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죽어야 고치는 습관, 살아서 바꾸자!
사사키 후미오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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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항상 나에게 재능이 없다고 믿었다. 무슨 일을 해도 진득하게 계속하지 못해서 운동에서든, 공부에서든 뚜렷한 결과를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습관을 배워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나에게 재능이 있든 없든,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재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습관을 들여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 '시작하며' 중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력이다

 

이 책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편집자이자 미니멀리스트로, 1979년에 태어났으며 와세다대학교 교육학 부를 졸업했다. 갓켄출판의 아이돌 잡지 <붐> 편집부, 인파스 퍼블리케이션즈의 월간 문화잡지 <스튜디오 보이스> 편집부를 거쳐, 출판사 와니북스에서 근무했다. 2014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누마하타 나오키와 함께 미니멀리즘에 관한 기록을 남기고자 'MINIMAL&ISM-LESS IS FUTURE'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그는 NHK '오하요우 니혼' 미니멀리스트 특집 방송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미니멀리즘을 소개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일본에서 16만 부 이상 팔렸고, 해외 21개국에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현재 웹 매거진 <와니북아웃WANIBOOKOUT>에서 '나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월간지 <무스비>에서 '반경 5m에서의 환경학'을 연재 중이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의지력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는가?)에서는 작심삼일에 그치고 마는 이유가 '의지력의 약함' 때문인지 살펴보고, 제2장(습관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습관이란 거의 생각하지 않고 하는 행동이므로 의식의 문제를 살펴본다. 제3장(새로운 습관을 몸에 붙이는 50단계)에서는 원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제4장(우리는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에서는 습관을 만들면서 깨달은 '노력'과 '재능'의 의미를 알아본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습관 만들기이므로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새로 만드는 방법을 빨리 알고 싶은 사람은 제3장만 읽어도 된다고 추천한다. 여기서 나의 경험을 들춰보려 한다. 사업을 하다가 크게 실패한 후 자주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면서 울분을 삼키지 못하는 나에게 아내는 큰 스님을 소개해주었다. 이후 6개월 넘게 마음공부를 했다. 이때 스님이 나에게 한 말이 '습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렇다. '습習'이란 바로 습관, 그것도 잘못된 습관을 지칭하는 말이다. 나의 구태의연한 습관이 결국 나를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뜨렸으니 남을 탓하지 말고 모든 원인을 나의 내면에서 찾고 이를 개선하는 것만이 앞으로 나의 인생에 올바른 길잡이가 된다고 가르침을 주셨다. 또 재미있는 말씀도 해주셨다. 한자어 '습習'을 파자破字해 보면 깃털 '우羽'자와 일백 '백百'자(본디 흰 백白이 아니라 일백 백百이 변형되었다고 했음)를 합친 말이니 해석하자면 '새가 일백 번의 날개짓을 해야 비로소 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었다. 결국 좋은 습관을 길들인다는 것은 '꾸준한 연습'이 요구되는 것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라

 

더러워진 천을 염색하려면

먼저 깨끗하게 세탁을 해야 한다.

-아유르베다

 

습관 만들기에 필요한 '의지력'스스로의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소멸된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 뇌는 즉각 반응하고 행동으로 돌입한다. 즉 폭음이나 폭식을 하거나 아무런 의욕 없이 빈둥거리며 스마트폰이나 들여다 보게 된다. 이런 행동은 후회를 부르고 나아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더구나 이 스트레스에 오래 노출되면 인지기능이 쇠퇴해서 '학습된 무력감'에 빠진다.

 

"스트레스를 풀려면 어쩔 수 없어!"

 

종종 폭음하거나 폭식하고 나서 이런 말로 자기정당화를 도모한다. 그러나 정말로 필요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우리들은 잘 안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의 본질과 이를 해소하려는 행동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분리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돈이 없다고 불안감을 느낄 때 이 불안에서 도피하려고 마구잡이 쇼핑을 한다고 한다. 이처럼 불안한 사람은 자신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고 만다. 

 

 

내 자식의 습관이 돼도 좋은가? 

 

어떤 습관을 버려야 할까? 이 문제는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때 의미 있는 질문은 '그것이 내 아이의 습관이 돼도 좋은가?'다. 물론 아이가 없는 사람도 이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나 자신에게 꼭 필요하지만 가능하면 그만두고 싶은 일, 배울 것이 별로 없고, 내 아이가 그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찬성할 수 없는 일, 끝난 후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아닌 후회가 남는 일 등등 말이다. 

 

우리는 자신의 습관에 대해 '어떻게 해도 멈출 수 없다'며 여러 가지 변명을 한다. 그 습관이 주는 이점은 얼마든지 과장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내 아이의 습관이 되어도 좋은지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식이 알코올 중독자나 니코틴 중독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또는 자녀가 스마트폰이나 SNS에 빠져 세월을 낭비하거나 도박에 빠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길 바라는 부모가 있을까? 

 

 

시도때도 없이 '좋아요'를 확인하는 습관을 없애는 방법

 

찰스 두히그<습관의 힘>에서 자신의 나쁜 습관을 없앤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매일 오후 카페에서 초콜릿 쿠키를 사와서 동료들과 세상사를 얘기하며 이를 먹었다. 이 때문에 그는 제법 체중이 늘어 났다. 이후 그는 나쁜 습관을 없애려고 일련의 조치들을 취한다. 이를 요약하자면 문제가 된 반복 행동의 신호를 다섯 가지 기준으로 분류했다.

 

장소~ 어디에 있었는가?

시간~ 몇 시였는가?

심리상태~ 어떤 기분이었는가?

다른 사람~ 다른 누가 있었는가?

직전의 행동~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며칠 동안 이를 기록해보니, 자신이 매일 15시 무렵에 쿠키를 먹고 싶어 했음을 알아챘다. 이런 행동 속에 내포된 진정한 보상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여기엔 '업무 중 기분전환', '당 충전', '동료와의 교류'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가 얻고 싶었던 보상은 '업무 중 기분전환'으로 동료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래서 15시에 알람을 맞추고 동료들 곁에 가서 대화를 나누는 습관을 들였다. 당연히 초콜릿 쿠키는 필요 없었던 것이다.

 

수시로 트위터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신이 올린 메시지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서일 것이다. 트위터를 자주 확인하는 이유가 '좋아요'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수시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록해두는 것만으로 만족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나 보상 자체를 없애는 일은 어렵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반복행동의 내용이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1+'이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다. 애플리케이션의 버튼을 터치하면 '1, 2, 3…' 하는 식으로 그저 숫자가 늘어가는, 단순한 구조다.

 

트위터를 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힐 때 트위터를 여는 대신에 ' +' 버튼을 터치한다. 그 순간 성취감과 보상을 느낄 수 있어서 일단 욕구가 멈춘다. 다리를 꼬는 것이든, 코를 후비는 것이든 '1+'는 버릇을 고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버튼을 누르며, 이를 반복행동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루의 끝에 '10'이든 '20'이든 숫자가 쌓여 있으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버리고 싶은 습관은 진입장벽을 높인다

 

피스타치오는 하나하나 딱딱한 껍질을 벗기는 것이 귀찮기 때문에 다른 견과에 비해 그나마 좀 덜 먹게 된다. 이것을 저자는 '피스타치오 이론'이라고 부른다. 버리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이런 피스타치오의 껍질처럼 이용할 것이 없는지 찾아보고, 일단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SNS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해두면 자신도 모르게 자꾸 보게 되므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고 웹브라우저로 본다. 그리고 다 보고 나면 매번 로그아웃을 한다. 이렇게 해두면 보고 싶을 때마다 다시 로그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패스워드 입력과 2단계 인증을 하다 보면 SNS를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는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도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책상에서 쉽게 도망칠 수 없도록 머리를 썼다. 벽을 등지고 의자에 앉은 뒤 책상을 벽에 가까이 붙였다. 공부를 하다가 잠시 숨을 돌리고 싶으면 무거운 책상을 뒤로 밀어야만 의자에서 일어설 수 있도록,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다. 이러한 물리적인 구속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알람 중단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스마트트폰을 방에서 먼 곳에 둔다.

체크카드로 계좌에 잇는 만큼만 돈을 쓰면 낭비 습관을 고칠 수 있다.

집에 TV가 없으면 TV 앞에서 빈등거리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오늘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스티브 잡스는 33년간 매일 아침 '만약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자문했다고 한다. 저자도 한동안 흉내를 내보았지만 곧 싫증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 그 말을 바꿔 '오늘이 영원히 이어진다면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가?'라고 자문해보았다. 내일의 나는 슈퍼맨이 아니라 오늘의 나와 같은 선택을 한다. 내일로 미루고 싶은 오늘의 일도 영원히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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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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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2년 2월 24일자 <마이니치 신문> 석간 칼럼 '유라쿠초'에 '남편으로 검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남편'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 1위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와 인터넷상에서 이슈로 떠오른다는 내용이었다. 칼럼은 '우리 집은 상관없다'는 식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버리고 아내와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자신도 살의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글을 맺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남편이 죽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이 책의 저자 고바야시 미키(小林美希)는 1975년 일본 이바라키(茨城) 현에서 태어났다. 고베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후 주식 신문사, 마이니치 신문사의 〈이코노미스트〉 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는 프리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청년 고용, 결혼, 출산 및 육아로 말미암은 부당 해고 등의 사회문제를 주로 취재하며 글을 쓰고 있다. 2013년 빈곤 저널리즘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르포 아이를 낳지 않게 하는 사회>, <르포 보육 붕괴> 등이 있다.

 

워킹맘, 전업주부, 중년 여성 등 남편에게 살의를 느끼는 아내 14인들의 속마음을 취재한 저자는 아내들의 삶을 찬찬히 되짚으며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피해망상에서 비롯된 비윤리적 희망사항이 아님을 설명하고, 독박 육아 및 독박 가사를 피할 수 없는 일/가정 양립의 현주소를 구석구석 조명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육아라는 시련)부터 제3장(더 이상 남편 따위는 필요 없다)까지는 아내를 분노하게 만드는 남편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아내의 입장에서 설명한다. 즉 임신 중인 아내는 안중에도 없이 늘 술만 마시고 귀가하는 남편,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는 남편,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지만 퇴근 시간을 조정하면서까지 데리러 가지는 않는 남편 등 아내를 폭발하게 만드는 문제점들이다.

 

이어서 제4장(남편이 살아갈 길?)에서는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가 바라는 대로 집안일이나 육아를 맡을 수 없는 노동환경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말하자면 남편의 입장을 편드는 얘기들이다. 마지막으로 제5장(이혼하는 것보다 낫다?)에서는 '남편을 죽이고 싶어하는' 아내의 살의殺意를 사그라뜨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거실에 감도는 살기殺氣(45세 회사원)

 

일본 가나가와 현에 살고 있는 가와마타 사토코에게는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5학면 딸이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엔 매일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바쁜 아침을 보냈다. 아들의 책가방 속을 살피고, 어린이집에 보낼 딸의 옷과 수건을 챙겨야 하는 등 부산을 떨어야만 했다. 겨우 준비를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나가려 할 때, 남편이 침실에서 거실로 걸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철떡철떡. 맨발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리면 남편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애초에 남편은 전업주부 아내를 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제 사정을 고려한 남편은 태도를 바꿔 계속 회사에 다니길 원했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마치자마자 복직을 했다. 게다가 칼퇴근을 하려고 회사내 한직으로 발령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녀가 일이 늘어나자 남편보다 늦게 퇴근하는 일이 생기자 남편은 그녀에게 심술을 부렸다. 앙이들을 빨리 잠재우려고 하자 애들이 그녀에게 이런 사실을 그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갑자기 아이가 열이 나면 그녀는 휴무를 신청했다. 18개월이었던 아들이 폐렴에 걸려 약 한 달 입원했을 때 남편은 겨우 이틀 휴무를 신청했다. 남편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음에도 남편은 그녀에게 "회사에서 아이 얘기는 하지 말라고 상사한테 혼났어"라고 투정을 부리며 앞으론 절대로 아이 때문에 쉬지 않겠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그녀는 상사까지 얄미웠던 것이다. 이후 그녀의 남편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았고, 침실도 따로 사용했다.     

 

'이 사회에서는 평생 아내, 엄마, 여자만 불리해. 남자도 부모잖아. 물론 아이 일로 휴무를 신청하기 어려운 회사 분위기인 건 알아. 너무 자주 휴무를 신청해서 해고라도 당하면 곤란하겠지.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말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야. 그 '개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어? 사회 개혁을 하자고. 이제는 내 남편이 된 것을 불행하게 여겨도 상관없어'

 

 

전업주부를 선택한 34세의 아내

 

음식점에서 일하던 가미노 리에는 집안일과 육아에 전념하고 싶어서 결혼 후 25세의 젊은 나이에 일을 그만두었다. 3살 연상인 남편은 술집의 점장이었는데, 심야까지 영업하는 근무환경이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새벽에나 귀가했다. 게다가 주말에도 회의 때문에 집을 비웠고, 집안일과 육아는 온전히 그녀의 몫이되었다. 이에 남편은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녀는 초등학생 큰아들, 유치원생 둘째, 두 살짜리 막내 읓등 이렇게 세 아들의 엄마였다. 셋째가 태어났을 때는 혼자 아이를 씻기는 게 힘에 부쳤다. 갓난아기를 겨드랑이에 끼고 둘째의 몸을 씻기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큰아들이 퐁당 빠져 익사할 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렇게 심장이 쪼그라드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산책을 가거나 장을 보는 일이 생길 때, "좀 도와줘요!"라고 남편에게 신경질을 부려도 "당신이 원해서 전업주부가 된 거니까 당신이 해야지. 난 돈 버느라 피곤해"라고 할 뿐이었다. 게다가 집에서는 혼자 맥주를 마시며 푹 쉬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자는 척했다. 하지만 그녀가 40도의 고열로 고생한 이후 남편의 태도가 달라졌다.

 

 

아내에게 빌붙어 사는 남편의 말로

 

65세의 하나무라 요코'아내에게 빌붙어 사는 남편'과 부부 생활을 이어오는 여성이다. 그녀에게는 쌓이고 쌓인 원한이 많다. 그래서 요즘엔 늙고 기력이 다한 73세의 남편에게 유언장을 작성하라고 명령까지 했다. 남편은 자금껏 실컷 놀고 먹으면서 집 한 채 지을 돈을 탕진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명의가 남편 앞으로 되어 있다.

 

미용사였던 두 사람은 함께 일하며 미래에 자기들 미용실을 갖는다는 꿈을 키웠다. 세상 물정 모르던 스무 살에 그녀는 8살 연상의 현재 남편과 살림을 차렸던 것이다. 신혼 때는 욕실 없는 집에 살았다. 남편에게 월 2만엔을 받아서 식비와 잡비 등 모든 생활비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라 공중목욕탕에도 갈 수 없는 빈곤한 형편이었다. 없는 돈이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한 밥상을 두고 철없는 남편은 맛없는 음식이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이런 악전고투 끝에 마침내 6년만에 그녀는 미용실을 차릴 수 있었다.

 

쉬지 않고 일했던 그녀가 38살에 자궁경부암에 걸렸을 때 의사가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그때 남편은 "자궁을 들어내면 여자가 아니겠네?"라고 평생 그녀가 잊을 수 없는 모욕적인 발언을 함부로 내뱉었던 것이다. 그래고 참고 견디는 그녀에게 한 고객이 그녀를 위로하며 "자신을 바꿔야 해요. 안 그러면 인생을 망칠 거예요"라고 걱정해주었다.

 

또 그녀가 53세 때 대장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을 때에도 남편은 바쁘다면서 불평만 일삼았다. 두 달 동안 그녀는 병원의 천장을 바라보며 고객이 해 주었던 그말을 계속 생각했다. 이제 정신적으로 남편과 결별을 해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맹세햇다. 이제 예순이 넘은 남편은 그녀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닌다.

 

최대의 복수는 남편이 죽었을 때 할 생각이었다. "남편의 유골을 예쁜 상자에 넣어서 야마노테 선 안의 선반에 올려놓고 올 거예요!" 그녀가 유골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전철에서 내리면 그 유골은 분실물로 접수되어 JR(일본 철도 회사)이 회수하게 된다. 다른 노선이면 그녀가 했다는 사실을 들키겠지만, 야마노테 선은 계속 순환하니 신원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보관 기간 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한 후 납골한다. 그녀는 유골을 전철에 놓고 내리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고객에게 듣고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기쁨에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내 아내는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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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환율도 모르고 해외여행 갈 뻔 했다! - 금융 초보자도 환율과 금리를 알면 돈의 흐름이 보이는
박연수(쌈지선생)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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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금융이라는 한 우물만 파오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얻게 된 사실은 금리, 환율의 변동에 따라 개인의 자산이 춤을 추고, 또 환율, 금리의 변동이 개인자산의 무게를 결정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 지금 당신 지갑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환율과 금리의 변동에 따르는 자산가치의 변동이다. - ' 프롤로그' 중에서

 

 

개인의 자산은 환율의 변동에 따라 춤을 춘다

 

이 책의 저자 박연수는 2018년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앞으로 3년,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자들의 부동산 투자>, <다가오는 3년 대한민국 부동산 시나리오>, <재테크 망해봐야 성공한다>, <디지털 아빠의 경제 읽기> 등 다수의 경제경영 서적을 저술해왔다. 현재는 본격적으로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과 소통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최대 회원 재테크 카페 '텐 인 텐(10 in 10)'에서 전문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그는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생명, 현대중공업, 포스코, KB국민은행 연수원, KD산업은행, 외환은행, 농협중앙회연수원, 금융연수원 등에서 강의해 왔으며, 재테크 전문지 , <한경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등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였다. 현재는 '쌈지선생'이라는 필명으로 전문가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들은 환율과 금리에 대해서 막연하게 어렵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지식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관심이 적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저금리 세대가 계속되면서 우리들은 노후의 생명줄 같은 노후자금을 주식, 파생상품, 심지어 검증도 되지 않은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고 있다. 물론 예금을 해놓는 것보다 조금이라도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투자로 인해 고위험에 바졌다는 사실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어려운 경제학 교과서 수준의 환율이나 금리에 관한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왜 환율과 금리가 우리들의 지갑 무게를 결정하는지를 우리들이 주로 소비하는 투자상품들과 연계해서 이를 풀어내고 있다. 따라서 금융초보자라도 얼마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투자 행위에 연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환율 전망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약한 강세장 속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 된다. 현재의 원화는 달러화의 가치와 연동되고 있는데, 미국은 재정, 무역 적자 상황을 고려해서 달러 통화의 가치를 평가절하(환율의 인상)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급격한 환율 상승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악화되거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급격하게 한다면 전세계의 금융자본이 모두 미국시장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리 된다면 달러 강세 현상이 생기므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국경제가 피해되지 않는 선에서 무역전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큰 폭의 환율 상승은 없을 것이다.

 

 

환율과 금리의 변동을 통한 재테크

 

2018년 초,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에서 2018년 10월 11일 1,140.4원까지 올랐다. 해외에 있는 자녀에게 유학비를 보낸다고 가정을 하면 2018년도 초에는 1,050만 원을 달러화로 바꿔 송금하면 1,000달러를 송금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18년 10월 11 일에는 1,000달러를 송금하기 위해서는 원화로 1,140만 원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같은 1,000달러를 송금하는데 환율의 변동으로 90만 원을 더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외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으로 손실도, 이익도볼 수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제는 환율의 변동을 이용한 생활재테크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당사자

 

친미성향의 경제학자들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불리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중국경제에서 비중이 큰 지방은행의 재무 안정성이 취약해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즉 통계에 잡히지 않는 소위 그림자금융이라고 하는 유동화증권 발행액이 생각보다 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중국은 OECD 회원국이 아니어서 중국정부가 외화유출을 강제로 막을 수 있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가 말이다.

 

이처럼 우리들이 미국의 시각에서 미중 사이에 벌어지는 무역전쟁을 바라보기 때문에 마치 중국의 잘못으로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은 자신들의 무역 적자를 항구적으로 막기 위해 미국이 먼저 도발한 것이다. 환율의 변동에는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도 크게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한국도 피해를 보는 것이다. 최근 환율이 요동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이 먼저 도발한 무역전쟁의 영향이 크다. 이런 상황이 없었다면 2018년까지도 원화 하락 장세였던 것이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상승장세로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2018년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상승해 2018년 10월 초 1,140원까지 올랐다. 아마도 앞으로 큰 변수가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2019년에도 이 흐름이 지속되리라고 보여진다. 

 

 

원화 약세의 시대

 

2018년 6월 이후 미중 간의 무역전쟁의 후유증,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의 가치 하락)하고 있다. 지금은 원/달러 하락이 언제 멈출 것이냐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미국이 앞으로 강 달러정책을 유지하고, 미국 연준이 2019년 에도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것을 가정하면 환율이 계속해서 상승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달러 예금과 해외펀드는 앞으로의 추이를 더 지켜보고 투자할 것을 권한다. 최근에는 환율이 수시로 변동 되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들은 막대한 환차손을 입게 된다. 반대로 상승하면 환차익을 크게 얻게 된다. 따라서 달러 베이스로 수출 대금을 결제받는 수출 중심의 기업은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내수업종들은 환차손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기업들 간에 명암이 엇갈린다.

 

 

환율이 떨어지면 금리는 오른다?

 

금리가 오르면 환율은 내려간다.

환율의 하락(원화가치의 상승)은 금리와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할 수있다.


금리는 이자율을 말하는 것이다. 한 나라의 금리는 그 나라의 중앙 은행이 결정한다. 이를 우리는 기준금리라 하고 정책금리라고도 표현 한다. 기준금리가 정책금리라고 한다면 시장금리는 노량진시장에서 물고기의 상태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외환시장의 동향, 발행기업의 재무 안정성에 의한 리스크와 비례해서 결정된다. 이런 면에서 시장금리는 살아있는 생물 물고기로 가격을 매기는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환율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 

환율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우리는 환율을 보면서까지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지도 않는다.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금리유동성이다. 그런데 환율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드러나지 않아 소홀히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율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의 결정과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면 환율을 무시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상업부동산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말해서 환치아기을 기대하는 미국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증가한다는 가정 하에 성립되는 얘기다. 사실상 외국자본들은 국내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주택보다는 상업용, 산업용 부동산에 치중한다. 원화가 강세이면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므로 동일한 가격의 부동산을 상대적으로 환율 하락 만큼 싸게 사는 셈이다. IMF 때 고가의 상업용 빌딩들은 대거 외국자본에 팔렸던 게 바로 그런 사례이다.

 

 

환율, 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

 

기업이 생산하는 요소와 생산제품의 품질이 같다고 한다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직접생산비 이상으로 환율, 금리, 법인세 등의 간접생산요소가 기업의 경쟁력에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그러니까 직접생산요소에서의 우위요소가 대등하다면 간접생산요소인 세금, 금리, 환율이 해당 기업 제품의 세계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런데, 세계경쟁력에서 뒤쳐진다면 어떤 결과가 국내경제에 영향을 미치겠는가? 경쟁력의 결정에 고임금이 큰 몫을 차지한다면 국내기업들은 싼 임금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로 생산기지를 옮길 것이다. 이에 혹자들은 대기업만 성장하는 그런 경제 시스템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모두 맞는 말은 아니다. 진정 현명한 나라라면 그 나라의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국내에서 더 많은 일자리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해외투자, 환율 예측이 성공의 보증수표

 

해외펀드 투자는 이제 국내펀드에 투자하는 것처럼 일상화되엇다. 다른 점은 일반투자자는 해외펀드에 원화로 투자하지만 자산운용사는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후 투자한다는 것이다. 중국증시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자산운용사는 일차로 달러로 환전한 후 위안화로 바꿔서 중국증시에 투자한다.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이라는 2가지 환율에 의한 변수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펀드, 주식 등 해외자산 투자는 투자한 자산의 가격 변동에 원화의 변동가치, 달러화 대비 투자대상국의 통화가치 등, 수익률 계산을 하는 데 있어 더 복잡한 함수를 풀어야 한다. 그렇기에 중국증시가 올랐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해외주식에 투자하여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서 비관할 필요도 없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전한 다음의 수익률에서 환차익이 손실액보다 더 클 수 있는 상황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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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부동산시장, 그래도 기회는 있다
김인만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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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지 못한 이들은 오르는 집값을 보면서 허탈감과 박탈감, 우울증을 호소한다. 2018년 10월 이후 상승세가 둔화되자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집을 가진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다가 집값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경제가 어렵다는데 부동산만 이렇게 올라도 될까? 모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부동산규제도 폭탄 수준이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위축된 부동산 시장의 향후 전망

 

이 책의 저자 김인만은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대표로서 유튜브 <김인만 부동산TV>를 진행하면서 KDI 한국개발연구원 부동산 자문 등 다방면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직방, 잡지 <퀸>, 닥터아파트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YTN 라디오 <생생경제> 고정출연 및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KBS <여유만만>,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SBS CNBC <용감한 토크쇼 직설> 등 여러 방송에도 출연한 바 있다. 저서로는 <7일 만에 끝내는 부동산지식>, <월1,000 버는 꼬마빌딩 잘 사서 잘 짓는 법>, <문재인 시대 부동산 가치투자>, <나도 꼬마빌딩을 갖고 싶다>, <아파트 투자는 타이밍이다> 등이 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는데, 1장에서는 현재 부동산시장의 흐름과 문제점을 정리했고, 2장에서는 과거 박정희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부동산시장의 흐름과 정책을 분석, 정리했다. 3장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메카니즘과 시차, 왜곡인지를 설명하고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읽고 예측하는 데 필요한 각 요소들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향후 3년 간의 부동산시장을 예측하며, 5장에서는 규제의 틈새, 신규택지 청약, 수익형 부동산 갈아타기 등을 다루었다.,

 

 

 

 

서울 집값이 폭등한 이유

 

서울 집값이 폭등한 이유는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과 지방 대비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서울의 새 아파트 입주물량, 부산 등 지방보다 2~3년 늦게 시작된 부동산시장 상승 흐름, 전통적인 서울 선호 등 부동산시장 상황이 서울 집값 상승에 유리하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서둘러 발표한 부동산규제 대책의 부작용이 더해지면서 서울 아파트가격은 폭등했다.

 

부동산 대책이 주로 수요억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다주택보유자를 타깃으로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가 적용되자 다주택 보유가 부담스러운 시장이 되었다. 그러자 다주택보유자들이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지방 아파트는 정리했다. 반면 보유가치가 높은 서울 아파트를 그대로 보유하거나 장기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해졌고, '똘똘한 한 채 가지기'에 따른 서울 아파트 선호사상이 더 강화되었으며, 지방 아파트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대책 시그널을 읽어라

신이 아닌 이상, 미래를 완벽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일반 투자자들보다는 확률이 높겠지만 100% 맞출 수는 없다. 주식도 그렇지만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 부동산 대책, 국내외 경제상황 등 변수가 다양하고 심리적 영향이 커서 과학적 근거에 따른 예측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섣부른 감정적 예측보다는 부동산 대책의 시그널을 과학적으로 읽으면서 대응하면 투자 성공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시장의 분위기와 흐름에 따라 발표된다. 부동산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이 발표된다는 것은 부동산시장의 흐름이 상한기준선을 넘어 오버슈팅되면서 과열되었다는 의미다. 반면 부동산규제를 풀어주는 규제완화 대책이 발표되었다는 것은 시장 흐름이 하한기준선 아래로 내려와 언더슈팅되면서 냉각되었다는 의미다. 

 

 

규제완화와 규제강화의 흐름 파악

박근혜 정부에서 발표한 마지막 대책인 11·3 부동산 대책37개 청약조정대상지역에 대한 청약시장이 과열이라는 의미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 부동산 대책40개 조정대상지역의 청약과 재건축시장이 과열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2017년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 부동산규제 대책으로 서울 전 지역의 청약, 재건축, 일반 아파트가 과열이라는 의미다. 2018년 8·27 부동산 대책에서 추가된 4개 투기지역(동작, 동대문, 종로, 중구)과 2개 투기과열지구(광명, 하남), 3개 조정대상지역(구리, 안양 동안, 광교 신도시)이 2017년 여름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또한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 기장은 시장 분위기가 꺾였음을 알려주며 부산은 추가로 더 풀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부산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다.

 

현명한 부동산 투자자라면 부동산 대책의 시그널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는 것은 부동산시장의 흐름이 과열되거나 냉각되어 정부가 개입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부동산 대책의 시차 효과

 

양도세 규제는 팔 때 내는 세금이기에 지금 당장 집을 사는 투자자한테는 심리적 부담은 주겠지만 팔 때까지는 직접적 영향은 없다. 분양권 전매제한은 분양권을 못 팔게 하는 규제로 대책 발표 전 이미 분양받거나 취득한 분양권은 규제대상이 아니다. 또한 9·13 부동산 대책에서 대폭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6월 1일 기준으로 연말에 납부하기 때문에 2019년 말 고지서를 받기 전까지는 심각성을 알지 못할 것이다.

 

주택공급 계획은 더 심각하다. 건설의 특성상 아파트는 한번 공급하려면 적어도 3~5년 정도 기간이 필요해서 대책 발표 후 실제 아파트 입주까지는 빨라야 3년, 보통 5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9·21 부동산 공급확대 대책을 발표했는데, 빨라야 2021년부터 일부 물량의 입주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쯤이면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의 레임덕 상황이고,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현재와 다르게 바뀌어 있을 수도 있다. 반면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규제강도에 따라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심리 효과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정도 이어진다.

 

 

정부 정책의 방향을 알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

 

과거 패턴이 무조건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30년 동안의 부동산 대책과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분석해보면, 대책 발표 후 1~2년 동안왜곡인지로 기대와 반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2~3년 정도 지나 규제가 누적된 후 실질 효과가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꺾이고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부동산 대책은 처음부터 강한 대책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약하게 발표한 후 시장 반응을 보면서 점점 강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부동산규제 대책이 발표되면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기보다는 시차 효과와 왜곡인지를 감안해 여러 번 대책이 발표된 후 현명하게 매도, 매수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가장 강력한 규제강화 카드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대출강화 등이고, 가장 강력한 규제완화 카드5년간 양도세 면제 등 양도세 특례, 대출완화 등이다. 이런 초강력 규제카드는 규제의 절정을 알려주는 징표로 2~3년 정도 실질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폭락이 온다면?

 

폭락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경제위기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폭락할 수도 있다. 만약 폭락한다면 급매로 던질지, 아니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지?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존재하며, 그 위험과 투자수익은 비례한다. 위험이 적은 은행예금이 부동산이나 주식보다 수익률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물론 지나치게 높은 위험은 수익이 아무리 크더라도 자칫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위험을 기피한다면 투자수익을 얻을 기회조차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위험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고 위험관리를 할 수 있다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잡아보는 것이 좋다.

 

만약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 오면 두려움에 떨면서 부동산을 급매로 던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가 급매물 매수 기회로 삼는 것도 현명한 투자전략이다. IMF 경제위기 당시 수익률은 마이너스 49.5%였지만 16개월 후 1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결국 회복하면서 큰 투자수익을 얻었다.

 

 

벌집순환모형이론

 

회복기~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승한다

상승기~ 거래량이 다소 줄지만 가격은 더 오른다

침체진입기~ 거래량이 더 줄지만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한다

침체기~ 거래량과 가격 모두 감소한다

불황기~ 거랴량은 소폭 증가, 가격은 더 하락한다

회복진입기~ 가격 하락세 멈추고 거래량은 소폭 늘어나지만 본격 회복은 아니다

 

 

 

최근 아파트 입주물량은 부담스러운 수준

정부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하자 수요자들이 입주물량이 많은 지방 집을 정리하고 입주물량의 영향이 적은 서울 집으로 갈아타면서 '똘똘한 한 채 가지기'가 트렌드가 되었다. 또 서울에 집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팔지 말고 계속 보유하자'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일명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더 줄어들었고, 집값은 더 상승했다.

 

분양물량뿐만 아니라 주택 인허가 물량도 입주물량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된다. 분양물량은 입주물량보다 3년 정도 시차가 있는데, 주택 인허가 물량은 분양물량보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더 빠르다. 주택 인허가 지표가 주택공급의 선행지표가 되어왔고 이를 근거 로 주택 수급을 조절해왔기 때문에 향후 주택공급물량을 예측하는 지표는 된다. 하지만 주택 인허가 물량 가운데20~30%만 예측 가능한 공공물량이고, 나머지 70~80%는 민간건설사 물량이기 때문에 실질 주택공급량과 차이가 있다. 

 

 

일본 신도시 vs 한국 신도시

 

노태우 정부 시절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1기 신도시를 개발한 이후, 신도시는 편리한 생활 인프라를 무기로 대표 주거지가 되었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기 신도시의 대표, 분당은 수도권 대표 주거지로 자리 잡았고, 일산·평촌 등 타 신도시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판교, 광교, 위례 신도시 등 2기 신도시 역시 새 아파트를 무기로 높은 인기만큼이나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1기 신도시의 노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1993년 입주를 시작한1기 신도시가 벌써 25년이 넘어가면서 신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노후화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많은 아파트들을 재건축하자니 이주 수요와 가격상승 등 사회적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리모델링을 하자니 집주인 주머니로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니 사업성이 안 나와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

 

아마 정부에서도 1기 신도시의 노후화 문제가 잠재적 고민거리 중 하나일 것이다. 왜냐하면 콘크리트 건물은 노후화하면서 감가상각이 될 수밖에 없고, 인구 감소로 도심 회귀현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면 낙후된 신도시는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가 신도시 개발은 독毒일 수도 있다

 

일본은 경우 고도성장기 이후, 경제성장이 멈추고 인구는 감소하는 점을 김안할 때 현재의 외곽 신도시는 오히려 독이 되엇다.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도쿄의 부동산규제를 무력화하고 콤팩트시티를 내세우면서 도쿄 도심 재생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 베드타운 기능을 하던 외곽 신도시의 경쟁력은 더 떨어지고, 수요는 도쿄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 신도시가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급확대 정책으로 몇 년 후 경기도 새 아파트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 서울도 일본 도쿄처럼 고밀도 콤팩트시티 개념으로 도시재생 개발사업이 확대되면 서울 도심에 소형주택공급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신도시 노후화 문제의 답을 빨리 찾지 못한다면 주택 구매연령인 40~69세 인구가 본격 감소되는 2030년 이후에는 우리나라 신도시의 경쟁력이 일본 신도시의 길을 따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경기도 그린벨트를 풀어서 추가 신도시를 개발하는 정책이 당장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주택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 아니다

 

다주택자들은 2014부터 2016년까지 서울수도권 소형아파트에 많이 투자한 반면, 2017년부터는 그동안 투자를 주저했던 무주택 또는 1주택 실수요자들이 강남 등 인기지역에 많이 유입되었고, 2018년에는 이런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면서 '서울 아파트가격 폭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시 국토교통부장관이 2006년 5월과 2017년 5월 주택거래량을 비교하면서 강남4구 5주택 이상 소유자의 거래량이 53.1%, 29세 이하의 거래량이 54% 늘어난 것을 근거로 다주택자들을 타깃으로 잡았다. 하지만 현실은 당시 강남4구 총 거래량 3,904건 중 5주택 이상 다주택 비중은 98채 2.5%였고, 29세 이하 거래량 134채는 3.4%에 불과했지만 8·2 부동산 대책에서 발표한 다주택 양도세 중과는 2주택자부터 적용되었다.

 

2018년 9·13 부동산 대책부터는 1주택자도 대출을 봉쇄하고 청약을 제한하면서 투기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3주택 이상 또는 5주택 이상 보유자부터 중과적용을 하는 것이 맞으나 현실은 2주택자와 1주택자까지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오히려 '세수확대가 목적이 아닐까' 하는 오해의 빌미를 정부 스스로 제공했다.

 

조정대상지역은 2016년 11·3 부동산 대책에서 처음 선보인 새로운 지역규제로,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불리다가 8·2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조금 더 세밀한 핀셋규제를 위해 기존 투기과열 지구, 투기지역에 조정대상지역을 추가했다. 양도세와 종부세 중과 등 주요 부동산 대책의 적용기준이 조정대상지역이기 때문에 조정대상지역 유무는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조정대상지역은 정량적·정성적 과열 기준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한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다주택 양도세와 종부세 중과,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LTV 60%, DTI 50% 등 대출·정비사업·세제·전매제한·청약 등 다양한 규제가 적용된다. 그래도 계속 과열된다면 조정대상지역의 범위가 더 넓어질 뿐만 아니라 규제 내용도 더 강화될 것이며, 반대로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면 지정된 지역을 해제할 것이다.

2018년 9월 13일 기준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25개 구, 경기 과천, 성남, 하남, 고양, 광명, 남양주, 동탄2 신도시, 구리, 안양 동안구, 광교 신도시, 부산, 세종이다.

 

 

서울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

 

서울에서 이 지역 집값이 오르면 안 오른 곳이 없다는 노원, 도봉, 강북구의 아파트가격도 올랐다. 2017년까지는 강남4구를 비롯한 마포, 용산, 성동 등 핵심 지역 아파트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2018년에는 그동안 상승에서 소외되었던 서대문, 관악, 종로, 중구, 동대문, 은평, 노원구까지 상승 바람이 불었다.

 

2018년 9월까지 서울 부동산시장은 과열 시기에나 볼 수 있는 '위약금 주고 계약 깨버리기, 담합해 집값 올리기' 등 각종 사회 부작용이 난무했다. 아파트 내부 상태를 보고 결정해서 계약날짜를 잡고 계약하는 아파트 매매의 정상 패턴을 고집하면, 서울 아파트를 계약할 수 없었다. 아파트를 보지도 않고 계좌번호를 따서 바로 입금해야만 계약되었다. 이렇게라도 계약하면 다행인데,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깨버리거나 아예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거래는 위축되었지만 하락세로 반전되지는 않았다. 도대체 서울 집값은 왜 이렇게 상승한 것일까?

 

 

서울 아파트, 끝물은 언제?

 

KB국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8년 9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 2,975만 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8억 원에 진입했다. 강남11개구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10억 원을 넘어 10억 원 시대를 열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09년 7월 5억 203만 원으로 처음 5억 원을 넘어선 후 2017년 4월 6억 원 돌파까지 7년이 넘게 걸렸는데, 2018년 1월에 7억 원을, 9월에 8억 원을 순식간에 넘어버렸다.

 

약세인 지방과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지방 아파트 5채 이상을 팔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 되었다. 한마디로 거침없는 하이킥이다. 하지만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0.47% 고점을 찍은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0.1%까지 둔화되었다.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강화,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대출강화 등의 강한 규제를 발표했고 9·21 부동산 대책에서 3기 신도시를 포함한 대규모 주택공급 신호를 주어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수심리가 흔들리고 호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는 신의 영역이기에 인간은 항상 불안하고 분위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현명한 투자자는 특정 자산의 미래수익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자산을 매수하는 사람이다"

- 존 메이나드 케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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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 설득 -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는 이 책을 머리와 손으로만 쓴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썼다. 그는 다단계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그들이 현장 교육을 진행하는 버스에 올랐다. 사람에 관한 연구를 한다는 심리학자 중 이렇게 사람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 몸으로 부대끼며 연구 내용과 현실 세상의 연결성을 검증해보는, 이른바 '교수'나 '연구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것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저명한 심리학자가 말이다. - '역자의 말' 중에서

 

 

실천적 삶을 통해 깨달은 진정한 설득 기술

 

이 책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으로 우리들에게 이미 친숙한 인물이다. 그는 애리조나 주립대학 심리마케팅학과 명예교수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그 후에 오하이오 주립대학, 캘리포니아 대학, 아넨베르그 커뮤니케이션 스쿨,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방문연구원을 거쳤다.

 

<설득의 심리학>을 포함해 그가 쓴 책은 수십 년 동안 '왜 사람들은 요청에 순응하는가'에 대한 연구관찰을 통해 얻은 결과다. 설득의 과학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치고 있으며 설득과 순응, 협상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전세계 CEO들이 즐겨 읽는다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도 그의 연구를 '현대 비즈니스 어젠다를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 세계 300만 부가 넘게 팔린 <설득의 심리학>은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3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또한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한 '가장 뛰어난 비즈니스서 75권'에도 등재되었을 정도로 그의 최첨단 심리과학 연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설득의 대부'로도 불리는 그는 현재 인플루언스 앳 워크의 대표이자 CEO를 맡아 윤리적 설득 훈련, 기업 기조연설 프로그램 등을 이끌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설득의 성공 여부는 메시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이용해 설득에 성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예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타당한 맥락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익히 잘 알려진 설득의 6가지 불변 원칙(상호성, 호감, 사회적 증거, 권위, 희귀성, 일관성)이 초전 설득 전략에도 유효함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7번째 키워드'연대감(UNITY)'의 원칙도 선보인다. 특히 과학적 연구와 함께 다양한 상황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엮어 냄으로써 누구나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고대 중국의 병법가 손자孫子가 "모든 전투는 치러지기 전에 이미 승패가 결정된다"라고 사전 계획의 가치를 역설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컨설턴트들은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의 지위를 획득한 후 고객으로부터 일을 받으라고 배운다. 데일 카네기는 "2년 동안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보다 두 달 동안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더 많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확신했다. 모두 현명한 조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 일日, 주週 또는 월月 단위의 사전 활동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점을 메워준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초전 설득이란?

 

설득의 귀재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접하기도 전에 미리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초전 설득'을 통해 마침내 최고로 거듭난다. 따라서, 설득을 잘하려면 이 초전 설득을 잘해야 한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의사소통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겼던 원칙이 하나 있다. 즉, 가장 먼저 무엇을 말하고 보여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그다음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레스토랑 이름이 '스튜디오 17'일 때보다 '스튜디오 97'일 때 사람들이 더 비싼 음식값을 기꺼이 치르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벨기에 초콜릿 한 상자의 희망 가격을 쓰라는 실험에선 자신의 사회보장번호(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함) 중 가장 작은 숫자 2개를 적으라고 했을 때보다 가장 큰 숫자 2개를 적으라고 했을 때 희망 가격이 더 높아졌다.

 

더욱 놀라운 점은 '최초로 등장하는 것의 강력한 힘'이 큰 숫자가 먼저 나오는 경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각각 종이 위에 긴 선과 짧은 선을 그리게 했다. 그런 다음 미시시피 강의 길이를 물었더니 선을 길게 그린 학생들이 짧게 그린 학생들에 비해 강의 길이를 훨씬 더 길게 추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초로 등장하는 것의 강력한 힘’은 숫자와 전혀 상관없는 상황에도 적용된다. 손님들이 와인 상점에서 와인을 고르는 동안 매장 안에 독일 음악이 흘러나오면 독일산 빈티지 와인을 구매할 확률이 더 높았으며, 프랑스 음악이 흘러나오면 프랑스산 빈티지 와인을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렇듯 하나의 특정한 경험만이 나중에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숫자일 수도 있고, 선의 길이일 수도 있으며, 배경음악의 종류일 수도 있다. 어떤 심리학적 대상에서도 순간적인 주의 집중이 사람들의 반응을 바꾸는 현상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설득력을 높이는 것이므로, 상대방의 동의를 끌어낼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도록 돕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초점의 대상이 원인이 된다

 

우리들은 순간적으로 집중하는 대상에 더 높은 중요성을 부여한다. 요컨대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초점의 대상이 곧 원인' 으로 간주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메시지의 특정 측면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유도하면 그들로 하여금 이미 상당한 수용성(receptivity)을 내재하게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커뮤니케이션에 존재한다.

 

실제로 이렇게 유도된 주의는 초전 설득 단계에서 듣는 사람의 경계를 허문다. 그 메시지를 처리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의 빗장을 열어놓는 셈이다. 이는 모든 설득가의 꿈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설득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내 메시지가 가지는 장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서 그 메시지에 이목을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전에 이미 나에게 호감을 갖고 시선을 집중하기 때문에 상대를 설득하는 데 훨씬 유리한 것이다.

 

 

어떻게 주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특정 자극으로 사전에 주의를 끌 수 있도록 한다면 상대를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초반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힘만 있다고 효과적인 설득을 하기엔 부족하다. 뭐가 부족할까? 그렇다. 주의가 다른 곳으로 분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유지시키는 힘'도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다양한 청중 앞에서 강연을 할 때마다 저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하는데, 바로 설득이라는 경연 무대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장보다 반론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점이다. 특히 경쟁자의 주장이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그릇되었다고 강조하기보다는 경쟁자가 신뢰할 수 없는 정보 제공자라는 것을 보여주면 그 효과가 뚜렷이 나타난다. 물론 반론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순서로 정보를 제공하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1단계~ 미스터리를 제공한다
2단계~ 미스터리를 심화한다
3단계~ 대안과 이를 반박하는 증거를 제시한 후 적절한 설명으로 넘어간다
4단계~ 적절한 설명의 단서를 제공한다
5단계~ 미스터리를 해결한다
6단계~ 해당 현상의 시사점을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의 설명은 개념을 쉽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듣는 사람이 스스로 의문을 품도록 하므로 일종의 보너스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는 청중이 발표 내용의 매우 세세한 부분에까지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발표 기술의 일부이다. 미스터리 또는 탐정물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관찰자는 모든 관련된 디테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찬찬히 생각해보자. 우리에게는 듣는 사람의 주의를 특정 주제로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하지만 때로는 지겹거나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세부 내용에 스스로 집중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무기가 있는 셈이다.

 

 

설득의 일곱 번째 주제, 연대감UNITY

 

어떤 종류의 존재, 어떤 종류의 인식된 관계가 동료 간의 호감을 극대화할까? 그에 대한 답은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이 가장 실속 있는 호의를 베풀도록 이끄는 관계성은 "그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야"가 아니라 "그는 우리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관계성이다. 이미 우리들은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기만 하면 비록 외국인일지라도 모두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응원전을 펼지 않았던가.

 

예를 들어보자. 취향과 선호도 면에서 자신의 형제보다는 직장 동료와 공통점이 많지만, 둘 중 누구를 내 사람으로 여기고 누구를 그저 나와 비슷한 사람으로 여길지, 그리고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를 더 도우려 할지는 분명하다. 연대감의 경험은 단순히 유사성에 대한 것이 아니다. (유사성도 작용할 수는 있지만 호감의 원칙을 통해 낮은 정도에 그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 공유다. 정체성은 정치적, 종교적 소속감과 더불어 인종, 민족, 국적, 집안처럼 자기 자신과 집단을 정의하는 데 사용하는 범주들이다. 이런 범주의 특성은 속한 구성원들이 서로 통합된 하나라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연대감~ 함께 행동하기

 

실제로 고고학과 인류학의 기록들을 보면 모든 인간 사회에서 노래, 행진, 의례, 구호, 기도문, 춤이라는 형식으로 함께 혹은 동시에 반응하도록 하는 방법들이 발달해왔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것들은 선사시대부터 행해졌다. 예를 들어 신석기시대와 금석병용기(金石竝用期,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그려진 그림이나 암각화나 동굴벽화에는 집단으로 춤을 추는 장면이 상당히 자주 표현되어 있다.

 

 

행동과학 연구 자료에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다. 사람들은 일원화된 방식으로 행동하면 실제로 결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집단 연대감은 대개 훨씬 작은 가족 단위에서만 보이는 충성도와 자기희생 정도를 사회에 대해서도 가능하도록 하면서 사회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인간 사회는 심지어 고대 사회에서조차도 조율된 반응을 포함하는 집단 결속 '테크놀로지'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그 효과는 혈연관계에서만 나타나는 효과와 유사하다.

 

 

강력한 약속을 통한 지속적 변화 만들기

 

전통적으로 행동과학자들은 초기의 긍정적인 반응을 지속시키는 방법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하나 제시해왔다. 바로 자신이 한 반응을 지키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것인데 보통 능동적 행위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방법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를 줄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병원이나 치과 진료 예약일에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은 단순한 불편 이상의 피해를 준다. 그들은 의료 복지 분야에 상당한 비용 손실을 초래하는 것이다. 병원은 이렇게 나타나지 않는 환자들을 줄이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으로 환자들에게 약속을 상기시키도록 하루 전날 전화를 한다.

 

저자의 동료인 스티브 마틴이 영국의 의과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이런 노력은 이른바 노쇼(no-show) 비율을 3.5퍼센트까지 줄였다. 그러나 전화 알림 서비스는 시간과 돈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마저도 언제나 예상 목표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방법과 약속 절차를 이용하는 지혜로운 방법을 비교해보자. 병원 방문 후 다음 예약을 할 때 우리는 모두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알고 있다. 접수처에서 다음 약속 날짜와 시각을 카드에 적어 환자에게 준다. 이렇게 하는 대신에 환자들에게 카드를 채우도록 요청하면 이런 행동 단계로 인해 그들은 약속을 지키려고 더 노력하게 된다. 비용이 들지 않는 이 절차를 영국의 의과대학에서 시도하자 노쇼 비율이 18퍼센트까지 줄었다.

 

 

"어떤 선택과 관련하여 우리가 누구인지는 그 선택을 하기 직전에

우리가 어디에 주의를 두는지에 상당히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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