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리더십 경영
윤형돈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우리가 많이 아는 조선의 인물을 중심으로 별도의 기본 지식 없이 그들의 리더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책이다. 얼핏 보면 리더십 자기개발서에 가깝다. 다만 다른 자기개발서와는 형식이 다르다. 이 책은 그들을 위인이 아닌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빌려 쓸 수 있는 지식에 집중한 역사 자기개발서, 아니. 역사를 바탕으로 자기개발을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라 하겠다. - '서문' 중에서

 

 

조선의 역사적 인물을 통해 리더십을 배운다

 

이 책의 저자 윤형돈은 다섯 살에 처음 책을 접한 뒤 지금까지 각종 한국사, ·세계사 책을 섭렵해서 메모, 스크랩 해왔다. 중학교 때 역사 답사에 흥미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박물관과 유적지를 누볐고, 이것이 지금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 매출 3만 원을 올린 첫 창업을 했고, 이후 갖가지 사업 아이템을 기획해서 용돈을 벌었다. 이 경험은  MBA, 즉 경영학 석사 과정으로 이어졌고, 외국계 기업, 대기업, 벤처기업을 거치며, 투입비용 대비 두 배의 이익은 반드시 뽑는 기획자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접하면서 사람들의 장점을 흡수해서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이후, 수십 년간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를 활용한 교육컨설팅, 역사 리더십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제공하여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블로그에 올린 그의 글은 경제경영분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최신 사례를 덧붙여 이 책을 집필했다. 현재 역사, 문화 전문 교육컨설팅, 강연 기업인 역사클릭의 대표이자 작가로서 영어권, 일본어권, 중국어권 경제지 등을 뒤져가며 후속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책에는 조선시대를 살았던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비록 과거의 인물들이지만,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인간 군상들과 많이 닮아 있다. 즉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유동적으로 전략을 바꾼 세종,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거부한 중종과 선조, 정치 능력을 앞세워 임기응변식 처세에만 능했던 가짜 리더 원균과 정반대의 이순신, 기득권과 승부를 벌인 진짜 리더 김육 등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훌륭한 리더십 롤모델이다.

 

"역사는 우리들의 내일을 비추는 거울이다"

 

저자가 리더십에 주목한 이유 또한 리더십이 현재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처세의 기술이자, 미래를 대비하는 통찰력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현재의 시각으로 조선의 리더를 해석함으로써 스스로를 물론이고 타인의 삶을 이끌어주는 진짜 리더의 길을 묻는 사람들에게 해답을 찾아주는 멋진 역사 여행인 셈이다.

 

 

 

 

조광조, 용의 비늘을 건드리다

 

나중에 '주초위왕走肖爲王'(이는 한자의 파자로, 주초는 바로 조趙가 됨) 사태의 주모자로 몰린 조광조와 당시의 군주 중종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였다. 그래서 신하인 조광조는 중종이 자신을 믿고 지켜준다고 믿었고, 또한 중종도 자신의 심복인 조광조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신뢰는 알게 모르게 금이 가고 있었다. 이 금이 본격적으로 커진 계기는 '위훈삭제僞勳削除' 사건이었다.

 

중종은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위훈삭제란 가짜 공신 훈작을 색출하여 박탈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시 조정에는 중종반정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훈구파 대신에게 잘 아부한 탓에 공신이 되어 수많은 특권을 누리는 세금 도둑들이 있었다. 조광조는 이들에게 칼을 겨누었다. 의도는 좋았지만 문제가 잠복해 있었던 것이다. 즉 당시 조정의 실세인 훈구파를 견제하려고 반정 참여와는 상관 없이 자신에게 협조적인 인물에게도 위훈을 부여했던 중종 자신도 개혁의 대상이 되고만 셈이었다.


위훈 문제는 굉장히 복잡한 사안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실제로 중종반정에 참여한 공신은 30여 명 정도다. 그런데 공신으로 책봉된 사람은 117명으로, 무려 80여 명이나 차이가 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공신 책봉 자체가 엉터리였기 때문이다. 반정의 공신은 철저하게 반정 중심 세력의 이권에 따라 선정되었다. 그래서 진짜 공신의 일부는 재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생겼던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판은 이렇게 야합이 많았다. 조광조가 개혁정치의 수단으로 내놓은 위훈삭제는 나라를 좀먹는 가짜 공신을 처리함과 동시에 중종에게도 칼을 겨누는 조치였던 것이다.

 

과연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들은 이를 이미 알고 있다. 왜 이런 처분을 받아야만 했을까? 저자는 '일 잘하는 사람''공부 잘하는 사람'을 거론한다. 전자는 왕의 분위기에 맞추어 선을 조절하거나 아니면 왕세자의 스승이 되어 모든 걸 걸었을테지만, 불행하게도 조광조는 후자였다. 전체 상황 판단은 뒷전이고 오직 상급자를 바꾸는데 올인했던 것이다. 왕권을 침해하는 자,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증종도 상급자의 자질이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아니겠는가. 

 

 

세조의 술자리 정치 

조선조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칭송받는 세종의 아들이자, 대군의 신분으로 군주 세종의 추진 업무에 충실한 역할을 했던 세조는 유난히 술자리에 집착했다. <세조실록>에 '술자리'가 언급된 횟수는 무려 467건이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서 술자리가 974건 언급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조선 왕조의 술자리 반을 혼자서 해먹었다고 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세조실록 = 술판 실록'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이쯤 되면 조선왕조실록의 '주酒님'이다.

 

이 술자리에는 세조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절충안적 성격이 보인다. 우선 그는 칼과 피로 왕의 자리를 따냈다는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친목을 중시한다는 모습으로 민심을 수습하고 싶었다. 그리고 대신들과 관계를 맺어 불안함을 떨쳐내고자 했다. 나중에 피부병으로 고생하다 생을 마감한 걸로 봐서, 술이 세조의 수명을 단축한 셈이었다. 

 

세조가 술자리의 힘을 빌려 그들과 화합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달리 말하면 일상생활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유독 술자리에서 민감한 국가의 정책을 의논하고, 새로운 학문을 경연했다. 즉 세조의 술자리는 오늘날의 '국무회의'였던 것이다. 희한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도 기업이나 정치인의 중요 정책이나 합의가 술자리에서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술자리에서 결정된 선택이 과연 올바른 결론이었을까?

 

 

기득권과 승부를 벌인 김육

 

인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효종은 김육을 우의정으로 발령냈다. 뛰어난 일처리로 인조의 총애를 받은 몸이니 당연한 인사였다. 하지만 김육은 병을 핑계로 세 번이나 사직 상소를 올렸다. 그럼에도 뚝심이 남달랐던 효종은 그의 사직서를 모두 반려했다. 하는 수 없이 김육은 왕의 발령을 수용했다. 그런데, 순수하게 받아들인 게 아니라 특별한 조건을 달았던 것이다.

 

백성들이 부역에 시달려 즐겁게 생활하며 일하지 못하기에, 원망하는 기운이 쌓이고 맺혀 그 형상이 하늘에 보일 정도입니다. (중략) 대동법은 역役을 고르게 하여 백성을 편안케 하기 위한 것이니 실로 시대를 구할 수 있는 좋은 계책입니다. - <효종실록> 즉위년 11월 5일

 

"저를 쓰시려면 대동법을 시행하시고, 아니면 노망 난 재상으로 여겨 쓰지 마십시오"

 

당시 북벌을 준비 중이던 효종은 재원 확보가 절실했다. 이를 위해선 세제 개혁이 필요했다. 하지만 직접 대신들과 힘겨루기에 곤란했다. 이런 판국에 김육이 나서서 백성들을 위해 기득권층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겠다고 하니 아마도 속으론 춤이라도 추고 싶었을 것이다. 대동법의 실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묻혀있던 이 법이 다시 고개를 들자 기득권층은 난리가 났다. 예조참판 김집을 중심으로 하는 산당이 김육을 공격했던 것이다.

 

그래도 김육은 기존의 단점을 보완해, 대동법을 밀어붙였다. 효종 6년 7월까지 그는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직을 번갈아 맡으며 조정의 정책을 주도했다. 김육의 방납 비리 해결책은 간단했다. 품목을 쌀로 통일하고, 재산이나 땅의 규모에 따라 납부하도록 했다. 인조 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품목과 수량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그는 벼슬을 시작할 때부터 죽을 때까지 30년을 대동법에 매달렸다. 백성을 이한 진짜 리더였다.  

 

 

가짜 리더 선조는 스스로 무덤을 팠다

선조는 조선 역사상 최악의 왕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이때 임진왜란이 발발했다.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해서 아름다운 강토를 유린하자 그는 명나라로 망명을 시도했다. 그러자 명나라는 일본의 침공이 거짓말이고, 오히려 조선과 일본이 힘을 합쳐 명을 치려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따라서, 명은 선조가 망명하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군사 원조를 요청받은 명나라에서 이여송이 출정하자 선조는 왕의 체통도 버리고 버선발로 그를 맞으로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중용한 이항복, 류성룡, 이순신 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의심했다. 그러니 왜란이 발발했어도 충신들이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이순신이 올린 장계는 믿지도 않았고, 심지어 자신의 아들도 불신하면서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사람은 그 직위와 위치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잊는 사람이 참 많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고, 법을 수호해야 하는 법관이 권력과 사익을 위해 판결을 거래하는 식의 사건이 태연하게 벌어진다. 아마 이러면 이득은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을 마음으로 따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떡고물이 탐이 나면 모를까. 당연히 떡고물이 권력이기 때문에 끈 떨어지면 끝이다.

 

이 공식은 현대의 공직자, 정치가, 기업은 물론 일개 샐러리맨에게도 적용된다. 앞서 말했듯 가짜 리더의 수명은 꿀 떨어지면 끝이다.


리더의 힘은 책임을 지는 데서 나오고 리더의 권력은 처신을 잘하는 데서 나온다. 누구보다 눈을 뜨고 변화에 주목해야 하며, 팀의 목적을 부각시켜 주고 그들을 독려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하의 허물은 그대로 돌려주고 자신의 허물까지 부하에게 덮어씌우던 선조는 훌륭한 반면교사다. 역사상 가짜 리더의 말로가 대부분 이렇다.

 

 

갑질의 대가 홍국영

 

홍국영은 정조의 가장 큰 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각종 사료의 기록을 보면, 그는 미남이었고, 눈치도 빠르고, 언변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 가리기로 유명한 영조 역시 그를 좋아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영조의 뒤를 이어 정조가 즉위하자 홍국영은 날개를 단 격이었다. 정조는 즉위 직후 정후겸과 홍봉한을 숙청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세손 시절 홍국영을 제거하려 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공신이 되자 그는 자신의 의무를 잊고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여동생을 정조의 후궁으로 앉히고, 여기서 태어난 조카를 차기 왕으로 만들려고 시도했다. 갑질을 일삼아 동생이 원빈이란 칭호를 받도록 만들었고, 자기 동생에게 당나라 개원례 황조의 비빈 예를 적용, 그녀가 살던 궁에 효휘궁 孝徽宮이라는 궁호와 인명원仁明園이라는 원호를 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덕분에 1년밖에 못 살고 아들도 못 낳은 후궁의 장례가 당대 최고 신하들의 주도하에 호화롭게 치러졌다. 여기에다 공무를 중지하고 26일간 조의를 표하는 절차를 적용했는데, 이는 왕이나 왕비가 죽었을 때나 적용되는 제도였으니 다른 말이 필요 없다.

 

도가 넘치고도 넘친 행위였다. 하지만 홍국영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후 정조가 후궁을 들이는 것을 끝까지 반대했다. 중전이 자식을 못 낳은 상황이고, 정조의 나이는 20대 중후반인데 무얼 어쩌라는 것인지? 이에 그는 창조적인 답을 내놓았다. 정조의 이복동생인 은언군 이인의 아들 상계군을 원빈의 양자로 삼게 한 후 군호를 만들어 붙인 것이다. 그 이름은 완풍군 完豊君. 완풍군이라는 이름은 왕실의 본관인 '완산(전주)', 그리고 홍국영의 가문인 풍산 홍씨의 '풍산'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만든 것이다. 하여간 머리를 잘 돌아간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거부했기 때문에 그의 말로는 비참하다.

 

 

영조와 박문수

 

영조는 좀생이 편집증 환자다. 박문수는 이순신처럼 늦게 33살에 과거시험에 합격했다. 성적도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3수 끝에 41명 중 26번 째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실무 감각이 뛰어난 탓에 영조의 눈에 들어 불과 15년 만에 병조판서직까지 승진했다. 물론 이후에 파직되는 등 곡절을 겪었다. 영조는 괴팍한 성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별로 신경 안 쓰는 행동을 하는 박문수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예의범절을 문제 삼아 처벌하기 일쑤인 왕이 무례와 막말을 일삼는 박문수만은 감싸주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신뢰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인데, 이 신뢰관계는 '서로 간의 대화, 교류를 통해' 이루어졌다. 영조와 박문수는 세제와 스승 시절부터 탕평책에 대해 토론을 해왔다. 균형 있는 인재 육성을 위한 국가 발전이라는 대계에 공통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속내를 아는 사이니 대놓고 들이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영조는 박문수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진정한 충신이자 탕평을 위한 정확한 통찰력을 가진 인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려운 숙원사업을 하는데 방향성도 같고 통찰력도 있는 인재를 내쳐서야 말이 되는가? 오히려 그의 의견을 더 들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삿대질을 하고 달려든 그를 한사코 보호한 이유다.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이 등장한다. 만약 이 때 이런 방향으로 갔으면 하고 아쉬워하게 된다. 물론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법이 존재할 수 없다. 우리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가지 않는 한은 말이다. 그럼에도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들은 진짜 리더십이 무엇인지 제대로 통찰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경제 위기가 목전에 와 있는 듯한 이 때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리더십을 연구하는 많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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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의 시대 - 일, 사람, 언어의 기록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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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라는 개념은 본문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요약하자면 '규정된 언어'다. 어린 시절부터 외우고 노래해 온 익숙한 훈들, 그러니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든가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든가, 하는 수사들은 개인을 시대에 영속시키는 동시에 끊임없이 지워내 왔다. 특히 사유의 범위를 그 함의의 테두리에 가두고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그 이후의 시대로 넘어가더라도 그 잔재는 여전히 동시하면서 위력을 가진다. 그래서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한다는 것은 한 시대를 지배해 온 언어가 종말 했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우리 시대의 훈訓들은 기괴하다

 

책의 저자 김민섭은 309동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썼고, 그 이후 대학에서 나와서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 <대리사회>를 썼다. 그런데,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위치한 경계인인 그는 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고 믿는다. 그 시선을 유지하면서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개인과 사회와 시대에 대한 물음표를 우리들에게 건네려고 한다. 가볍지만 무거운, 그러나 무겁지만 가벼운 김민섭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되고 싶어 한다. 저서로는 <아무튼, 망원동>, <고백, 손짓, 연결> 등이 있다.

 

많은 이들이 고백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는 맞는 명제이면서도 동시에 모든 이에게는 성립되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야만 겨우 뭔가가 바꿔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마치 몇몇 동의하는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고요 속의 외침'으로 끝나고 만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무수히 보아 왔다. 그마저도 멈춰 버리면 변화를 요구하던 그 힘은 거짓말처럼 소멸된다.

 

이에 저자는 우리들 주변의 훈들을 수집해서 펼쳐 놓고선 이런 언어들이 이 시대와 함께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물론 충분히 가능한 언어들도 있다. 그러나, 구시대에서나 통했을 법한 그런 낡은, 모욕적인 언어들은 이 시대와, 나아가 미래의 시대와는 함께 보조를 맞출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제안'한다. 일상의 평범한 훈들이 과연 우리들에게 잘 맞는지를.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을 읽어 가노라면 분명히 변화라는 욕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들에게 훈의 의미는?

 

훈訓은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사실상 우리들 곁에 늘 함께 했던 친숙한 단어이다. 예를 들어보자. 집에서는 가훈家訓, 학교에서는 교훈校訓, 회사에서는 사훈社訓, 예비군 훈련장에 가면 훈련訓練, 무슨 기념일에 강당에 모이면 귀찮아도 듣게 되는 훈시訓示 내지는 훈화訓話, 교칙을 어겨 교무실에 불러가서 듣던 훈계訓戒 등이 떠오른다. 

 

이처럼 훈은 가정, 학교, 회사, 군대, 국가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일상과 함께 있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훈은 우리들을 가르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니까, 훈은 '~해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 혹은 강요하던 계몽이자 자기계발의 언어인 셈이다. 특히 집단에 속한 한 개인에게 위계적이며 명시적으로 다가간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회사에서는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국가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단어로, 문장으로, 계속해서 훈을 내보낸다.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가르치려는 교육의 언어

지배계급이 생산, 유통하는 권력의 언어

한 시대의 욕망이 집약된 욕망의 언어

 

가정(부모 → 자녀) : "거짓말을 하면 안 돼. 정직하게 살아야 해"(훈계)
학교(학교 → 학생) : "정직", "인사" 등(교훈)
학교(교장 → 학생) : "정직한 어린이가 되어야 합니다"(훈화)
학급(교사 → 학생) :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훈시)
회사(회사 → 직원) : "정직한 제품 생산"(사훈)

 

 

학교의 훈

여고의 훈으로는 대표적인 게 '순결'인데, 이는 '몸을 깨끗하게 지키라'는 것이다. 순결함이 훼손되고 나면 더 이상 학교에서든 이 사회에서든 가치 있는 여성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힘들다. 여기에 '여자로서 행실이 곧고 마음씨가 맑고 곱다'는 정숙함이라는 가치가 더해지면 순결은 다만 이성과의 관계뿐 아니라 모든 행실에 가서 닿는다. 따라서, 몸가짐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셈이다. 

 

반면에 남고에는 여고의 경우와는 달리 '몸을 깨끗하게 지켜야 한다'는 훈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남학생들은 '용감'하게 자신의 '미래'를 '열정'적으로 '개척'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러다보니 남학생들의 몸이 다소 더럽혀지는 것은 오히려 영광의 상처가 된다고 자연스럽게 인식하게끔 만들어 버린다.


하나의 훈은 그 훈을 받아들일 주체들을 규정하게 된다. '성실', '정숙' 등 단어만으로 나타내는 방식이 더 많지만, '성실한 사람이 되자'라든가 '정숙한 여성'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사람이나 여성으로서 그 대상을 호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고와 남고의 교훈이 각각의 구성원을 호칭하고 있는 방식 역시 현저히 다르다.


여고: 사람(14회), 여성(10회), 어머니(3회), 겨레의 밭(3회), 딸(2회)
남고: 사람(8회), 인간(2회)

(주) '겨레의 밭'~ 대구여자고등학교, 상주여자고등학교, 경남여자고등학교

 

겨레의 밭

억세고 슬리고운 겨레는

오직 어엿한 모성에서 이루어지나니

이 커다란 자각과 자랑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닦는다

- 경남여고 교훈

 

 

원주여고 교훈의 개정을 반대하다

논란을 빚던 원주여고 교훈(본보 4월 24일자 18면 보도)이 그대로 유지돼 68년의 역사와 전통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 동문들은 이날 자리에서 "교훈은 학교의 가치관, 교육 방향 등 핵심 덕목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라며 "시대가 변해도 교훈은 변하지 않는 학교의 긍지이며 전통"이라고 했다. 또 "전통은 지켜왔기 때문에 전통이며 지켜가기 때문에 전통이다"라고 강조했다. 교훈 개정을 추진하던 학교 측 역시 무엇보다 총동문회의 의견을 중요시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원주여고의 교훈은 변경 없이 1945년 학교를 설립하면서 정해진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로 이어질 예정이다. - '강원일보(2013년 5월 21일) 18면 '원주여고 교훈 그대로 유지 만장일치' 중에서

 

원주여고는 결국 총동문회의 결정을 받아들였고 '68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게 되었다. 학창 시절을 보낸 공간이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전을 앞둔 교정을 찾았을 때 어떠한 심정이 될지도 잘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그들은 공간의 이전을 두고서는 울며 손을 흔들었지만, 언어의 이전에는 분노했다.

 

그들에게 공간보다 떠나보낼 수 없는 것은 언어였고, "시대가 변해도 교훈은 변하지 않는 학교의 긍지이며 전통"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훈을 지켜냈다. 이처럼 동문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오랜 전통의 학교들이 있다. 반면에, 책은 개정에 성공한 사례도 소개한다. 즉 강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의 교가 중에 후렴구에 등장하는 매우 어색한 '여자다워라'라는 가사를 '지혜로워라''은수銀水은수되어라'로 각각 바꾸었다는 것이다.

 

 

 

회사의 훈

개인들의 무관심과는 달리, 회사의 경영책임자들은 한 공간을 장악한 언어가 가진 위력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회사의 이익과 연결한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삼성신경영실천위원회'에서 발간한 <삼성인의 용어: 한 방향으로 가자>(1993)에서는 한 조직의 용어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두었다.


한 조직의 용어를 통일하는 것은 그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을 하나로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가치관을 언어를 통해 서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의 용어 통일은 기업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합니다. 회장께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용어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십니다. 구체적으로 첫째, 그룹의 용어를 명확히 통일하고, 둘째, 삼성 특유의 용어를 만들고, 셋째, 용어의 질을 한 차원 높이자는 특유의 용어論을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 책자는 삼성이 21세기 세계 초일류기업을 실현하기 위해 전 삼성인의 사고와 행동을 한 방향으로 통일하는 데 필수적인 삼성용어의 해설집입니다. (……) 삼성인이면 누구나 이 용어 하나하나의 뜻을 알고 있어야 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신경영의 참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이 빨라지고 단결력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인의 훈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줍니다"(1001, 2002, 2004)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성을 짓고 삽니다"(2003)

"여기는 캐슬특별시입니다"(2004)

"당신은 캐슬에 사십니다"(2005)

"당신을 말해 줍니다"(2007, 2008)

"언제나 변치 않는 가치"(2009)

"특별해진다면 그곳은 캐슬입니다"(2010)

"행복은 캐슬로부터"(2011, 2012)

 

롯데캐슬의 광고 문구는 끊임없이 개인과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을 연결시킨다. 누구나 보다 나은 공간에서 일상을 영위하고 싶어 한다. 여기엔 '편안함'이라는 절대적 자기만족에 '특별함'이라는 상대적 자기만족이 더해지는 셈이다. 공간에서 '특별함'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과 함께 마침내 아파트의 브랜드가 개인의 품격을 담보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같은 단위의 지역에서도 이제는 어느 아파트의 단지에 사는지가 중요해졌다. 아파트의 브랜드가 개인의 품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입주한 구성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단지 주변에 성곽을 쌓아나갔다. 그것은 같은 단지의 아이들끼리만 어울리게 한다거나, 입주민이 아니면 출입을 금지한다거나, 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완전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에 "○○동 래미안", "○○동 자이", "○○동 힐스테이트" 등으로 대답하게 되었고, 그것은 그들의 특별함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곧 문제가 생긴다. 브랜드 아파트가 경쟁하듯 들어서면서 그 희소성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건설사들은 조용히 욕망의 언어를 더 만들어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서브 브랜드'라는 것이 탄생한다. 예컨대, '프리미어 팰리스'라든가 '메가트리아', '로이뷰', '더테라스', '트리지움' 등과 같은 이름이 기본 브랜드 뒤에 덧붙기 시작한 것이다. 이 2차적인 욕망을 담은 훈이 가장 먼저 가서 닿은 지역은 어디였을까? 그렇다. 역시나 '강남'이었다. 

 

 

 

시대에 뒤쳐진 낡은 언어들을 청산하자

 

우리 주위엔 아직도 과거의 많은 훈들이 남아서 이 시대와 함께하고 있다. 전근대적인 야만의 언어들,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언어들이 여전히 우리들 곁에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모욕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들은 이를 폐기처분하고 새로운 시대의 논리에 맞는 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주된 메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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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당신처럼 공부하지 않았다
김도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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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후회가 뭘가? 한 방송 매체가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부모님께 효도할 걸', '술 어지간히 먹을 걸', '돈 좀 아껴 쓸 걸' 등 수많은 후회가 나왔는데, 그중 1위가 무엇인지 아는가? 10대부터 40대까지 남녀가 공통으로 꼽은 가장 후회되는 일 1위는 바로 '공부 좀 할 걸'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수능 만점자 30인의 진짜 공부법

 

책의 저자 김도윤은 (주)나우잉 교육컨설팅사 대표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동기부여 전문가이다. 그는 '스물네 살 지방대 입학, 서른 살 늦깎이 졸업생'이란 꼬리표를 '공모전 17관왕', '고용노동부 청년 멘토', '대한민국 국민대표 61인', '대한민국 인재상(대통령상)',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로 바꾼 근성의 청년으로 공부에 대한 갈증과 끈질기게 덤벼들어 해내고 말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대학 입학 후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의 즐거움을 깨우친 다음부터는 지금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체화하며 공부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다국적 홍보회사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를 거쳐 교육컨설팅사 ㈜나우잉을 창업했으며, 현재는 창의성, 프레젠테이션, 동기부여 등을 주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KT&G는 물론 경북대, 전북대 등 전국 주요 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다. 저서로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인사담당자 100명의 비밀녹취록>, <기획에서 기획을 덜어내라>, <최후의 몰입> 등이 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면 거의 대부분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통과의례를 치룬다. 이는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1994학년도부터 2018학년도까지 응시생만 총 1,839만 명이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약 5,000만 명이라고 보았을 때 35% 정도가 이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다. 한 해 평균 지원자는 대략 60만 명이라고 한다. 모든 시험에서 만점이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25년 동안 수능 만점자는 전국적으로 201명 뿐이라고 한다.

 

총 2부('1등에게는 위기를 돌파할 습관이 있다', '공부 맥락과 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로 구성된 이 책은 수능 만점자 30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부를 재미있게, 심지어 잘할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1년 여에 걸쳐 130여 가지가 넘는 질문을 하며, 동기부여, 목표설정, 수능과 내신 관리에 관한 모든 것을 심층 인터뷰했기 때문이다.

 

 

 

 

왜 공부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스스로 학업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가장 좋은 답은 '자신의 꿈'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꿈은 순수하고 그 힘이 강하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추진력이 세기 때문이다. 그래하만 힘들어도 인내하면서 계속 밀어붙일 수가 있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이루고 싶은 일이 바로 그런 꿈이 된다.

 

그러나 꿈이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꿈이 없더라도 중요한 것은 명확한 목표의 설정이다. 물론 꿈과 목표는 다르다. 꿈은 실현하고픈 이상이기에 당장은 막연할 수 있지만 목표는 눈에 보이는 도달 지점이다. 그래서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려면 반드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강상훈 학생의 목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학과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었다.

 

"전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 별로 원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던 거 같아요. 학교라도 좋아야지, 부모님이 원하지 않는 과를 간다고 해도 허락해주실 거 같았거든요"

 

 

나는 친구 따라 공부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대표 포털 사이트를 만든 네이버의 이해진 대표와 다음의 이재웅 대표는 어린 시절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고 한다. 또 이해진 대표와 최대 게임사 넥슨의 김정주 대표는 카이스트 석사 과정 때 기숙사 룸메이트였다고 한다. 심지어 이해진 대표는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과 삼성SDS 입사 동기로 알려져 있다. 이걸 우연으로 봐야 할까,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주변의 친구들은 나의 학업에 분명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경영학과 이충영 학생은 친구들이 자신의 롤모델, 즉 닮고 싶은 대상이자 목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저 같은 경우 공부하는 데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공부 방법이나 태도를 많이 배웠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방법을 이해시키려고 설명을 하지만, 친구들은 직접 몸으로 보여주니까요. 작게는 문제 풀이 방법을 알려주고, 크게는 공부 시간과 공부 습관을 보여주죠. 열심히 하는 친구의 성실한 태도나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배우고 싶다거나, 잘하는 친구처럼 되고 싶다는 목표가 공부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해요"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 힘으로 한다"

 

어렸을 적부터 공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할 필요도 없지만, 만점자들이 치열하게 노력해왔던 시간을 거저 얹으려고도 하지 말자. 공부 습관은 '언제 시작했느냐'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노력하고 유지했는지'가 핵심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던 만점자들 또한 타고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공부에 몰두해왔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더 희망적이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으로 보고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결과를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김승덕 학생의 말을 들어 보자. 

어떻게 하면 성적을 빨리 올릴 수 있냐고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이 질문할 때가 많아요. 그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은 단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반드시 해야 하는 얼마만큼의 노력과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거든요. 절대적인 노력의 양이 채워지지 않으면 성과를 얻을 수 없어요. 예를 들어서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보다 하루에 1시간 공부를 덜 했다고 해봐요. 그 1시간이 모여서 3년이 지났다고 하면요? 그러면 두 사람 사이에 1,000시간의 격차가 벌어지잖아요. 그 격차를 좁히려면 하루 24시간 꼬박 매일 공부만 한다고 했을 때 무려 42일이나 해야 하거든요. 따라잡을 수 없는 간격인 셈이죠. 하루 1시간이 만들어낸 차이가 이렇게 어마어마할 수 있다는 게 놀랍지 않아요? 내가 남들보다 하루에 1시간씩 공부를 덜 했다면, 그 1,000시간을 따라잡기 위해서 1,000시간 이상의 노력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1시간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렇게 벌어진 시간과 그 시간에 만들어낸 기본기가 나중에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거든요"

 

 

내신 때문에 특목고를 피하지 마라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만점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학업 분위기이다.  이는 공부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고, 곧 공부 습관으로 연결된다. 유명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에 가보면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쉬는 시간에도 결코 쉬지 않고, 복습과 예습을 하는 면학 분위기를 목격할 수 있다. 자신의 주변에 모두 열심히 하는 학생들뿐이라면 쉬고 싶어서 쉴 수가 없다. 전국 6대 자사고 중 하나인 상산고를 졸업한 김승덕 학생의 이야기다.

 

"무조건 특목고를 가는 게 좋아요. 제가 간 고등학교에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왔었고, 그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거든요. 제가 고3 때 야자를 하다가 공부하기 너무 싫어서 복도에서 친구 3명과 잠깐 장난을 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딱 뒤를 돌아봤는데, 창문 안으로 보이는 교실 풍경에 놀랐어요. 단 한 명도 졸지 않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공부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면서 '아, 내가 지금 자만했구나' 깨달았죠. '저 친구들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나도 얼른 들어가서 공부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들어갈 때가 되게 많았어요"

 

 

핵심은 공부의 질이다

 

공부 습관에는 동기부여부터 시간관리, 체력관리, 감정관리 등 공부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습관화해야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의 수험 생활은 체력이 기본적으로 받쳐줘야 한다. 그러자면 자투리 시간에 잘 쉬고,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충분히 자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런 기본적인 휴식을 게을리한다면 정작 공부해야 할 순간에 공부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원유석 학생도 이런 얘기를 한다.

 

"저희 학교가 고3 때 아침에 자습 시간을 줬었는데 애들이 정말 많이 자더라고요. 절반 이상이 잤거든요. 그렇게 된 이유가 애들이 공부를 안 해서가 아니라 저녁 늦게까지 공부를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오전 시간을 활용할 생각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사실 아침에도 공부를 많이 할 수 있거든요. 결국 시간은 똑같은데 밤늦게까지 공부하면 오전 시간은 시간대로 못 쓰고 내 몸만 힘들잖아요. 그래서 밤에 공부하고 낮에 자는 게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정말 공부하기 싫을 때, 공부를 잊어라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을 때는 잠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책상에 왜 앉아 있는지도 모르고, 공부에 집중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면 필요한 것은 휴식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를 했다면 잠깐 쉬고 나면 재충전이 되어서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잇을 것이다. 만점자들도 고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수험 생활을 어떻게든 버틴 것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김유진 학생은 재수까지 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던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포기하면 나중에도 포기할 것 같아서 전부를 걸었어요. 음악을 하든, 체육을 하든, 공부를 하든 모든 게 본질은 다르지 않잖아요. 못하는 상태에서 잘하기 위해서 갈고 닦는 그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잖아요. 지금 포기하지 않아야, 나중에도 포기하지 않을 거 같았어요"

 

 

교과서만 공부하지 않는다

 

사교육의 정보도 유용하다. 수많은 학원과 유명한 강사의 인강만 무턱대고 늘릴 것이 아니라 우선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출문제나 EBS 교재부터 분석해보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나 변형된 사설 문제가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학원의 도움을 받아도 늦지 않다. 그래야 진짜 내 공부를 할 수 있고 성적도 오른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하형철 학생은 그런 점에서 사교육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스스로 교과서를 이해하고, 뭐가 중요한지를 판단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이런 수고로움을 사교육이 대신 해주니 그런 점은 좋죠. 중하위권이나 중상위권에 있는 친구들을 상위권으로 올려주는 데는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하지만 최상위권에 도달하려면 결국 자기 노력이 필요해요"

 

 

쉽게 암기하는 방법

 

사실 암기법엔 특별함이 없다. 특별한 방법이라기보다 평범한 방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과정'에 특별함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암기의 경우 요령을 피우기보다 정공법으로 맞선 것이다. 즉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쓰고'를 반복하면서 안 외워지는 부분을 외워지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1등들의 암기법이었다. 연세대학교 의예과 최동욱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같은 내용을 네 번 반복해서 봤어요. 고2 때 어떤 영어 단어를 외웠다고 해도, 고2 겨울방학 때, 고3 3월 모의고사 때, 6월 모의고사 때, 9월 모의고사 때 다시 봤어요. 그러면 외워지더라고요. 한번 외웠다고 자만하지 않고 자기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수능은 기출문제에 답이 있다

 

시험을 볼 때 출제 의도를 아는 게 중요하다. '왜 이 문제를 냈나?'에서 그 '왜'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절대로 시험을 잘 볼 수 없다. 출제자의 의도를 모르고 시험 문제를 자구 틀리는 이유는 출제자의 의도를 읽으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해서다. 이런 출제 의도를 잘 파악하려면 평소 기출문제를 풀 때 문제를 분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하형철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출제 의도를 파악하려면 문제를 풀고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분석해야 해요. 우리는 보통 틀린 문제만 보고 넘어가기 급급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맞은 문제도 이걸 어떻게 맞혔는지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다음 보기에서 옳지 않은 것을 찾으시오'라고 묻는 문제를 푸는데, 그 근거를 지문에서 찾잖아요. 왜 정답인지, 저건 왜 정답이 아닌지, 지문의 어떤 부분에서 그 근거를 찾았는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해요. 이런 분석 없이는 문제를 잘 풀 수 없어요"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방법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 정작 시험에서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런 학생들에게 어른들은 '과거운이 없어서'라고 위로해준다. 물론 아무리 담대한 생각을 해도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수능은 단 한 번의 기회이니까 말이다. 만점자들은 공부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신감이 시험 당일에 긴장감을 뒤어넘게 했다고 말한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최규원 학생도 이런 경험을 얘기한다. 

 

"수험생에게 가장 힘든 것은 내가 이만큼 노력했는데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감이거든요. 저도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아 무너지는 제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무서웠어요. 그런데 그런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에요. 실력이요. 자기 실력에 대한 확신이 그 두려움을 이기게 해줘요. 그런 확신과 실력을 가지려면 오랫동안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요. 노력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아무리 긴장하더라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공부는 겸손한 태도로 최대한 노력하고, 시험장에서는 자신감이 가득 찬 상태로 보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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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게 다 고민입니다 - 동물 선생 고민 상담소
고바야시 유리코 지음, 오바타 사키 그림, 이용택 옮김,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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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물웅덩이가 말라버린 건기의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하나 남은 물웅덩이에 평소에는 먹고 먹히는 관계인 사자와 얼룩말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물을 마시고 있는데요, 물이 부족한 이때만큼 동물들은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고, 서열과 먹이사슬을 떠나 '지금을 살아가는' 데 집중합니다. - '머리말' 중에서

 

 

동물들의 인생 안내서

 

이 책의 저자 고바야시 유리코는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방송 제작사에서 야생동물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출판사 에디터가 되었다. 현재는 프리랜서 에디터로 자연, 생물, 산악 분야의 책과 잡지를 주로 만들고 있다. 언제나 '지금'을 살아가는 동물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통해 인간의 47가지 고민에 대한 조언을 이 책에 담았다. 책 속의 그림을 그린 오바타 사키는 구와사와디자인연구소 종합디자인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독립 후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며, 때로는 불필요한 상상 때문에 벌어지지도 않은 최악의 사태에 불안해하기도 한다. 이렇게 미래에 대해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덧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고민을 그만하고 싶어도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고민이 많을까?, 왜 사소한 일에 신경 쓰고 불안해할까? 그 이유는 바로 미래를 상상하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앞날을 두려워하면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는, 말하자면 인간들만의 전매특허다. 아무리 그럴지라도 고민 때문에 괴로운 상황을 무조건 참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마음의 짐을 덜고 홀가분해지고 싶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오랫동안 동물 다큐멘터리를 다루어 온 저자는 만일 동물이 인간의 고민을 듣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상상해보았다. 인간과 달리 오직 '지금'을 살아가는 동물은 분명 남다른 대답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아쉽게도 인간은 동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동물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동물이 인간의 걱정을 듣고 함께 생각해주는, 가상의 고민 상담소인 셈이다.

 

 

 

 

습관 때문에 살이 빠지 않는다

 

24의 여성은 일하면서 계속 과자를 집어먹기 때문에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고민을 토로한다. 이에 대해 대식가 동물이 답한다. 즉 대식가인 큰개미핥기는 하루에 먹는 개미의 수가 약 2만 마리다. 하지만 눈앞에 아무리 많은 개미들이 있어도 한 개미집에만 들러붙어 내내 먹는 게 아니라, 수천 마리를 먹고 나서 다른 개미집으로 옮겨 다닌다. 이처럼 먹고 이동하고, 먹고 이동하기를 반복한다. 느긋하게 산책하는 듯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건 영역을 지키는 중요한 행위다. 식사를 군데군데서 조금씩 하는 이유는 식사와 영역 순찰을 효율적으로 병행하기 위해서다. 또한 개미집을 전멸시키지 않는 것은 생태계를 균형있게 유지하는 것이다.
 
한자리에 앉아 내내 과자만 집어 먹으면 몸도 나빠질뿐더러 주변 사람들에게 게으름뱅이로 찍힐지도 모른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먹고 나서 곧바로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어떨까요? 복사기 토너를 교체하거나, 우편물을 나눠 주는 등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주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면 동료들의 평판도 좋아지고 다이어트도 효과를 볼 것이다.

 

 

매일 초조하고 불안하다

 

35세 여성은 매일 초조해서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고 고민을 토로한다. 이에 대해 숙면의 달인 오랑우탄이 해답을 내놓는다. 오랑우탄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영장류 사람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오랑우탄과 인간의 DNA 차이가 약 1퍼센트라고 하니 정말로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랑우탄은 인간과 달리 크게 짜증을 내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아마도 매일 밤 푹 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들은 평생을 나무 위에서 지낸다. 밥도 나무 위에서 먹고, 잠도 나무 위에서 잔다.
매일 밤 잠자기 전에 나무 위에 침대를 만든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꺾어 구부리고 쌓아서 새의 둥지 같은 침대를 만드는데 더욱 포근한 잠자리를 위해 베개와 이불까지 준비하기도 한다. 이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우면 추위와 비바람을 피해 아침까지 푹 잘 수 있다.
    
사실 고릴라나 침팬지 같은 대형 유인원도 이런 침대를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긴팔원숭이 같은 소형 유인원은 침대를 만들지 않는다.
일설에 따르면 침대를 만들어 숙면을 취하는 게 유인원의 진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인류의 진화에서도 수면은 큰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앞으로 더욱 진화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당장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보는 게 어떨까?

 

 

바빠서 누군가를 만날 수 없어요

 

36세 여성은 일이 많아 남자를 만날 시간이 없어서 평생 독신으로 살까봐 걱정이 많다. 이 고민에 대해 상담해줄 동물은 곤충이다. 도롱이나방은 나방의 일종인데, 주머니나방이라고 해야 알아듣는 사람이 많다. 도롱이나방의 애벌레는 어미가 사는 도롱이 안에서 태어난 후 외부로 나가 스스로 도롱이를 만든다. 그 안에서 번데기가 되어 겨울을 나고 날개가 돋아나 성충이 된다. 성충이 되면 수컷은 암컷을 찾아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암컷도 도롱이 안에서 성충이 되지만, 날개와 다리가 퇴화해서 일반적인 나방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살아간다.
    
암컷 도롱이나방은 외부로 나갈 수 없고 평생 도롱이 안에서만 지내지만 신통하게도 수컷을 잘도 만나 자손을 남긴다. 바로 강력한 페로몬 덕분이다. 암컷 도롱이나방은 도롱이 아래쪽으로 머리를 내밀어 페로몬을 방출하는데, 꽤 먼 곳까지 전해지기 때문에 사방에서 수컷들이 몰려든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짝짓기 상대를 찾아내면 교미를 하고 출산을 하게 된다.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서 수컷을 끌어들이는 페로몬의 위력, 대단하지 않은가?
    
당신도 옷차림, 헤어스타일, 사소한 몸짓과 표정을 살짝 바꿔보면 주변에서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이게 바로 강력한 페로몬이 될테니까 말이다. 굳이 소개팅에 나갈 필요 없이 주변에서 좋은 사람이 알아서 당신에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주변의 시선을 자꾸 의식한다

 

이는 38세 남성의 고민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넓적부리황새가 이 고민을 상담한다. 우리들의 동료는 남의 실패를 비웃기나 하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뿐인가? 그렇지 않다. 넓적부리황새는 동물원에서 '움직이지 않는 새'로 유명하다. 하루 종일 거의 움직이지 않고 수면만 바라보며 서 있기 때문에 "허수아비인가?"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수면 위로 떠오르는 폐어류를 잡아먹기 위해서다. 폐어는 말 그대로 폐로 숨 쉬기 때문에 이따금씩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하는데,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수면에 의식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신기한지, 주위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거린다. 처음에는 그렇게 주목받는 게 창피했
지만 결코 저를 비웃기 위해 지켜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움직이는 순간을 진지하게 기다린다. 폐어를 잽싸게 낚아챘을 때는 환호하며 박수를 치는 등 뜨거운 반응까지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에게 무심코 눈길을 던지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악의는 없다. 우리들의 동료도 열심히 하는 우리 자신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당신에게 집중한다는 건 당신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하거나 서툴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꼰대가 아닌 선배가 되고 싶다

 

이는 42세 직장 여성의 고민이다. 그녀는 무리 안에서는 최연장자('왕언니')이지만 젊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 아마도 그녀가 그들과 경쟁하려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사자가 고민 상담에 나섰다. 사자들도 암컷과 새끼들로만 이뤄진 여성 중심의 사회다. 번식을 위해 수컷이 한두 마리 끼어들기도 하지만 거의 암컷들끼리만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주로 하는 일은 사냥인데, 요즘에는 체력이 좋은 젊은 암사자들이 사냥에 나선다. 그 대신에 나이든 암컷은 무리에 남아 새끼들을 돌보거나 수컷 사자 혹은 하이에나가 오지 않는지 감시한다.
    
나이가 들면 젊은 친구들을 체력으로 당해낼 수 없지만 육아 경험이 있고 젊은 친구들보다 위기관리 능력도 높은 편이다.
연장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살려 후배들을 이끌어주면 얼마든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후배들과 경쟁한답시고 관계를 악화시키면 무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그런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젊은 후배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당신도 너무 자기 고집만 내세우지 말고 든든한 인생 선배로서 젊은 사람들을 이끌어준다면 자연스럽게 존경받게 되고 꼰대라고 불리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남들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다

 

이는 17세 남성의 고민이다. 그는 나답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구나 남들에게 쉽게 휘둘리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또 남들과 다르게 살려면 굳은 신념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모양을 보인다.

해달은 바다 위를 떠다니며 삽니다. 잠잘 때도 바다 위에 떠 있기 때문에 자칫 깊이 잠들어버리면 조류를 타고 먼 바다까지 흘러가 무리에서 떨어져버리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해달들은 해저에서 자라는 다시마를 온몸에 휘감고 잠자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자신의 힘으로 거스를 수 없는 물살 속에서도 다시마만 있으면 괜찮다!

아직 20대도 아니라면 세상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힘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마처럼 의지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 만화나 영화에서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상적인 장래의 모습을 찾아낸다면 일시적인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운동이나 음악 등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본격적으로 배워보거나, 용기 내어 유학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세상은 의지할 곳 없는 넓은 바다와도 같다. 자신을 붙들어줄 다시마 같은 존재를 억지로라도 찾아본다면, 전혀 모르는 곳으로 자꾸자꾸 흘러갈 염려도 줄어들지 않을까?

 

 

고민은 가볍게, 정답은 단순하게

 

물론 동물이 인간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하기란 어렵다. 또한 더 참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어떤 동물의 조언은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다만 동물의 시선에서 인간의 문제를 바라볼 때 얻을 수 있는 위로와 감동, 재미와 즐거움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경험이 되기에 충분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을 통해 세상을 복잡하게 바라보기보다 조금 단순하게 마주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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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노무 담당자가 꼭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업무 지식 - 회계.노무 실전 업무 완전 정복!
유양훈.정선아 지음 / 원앤원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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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학이나 세무 및 노무 관련 법은 처음 공부할 때는 그 의미가 실질적으로 와 닿지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용과 관련된 인식과 측정에 대한 부분에서는 단순히 계정분류만을 신경 스게 되는데, 과세 관청에서 여러 사항을 제한하고 있는 세법과 연결 고리를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에서 접하는 회계와 관련된 사항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살아가는 데 매우 도움되는 회계와 노무 지식

 

책의 저자 유양훈은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세무회계 및 기업회계 자격시험 출제위원, 국세정보공개 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회 위원, 미국에 본사를 둔 국내 IT 기업의 CFO를 역임했다. 매일경제TV, 한국경제TV 생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한국생산성본부 강의 등 다수의 자문 활동을 했으며, 국세청에서 세정협조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유진세무회계사무소의 대표 세무사로 재임 중이다.

 

공저자 정선아는 공인노무사, 경영지도사, 인사관리 자격증 3관왕을 가진 인사관리 전문가다. 10여년간 HR컨설팅펌에서 국내외 주요 기업의 인사제도를 설계했고,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의 노동 시장과 관련된 다수 학술연구과제를 수행했다. 현재 노무법인해인의 대표 노무사로 재직하고 있고, 한국생산성본부 등에서 노동법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강의하는 것으로 인기가 높다. 노무관리 분야에서만 1만 시간을 2번이나 넘기고, 그간의 경험과 사례를 집약해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우리들은 회계와 노무업무가 자신에겐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실은 그렇지 않다. 회계, 노무 업무는 회사 생활에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부문이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회계 데이터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또한 노무 관련 업무와 법령은 회사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이 관련 실무자가 아닐지라도 회계와 노무는 회사생활에서 분리할 수가 없으므로 배워야 한다. 그렇지만 이 업무에 관한 법과 지식을 배우려고 해도 쉽지 않다. 한편,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회계와 노무 관련 기본 지식과 실무처리 방법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이를 전혀 모르는 초보자이거나, 다소 실력이 부족한 경력자일 경우 이 책 한 권이면 모두 해결된다.

 

 

 

 

회계, 노무 업무란 무엇인가?

 

'회계會計'라면 우리들은 먼저 숫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 복잡한 수치들로 이루어지는 회계는 회사의 거래를 기록하는 행위이다. 흔히 이를 경리, 장부기장, 부기 등으로 이해한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회계의 일부만을 강조한 것일 뿐이다. 좀 더 포괄적으로 정의하자면 정보 이용자가 합리적인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정보를 식별, 측정, 그리고 전달하는 과정이다.

 

'노무勞務'란 노동력과 용역(서비스)의 총칭이다. 그래서 여기엔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 모두를 포함한다. 그런데, 노무란 회사와 노동(및 용역) 제공자 간에 계약이 체결됨으로써 비로소 관련된 노동력이나 용역을 주고받는 행위가 성립되는 셈이다. 이때 관련법에 의거해 양자 간에 체결되는 계약이 바로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근로계약서'이다. 

 

 

세금계산서 교부

 

 

세금계산서는 매우 중요한 적격 증빙이며, 사업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세무행정稅務行政상의 협력 의무 서류이기도 하다. 즉 세금계산서를 잘못 발행하거나 받으면 가산세와 직결되며, 요즘에는 전자세금계산서로서 1년 이내에 잘못이 발견되어 소명 요구를 받게 된다.


세금계산서를 통해서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계산의 원천이 되는 매출규모를 파악할 수 있으며, 거래상대방의 매출과 매입 규모 또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세금계산서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발행하고, 수취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업자가 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면세제품 관련 사업을 하는 사업자는 발행하고 싶어도 발행할 수 없다. 따라서 법정증빙으로 인정받는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급여신고의 기초 개념

급여신고 관련 가장 기초적인 개념인 원천징수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자. 원천징수란 일반적으로 사업자가 종업원 등 소득자에게 각종 소득(급여, 사업, 기타소득 등)을 지급할 때 소득자가 납부해야 할 세금을 미리 징수해 국가에 대신 납부하는 제도다. 다시 설명하면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급여나 수당 등에 대해서 지급받는 자가 직접 국세청에 신고하고 납부하지 않고 지급하는 자가 신고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인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들은 원천징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왜 하는지, 그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단 원천징수는 세금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세금을 납부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돈 받을 때마다 미리미리 내는 세금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간편장부의 혜택과 손해

국세청 자료에 근거한 간편장부와 관련한 혜택과 손해를 알아보자. 간편장부를 기장하면 다음과 같은 혜택이 있다. 첫째, 스스로 기장한 실제소득에 따라 소득세를 계산하므로 적자(결손)가 발생한 경우 10년간 소득금액에서 공제할 수 있다(부동산임대 사업소득에서 발생한 이월결손금은 해당 부동산임대 사업소득에서만 공제). 둘째, 감가상각비, 대손충당금 및 퇴직급여충당금을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셋째, 장부를 기장하지 않는 경우보다 소득세 부담을 최고 20%까지 줄일 수 있다. 무기장가산세 20%가 적용배제되고, 간편장부대상자가 간편장부로 기장 신고하는 경우에는 2011년 귀속분부터 기장세액공제가 폐지되었다. 그러나 간편장부대상자가 복식부기로 기장·신고하는 경우에는 기장세액공제 20% 공제가 가능하다.


간편장부대상자가 복식부기나 간편장부를 기장하지 않으면 이러한 불이익이 있다. 첫째, 실제소득에 따라 소득세를 계산할 수 없어 적자(결손)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인정받지 못한다. 둘째, 장부를 기장하는 경우보다 무기장가산세 20%를 더 부담하게 된다. 셋째, 소득탈루 목적의 무기장자인 경우 세무조사 등으로 선정될 수 있다.

 

 

 

야간근로수당

실무에서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라는 단어를 추가근무의 의미로 혼용해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야간근로는 22시에서 06시 사이에 발생하는 근로를 이야기한다. 사람의 신체는 밤에 자고, 낮에 일하도록 되어 있는데, 자야 하는 시간에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신체에 상당한 무리를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간근로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만들어둔 것이다.


22시부터 06시 사이에 근무가 발생하게 되면, 연장 여부와 관계없이 기본임금에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경비나 보일러공처럼 업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간헐적으로 이루어져서, 업무강도가 다소 낮다고 여겨지는 업무를 감시, 단속적 근로라 한다. 감시, 단속적 근로는 노동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연장근로가산수당은 지급하지 않아도 되지만, 야간근로가산수당은 지급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위반 여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게 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저임금 위반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즉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당해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지라도 관련 회사는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가 이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실무적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먼저 지급받는 임금 또는 수당에서 포함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즉 판단할 때는 포함되는 임금 또는 수당만을 합산하고, 이를 시급時給으로 환산해 당해 연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과 비교한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저임금은 제일 핫한 부분이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휴게시간인가, 대기시간인가에 따라 임금 지급을 판별

운전기사의 경우처럼 대기시간에 대해 임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근로시간인지, 휴게시간으로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지가 문제다. 예를 들어, 사장이 거래처 사장과 골프를 치러 가는 경우, 운전기사는 사장님을 골프장에 모셔다드린다. 사장은 내리면서 "김 기사, 이따 보자"라고 하는 경우가 있고, "김 기사, 3시쯤에 보자"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대기시간이 되고, 후자의 경우에는 휴게시간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된다. 두 케이스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자의 경우에는 김 기사는 꼼짝없이 사장을 기다려야 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김 기사는 사우나에서 쉬다 오면 될 일이다. 즉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시간 이용이 보장되어 있다면 휴게시간이고, 그렇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 하에 있다면 대기시간도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정년제도

정년은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근로자의 의사나 능력과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제도다. 정년은 무조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회사가 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회사가 정년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회사는 정년이 없는 사업장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 경우는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으며, 향후 정년 60세를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자칫하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촉법)에 따르면, 제19조 제1항에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조 제2항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회사는 '60세 미만으로 정년을 정한 경우'라고 기재하고 있는 것을 봐서는 60세 미만으로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생각해보면, 정년을 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동 조항은 회사가 꼭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정하라'라고 의무화하는 것이 아니고, 정년을 정하려면 ‘60세 이상’으로 하라는 취지인 것이다.

 

 

 '컬쳐300으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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