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사람을 말하다 - 인생의 지혜를 담은 고전 강의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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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에 돛단배처럼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고 해서 자만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는 불운한 일이 닥치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모든 일이 극에 달하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경 속에서도 신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순경(順境)일 경우는 어떻게 하는가? 거안사위(居安思危). 매사에 조심하여 신중해야 한다. 이것이 <주역>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첫 번째 의견이다.

 

 

인생의 지혜를 고전에서 찾는다

 

이중톈은 사학자이자 방송학자, 역사학자이다. 샤먼廈門대학교 인문대학원 교수. 1947년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에서 태어나, 1981년 우한武漢대학교를 졸업하고, 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샤먼대학 인문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오랫동안 문학, 예술, 미학, 심리학, 인류학, 역사학 등의 분야를 연구하며 학제간 연구를 통해 탁월한 글을 써왔으며,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통섭한 연구로 중국의 신 '르네상스맨'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중국의 사회상을 반영한 스타작가이다. 2007년 4월까지 그의 책 6권은 1억 위안이 넘는 수입을 창출했고, "이중톈 현상"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역사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였다. 2006년 CCTV의 '백가강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삼국지'를 대중들에게 강의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저서로는 <중국인에 대한 한담閑話中國人>,  <중국의 남자와 여자>, <중국 도시 중국 사람>, <품인록>, <제국의 슬픔> 등이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인의 일상생활과 문화관습을 다루었다. 저자의 유쾌한 입담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풀어낸 중국인에 관한 해석을 담고 있는데, 차별화된 관점과 중국인 학자의 내부적 시선으로 중국인의 진면목을 탐구한다. 상다리가 부러져도 차린 게 없다는 주인의 허풍부터 뇌물은 혐오해도 받지 못하면 혼자 바보가 된다는 이상한 공평의식까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중국인의 사상과 문화를 다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역과 중용으로 세상의 이치를 알아 다가올 어려움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갖고, 병가와 노자를 통해 사람의 본성과 개인의 잠재된 힘을 이해하고, 위진시대의 지식인과 선종 조사의 일화를 살펴보며 인생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우리들 모두에게 이미 익숙한 고전인 <주역>, <중용>, <손자병법> 등이 인간의 지혜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했으며, 여러 고전을 서로 비교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주고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주역>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변하는 것이기도 하고 불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변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변이기도 하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현상이나 사물은 변한다. 그러나 사물이나 현상의 배후에 있는 규율, 법칙은 불변한다. 다시 말해 변화하는 것은 현상이고, 불변하는 것은 규율이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현상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 역시 규율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원히 변화하며, 유일하게 불변하는 것이 바로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변화한다는 것은 불변이다. 변화의 규율 역시 불변이다.

 

'변화의 규율이 불변'이라면 마땅히 인식하고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역>이 하는 일은 이러한 규율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은 영원불변의 진리이다. 동시에 보편적이고 주도면밀한 진리이다. 이른바 '주역'이란 가장 간단한 부호와 체계로 부단히 변화하는 현상 배후의 영원불변의 본질적 규율을 인식하고 개괄하며 차악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p.27

 

 

모순을 통한 변화, 변화를 통한 발전

태괘는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다. 비괘는 반대로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다. 우리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그럼 비괘의 형태가 좋은 것 아닌가? 그러나 <역경>은 맞는 것이 아니며, 좋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왜 그런가? 무슨 문제도 없고 어떤 모순도 없는데 왜 좋지 않다는 것인가?

 

관계가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天地不交). 그리하여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좋은가?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왜 그런가? 위치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위치가 맞지 않은데 왜 좋은가? 변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그것이 '맞지 않기不對' 때문이다. 맞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음, 이것이 바로 비괘이다.

 

"모순이 있어야 충돌이 있고, 충돌이 있어야 변화가 있으며,

변화가 있어야 발전이 있고, 발전이 있어야 전망이 있다"  

 

 

임기응변의 방법

공자의 흥정에는 원칙도 있고 최저 또는 최소 기준이 있다. 일종의 마지노선이 있는 셈이다. '견자'라는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견'이란 무엇인가? 하지 않는 바가 있음이다有所不爲. 왜 하지 않는가? 도덕적이지 않고 정확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열사가 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할 수 없다. 단지 소수의 몇 사람이 가능할 따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

 

말言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당신이 나는 영원히 진실만 말하겠다고 하거나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라고 말하고, 또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한다면 과연 가능할까? 혹시 가능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도 대다수 사람들이 그럴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최소, 또는 최저의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만약 그것도 할 수 없다면 아예 어떤 일에 대해 말을 하지 않겠다고 최후의 선을 그어버리면 된다. 이 정도는 아마도 많은 이들이 행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용은 현실적인 처세 기술

중용은 처신의 예술이다. 이에 대해서는 조조의 두 번째 정처인 변부인卞夫人의 예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삼국지, 후비전后妃傳>의 배송지裴松之 주注에 따르면 변부인이 정실이 된 후 조조는 전쟁을 치르고 난 후 전리품 중에서 장신구를 얻으면 제일 먼저 그녀에게 보여주며 좋은 것을 고르라고 했다. 그러나 변부인은 그중에서 중간 정도의 것을 고르곤 했다. 몇 번이나 그런 일이 반복되자 조조가 기이하게 여기고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변부인이 말하길, 가장 좋은 것을 고르면 사람들이 탐욕스럽다고 할 것이고, 가장 형편없는 것을 고르면 위선적이라고 비난할 것이기 때문에 중간 정도의 것을 골랐다고 했다. 그녀는 분명 제대로 처신할 줄 아는 여인이었다. 이처럼 변부인은 중용의 의미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과연 중용은 어려운 것인가 아닌가?

 

 

전쟁의 목적은 효용의 극대화 

손자가 전쟁 계획을 수립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利'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그는 오직 이익만을 도모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점을 분명하게 언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전의 전쟁은 언제나 무슨 정의라든지 도덕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자가 말한 전쟁의 목적은 효용의 극대화였다. 참으로 대단한 견해가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시라. 전쟁은 얼마나 많은 본전이 필요한가? 그런데도 아무런 이익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하는가? 설사 정의를 위한 전쟁이라고 할지라도 막상 본격적으로 전쟁 상태에 돌입하게 되면 최소의 대가를 통해 최대의 승리를 추구하지 않겠는가? 아군의 희생은 최소화하고 가능하다면 적군을 완전히 궤멸시키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러니 '전쟁의 경제학'이야말로 모든 전쟁에 임하는 용사나 통치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승리하는 자와 패배하는 자

 

"이길 수 없는 것은 자신에게 달렸고(不可勝在己),

이길 수 있는 것은 적에게 달렸다(可勝在敵)"

 

손자의 말이다. 이는 패배 여부는 자신에게 달렸고, 승리 여부는 적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패배 여부가 자신에게 달린 것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다. 승리 여부가 적에게 달린 것은 적군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승리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만약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자신이 실패하고, 적군이 잘못을 저지르면 적군이 실패한다. 결론적으로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는 쪽이 실패한다. 잘못은 모두 자신이 저지른다. 그렇기 때문에 패배는 다른 누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초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 손자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 사고방식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승리와 실패 가운데 실패가 승리보다 더 중요하며, 적군과 아군 중에서 적군이 아군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전쟁의 결과는 승리, 패배, 그리고 무승부 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경우를 얻으려면 적군이 실패하도록 해야 한다. 가장  나쁜 경우를 면하려면 자신이 실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니 실패가 승리보다 중요한 것이다.

 

 

노자의 창반조唱反調

 

노자가 가장 존중한 것은 무엇인가? 갓난아이, 여인, 물, 곡(轂), 곡(谷), 박(樸). 이러한 것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나이 어림, 유약, 음성陰性, 허공, 원시原始. 여기서 우리는 노자의 가치관을 볼 수 있다. 아래쪽으로 향하고 부드러운 것을 귀하게 여기며, 양陽보다 음陰을 추구하며 무無를 숭상하고 원시 상태를 좋아한다.

 

이는 전통적, 주류적 또는 유가적이고 대중적인 가치와 다른 길을 간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노인을 존중하는데, 이는 노인들이 경험이 많고 그만큼 지혜롭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만약 노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자는 오히려 갓난아기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또 중국 전통사회가 당연시 여기는 남존여비 사상과는 다르게 여지들이 남자보다 총명하고 능력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일부러 상반된 주장을 하고 상반된 행동을 하는 것이 바로 노자의 '창반조'이다.

 

 

사람은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면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원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런 이들이 있는가? 있다. 강과 바다이다. 알다시피 강과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이 원치 않는 것들, 예를 들어 진흙이나 오수汚水 등 천하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해서 마다하는 일이 없다. 그 결과 강과 바다는 '백곡의 왕百谷王'이 됐다(<노자> 제66장). 사실 강이나 바다가 백곡의 왕이 된 것은 스스로 낮추고 텅 비어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어떤 더러운 것도 모두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역시 강과 바다와 마찬가지이다. 

 

"나라의 굴욕을 떠맡는 이만이 사직을 지키는 군주라고 할 수 있고,

나라의 상서롭지 못한 일을 떠맡는 이만이 천하의 왕이 될 수 있다"

 

 

고고함이 풍기는 외모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것은 지혜를 숭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진시대에 널리 유행한 풍조였다. 이런 분위기는 한말에서 위진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됐다. CCTV에서 <삼국을 품평하다品三國>라는 강연을 할 때 제갈량이나 주유, 손책 등이 미남이라고 말했다가 사람들에게 비난을 들은 적이 있다. 영웅에 대한 논할 때면 당연히 그들의 내심세계라든지 위대한 업적, 또는 민족 대의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용모로 사람을 평가해以貌取人" 얼굴이 잘생겼다는 식으로 말하니 도대체 무슨 속셈이냐는 것이었다.

 

그분들이 무슨 뜻으로 이야기하는지는 알겠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어떤 시대이든 그 시대의 풍조나 기풍이 있기 마련인데 이 점을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역사를 이야기할 때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을 중시한다. 물론 이런 가치관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만약 어떤 시대의 풍조가 용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라면 이를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 

 

 

진정한 정감을 갈망하다

위진시대에 이르자 유가 사상이 오히려 주변으로 밀려나고 공맹의 도 역시 더 이상 환대를 받지 못했다. 대신 환영을 받은 것은 노자와 장자, <주역>, 그리고 불교와 현학이다. 리쩌허우(李澤厚)는 <미의 역정(美的歷程)>에서 위진 풍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재적 지혜, 특출한 정신, 탈속(脫俗)의 언행, 아름다운 풍모"

 

이제 더 이상 인격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은 인정에 대해, 내심의 느낌, 심령의 위안에 대해, 그리고 정감의 교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자유에 대한 동경, 진정한 정감에 대한 갈망, 세속에 대한 멸시, 내심에 대한 복종 등등은 모두 '사람의 정감'과 관련된 표현들이다. 이로부터 중국철학과 예술은 점차 내심세계로, 정감의 세계로 달려갔다. 그래서 그 시기를 중대한 전환의 시대라고 하는 것이다.

 

 

불교의 근본

 

불교의 근본은 무엇인가? '각오覺悟'이다. 생각해보자. 무엇이 불佛인가? 불은 불타佛陀를 말한다. 즉 깨달은 자이다. 물론 '각오'는 불교에서 온 말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성불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자각自覺'으로 자신이 깨닫는 것이다. 둘째는 '각타覺他'로 다른 이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각행원만覺行圓滿'(깨달음과 행함이 원만하게 하나가 됨)이다.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되어야만 부처가 될 수 있다.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범부, 속자俗子일 따름이다. 보살菩薩은 앞에 두 가지는 부합하나 마지막 한 가지가 부족하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이 부처나 보살과 다른 점은 바로 깨달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부처는 깨달은 자이고,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다. 각오는 성불의 관건이다.

 

 

지식은 지혜가 아니다

 

책은 중국의 지혜를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경전, 지혜, 도덕, 종교 등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개론서 역할을 한다. 물론 이 책은 저자가 중국인들이 진정으로 듣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의도 하에 집필한 것이다. 이는 우리들 모두에게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지식을 두루 섭협해서 쌓아놓는다고 해서 곧 지혜가 되는 게 아니다. 단순한 앎이 행함과 어울려 미미를 창조해야한 가능한 것이다. 책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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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톨스토이의 말
이희인 지음 / 홍익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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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다.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다. 90권이나 책을 썼지만 말을 믿지 않았다.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다. 언제나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면서 금욕을 주장했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지성을 증오했다. 이런 모순을 짊어지고 살아야 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그는 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올바른 삶의 방법을 모색했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해답 찾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 절제해야 한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 이것이 그가 찾은 해답의 핵심이다. - '14쪽' 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톨스토이가 답하다

 

이 책의 저자 이희인광고 카피라이터로 20여 년 넘게 살아 왔으며, 여행자라는 또 다른 이름 을 얻게 되었다. 문학과 음악, 사진, 여행, 광고 등 문화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줄곧 마음을 끈다. 군대 취침등 아래서 읽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감전돼 러시아 문학으로 관심이 번졌고 운명적으로 톨스토이와 만나게 되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지난 겨울, 톨스토이 묘지 앞에 서는 데 성공했다. 저서로 <여행자의 독서> 시리즈, <여행의 문장들>을 포함한 아홉 권의 책을 냈으며, 대학에서 광고와 사진 등 을 강의하고 현재 대학원에서 시각예술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한 작가가 평생 쓰고 발표한 작품들이라 할지라도 인간 세상의 특정 국면에 머물기 마련인데, 톨스토이는 자신의 90여 권 책들 속에 인간의 삶에 관한 거의 모든 문제들을 다루었다. 즉 사랑, 결혼, 성, 죽음, 도덕, 법, 종교, 의식주, 도시, 문명 등 그가 취급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었다. 이처럼 톨스토이 안에는 삶의 모든 것이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를 철학자이자 사상가로도 부른다. 톨스토이에 없는 삶이라면 어쩌면 우리들 삶에도 없는 것이리라.

 

대체로 톨스토이의 마지막 저작에 속하는 <인생이란 무엇인가>(1910년)의 일부만을 취해 이를 톨스토이의 사상 전체와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피하려고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들 속에 담긴 생각들을 들추어내고 있다. <안나 카레리나>(1877년), <부활>(1899년),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년), <크로이체르 소나타>(1890년) 등에 언급된 톨스토이의 말과 사상을 다루었다.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

 

톨스토이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를 펼치면 맨 먼저 대표적인 구절을 만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다 서로 비슷한 것이고, 불행한 가정은 어느 경우나 그 불행의 상태가 다른 법이다" 이는 바람 잘 날 없는 이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첫 머리를 떼는 말이다. 즉 안나의 오빠 오블론스키가 바람을 피우다 아내에게 들켜서 집안이 발칵 뒤집어진 첫 장면으로 소설을 시작한다.

 

결혼생할이 행복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도 인간의 물욕物慾을 감안한다면 무한대가 아닐까 싶다. 돈, 자녀, 교육, 종교, 인척, 건강, 성적 매력, 취미 등등 다양한 요소들에 얽힌 문제들에 대해 부부가 합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중엔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이들과도 마땅히 잘 맞아야 할 것이다. 이들 중 한 가지 요소가 어긋나더라도 사실상 그 결혼을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행복이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일상에서 흔히 '행복'이란 용어를 너무나도 쉽게 사용하는 듯하다. 도대체 맛도 없도(아니 너무나도 다채로운 맛이겠지만), 냄새도 나지 않고, 색깔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행복을 과연 누가 정의를 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소위 '잠결에 뜬구름 잡는 격'이 아닌가 말이다. 행복과 불행이란 말은 서로 반대어이지만 사실은 비교어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부탄이라는 히말라야 산 아래의 작은 나라 국왕이 자신들은 행복지수가 높다고 강조하는 말은 단순히 자기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나라 국민들도 문명화가 가속될수록 소유 욕구가 더 늘어나면서 부족한 것에 대한 불만이 더욱 생겨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럴진대 대한민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주구장창 한국인의 행복도가 OECD국가들 중에서 최저수준이라고 떠들어댄다. 왜 그럴까? 해결책도 없으면서 단지 상대편을 깍아내리려는 꼼수일 뿐인 것이다.

 

 

사랑에 성공하려면

 

오빠의 바람기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된 일을 중재하려고 안나 카레니나는 오빠 오브론스키의 집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얼굴이 잘 생긴 귀족청년(브론스키)을 모스크바 기차역에서 만난다. 그녀는 정부 고위 관료의 부인이자 아들까지 둔 유부녀이지만 우아한 자태와 미모 때문에 사교계에서 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그래서일까? 귀족 청년도 이 유부녀에게 푹 빠져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없이 줄기차게 들이댄다. 결국엔 유부녀라는 신분은 잊고 안나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하지만 남편은 사회적 지위를 의식해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몰래 만나는 두 남녀의 불륜은 시간이 갈수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불편하기도 하고 금방 확 타 올랐던 사랑의 불길은 식어갈 수밖에 없었다. 서로 권태기를 느끼던 중, 유부녀인 안나는 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를테먄 돌이길 길이 막혀버린 셈이다. 결국 그녀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진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가 위대한 이유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는 절대적으로 악하거나 절대적으로 선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 각자의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한다. 모든 인물들의 생각, 행동, 결단에는 나름의 이유와 철학이 내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안나를 죽음으로 내몬 귀족 청년과 안나의 남편, 그리고 타인들을 악하다고만 할 수 없는 셈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간이 되느냐, 그렇지 않으면 가장 불행한 인간이 되느냐, 그중의 어느 것도 당신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습니다. (...) 하지만 그것조차 안 된다면 죽어 버리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저는 기꺼이 죽어 버리겠습니다. 제가 당신을 괴롭히는 존재라면 이젠 두 번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질 않겠습니다"

 

이는 불나비처럼 들이대던 귀족 청년이 안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이 저돌적인 공격에 맥을 못추고 안나는 청년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써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사랑에 눈이 먼 상태였기에 그녀는 비극의 시초를 알아챌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사랑에 성공한 청년의 노하우는 뭘까? 청년의 고백에서 안나는 진정성, 즉 진심을 느꼈기 때문이이다. 그렇다. 타인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심' 뿐인 것이다. 

 

 

행복의 조건은 노동이다

 

톨스토이의 우화(동화) <바보 이반>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한다.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흡사하다. 오만해진 리어왕은 세 명의 딸에게 왕국을 분할해서 상속하려고 충성 테스트를 하는데, 간사한 장녀와 차녀의 말에 속아 막내 딸을 추방하고 만다. <바보 이반>에 등장하는 부유한 농부도 세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장남과 차남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 바보 이반과 막내 딸에게는 빈 손이었다.

 

도깨비를 살려준 대가로 마음씨 착한 이반은 도깨비로부터 병사와 돈을 만드는 법을 배워 궁지에 몰린 두 형을 도와 큰형은 군사력으로 왕국을 일으키고, 둘째 형은 돈과 무역으로 왕국을 키워 갈 수 있도록 만든다. 한편, 이반은 심각한 병에 걸린 나라의 공주를 고쳐준 포상으로 왕의 사위가 된 후 나중에 왕국을 물려 받는다.

 

바보 이반은 왕이 되었지만 장인의 장례를 치르고 나자 임금 복식을 내 벗어 던지고 삼베 속옷에 잠방이를 걸치고 짚신을 신은 채 일(노동)에 매달렸다. 대신들이 이런 왕의 행동을 말리자 이반은 대신들에게 말한다. "임금도 자기가 먹을 건 자기가 일구고 만들어 먹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반의 귀머거리 여동생은 궁궐의 부엌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밥만 축내는 게으름뱅이의 기준을 만든다. 기준은 정말 단순하다. 즉 '손에 못이 박혀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못이 박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남이 먹다 남은 음식 찌거기를 준다. 귀빈이나 고관 대작들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이렇게 톨스토이가 말하는 '노동'은 거창하고 고되고 어려운 게 아닌 듯하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자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단지 자기가 먹을 건 자기가 만들자는 정도다. 이를테면, 자기 빨래는 손수하고 자기 집의 낡은 곳도 직접 수리해서 살라는 것이다. 눈이 많이 내린 날 아파트 앞에 쌓인 눈을 치우지도 않는 도시인들에게 톨스토이는 <바보 이반>을 통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말한다.

 

 

타인의 부고를 접했을 때 우리들의 마음은?

 

나이가 쉰을 훌쩍 넘어 선 톨스토이는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할 의도였는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란 책을 펴냈다. 여기에서 그는 우리들에게 묻는다. 타인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은 어떠냐고 말이다. 우리들 대부분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접하면 의례 '다음 세상에선 좋은 곳에서 편히 살길' 이라고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우리들에게 그뿐이냐고 다그친다.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 신사들은 하나같이 머릿속으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자신과 동료들의 자리 이동이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분석하고 계산하기에 바빴다. '요컨대, 이반 일리치가 죽었다고 해서 우리가 오늘밤 유쾌하게 지내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말일세'

 

슬픈 죽음. 끔찍한 죽음. 참 안된 죽음. 그러나 그보다, 다행인 죽음. 내가 아니라서 다행 인 죽음. 나에게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 죽음. 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라는 죽 음. 내 즐거운 일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죽음. 그리하여 귀찮은 죽음. 불결한 죽음. 우리 마음은 어느덧 망자에 대한 슬픔과 연민에서 이질감과 경계심, 귀찮음과 불결함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106쪽)

 

참고로, 소설의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러시아에서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소설은 이반 일리치를 통해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리적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죽음에 대해 일생을 바친 20세기 유명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의 이론에도 닿아있다. 퀴블로 로스(1926~2004년)는 수많은 암환자들을 관찰한 끝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가 이를 수용하는 과정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이라는 5단계로 설명한다. 이 위대한 발견으로 수많은 학술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전에 톨스토이의 작품에 드러나 있다. 

 

 

톨스토이를 읽자

 

톨스토이는 생전에 인류의 스승으로 존경받은 인물이다. 노년에 들어서는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막강한 팬덤을 구축했고, 전 세계 지성인들도 앞다투며 그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는 작가들의 작가로 칭송받은 대문호임과 동시에 인간과 인간의 삶을 성찰한 위대한 사상가이다. 요즈음 한국영화는 수작秀作이라 불리면 관객이 일천만 명을 돌파한다. 하지만 톨스토이를 읽는 독자의 수가 일천만을 넘을까? 아무리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을 뭘까? 사색아닐까 싶다. 이는 독서를 통해 쌓이는 능력일 것이다. 잘 풀리지 않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더 독서가 필요하다.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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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대립 속 실제로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은 500년 이상 장수한 왕조였고, 27명의 왕이 재위하였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왕들은 체제의 정비가 요구되던 시기를 살기도 했고, 강력한 개혁이 요구되는 시기를 살기도 했다. 각기 다른 배경 속에서 즉위한 조선의 왕에게는 각가의 국정 목표와 방향이 있었고, 그 왕에게 발탁된 참모들은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역량을 발휘해 나갔다. - 머리말' 중에서

 

 

조선시대의 마흔 명 참모들 이야기 

 

이 책의 저자 신병주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를 전공하고 있으며, 역사를 쉽게 전달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S <역사저널 그날>, KBS라디오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을 진행했으며,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연산군과 광해군 편에 출연하였다. 현재 KBS라디오 <신병주의 역사여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재재단 이사, 문화재청 궁능활용 심의위원, 외교부 의전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조선 산책>, <왕으로 산다는 것>, <책으로 읽는 조선의 역사>, <조선과 만나는 법>, <조선평전>,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조선을 움직인 사건들> 등이 있다.

 

정도전의 기획 하에 출범한 조선은 당초 신권臣權정치를 표방하였기에 왕은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기보다 참모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국정을 운영해왔다. 조선시대 참모들은 최측근에서 왕을 보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철저히 견제하기도 했는데, 책에 등장하는 40명의 참모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상황에서 정치적, 학문적 능력을 발휘하거나 국난을 극복했지만 왕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결과적으로는 국정 농단의 주역이 된 인물들도 있다.

 

 

 

 

신권臣權의 신봉자 정도전, 왕조를 설계하다

 

고려 말, 당대의 지성을 대표하던 이색의 문하였던 정도전은 조선 창업의 주역이다. 그는 <시경詩經>의 '주아' 편에 실린 한 구절을 인용하여, "이미 술을 마셔서 취하고 큰 은덕으로 배가 부르니 군자께서는 만년토록 큰 복을 누리리라"라는 구절을 인용하여 궁궐의 이름을 경복궁慶福宮으로 정했음을 아뢰었다. 마찬가지로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등의 이름도 정도전의 구상에서 나왔다.

 

근정전勤政殿~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전

사정전思政殿~ 왕의 집무 공간

강녕전康寧殿~ 왕의 일상을 보내는 거처이자 침실

 

조선을 창업한 태조 이성계는 마치 자신의 수족手足과도 같이 움직이는 정도전을 깊이 신뢰하였고, 정도전은 그런 태조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 것이다. 태조는 경복궁으로 이름을 지은 지 약 3개월 후 점을 쳐서 길일로 잡은 12월 28일 마침내 이곳에 들어왔다. 길하다는 날을 골라서 만든, "군자 만년 큰 복을 누리리라"는 칭송으로 가득했던 경복궁은 태조가 들어가 산 지 채 3년도 못 가서 골육상쟁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왕자의 난'이 일어나는 비극의 공간이 되고 만다. 이처럼 역사는 아이로니한 일이 벌어진다.

 

 

 

태종의 남자 하륜 

 

피로써 왕위를 차지한 태종 이방원을 조력한 많은 참모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 바로 하륜이다. 그가 태종의 남자로서 보여준 대표적인 능력은 <연려실기술>의 기록에 전해 온다. 태종이 왕이 된 후, 아들에게 불만을 가진 태조는 고향인 함흥으로 돌아갔고, 태종은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러 번 사신을 보냈다. 그러나 태조는 오히려 이들을 죽이는 것으로 반감을 표시했다. 바로 그 유명한 '함흥차사' 고사의 유래다.

 

태조가 마음을 돌려 서울로 환궁還宮하는 날 태종은 아버지를 위해 큰 잔치를 베풀었다. 그런데 하륜은 태조의 분노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 것을 의식하여 장막의 기둥을 크게 만들자고 했고, 놀랍게도 명궁名弓이라 불린 태조가 태종을 향해 쏜 화살은 하륜이 미리 대비한 나무 기둥에 박혔다. 태종의 생명을 구한 하륜의 기지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탁월한 균형감을 견지했던 황희

 

조선시대의 명재상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황희 정승(1363~1452년)이다. 가히 영의정의 대명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고려 말에 태어나 조선의 태조, 태종, 그리고 세종 때까지 관료로 활약했다. 90살까지 살았으므로 당시로 보면 무척이나 장수했으며, 24년 간 정승(19년간은 영의정)으로 활동했다. 더구나 87세에도 영의정을 지냈으니 얼마나 그가 백성과 왕으로부터 돈독한 신임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유배지에서 세종의 부름을 받고 다시 정승으로 복귀해서 우의정(1426년)에 이어 좌의정(1427년)이 되었는데, 그래 사위가 아전을 구타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동료 정승인 맹사성에게 사건의 무마를 부탁한 사실이 나중에 밝혀져서 파직을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1430년에는 사헌부에 구금된 이의 일에 개입햇다가 사헌부로부터 탄핵을 받아 파직되는 정치적 위기가 있었다. 청백리로 명성이 높았지만 한때는 매관매직과 뇌물 수수 사건이라는 정치적 오점을 남겼던 것이다.

 

몇몇 일화 때문에 황희에 대해서는 모든 의견을 수용하는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기억하지만 실제 황희는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인물이었다. 강력한 왕권을 행사한 태종이나 최고의 성군 세종 앞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주저하지 않았다. 황희에게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훨씬 더 많았고, 세종은 참모로서 황희의 이런 능력을 잘 활용하였다. 황희는 창업에서 수성으로 나아가는 태종과 세종 시기에 명참모로 활약했고 부드러우면서도 할 말은 다했기 때문에 명재상으로 남아 있다. 특히 오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균형 감각의 보유자였다는 점은 그의 최대 장점이었다.

 

 

 

과학자 장영실, 세종의 믿음에 보답하다 

세종이 미천한 신분의 장영실에게 괸직을 제수한 것으로 우리들은 이해한다. 사실 장영실은 태종이 처음 발탁했다고 <세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나중에 세종은 상의원 별좌라는 직책을 장영실에게 주었는데, 이는 옷을 만드는 관청이었다. 당시 세종의 의도는 가까이 곁에 두고서 장영실의 솜씨가 과학에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배려했던 셈이다.

 

이후 장영실은 자신을 후원하고 배려한 세종에게 최고의 보답을 한다. 바로 자격루自擊漏다. 세종은 어떤 왕보다도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계 제작에 총력을 기울였다. 앙부일구라고 불리는 해시계에서 일단의 성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해시계는 해가 없는 밤이나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작동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세종과 장영실은 이러한 한계 극복을 위해 힘을 합했고, 이것은 마침내 자격루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자격루는 물을 넣은 항아리의 한쪽에 구멍을 뚫어 물이 흘러나오게 만든 기계였다. 물을 보내는 그릇 넷과 물받이 두 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떨어지는 물방울의 양을 이용해 시각에 따라 저절로 종이나 북, 징을 울리게 한 것으로, 일종의 자동 시간 알림 장치였다. 이름을 '자격루'라 한 것도 '스스로 쳐서 울리는 시계'라는 뜻이었다. 

 

 

문장가 김종직, 조의제문을 쓰다

 

김종직이 조의제문을 쓴 것은 초나라 회왕, 즉 의제의 죽음을 조문하기 위해서였는데, 숙부인 서초 패왕 항우에게 희생당한 어린 조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의제를 조문하는 내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제자인 김일손은 스승의 이 글이 사림파 의식을 가장 잘 반영했다고 판단하여 사초(실록의 원고)에 실었다. 그러나 1498년 이 사초가 무오사화의 발단이 되었고, 결국 김종직은 부관참시를 당하는 화를 입었다. 이 희생은 역설적으로 사림파 영수 김종직의 이름을 후대까지 널리 기억하게 만들었다.

 

 

 

조광조, 훈구파의 반격으로 개혁의 꿈이 좌절되다

 

중종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조광조는 개혁정치를 펼치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개혁이란 성리학 이념이 백성들에게 두루 미치는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먼저 경연을 활성화해서 왕이 끊임없이 성리학 이념을 교육받게 했다. 다음으로 <소학>의 보급과 향약의 실시를 통해 성리학 이념이 지방 구석구석까지 전파되도록 노력했다.

 

그는 자신의 이상정치를 펼치려면 이에 동조하는 정치세력이 있어야 함을 알기에 기존의 과거 시험 대신에 현향과賢良科의 실시를 추진했다. 추천제였으므로 자신의 편을 드는 신진인사를 대거 영입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백성들에겐 이런 정책이 지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기득권 세력인 훈구파에게는 정치적 부담이었다. 

 

이후 위훈삭제를 시도하며 노골적으로 훈구파의 기득권을 박탈하려는 조광조 세력의 움직임에 훈구세력들도 더 이상 방관하지 않았다. 이들은 왕실이나 정치권에 심어둔 정치세력을 적극 활용해 총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훈구파는 최고의 권력자 왕과의 만남을 자주 가지며 조광조의 위험성을 기회되는 대로 알렸다. 경연을 통해 왕을 압박하는 조광조가 왕권까지 넘보는 인물임을 거듭 강조했다.

 

남곤, 심정, 홍경주 등 훈구파들은 후궁인 경빈 박 씨와 희빈 홍 씨를 통해 중종에게 조광조를 모함하는 한편, 궁중 나인을 시켜 나뭇잎에 '주초위왕走肖爲王'(走와 肖를 합하면 趙가 되므로 조 씨가 왕이 된다는 뜻)’이라는 글씨를 유포시켰다. 나뭇잎에 새긴 글씨에 꿀을 발라 벌레가 갉아먹게 한 것이다. 한때는 최고의 참모였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조광조의 전횡(권세를 혼자 쥐고 제 마음대로 함)과 왕인 자신을 압박하는 조광조의 개혁 드라이브에 지친 중종은 이제 더 이상 조광조의 후원자가 될 수 없었다.

 

 

유성룡, 위기 극복의 참모였다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에는 각각 유성룡의 졸기卒記가 기록되어 있는데, 공로와 과실이 교차하고 있다. 유성룡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이외에 "왕의 신임을 얻은 것이 오래였지만 직간했다는 말을 들을 수 없었고 정사를 비록 전단專斷(혼자 마음대로 결정하고 단행함)하였으나 나빠진 풍습을 구하지 못하였다"거나, "남의 잘못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힘이 부족하고 지론이 넓지 못하여 붕당에 대한 마음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는 등 부정적인 언급이 많은 것은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의 편찬이 유성룡에 대한 반대 세력에 의해 기록되어 있는 점도 간과할 수가 없다.

 

<선조실록>이 북인의 관점에서, <선조수정실록>이 서인의 관점에서 기록되어, 남인의 영수인 유성룡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인색한 것이다. 피난을 간 선조를 대신하여 전시 정부 최고의 참모로 활약한 유성룡과 그가 남긴 임진왜란에 대한 반성의 기록인 <징비록>은 위기 때 참모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다. 

 

 

 

허균에 대한 새로운 평가 

허균(1569~1618년)에 대한 평가는 조선시대 내내 부정적인 흐름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오늘날에는 점차 그의 진보적인 사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대두하고 있다. 허균의 비극적인 생애는 무엇보다 그 스스로의 표현대로 '불여세합'하는, 즉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강한 기질과 혁신적인 사상, 그리고 자유로운 행동가적인 면모에서 기인하였다.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 허균은 그 세상을 자신에게 맞도록 바꾸려 했지만, 생각만 앞서갔던 무리한 시도는 역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한때는 광해군의 큰 총애를 받았지만, 결국은 왕을 배신함으로써 처형으로 삶을 마감한 것이다. 그러나 성리학 질서만이 지배되던 사회의 흐름을 바꾸어보려 했던 허균의 시도는 개혁의 불씨로 남아 진보적인 사상이 자리를 잡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불후의 명작 <홍길동전>의 유통과 보급은 그가 지향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이 어느 정도 실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가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

 

왕조 시대가 끝나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사회가 도래했지만, 반복이라는 역사의 속성을 고려할 때 조선시대의 이름난 참모들의 덕목들은 나름 의미가 있다. 목표 설정의 적합성, 적절한 정책 추진, 여론과 언론 존중, 도덕성과 청렴서으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현 정부의 참모들은 과연 과거의 참모들처럼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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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돈관리다 - '구멍'은 막고,'돈맥'은 뚫는 알짜 장사회계
후루야 사토시 지음, 김소영 옮김, 다나카 야스히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한 사장님의 좌충우돌 회계 이야기입니다. 회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겪었던, 웃기지만 차마 웃을 수 없었던 실패와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그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차린 꽃집 '케키하나'는 개업 초반에 아주 순조롭게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러ㅏ 웬일인지 상황은 점점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팔고 또 팔아도 형편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죠. - ''감수자의 말' 중에서

 

 

매출 중심에서 '한계이익' 중심으로 경영 방식을 전환하다

 

이 책의 저자 후루야 사토시는 일본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에서 인기 꽃집 '게키하나'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교재 회사 영업사원으로 20대에 연봉 8,000만 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지만 돌연 퇴사, 한 달간 꽃 가꾸기를 배워 꽃집을 개업했다. 가게에 파리만 날리자 온라인 쇼핑몰로 전향해 매출을 올리지만, 결과는 늘 적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회계사에게 '결산서 숫자 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적게 팔아도 많이 남기는 '한계이익' 원리를 배운 끝에, 파산 위기를 극복하고 V자 회복에 성공한다. 이를 계기로 '흑자 회계' 사이트를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흑자 노하우'에 관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기업, 지방 단체, 대학을 대상으로 '돈 버는 회계' 강의도 한다.

 

그는 '회계의 신'이 알려주는 '한계이익'이라는 개념을 배우고 이익 중심의 회계에 눈을 뜬다. ‘한계이익’이란 한마디로 물건 하나를 팔았을 때 손에 쥐는 이익이다. 이 한계이익을 계산하게 되면 전체 매출에서 내 주머니에 들어올 실질적인 이익의 비율이 얼마인지,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이익을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과 그렇지 못하는 미끼 제품을 구분해 판매량을 조절하고 광고비를 집행하게 되며, 한계이익률에 따라 손익분기점 매출액을 계산,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 개념을 통해 꽃집 장사의 흐름을 '매출' 중심의 경영에서 '이익'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다.

 

책은 '매출 중심의 장사가 위험한 이유', '이익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법', '손익분기점 너머의 숫자들', '가격 인상을 향한 고투', '흑자를 위한 실전 계산법 등 총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폐업 위기에 내몰린 꽃집 사장님의 부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새는 돈을 막는지', '얼마를 팔아야 남는 장사인지', '흑자를 위한 최선의 가격은 얼마인지', '어떤 상품이 미끼 상품이고 효자 상품인지' 등 돈 관리의 모든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다.

 

 

매출은 오르는데 왜 돈이 부족할까?

 

 

위 도표처럼 저자의 가게는 매출이 계속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현금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매상이 늘어나는 상황임에도 도매상의 대금청구에 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돈 부족'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임기응변식으로 도매상에게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사정해야 함에 따라 불안감 같은 것이 응어리처럼 남아 있었다.

 

당시 저자는 매일 따로 결산을 하지는 않고, 세금을 내기 위해 1년에 1번만 결산서를, 아니, 너무 바빠서 결산서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상태로 '어느 정도 매출이 있으니 아마 괜찮겠지. 아니, 이렇게나 잘 팔리는데?' 하고 생각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무리 납득하려고 해도 스스로 미심쩍은 부분이 조금은 있었던 것이다.

부족할 땐 빌리면 된다(?)

 

당시 저자의 꽃집 가게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를 표현하자면 이렇다. '매출이 오른다~ 자금 조달이 악화된다~ 대금 결제가 자꾸 밀린다~ 은행에서 융자를 받는다~ 빌린 돈을 갚는다'는 식의 사이클로 꽃집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저자는 이를 당연시 여기고 그냥 매출을 올리는 데만 주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은행에서 융자를 받은 다음부터는 일단 가게 은행 계좌에 돈이 남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돈을 벌고 그것이 쌓인다는 것을 체감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은행 계좌의 돈이 조금씩 부족해지면 그때마다 은행에서 다시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잠깐 숨통이 트이기는 했지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돈이 부족하지는 않다' 정도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도 은행은 바로 돈을 빌려줬다. 왜? 가게의 매출액은 계속 늘고 있으니까 은행은 상환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기 깨문이다. 

 

 

벌기 위해선 '관리회계가 필요해

 

팔든 팔지 못하든 간에 비용은 늘 발생한다. 이런 비용을 고정비라고 한다. 예컨대, 가게 임차료나 전기세 등이다. 반면에 팔면 팔수록 비용이 더 늘어나는 게 있다. 바로 '변동비'다. 만약에 어묵 장사를 한다면 장사가 잘 되서 어묵을 많이 팔수록 주재료인 어묵도 그만큼 더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변동비란 가게마다 그 구분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렇게 구분하는 까닭은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돈을 벌기 위한 회계인 셈이다. 결산서를 만들거나 세금을 내기 위한 회계는 '세무회계'인 반면, 돈을 벌기 위한 회계를 '관리회계'라고 말한다. 즉 관리회계를 배우고 숫자에 담긴 의미를 읽을 줄 알면 정말 돈을 벌 수 있다. 바꿔 말해 숫자를 읽지 못하면 돈을 벌지 못한다는 말이다. 사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양지차다. 그러자면 먼저 자기 회사의 고정비와 변동비를 확실히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정확히 알면 돈을 벌기 위한 계산이 아주 쉬워지기 때문이다.

 

 

얼마를 벌어야 돈이 남는지를 알아야 한다 

얼마를 벌어야 돈이 남는가를 파악하려면 '한계이익'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설명하자면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이익을 말한다. 알기 쉽게 말하면 매출액에서 판매하면 반드시 드는 비용을 뺀 것이 한계이익이다. 한계이익을 알면 마치 마법의 안경을 쓴 것처럼 얼마나 팔아야 자신의 가게가 돈을 버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총수익(매출 총이익)은 이른바 일반 안경으로 보이는 숫자입니다. 그러나 한계이익이라는 마법의 안경이 있으면 본질적인 이익이 보여요.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돈 버는 숫자가 보이는 안경이죠" 

 

 

머니 파워는 현 상황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매출액~ 4억 5천만 원

변동비 합계~ 3억 5천만 원

한계이익~ 1억 원

 

'머니 파워'를 전문용어로 말하면 '한계이익률'이라고 부른다. 한계이익률은 한계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다. 위 예시를 토대로 한계이익률을 산출하면 22.2%가 되므로 이 수치가 바로 장사하는 가게의 머니 파워인 셈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한계이익률이 높을수록 '머니 파워'가 강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계이익률은 그 회사의 현재 상황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향후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할 때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예시의 경우(22.2%)는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이에 대해 저자는 "22.2%는 어디까지나 지표지만, 일단 기준점으로 알아두자면 제가 아는 한 25% 이하이면서 흑자인 회사는 드뭅니다. 그렇습니다. 한계이익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회사가 그 상품으로 거둬드리는 수익이 많다. 즉, 머니 파워가 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높을수록 돈을 더 잘 벌 확률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손익분기점 매출

 

회사에서 상품을 매출하는데, 과연 얼마 이상을 팔아야 이익이 발생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처럼 이익이냐, 아니면 손해냐를 판단하는 경계선이 바로 손익분기점損益分岐点이란 개념이다. 즉 이 선線을 어느 방향으로 넘는가에 따라 이익이 되기도 또는 손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손익분기점 매출액은 손실과 이익이 동일하므로 이익이 제로인 상태의 매출액을 가르킨다.

 

 

"지금보다 값을 내려 매출을 올렸을 때는 한계이익률이 내려가기 때문에 달성해야 할 손익분기점 매출액은 더 높아집니다"

 

매출울 올리는 전략으로 대개는 할인판매를 시도한다. 그러나, 회사의 이익은 판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증가하는 게 아니라 한계이익률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가격을 인하해서 판매할 경우에는 돈을 벌기 위해(이익을 남기기 위해) 뛰어넘어야 하는 매출의 허들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세일 행사를 위해 신규채용이나 광고비를 더 많이 쓰면 손익분기점 매출액은 덩달아 올라가야 된다. 

 

 

할인 판매의 무서움

할인 판매로 인해 한계이익률이 하락하면 오히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할인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판매가격의 산정산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이다. 즉 할인 행사를 실행하기 전에 한계이익률을 계산해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게 좋다.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팔아야 하는지 알고서 할인 행사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한계이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격 인상의 위력

이해를 돕기 위해서 모든 상품의 한계이익률을 7% 개선하면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지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즉 가게의 평균 한계이익률이 25%였기에 32%가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예를 들어, 연매출이 5억 원이라고 가정한다. 매출액에서 한계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25%라면, 한계이익은 5억 원×25%=1억 2,500만 원이다. 한계이익률이 32%가 되면 5억 원×32%=1억 6,000만 원으로 연간 3,500만 원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자금조달표의 의미

 

'자금 조달표'란 수중에 있는 돈을 파악하는 표이다. 이는 ‘회계의 신’이 저자에게 가르쳐 준 것인데, 쉽게 말해서 '용돈 기입장' 같은 것이다. 이를 통해서 좀 더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월말이 되면 돈이 부족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런데 자금 조달표를 쓰면 '지급해야 할 항목마다 얼마가 필요한가?', '만약 부족해진다면 그것은 언제인가?' 하는 것을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는 비용 대비 효과를 먼저 계산해보라

100만 원의 예산으로 광고를 냈을 때는 '매출이 100만 원 이상만 되면 본전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광고비 대비 한계이익이 올라가면 흑자, 내려가면 적자인 것이다. 따라서, 한계이익이 광고비보다 높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먼저 광고비 본전을 뽑기 위해 상품을 얼마나 팔아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즉 광고비 금액과 한계이익의 금액이 같아지는 상품 수량을 계산해야 한다. 이는 광고비를 한계이익으로 나누면 필요한 상품 판매 수량이 산출된다,

 

 

고용은 비용 부담의 가능성을 먼저 검토하라

 

고용하기 전, 확인해야 할 사항들

 

1. 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꿔 현 인원으로 일할 수 없는가?

2. 고용하지 않고 대신에 외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3. 고용해서 급여를 지급해도 자금 조달 상 문제없는가?

 

가게, 즉 사업을 시작하고서 매출이 늘어나며 일손이 모자랄 경우 대체로 인원을 늘려서 투입하는 실수를 범한다. 또 현재보다 매출액을 더 올려 규모를 더욱 키우고 싶을 때 역시 직원을 더 채용하고 싶어진다. 사실상 이에 대한 판단은 사장을 포함한 직원 1인당 한계이익이 얼마인지를 지표로 삼아야 한다. 이는 연간 한계이익을 총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한계이익이 산출된다.

 

저자 역시 이런 실수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쓰디쓴 경험을 하고 나니 사람을 고용하기 전에 미리 확실히 계산해보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예전에는 직원의 급여를 지급하려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자신의 급여를 직원 인건비로 돌려서 충당한 적도 있었다. 이것도 숫자로 생각하면 잘 알 수 있다.

 

결산서상에서는 흑자로 보이더라도 사람을 고용했을 때 괜찮은지 점검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 사람을 고용할 경우에 연간 어느 정도 돈이 드는지, 어떤 달에 자금이 부족해지지 않는지, 고용은 했지만 생각보다 실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지, 고용하고 나서 실적이 내려간 경우에는 어떻게 할지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게 필요하다.

 

나아가 회사에 확실히 자본이 있더라도 신입 직원이 이익 창출에 공헌하지 못하는 경우를 가정해 몇 년 동안 회사 운영이 괜찮을지 파악해두면 안심할 수 있다.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해서 만약 자금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느껴진다면 이 때는 직원을 고용할 시기가 아닌 것이다.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생긴다면 직원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니까 말이다.

 

 

"매출은 느는데, 왜 이익은 늘지 않는지 고민하는 사업주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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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사고의 힘 5W1H
와타나베 고타로 지음, 안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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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 같은 복잡한 경영 환경에서는 고객조차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표층적인 분석을 해봐야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근시안적으로 경쟁사와 성능이나 가격 경쟁만 하려고 하면 자사의 목을 조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뿐이다. 이런 때일수록 Why를 거듭 자문하며 Big-Why(본질적인 목적)로 거슬러 올라가는 '원점 회귀의 사고법'이 중요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5W1H의 활용법을 배운다

 

이 책의 저자 와타나베 고타로와세다대를 졸업했으며 영국국립레스터대 경영대학원(MBA)을 수료했다. 도시바에서 국내외 통신기기 사업 전략, 마케팅 전략, 아시아계 기업과의 합작 계획 입안 및 실행 등을 담당했다. 이후 대형 싱크 탱크로 옮겨 민간, 공공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리서치, 정책 및 전략 입안, 컨설팅에 종사했다.

 

유학 후 MBA 교육 업체인 글로비스의 기업 연수 부서에서 인재 개발, 조직 개혁 컨설팅, 강의 등을 담당했다. 현재는 주식회사 런위드파트너스 대표로서 기업의 사업 전략 입안과 업무 개혁을 위한 컨설팅(누계 약 1,000억 엔에 달하는 경영 자문), 조직 개발 및 조직 문화 개혁 컨설팅, 강연 등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는 일상 업무의 다양한 상황에서 수행 능력을 향상하게 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인 동시에 가장 간단한 도구로 5W1H를 소개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5W1H가 이벤트 및 신제품 기획서, 고객에게 줄 제안서, 마케팅 계획서, 프레젠테이션, 조사 결과 보고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조합되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는지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즉 업무 성과가 높은 사람은 5W1H를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는 도구나 행동을 계획하는 틀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When, Where, Who, Why, What, How를 각각 시간/과정 축, 공간/장소 축, 인물/관계 축, 목적/이유 축, 사상/내용 축, 수단/과정 축과 같은 기준 개념으로 삼고, 시야를 넓혀서 누락을 방지하는 사고 체계로 사용한다. 이처럼 5W1H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업무의 성패가 갈린다. 과제 제기, 아이디어 발상, 설득력 있는 전달,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 넓은 시야로 본질에 접근하는 5W1H를 분해하고, 자유롭게 조합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제품만 보는 순간 생각은 멈춰버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창조적인 사람이 컴퓨터로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기술자는 제품과 사양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행동을 착안해야 '일'이 보인다. 이와 같이 Big-Why에 접근하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사고를 도약,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전동 드릴이라는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구멍을 뚫어 아이의 사진을 벽에 걸고 행복을 느끼는 일'이 가능해지도록 돕는다" 

 

 

질문을 던져 새로운 관점을 찾아낸다

발상 시야를 넓히고 싶으면 먼저 그러한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의 제품과 서비스를 다른 각도에서 다시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때 효과적인 사고 체계가 5W1H. 언제, 어디서, 누가,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새로운 관점이 조금씩 나타나면서 같은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더 좋은 품질, 더 많은 기능에 관한 고차원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5W1H를 발상의 지렛대로 삼으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가치의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한다. 

 

 

3C+4P에서 놓치기 쉬운 논점을 체크한다

 

Why(왜 그 시장인가?) 아래 1. Why-Where(어디서 경쟁할 것인가?), 2. Why-Who(누구를 겨냥할 것인가? 누구와 경쟁할 것인가?) How(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아래 3. How-What(무엇으로 경쟁할 것인가?), 4. How-When(언제 전개할 것인가?), 5. How-5W2H(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총 다섯 가지 기본 논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이것이 경영자가 던지는 간단하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이다.

 

 

 

처음부터 세부사항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지나친 정보와 지식은 오히려 사고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사고 구조에 빠지지 않으려면 탄탄한 의문 검증 절차를 확실하게 밟아야 한다. 업무 성과가 높은 사람은 처음부터 원인과 전략같은 세부적인 사항으로 뛰어들거나 무작정 일부터 벌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구조와 과정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까'를 먼저 생각한다. 3W1H 단계이다.

 

 

 

문제 영역을 예리하게 좁히기 위한 5W1H

 

중요한 것은 마구잡이로 관점을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이 관점에서는 무엇이 보일까', '이것과 저것이 문제일 경우 이 관점으로 분석해보면 차이를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항상 가설을 세우면서 문제 영역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무언가를 분석할 때 늘 같은 관점으로 대상을 파악한다. 환경 변화가 극심한 오늘날에는 고객의 구매 행동과 요구, 트렌드의 변화를 따라잡아 문제 영역을 적절하게 도려내야 한다. 이때 5W1H가 큰 힘이 된다.

 

 

 

단순하게 생각해라

 

결국 비즈니스나 업무는 5W1H의 집합체다. 아무리 훌륭한 프레임워크로 어려운 분석을 하더라도 5W1H로 단순하게 구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세상의 분쟁이나 인생의 고민도 모두 5W1H의 소소한 엇갈림과 모호함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모두 어릴 시절에 배웠던 이 육하원칙을 일상에서, 그리고 비즈니스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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