아가 무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한다면, 다시 말해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왜 하는지 안다면 스스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의 숨은 동인을 이해한다면 갖가지 생각과 감정과 행동의 이유를 밝혀낼 수 있을까? 그러고 나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로 작용할까? - '들어가며' 중에서

 

 

무의식의 세계를 배운다

 

이 책의 저자 존 바그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뉴욕 대학교에서 약 2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현재 예일 대학교에서 심리학과의 제임스 롤런드 에인절 교수이자 ACME(인지, 동기, 평가의 자동성) 실험실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80종 이상의 간행물에 연구를 게재하는 등 사회 및 인지 심리학자이자 세계적인 무의식 연구자로 널리 알려졌다. 그간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구겐하임 펠로우십과 함께 미국심리학협회의 신인과학공헌상(1989), 우수과학공헌상(2014) 등 다수의 주요 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대중 심리서로, 우리의 일상에 무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기 위한 유익한 지식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무의식의 세계를 다양하고 놀라운 임상실험과 함께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부여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숨겨진 과거)에서는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보고 현재의 우리가 먼 과거 진화의 역사와 지금은 거의 망각한 유년기의 기억과 성장 과정의 문화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본다. 2부(숨겨진 현재)에서는 우리의 현재를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3부(숨겨진 미래)에서는 미래 계획의 숨은 효과를 알아보고 무의식적 동기에 관한 최신 연구를 살펴본다.

 

연초에 세운 금연, 금주와 다이어트를 끝까지 실천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소위 '작심삼일'이나 '다이어트 요요현상' 처럼 스스로의 결심만으로는 인생을 바꾸지 못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이런 때에 책은 우리들에게 무의식에 물어보라고 답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들은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무의식의 세계를 파악함으로써 어린 시절에 형성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의사결정의 실패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구분은 끈질기고 집요한 착각에 불과하다"

- 알베르토 아인슈타인

 

지금껏 무의식이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체계적이면서 정밀하게 이를 측정하는 방법이 없었다. 여러 심리학자들의 다양한 가설과 수많은 환자들의 임상실험 사례를 토대로 부단히 논쟁이 있어왔을 뿐이다. 사실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꿈에 대한 의미를 말하기 이전부터 무의식의 개념, 즉 의식 없이도 정신이 작동한다는 이론은 있어왔다.

 

심리학계의 두 거장 윌리엄 제임스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역사적으로 만남을 가진 후 마음의 연구에 대해 과학계에선 거세게 반발했다. 심리학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가 경험한 내적 경험은 동일한 사람일지라도 같은 상황에 대해서 때로는 달리 보고할 수도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신뢰할 만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세 가지 시간대(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이 세상의 모든 생물체가 존재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시간이다. 이 책의 대전제는 '마음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식적인 경험은 뇌에서 이 세 가지가 상호작용을 거쳐서 나타난 총합總合이다. 그러나 마음의 시간대를 구성하는 요소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나는 쉽게 확인할 수 잇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그렇지 않다.

 

기원전 3200년경, 갈색 눈의 곱슬머리 남자가 현재 이탈리아 알프스의 해발 3킬로미터 이상의 높이에 있는 바위로 덮힌 협곡에 스러져 죽어갓다. 얼굴이 바닥을 행해 추락했고, 왼팔이 목 아래 끼었다. 키 158센티미터 정도에 나이는 45세 가량이거 피부에 문신이 있고 앞니 사이가 벌어져 잇었다. 곡식과 야생 염소고기를 먹은지 얼마 안 되었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남자는 죽었고 이후 폭설이 내려 시신이 얼음 속에 봉인되엇다.

 

언론에선 이 사람에게 외츠티라는 별명을 부여했다. 발견 후 과학자들은 이 남자의 유류품을 면밀히 분석했다. 사인을 찾고자 했다. 몸에서 기생충이 검출되었고(위에서 기생충의 알이), 손톱 검사 결과에서 만성잘환(라임병 가능성)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쩌면 외츠티는 하약하새 협곡으로 추락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다른 인간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즉, 2001년 X선 검사에서 예리한 화살촉이 그의 몸에 파묻힌 걸 발견했던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과는 달리 이런 먼 과거의 기억이 우리들에겐 없다.

 

2013년,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외츠티에겐 자식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유전자에 의한 것이다. 그가 숨진 잔소 인근의 오스트리아 지역에 거주하는 4천명 정도의 혈액 표본을 수집, 분석한 결과 외츠티와 정확히 일치하는 19명을 찾아냈다. 외츠티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생존 욕구의 충족엔 실패했지만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은 성공한 셈이었다.

 

진화심리학의 초기 연구는 주로 '짝짓기'에 주목했다.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에서도 유전자가 다음 세대까지 살아남는 게 지상 최대의 목표라고 언급한다. 번식에 관한 생물학적 명령은 오늘날에도 발현된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가가 밝힌 실험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이력서에 붙인 매력적인 사진이 면접의 기회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또 매력적인 외모는 승진의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매력적인 외모에 끌리는 이유는 이기적 유전자의 역사 때문이다. 즉 무의식적 영향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날씨가  우리들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날씨는 순전히 사적인 일이다"

- 일바로 무티스, 콜롬비아 시인

 

나는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씨보다 화창한 날씨를 더 좋아한다. 우리 대부분은 밝고 화창한 날이나 축처지는 흐린 날에 어떤 기분이 드는 지는 경험으로 잘 안다. 그런데, 날씨는 우리들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심리학자 노버트 슈와츠와 제럴드 클로르는 마음과 날씨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실험 연구했다.

 

1983년 늦은 봄, 여성 실험자가 화창한 날이나 비 오는 날에 참가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리노이 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했다. 지금과 달리 발신자 정보라는 게 없던 시절이라 실험자는 시카고 캠퍼스에서 전화를 했다고 속일 수 있었다.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그쪽 날씨 어때요?'라고 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아예 묻지도 않았다. 이후 모든 참가자에게 현재 삶의 만족도에 관해 질문하고 마지막엔 행복한지를 물었다.

 

"화창한 날에 전화를 받은 학생은 비오는 날에 전화받은 학생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삶에 더 만족하다고 답변했다. 행복에 대한 감정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또 2003년, 미시간 대학교 행동경제학자 데이비드 허슐레이퍼타일러 섬웨이는 특정 도시의 날시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여 발표했다. 전세계 26개 주식시장의 15년 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아침에 날씨가 흐리면 일관되게 주가의 상승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에 합당한 합리적인 설명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 이것이 바로 무의식 아닐까. 

 

 

현재의 목표가 마음과 가치관을 변화시킨다 

 

행동을 바꾸기 위한 정책처럼 개인적인 욕구와 미래의 목표는 우리가 그 목표를 추구하는 동안, 결국에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어진 목표를 추구하면서 중요한 가치관과 자아 개념을 거스르는 행동, 이를테면 평소에는 도덕적이지 않고 윤리적이지 않고 건전하지 않다고 여기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중에 청구서가 날아오면 어리석고 불필요한 데 돈을 썼다고 생각할 법한 방식으로 돈을 쓸 수 있다. 여느 때라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을 좋아하고 친한 친구들을 평소보다 덜 좋아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런 변화가 현재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목표가 우리의 정신, 마음, 그리고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이런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마음을 통제한다 

 

책은 마지막 장에서 무의식의 영향을 통제하고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과정으로 원치 않는 무의식적 영향을 가로막거나 통제할 수 있고, 반대로 무의식적 기제를 이용해서 평소의 의식적인 방법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일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아래의 세 가지 핵심을 일상에서 적용하라고 권한다.

 

우리에겐 '자유의지'가 있다. 다만 이는 완전하고 전능하진 못하다

완전한 자유의지나 의식적 통제력이 없음을 인정한다면 실제로 가진 자유의지와 통제력은 늘어난다

무의식의 힘을 활용해서 훨씬 쉽게 스스로를 조절하라

 
실제로 자기조절을 잘하는 사람(성적도 좋고 건강하고 운동도 많이 하고 살도 안 찌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남보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자기 삶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성인군자 같은 축복받은 사람들은 바람직하게 행동하면서도 덜 의식적이고 더 자동적이고 더 습관적이다. 우리도 물론 이렇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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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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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는 계속 잔소리를 했지만 나는 꼼작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며칠이 지나자 그이는 글을 쓰라면서 이 작은 노트를 주었다. 검은색 가죽 표지에 두껍고 하얀 백지가 묶인 노트. 나는 첫 번째 페이지를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그리고 연필을 뾰족하게 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왜 그녀는 침묵했을까?

 

작가 알렉스 마이클리디스는 사이프러스에서 그리스계 사이프러스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아메리칸 필름 인스티튜트에서 시나리오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소설 <사일런트 페이션트>가 그의 첫 발표작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언론에서 극찬한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영화로 제작된다고 한다.

 

이 소설의 모티브는 에우리피데스의 유명한 그리스 비극 <알케스티스>에서 차용했다. 즉, 사랑하는 연인을 대신해서 죽은 여인 알케스티스를 연상시키게 한다. 신화에 따르면 남편인 아드메토스를 대신해 기꺼이 목숨을 내준 알케스티스는 헤라클레스의 도움으로 지옥에서 현세로 되돌아오지만 살아난 이후로 침묵을 고수한다.

 

"하지만 그녀는 왜 말하지 않는가?"

- 에우리피데스, <알케스티스>

 

 

일반적으로 미스테리나 스릴러 소설의 경우, 일정한 프레임을 지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즉 잔잔한 일상의 흐름에서 갑자기 충격적인 사건이나 일이 발생되는 도입부가 있고, 이어서 이 사건이나 일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전개과정을 거친다. 중간중간에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성장 배경들을 서술함으로써 독자들의 스토리 이해를 돕고 나아가 향후 전개 과정을 미리 엿보게 만든다. 그리고 반드시 포함되는 게 있으니 바로 '반전'이다. 스토리의 클라이막스이자 독자의 집중을 최대한 끌어들인다. 이 소설도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소설의 주인공 베린슨 부부는 결혼 7년 차의 예술가 부부로 큰 저택에 살고 있다. 남편 기브리엘 베린슨은 사진가로, 아내 앨리샤 베린슨은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앨리샤는 현재의 남편을 만나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나아가 남편 가브리엘은 그녀 세상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슬럼프에 빠져 어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이는 심리적인 병으로 전형적인 우울증세로 보인다.

 

이에 남편 가브리엘은 아내 앨리샤의 기분 전환을 위해 예쁜 선물을 건넨다. 검은색 가죽 표지에 히얀 백지가 묶인 그런 노트였다. 남편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앨리샤는 하루의 일상을 낱낱이 노트에 기록하면서 스스로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남편이 일하러 나간 후 넓은 저택에 홀로 외롭게 남겨진 그녀의 일상은 그리 거창할 것도 사실상 없다. 그림을 그리는 일외에는 고작 집 밖에 비치는 광경을 바라보거나 이웃 사람들과의 수다 정도다.

 

평범한 일상의 흐름에서 갑자기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한다. 앨리샤가 그토록 사랑하는 남편을 총기 발사로 살해한 것이다. 더구나 늦게 귀가한 남편 가브리엘의 얼굴에 다섯 발이나 쏘았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건이지만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가브리엘은 손발목이 철사줄로 묶인 채 총에 맞아 절명해 있었던 것이다.

 

남편의 죽음 때문에 정신적으로 충격이 큰 탓인지 이후 그녀는 마치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말문을 닫아 버린다. 침묵에 빠진 그녀는 과거 정신질환을 앓은 사실이 있었다는 이유로 북런던에 위치한 정신질환 범죄자 감호 병원 '그로브'에 수감된다. 가브리엘의 살해 사건은 그 진실이 외면된 채 앨리샤가 진범임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그대로 묻히고 말 것인가?

 

그녀는 병원의 일인용 병실에 누워 있었다. 경찰이 그녀의 변호사가 동석한 가운데 심문을 했다. 앨리샤는 심문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백한 입술에는 핏기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입을 씰룩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가브리엘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았을 때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체포당하는 순간에도 입을 다문 채 죄가 없다고 부인하지도, 그렇다고 자백하지도 않았다.앨리샤는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 20쪽 중에서

 

이후 앨리샤의 사건에 관심을 가진 한 범죄 심리상담가가 등장한다. 테오 파버라는 인물이다. 그는 앨리샤의 이야기를 접한 후 그녀의 심리 치료를 담당하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후 지금껏 어느 누구도 엘리샤의 닫힌 말문을 열지 못했는데, 과연 이 상담가는 침묵의 환자 앨리샤의 입을 열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칠 수 있을 것인가?

 

마침내, 앨리샤는 입을 연다

 

한편, 소설의 전개는 화자話者 두 명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 한 명은 주인공인 침묵의 환자 앨리샤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심리상담가 테오 파버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수감자와 심리치료를 맡은 상담가의 입장은 정반대이지만, 스토리의 전개가 이어지면서 둘 사이엔 공교롭게도 곤통점이 숨어 있다. 즉 한 사람은 젊은 시절 마리화나를 흡연했던 후유증을, 다른 한 사람은 정신병을 앓고 약물을 복용한 경험을 가졌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스토리의 전개가 후반으로 치닫을수록 사건의 결말이나 사건의 진범 등을 캐치할 수 있는 내용을 살짝 드러내 놓는다. 예를 들면, 심리상담을 진행하던 테오 파버가 엘리샤에게서 두려움을 느끼는 장면, 테오 파버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며 추적한 끝에 그 현장을 목격하는 장면, 혐의를 입증할 앨리샤의 일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앨리샤에 두려움을 느끼는 테오

 

테오, 아내의 불륜현장을 목격하다

 

앨리샤의 일기 

 

 

압도적인 데뷔작이다


그리스의 비극 <알케스티스>의 내용에 의하면, 헤라클레스의 도움으로 지옥에서 다시 현세로 귀환된 아드메토스의 아내 알케스티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를 궁금해하는 아드메토스에게 헤라클레스는 마음을 달래는 제사를 올려야 하며 세 번째 햇빛이 다가와야 말을 할 수 있다고 답한다. 아마도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라서 다소 회복 시간이 필요함을 언급하는 듯하다. 이에 힌트를 얻는 작가는 앨리샤가 남편으로부터 배신당한 마음 때문에 입을 닫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작가는 젊은 시절 정신병원에서 일했던 경험과 나중에 직업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던 경력 등을 되살려 압도적인 데뷔작을 창작했다. 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정신과 의사인 누나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에서 2년간 근무한 적도 있었기에 정신질환자들과 의료진에 관한 상황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곧 여름이다. 휴가 때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이 책을 읽는다면 더위도 잊을 수 있을 듯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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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기출문제집 중급편 기출문제집 + 기출해설집 세트 - 전2권 - 3, 4급 시험 대비, 핵심 키워드 연표 제공
설민석 지음 / 단꿈드림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먼저 개인적인 얘기부터 해보려한다. 나의 딸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평소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나는 역사도서라면 가리지 않고 역사드라마도 빼놓지 않고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심지어 역사만화까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집엔 역사와 관련된 도서들이 정말 많은 편이었다. 특히, 내가 자주 읽는 사기, 십팔사략, 초한지, 삼국지의 경우엔 만화 전집이 있어서 두 딸들도 이를 자주 읽었고 때론 나에게 읽어 달라면서 잠자리에 들곤 했다.

 

 

국민이라면 한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어느 날, 딸이 나에게 시간날 때 한국사 능력시험 한번 도전해보라고 권했다. 그러겠다고 답해 놓고서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거의 일년은 지난 듯하다. 요즈음 나는 회사 경영에서 은퇴를 하고 고문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나는 편이다.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학교 친구나 지인들과의 모임에 빠지지 않는 게 술인데, 딸은 이를 경계하면서 나에게 권한 게 바로 한국사 다시 공부하기였다.

 

한국사 강의와 관련해 몇 권의 책들이 시중에 발간되어 있었는데, 이 중에서 딸에게 추천받은 게 설민석 쌤이 진행하는 이 책이었다. 이 책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미 매스컴을 통해 우리들에게 얼굴을 알린 역사전문가 설민석 쌤이 대표로 재직 중인 단꿈교육에서 출간되었다. 기출제된 문제들을 설민석 쌤이 해설하고 있는데, 크게 3개 파트로 구성되어 테마 36개로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제34회에서부터 제37회까지 이미 출제된 문제를 실제로 풀어보며, 이어서 이에 대한 꼼꼼한 해설이 뒤따른다.

 

 

이렇게 기출 문제집기출 해설집 2권이 세트인데, 이 책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 강의는 설민석 쌤이 대표로 재직 중인 (주)단꿈교육의 회원으로 가입하면 소정의 수강료를 결제한 후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어디에서든 자신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에 언제든지 수강할 수 있다.

 

그런데, 당초 이 책을 배송받을 때만 하더라도 수강에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지방에서 진행하고 있는 회사일에 다소 문제가 생겨 이를 해결하는 일에 투입되다 보니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 공부를 토대로 이 체험기를 쓰려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까지 앞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더 체험기를 올려봐야겠다.

 

   

 

이 책으로 공부하면 마치 수업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것처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문제 풀이를 한다. 특히, 설민석 쌤이 시험에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포인트를 콕 짚어주기 때문에 효울적인 시험준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 정리 코너를 별도로 배치하여 수험생들이 헷갈려하고 반드시 암기해야 하는 개념을 잘 정리해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홀로 공부하는 수험생에 딱 맞게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다 보면 단꿈에서는 이렇게 강조한다.

 

 

 

 

 

자, 이제 인터넷으로 수강하면서 체험했던 부분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비록 전체 강의를 모두 수강하지 못했지만 수강했던 내용들 중심으로 이 글을 쓴다. 지구상의 역사에서 단일 왕조로서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는 신라 왕조 뿐이다. 혹자는 로마제국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설 쌤은 로마의 경우 공화정으로의 변신이 있었기에 단일 왕조로 보기엔 미흡하다는 해설이었다.

 

아무튼 신라의 역사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따르면 상대上代, 중대中代, 하대下代로 구분되어 있는데 시험 출제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가 번성기인 중대 시기에 재위한 신문왕에 관련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왕은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문무왕의 아들로 왕권 강화에 힘썼다고 한다. 특히, 패망한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들을 흡수하기 위해 설화까지 활용해서 마치 하늘이 통일신라를 돌봐주는 것처럼 했다는 설명이다. 바로 '만파식적萬波息笛' 설화였다.

 

이는 일연의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설화인데,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된다는 신라 전설상의 피리다. 죽어서 바다 용이 된 문무왕과 하늘의 신이 된 김유신이 합심하여 동해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다. 이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어 부니, 적의 군사는 물러가고, 병은 낫고, 물결은 평온해졌다고 한다. 이는 삼국을 통일한 이후 흩어져 있던 고구려와 백제 유민들의 민심을 통합해 나라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호국 사상과 모든 정치적 불안을 잠재우고 평화가 오기를 소망하는 신라인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성골의 대가 끊기고 이후 진골 출신의 김춘추 계열이 왕위를 계승했던 중대 시기엔 정치적으로 다소 불안정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설화가지 만들어 정치적으로 이용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신문왕은 삼국시대의 영토를 그대로 본받아 과거의 신라, 고구려, 백제 영토에 각각 3개 주를 편성함으로써 평등하게 예산을 배정했고 군의 주둔도 1개주에 1개(발해와 맞닿은 주엔 2개)를 배치했다. 아래는 강의시의 장면들이다.

 

왕권과 신권의 관계 추이

 

만파식적 설화

 

        신문왕의 포용정책

 

 

이어서 하대 시기엔 진성여왕과 해상왕 장보고에 관련된 내용들이 출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신라의 여왕 세 명 중 가장 정치를 엉망으로 한 인물이라는 해설이었고, 공권력이 지방 곳곳에 미치지 못하자 지방 호족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나중에 고려 창업의 주역들이 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리고 이때 나라의 재건을 위해 당나라에서 벼술을 하던 천재 최치원(육두품)이 귀국하여 왕에게 시무십일조라는 개혁안을 건의했으나 거절당함으로써 육두품 세력 또한 고려 창업의 주역으로 돌아서고 말았고, 흉년이 들어 수탈에 반기를 든 원종과 애노의 농민 반란 등 정치적 상황을 강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보고는 국가를 위협할 정도로 세력이 강성했다고 한다. 보고를 짱 잘하는 사람으로 암기하란다,ㅎㅎ 

 

 

신문왕과 진성여왕의 출제 빈도가 높음

 

 

누구나 능력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책은 충분한 도식과 도표로 이해를 돕고 있으며, 출제 빈도를 빅데이터로 제시함에 따라 공부하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효율적으로 공부에 임할 수 있으므로 능력시험에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비록 이번 5월에 시행된 시험엔 도전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충실하게 준비하여 다음번 회차에 도전하려 한다. 설민석 쌤이 핵심을 콕 짚어주기에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능검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프리패스  https://pass.dankkum.com/Event/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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