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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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외국에서 한국에 온 친구들은 한국인이 왜 그렇게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지 의아해한다. 사실 돌아보면 한국만큼 살기 편리한 곳도 세계에 드물다. 낙서 하나 없고 시간 잘 지키는 쾌적한 지하철,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와이파이와 LTE가 있고, 배가 출출할 때 주문만 하면 24시간 내내 치킨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나라에 살면서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뉴욕의 지하철역에는 에어컨도 없고, 여기저기에 녹물이 죽죽 떨어진다. 파리에서는 계획대로 돌아다닐 수가 없다. 걸핏하면 철도, 항공사가 파업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대부분의 시민은 임금의 절반을 월세로 지출하며 자기 집을 살 생각은 아예 못 한다. 비싼 집이어도 세탁기나 텔레비전 등을 놓을 공간도 없는 곳이 많다. 대기업 임원도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고 출퇴근한다. - '서문' 중에서

 

 

프랑스 소확행을 관찰하다

 

책의 저자 조승연은 세계문화전문가로, tvN <어쩌다 어른>, <비밀 독서단>, JTBC <비정상회담>, <말하는 대로>, MBC <라디오스타>, <마이리틀텔레비전>, KBS <배틀트립> 등을 두루 거치며 TV 프로그램에서 외국 언어와 역사, 문화, 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전파했다. 현재 KBS COOL FM 라디오 <굿모닝 팝스>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독해가 가능하다. 아울러 한문과 중국어를 배우며 동양 언어 공부에 매진하는 동시에 영국 노팅햄 대학 영어언어학 석사 과정을 원격으로 수학하며 언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다. 뉴욕대 경영학교(NYU STERN SCHOOL)를 졸업했으며 프랑스어를 독학으로 공부하여 프랑스 최고 미술사 학교인 에꼴드루브르에 합격해 2년간 수학했다. 주요 저서로는 <플루언트>, <공부기술>, <이야기 인문학>, <비즈니스 인문학> 등이 있다.

 

행복에 관한 태도나 관점에 있어서 프랑스인들은 우리 한국인과는 크게 다르다. 그들은 타인이 자기 인생을 '성공'이나 '실패'로 정의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소위 '나는 나'라는 식의 이기주의자이다. 그들의 모든 삶은 성공이나 성취가 아닌 행복 추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기에 심지어 '먹기 위해 산다'고 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온 세상을 뒤지거나 연애에 기꺼이 목숨을 건다. 반면에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라면 결혼이든 가족이든 그 무엇도 쿨하게 거부할 줄 안다.

 

이 책 <시크: 하다>는 저자가 6년간 프랑스에서 살았을 적에 직접 경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프랑스인들의 삶의 태도를 우리들에게 소개한다. 총 8개 파트로 구성되어 편안함, 삶과 죽음, 음식, 우정, 가족, 육아, 성공, 연애 등에 대한 프랑스인의 시각을 잘 정리, 한국인들과 비교함으로써 '소확행小確幸''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다. 

 

 

 

 

예측가능한 편안한 삶

 

사람은 누구나 편안함을 추구하고 이를 좋아한다. 저자의 경험으로는 파리에 살면 살수록 무언가 할아버지 시대의 자명시계처럼 구닥다리 톱니바퀴가 고장이 날 듯하면서도 용케도 잘 돌아가는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그에 동화되었다. 그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의 정체다.


다른 예를 들면, 프랑스의 많은 가정은 일요일에 식구들이 모여 앉아 다음 주의 식단을 짜고 장을 봐온 후에 냉장고에 날짜별로 질서정연하게 식재료를 정리해 놓는다. 이렇게 하면 1주일 동안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을 안 해도 된다. 또 프랑스의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한 달 업무 계획을 미리 부여하며, 직원들은 그 계획에 변동이 생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매일 업무량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기가 쉽다.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공연 티켓을 미리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발생하는 야근이 흔해서 그런지 몰라도 예약 취소, 심지어 '노쇼'까지 흔한 우리와는 다른 모습임에 분명하다.

 

 

파리의 첫인상, "죽은 고래의 뼈 같다"

 

“프랑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만 큰 건물을 만들었죠?”

 

저자가 파리에서 미술사를 공부할 때 어머니 친구의 딸이 처음 프랑스에 와서 꺼낸 말이었다. 평소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그는 문득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몽마르트 언덕에서 파리를 내려다보면 가장 크고 아름다운 건물이 무덤 건물이다. 프랑스 의회 건물 뒤로 우뚝 솟은 '레장발리드'의 황금 돔 아래에는 나폴레옹이 잠들어 있다. 소르본대학(파리1대학)을 내려다보고 있는 판테온은 국가가 관리하는, 프랑스를 빛낸 영웅들의 국립묘지다.

 

이 두 건물은 파리 도시 전경의 양대 축이다. 런던이나 뉴욕에서는 은행, 우체국, 사무실 등 산 사람을 위한 건물이 도시의 중심이라면, 프랑스는 거대한 무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파리의 유명한 관광지인 카타콤베는 흑사병 유행기에 죽은 파리 시민의 뼛더미가 묻힌 곳이다. 그리고 프랑스의 아름다운 성당들은 성인과 왕들의 관과 신체의 일부를 성물聖物로 모시고 있다.

 

카타콤베

 

 

요리 조기교육

 

프랑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 옷이나 음식을 매우 중시한다. 실제로 프랑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지금도 미각味覺을 교육한다. 이는 우리나라 EBS에서 소개한 적도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프랑스의 미각 교육은 선생님이 어린 학생들에게 사과, 오렌지 등 과일을 손으로 천천히 만져보고 입으로도 천천히 깨물어보게 한 다음 그 느낌을 말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언어에는 색깔을 표현하는 단어는 많지만 맛을 직접 표현하는 단어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서 어떤 드레스를 보여주면서  "무슨 색이야?"라고 물어보면, "빨간색"같이 색에 대해 직접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살구가 무슨 맛이야?"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살구 맛"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맛을 묘사하려면 비유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때 대부분 시적 묘사가 동원된다. 프랑스 아이들은 이 수업을 통해서 오이의 맛을 '마치 시골의 숲 공기를 이빨로 굴리는 것 같다'라든지, 토마토의 맛을 '태양과 대지의 맛을 믹서기에 갈아 넣은 것 같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 한마디로 설명되지 않는 냄새, 맛 등에 대한 감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 역시 요리를 통해 배우는 프랑스식 감성 교육의 장점이다.

 

 

 

프랑스인의 인간관계, 원근으로 나눈다

한국인은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를 상하上下로 나누는 데 비해 프랑스인은 원근遠近으로 나눈다. 한국인은 윗사람에게 존댓말을 쓰고 아랫사람에게 반말을 쓴다면, 프랑스인은 가족과 친구에게는 상하 관계없이 반말을 쓰고 사회적인 관계에서는 모두 존댓말을 쓴다. 중학교 선생님이 모든 학생 이름 앞에 깍듯이 '므슈'나 '마드모아젤'을 붙이는 전통은 점점 사회가 캐주얼 해지면서 많이 사라졌지만, 프랑스인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첫 만남에서 어색함을 벗으면 생년월일부터 물어보는 것은, 그 사람이 손위냐 손아래냐에 따라 언어, 태도, 매너를 결정하기 위해서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한국 사회생활의 기본 태도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에 프랑스인은 원근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상대편이 원하는 거리 이상으로 다가가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 예의로 본다. 이것은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슴도치' 비유법으로 아이들에게 전수된다. 고슴도치가 멀리 같이 가려면 서로 찔리지 않을 정도의 간격, 서로 잊히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지키면서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관과 결혼관

 

한국도 지금 전통적인 가족관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젊은이들은 점차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중요시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이리 보면 이제 이런 가치관에 입각한 새로운 가족관이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는 '가족'이라고 하면 두 이성 커플이 결혼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전념하는, 할아버지 세대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새로운 실험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가족도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다. 현 세대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가족관이 없기에 그들은 아예 가족 만들기를 포기한다. 가치관은 변하는데 출산율 저하 문제를 전통 가족 형성에 필요한 아파트 임대 자금을 저리로 빌려 주거나 공익 광고로 해결하려고 한다. 새로운 세대가 자기의 가치관에 맞추어 나름의 새로운 가족관을 형성할 자유와 용기, 그리고 그들의 실험을 존중해주는 기성세대 없이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가족 없이 혼자 늙어가는 외로움과, 아이가 없는 나라의 절망은 절대로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에 직면한 우리로서는 프랑스가 여러 어려운 실험 끝에, 결혼은 가장 적게 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건강한 출산율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

 

우리나라 부모들은 어린 자녀가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는 척하고 열심히 들어주고, 아이에 입맛에 맞추어 식사 메뉴를 바꾸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를 한다. 아이는 그렇게 모든 것을 어른들이 받아주는 환경에서 자란다. 그러다가 자신이 성인이 되어 보니 사회는 자신의 꿈이나 감정, 취향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느끼는 좌절감은 얼마나 폭력적일까?

 

어쩌면 한국 젊은이들의 고통과 고뇌는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아이들은 자랄수록 인생의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유아기 시절 마음껏 누리던 자유와 권한을 평생 다시는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살아야 하는 인생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프랑스인의 인생은 다르다. 지식과 경험, 사회적 우아함이 쌓이면서 어린아이가 작은 아기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어른의 식탁으로, 어른이 식탁에서 회사의 임원 회의실로 점점 강한 발언권을 획득하는 과정을 밟아가게 되므로 어른이 아이보다 얼굴이 밝은 것 같다. 프랑스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괴로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는 여정이 아니라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기대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실험

 

모든 실험 끝에 프랑스 사람이 알게 된 것은 '인생에서 성공이라는 것은 없다'이다. 성공이란 내 인생의 목표가 해소되는 시점을 말한다. 만약 자신의 인생에 굳건한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 목표가 실현되면 그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꿈은 꿈일 때 멋지지 막상 현실이 되면 허망하다. 성공의 순간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전보다 불행해진 사람의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꿈을 꿈으로 남겨둘 용기가 없는 사회는 자꾸 사람에게 '꿈을 이루어라'라고 말하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가르친다.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먹고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떨까? 어쩌면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 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결론을 오랜 시행 착오 끝에 얻은 것은 아닐까?

 

 

매력은 곧 국력

 

아무리 돈이 많거나 힘이 세도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이 사실을 잘안다. 강대국이 되려면 우수한 경제력과 기술력, 강력한 군사력도 있어야 하지만 그보다 쉬운 방법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프랑스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인은 전 세계인이 프랑스를 사랑하게 만들려고 갖은 애를 쓴다. 2016년 파리 관광청에서 만든 광고에도 젊은 커플 관광객이 파리 거리를 손잡고 누비며 거침없이 키스하는 모습을 콜라주했다. '파리에 함께 방문한 커플은 다른 커플보다 네 배 오래 사귄다'라는 근거 없는 통계를 배포하기도 한다.

 

심지어 <외교>라는 영화에서는 나치가 파리를 폭파하려고 하자, 프랑스 사람도 아닌, 파리를 너무나 사랑하는 북유럽 출신 외교관이 나치 장교를 설득해 폭파를 막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곧 프랑스의 힘이다. 우리가 '체력은 국력'이라고 배웠다면 프랑스인에게 '매력은 곧 국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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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우리 아이의 직업이 사라진다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이혜령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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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대부분을 '인터넷'이라는 공간 속에서 보낸다는 건 단순히 게임에 중독되거나 온라인에 빠져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사회인이 되어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시대라는 걸 말하는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인터넷 안에 존재하며, 그 안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내 존재를 평가받으며 내가 있을 자리를 보증받는 기분을 느낍니다. 이제는 인터넷 세계에서 개인이 신용과 공감을 얻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진화하는 AI 세상에 걸맞는 인재로 키우려면

 

저자 후지하라 가즈히로세상에 넘쳐나는 정답주의, 전례주의, 안일주의를 부수고 정체된 교육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하는 교육자이자 저술가다. 자신이 직접 고안한 '세상 수업'을 통해 사회에서 필요한 '진짜 공부'를 가르치면서 일본 전역에 교육 개혁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도쿄 첫 민간인 출신 교장으로 부임해 폐교 위기의 와다중학교를 5년 동안 일본 최고의 학교로 바꿔놓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쿄대학교를 졸업한 뒤 리쿠르트에서 도쿄 영업총괄 부장, 신규 사업 부장, 펠로우 등을 역임하며 25년 동안 승승장구하다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교육을 만들기 위해 교육 개혁의 선봉에 섰으며, 저서로 <마흔, 버려야 할 것과 붙잡아야 할 것들>, <인생의 마지막 교과서>, <우리 학교가 달라졌어요>,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 <인생의 흐름을 바꾼다> 등이 있다. <닛케이 비즈니스>에서 8년 동안 서평을 집필하고 있으며, 누적 청강자 20만 명이 넘는 인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자율주행버스가 도로를 달리고 있고, 거리에서 쉽게 AI 로봇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세계 최고의 AI 기술을 보유한 나라다. 기술의 변화가 피부로 와 닿는 만큼, 교육 혁신의 필요성도 그만큼 간절하다. 일본에서 혁신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치조 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AI 세상의 학교'를 이끌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이렇게 바뀐 세상에 맞춤한 '현실적인' 교육이 무엇이고 '미래형 인재'가 될 방법은 무엇인지 상세하게 안내한다.

 

 

 

 

정답이 없는 시대에 필요한 능력

 

1+2=3 같은 연산 문제나 미적분을 푸는 능력은 빠르고 정확하게 '정답'을 찾아내는 힘이다. 이는 정보처리능력에 해당한다. 반면에 정답이 없거나 또는 여럿인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정보편집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제나 기업계에서는 이를 '문제해결능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OECD에서는 이를 놓고 교육정책의 표준화를 위해 이렇게 표현한다.

 

"일상의 지식을 얻는 것은, 디지털화 혹은 외주화가 되는 시대이므로 자기 자신의 사고방식, 창조성, 판적 사고가 문제해결이나 판단의 열쇠가 된다"

 

그렇다. 앞으로의 세상은 타인과의 협업이나 팀워크를 통한 협동 방식의 일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해진다. 그래서 무엇보다 타인과의 협동을 위한 '의사소통능력', 스스로 생각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사고력 및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하다. 이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연구자들은 향후 다가오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다음 세 가지라고 강조한다.

 

정보 및 의사소통능력

사고력 및 문제해결능력

대인관계 및 자기주도력

 

 

입사 시험에서도 정보편집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논술이나 입사 시험에서는 정보편집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을 많이 출제한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 본사에서 출제되었던 유명한 문제를 소개한다. "스쿨버스가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버스에 골프공을 가득 채운다면 몇 개나 들어갈까요?" 이 문제를 받아들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재빨리 버스 내부의 면적을 계산해서 골프공이 몇 개 들어가는지 빠른 시간에 산출할 것이다.

 

하지만 구글이 원하는 답은 이게 아니다. 그들은 면접자의 정보편집능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기발하면서도 재치 있는 답변들이 많았다고 한다. "스쿨버스에는 아이들이 타고 있습니다. 공을 넣는다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장난으로 다시 밖으로 던져질 테죠. 정답은 '하나도 넣을 수 없다' 입니다!", 이런 답변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대부분 '정답주의'에 사로잡혀 있어서 문제를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정답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문제처럼 정답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는 다분히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정답주의'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자녀 대부분도 학교의 이런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정답을 찾으려는 경향에 빠지게 된다.  

 

정답에 가까운 의견은 무엇보다 재미가 없으며, 뇌를 활성화시키지도 못합니다. 브레인스토밍이 작동되지 않는 것이죠.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정답에 가까운 의견은 쉽게 말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 정도가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1만 개 정도의 회사가 시도했을 것이고 그중 300개 정도의 회사가 시행착오를 거친 후 실패했을 것이다. 몇 군데 회사에서 성공했다면 벌써 상품화되었을 터이다. 따라서 논의에서 조금은 벗어난 의견을 마음껏 내보면서 정답주의 모드에서 뇌를 해방시킬 필요가 있다.

 

 

'놀이'와 '전략성'이 정보편집능력의 열쇠

 

정보편집능력은 정보처리능력과 달리 공부만 해서는 기를 수 없다. 다각도로 생각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놀이'라는 방식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정보처리능력과 정보편집능력과의 관계에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사건을 통해 배우는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을 통해 배우는가 하는 차이가 있다. 정답이 있는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과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 바로 그 차이 때문이다.

 

놀이 안에서는 예상 밖의 상황이 수없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돌발 상황에 바로 대처해야 한다. 갑자기 놀이 인원이 부족해지거나,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거나, 도구가 갖춰지지 않았거나, 갑자기 비가 내리는 등의 작은 사건에 일일이 대처할 수 있는 풍부한 학습 기회가 놀이 속에는 존재한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집에서 블록 쌓기를 하며 놀고 있는 어린 자녀들을 살펴보면 이런 장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답이 없는 상황이며 납득할 수 있는 해답을 끌어내는 힘, 즉 정보편집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고용가능성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찾기 위해 다양한 능력을 갖추려고 한다. 그렇다면 정작 조직의 인사부장은 어떤 인물을 찾고 싶어 할까? '내가 무엇을 갖출지'를 생각할 때 '인사부장 롤플레이'를 해보면 좀 더 쉬울 것이다. 즉 만약 우리들이 인사부장이라면 어떤 기준으로 채용을 할까? 대부분의 처리 업무가 AI로봇으로 대체된 시대라면 말이다.

 

이렇게 롤플레이를 하다보면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람에게 믿음과 공감을 주며 일하기 위해서는 '크레딧(신임)'을 축적하는 것이 핵심이란 사실이다. 이는 이미 많이 들었거나 책을 통해 배워서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비단 조직의 채용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장사를 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디자인 공예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에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90세 시대의 라이프 디자인, 희소성 있는 존재로 만들라

 

어떻게 해야 자신을 희소성 있는 존재로 만들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가지 커리어를 5~10년씩 경험해 각각 희소성을 획득하고, 그것을 곱셈하면 100만 명 중 1명의 존재가 된다. 100만 명 중 1명이라 함은 올림픽 메달리스트급에 맞먹는 희귀한 존재이다. 동세대에 단 한 사람만 존재하므로 '고용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 반드시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먼저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해서 일하면서 100명 중 1명이 되는 희소성을 확보하자. 그런 후 다른 분야에서 다시 일하며 100명 중 1명이 되는 희소성을 또 하나 확보한다. 이럴 경우 둘을 곱셈하면 1만 명 중 1명에 해당하는 희소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를 이루는 시기는 대체로 이삼십대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희소성을 계속 달성한다면 바로 100만분의 1에 가까운 확률이 될 것이다.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직은 소멸한다

 

시대의 변화는 불필요한 직업의 소멸을 촉발한다. 이미 지난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세무사, 번역가, 과학자, 증권 애널리스트 등 부모 세대에서는 전문직으로 통하던 이런 업무들이 대거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의 자녀들은 이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바로 '고용될 수 있는 힘'인 것이다.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에게 이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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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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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이 늘어갈수록 내 자유가 공동체의 자유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개인적인 삶의 의미가 우주의 넓이로 확장되는 것이 바로 완성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추상하는 능력으로 힘을 발휘하며 사는 인간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일을 동양의 선현들은 천인합일天人合一 등의 어법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이라면,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찾기보다는 시대의 병을 함께 아파한다. - '개정판 서문' 중에서

 

 

철학을 통해 세상은 진화한다

 

이 책의 저자 최진석은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중국 흑룡강대학교를 거쳐 북경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삶의 지혜와 인문학적 통찰을 담은 강연 및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문·과학·예술 분야 국내 최고 석학들이 모인 인재육성기관 '건명원建明苑'의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누구인가>(공저),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인간이 그리는 무늬>,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등이 있고, <노자의소>(공역), <중국사상 명강의>, <장자철학>, <노장신론> 등의 책을 해설하고 우리말로 옮겼다. 이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 것이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시대의 병病은 뜻있는 개인으로서의 내가 발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는 점에서 공적公敵이다. 게다가 새롭고 위대한 것들은 다 시대의 병을 고치려고 덤빈 사람들의 손에서 나왔다. 이렇게 해서 세상은 진화한다. 이것은 또 나의 진화이기도 하다. 내가 시장 좌판에 진열된 생선이 아니라 요동치는 물길을 헤치는 물고기로 살아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표현된다. 나는 눈뜨고 이렇게 펄떡거릴 뿐이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시대의 병을 함께 아파하고 고치려고 덤빈 사람들이 많은 나라는 강强했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약弱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렇다고 약하면서 강한 척하거나, 약한 부분을 애써 외면하다가는 한번이라도 제대로 살다 가기 힘들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철학하는 삶을 영위해야 할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부정否定~ 버리다

 

철학은 인간의 세계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만든 매우 효율이 높은 장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동안 철학을 추상적인 체계로서의 이론으로만 간주해왔다. 이는 우리 스스로 철학을 생산한 것이 아니라 수입하였기 때문이다. 철학이 생산되는 순간은 그 속에 피 냄새, 땀 냄새, 아귀다툼의 찢어지는 음성들, 바람 소리, 대포 소리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이처럼 철학의 생산 과정에는 역사에 대한 치열한 책임성과 헌신이 녹아 있다. 그동안 우리들이 배우는 플라톤, 데카르트, 칼 마르크스, 니체, 공자, 노자, 정약용 등이 다 그러했다. 철학 수입자들은 창백한 이론을 진실이라고 하지, 울퉁불퉁한 역사와 육체를 진실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들은 사유를 사유하려 들지 세계를 사유하려 들지 않는다. 이와 달리 철학 생산자들은 직접 세계를 사유한다. 사유를 사유하지 않는다.

 

철학을 수입한다는 말은 곧 생각을 수입한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생각을 수입한다는 말은 수입한 그 생각의 노선을 따라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같은 생각의 종속은 가치관뿐 아니라 산업까지도 포함해 삶 전체의 종속을 야기한다. 생각을 수입하는 사람들은 생각의 수출하는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물을 그대로 수용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일을 어려워하게 된다.

 

"철학은 결국 가장 높은 차원의 생각 또는 사유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이론적인 내용의 습득보다는 사유의 활동 혹은 사유의 높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철학을 하는 목적은 철학적인 단편 지식을 축적하는 게 아니라 직접 철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의를 발휘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이를 일상의 범위를 벗어난 아주 생소한 활동으로 치부해버린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제 후퇴냐 아니면 한 단계 더 높은 발전을 향한 도전이냐 하는 기로 말이다.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시선으로 새롭게 무장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부와 명성의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사회, 정치적인 문제까지도 마찬가지다. 지금과는 전혀 다르면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그 시선이 인문적 시선이고 철학적 시선이고 문화적 시선이며 예술적 시선이다. 이 높이에서는 기능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삶에 도전할 수 있다.

창의적인 결과들이 나오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를 살펴보면, 나오는 나라는 끊임없이 창의적으로 발전해가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계속 그런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 창의성과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는 단계에선 이미 나와 있는 것만 습득해 따라한다. 하지만 철학적인 높이로 상승한 단계의 사람들은 어떠할까? 바로 전면적인 부정否定을 이야기한다. 전면적인 부정이 새로운 생성을 기약한다. 새로운 생성은 전략적인 높이에서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자신이 직접 그 길을 여는 일이다.

 

 

선도先導~ 이끌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아무리 철학적 지식이 많아도 '철학'을 하지 못한다면 이는 무용지물이다. 철학적인 시선의 높이에서 주체적으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높이에서 자신의 삶을 끌고 가지 못한다면 이는 철학을 하는 게 아니다. 즉 반복해 말하자면 철학이란 이론이나 지식이 아니라 '활동'이다. 철학적 지식, 그것은 철학이 아니다. 철학은 동사처럼 작동할 때만 철학이다. 자신의 시선과 활동성을 철학적인 높이에서 작동시키는 것이 철학이다.

 

어떤 나라가 문화적일까? 이는 바로 장르를 만들 수 있는 지의 여부로 판가름난다. 장르를 만드는 나라는 문화적 차원에서 움직이고, 장르를 만들지 못하고 수입하는 나라는 아직 문화적이지 않다. 장르를 만들면 그 장르가 새로운 산업이 되어서 경제적인 성취를 이루고, 경제적인 성취가 힘을 형성하여 그 힘으로 앞서나간다. 장르-선도력-선진은 이렇게 연결된다. 장르를 개인 차원에서 말한다면, 그것은 바로 '꿈'이다.

 

독립적 주체들은 대답하는 일에 빠지지 않고 질문을 시작한다. 질문은 '우리'로부터 이탈한 독립적 주체들만이 할 수 있다. 대답에서는 지식이나 이론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뱉어내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질문은 이와 다르다. 질문이 일어나려면 우선 궁금증과 호기심이 발동해야만 한다. 이런 궁금증과 호기심은 남들과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것이다. 인간은 결국 질문할 때에만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고유한 존재가 자신의 욕망을 발휘하는 형태가 바로 질문이다. 그래서 질문은 미래적이고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 대답은 우리를 과거에 갇히게 하고, 질문은 미래로 열리게 한다. 

철학은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항상 시대의 자식으로 태어난다. 모든 철학은 그 시대를 관념으로 포착해서 고도의 추상적인 이론으로 구조화한 체계다. 하나의 철학이 생산될 때에는 구체적인 현실과 추상적인 이론이 함께 붙어 있다. 그런데 그것이 수입될 때는 시대적 맥락은 사라지고 추상적인 이론으로만 들어온다. 그래서 결국엔 철학자가 되지도 못하고 전도사가 되어버린다. 공자, 노자, 헤겔, 칸트 등 전도사 말이다.

반역자는 기존의 것으로 확고히 굳어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으로 인해 이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다. 반역은 기존의 것에 저항하는 것, 이미 있는 것보다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더 궁금해하는 일이다. 아직 오지 않은 곳으로 건너가려는 도전, 이것이 반역의 삶이다. 모든 창의적 결과들은 다 반역의 결과다.

독립獨立~ 홀로서기

 

탁월한 인간은 항상 '다음'이나 '너머'를 꿈꾼다. 우리가 '독립'을 강조하는 이유도 '독립'으로만 '다음'이나 '너머'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이나 '너머'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 불안이 힘들어서 편안함을 선택하면, 절대로 '다음'이나 '너머'를 경험할 수 없다. 이때 불안을 감당하면서 무엇인가를 감행하는 것이 '용기'다. 탁월한 높이의 경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불안을 감당한다.

진인眞人~ 참된 나를 찾다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인격이다. 창의성은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튀어나오는 것이다. 인격이라는 토양에서 튀어나온다. 삶의 깊이와 인격적 성숙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다. 인격의 문제를 매우 길게 제기한 사상가는 바로 장자다. 그는 <장자>의 '대종사大宗師'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참된 사람이 있고 나서야 참된 지식이 있다"

 

장자는 기존의 자기를 살해하고 새로 태어난 자기를 오오라고 했다. 즉 가치관으로 결탁된 자기를 살해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드러날 수 없다. 자기살해를 거친 다음에야 참된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등장한다. 참된 인간을 장자는 '진인眞人'이라고 한다. '무아無我'도 '자신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참된 자기로 등장하는 절차다. 자기살해 이후 등장한 새로운 '나', 이런 참된 자아를 독립적 주체라 한다. 

우리는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지知에 매몰되어 한편을 지키는 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해와 달을 동시적 사건으로 장악하는 명明의 활동성을 동력으로 삼아 차라리 황무지로 달려가야 한다. 이미 있는 것에 편입되어 안정되기보다는 아직 이름도 붙지 않은 모호한 곳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가야 한다. 스스로 불안을 자초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자신의 평생 사명을 "나의 낡은 나라를 새롭게 하겠다"였다고 한다. 나라까지는 못할지라도 나 자신만이라도 새롭게 하자.

절대적 보편 진리는 없다

 

생각의 결과를 배우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철학이다. 정해진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진리를 대하는 태도일 수 없다. 자기만의 진리를 구성해보려는 능동적 활동성이 진리를 대하는 태도다.  이 나라를 걱정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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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패티 맥코드 지음, 허란.추가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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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문화인재관리를 위한 정교하고도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정반대 로 했다. 계속해서 정책을 줄이고 절차를 제거해나갔다. 팀을 만들고 사람을 관리하는 일에서 일반적인 접근 방법은 제품 혁신만큼이나 빨리 구식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파괴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민첩하고도 기민한, 고객 중심의 관리 방법이 필요해진다. 이를 알고 있는 기업이 넷플릭스만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요점에서 벗어나 역효과를 내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일을 하는 새로운 방식, '자유와 책임'

 

이 책의 저자 패티 맥코드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CTO로 14년간 일했다.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함께 독특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설계하고 창조했다. 처음 공개된 후 1,8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실리콘밸리 기업의 지침서가 된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 가이드: 넷플릭스 컬처 데크>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는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기업공개에 참여했고, 퓨어아트리아소프트웨어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볼랜드, 시게이트테크놀로지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직원 채용,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국제 인재관리HR 분야 등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패티맥코드컨설팅을 설립해 글로벌 기업의 인사정책과 기업문화, 리더십에 대한 컨설팅을 한다. 전 세계 그룹과 CEO포럼, 경영대학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 참여'를 강화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식으로 좀 더 활기참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기존의 하향식 의사결정의 지휘- 통제 시스템이라는 방법을 여전히 붙들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베스트 프랙티스'(최고의 성과는 내는 데 통하는 방법)가 넘쳐나게 되었다. 이를테면, 연말고과에 보너스와 연봉을 연동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저성과자에 대한 성과 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저자는 이런 인사 정책이나 시스템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생산적이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더구나 이런 정책들은 인간에 대한 그릇된 가정 하에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직원이 일에 몰두하려면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며,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같은 가정이다. 사실상 이런 가정을 토대로 개발된 베스트 프랙티스는 오히려 직원들의 영향력을 빼앗고 의욕을 꺾는다.

 

 

 

 

어른으로 대접하라

도전에 때해 끊임없이 소통하라

극도로 솔직해져라

격렬하게 토론하라

원하는 미래를 '지금' 만들어라

모든 포지션에서 최적의 인재를 앉혀라

직원의 가치만큼 보상하라

멋지게 헤어져라 

 

어른으로 대접하라

 

"회사가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할 때, 직원들도 어른으로서 행동한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은 '휴가 정책이 없는 정책'이다. 이는 회사 차원의 휴가 정책을 없앴고, 대신 직원들에게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시간을 사용하도록 한 정책이다. 단지 자신의 관리자, 즉 직속 상사와 상의하면 된다. 그 결과 직원들은 여름에 1~2주일 휴가를 가고, 자녀들의 운동 경기를 보기 위해 이따금 하루를 쉬었다. 그럼에도 휴가 사용일은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권한 부여, 즉 직원들이 각자의 시간에 책임을 질 거라고 믿어주는 것이다.

 

"회사의 경비 정책을 없애려고 합니다. 출장 정책도 없앨 겁니다. 회사의 돈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길 원합니다. 회사 자문 변호사들은 경영진에게 이 결정이 재앙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실제 재앙으로 드러나면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이처럼 저자는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회사의 각종 관습을 내다 버리는 것을 좋아했기에, 하루는 직원들 앞에서 위와 같이 말했던 것이다. 이 결정을 통해서도 직원들이 자유를 남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따라서, 회사가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할 때, 직원들도 어른으로서 행동한다. 

 

 

극도로 솔직해져라

 

"진실을 공개적으로, 직접 말하라. '극도의 솔직함'이 회사 전체로 퍼지게 하라"

 

넷플릭스는 비즈니스가 직면한 도전 과제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극도의 솔직함'을 실천했다. 회사는 당면한 어려움을 회사 전체에 공유했다. 시간계획, 평가 지표,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매우 명확히 전달했다. 모든 직원이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회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있다는 데 확신을 갖고 싶었다.

 

저자는 비즈니스가 직면한 문제를 매우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대부분의 회사엔 이런 정보를 회사 전체에 알려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래서 많은 직원에게, 심지어는 모든 직원에게 정보가 알려지지 않을 때가 자주 있다. 회사들은 때때로 중요한 전략을 짜는 일이나 운영상 변화를 미루기까지 한다. 직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다가올 변화에 직원들이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회사에 대한 신뢰를 키운다는 것을 배웠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곳으로 앞서 달리고 있으며, 요구되는 변화를 수용하면서 누구도 잘못 인도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회사가 초기에 겪은 큰 도전은 우편 배달 방식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환하는 일이었다. 솔직한 대화를 통해 회사의 모든 사람이 변화에 대비했다.

 

 

원하는 미래를 '지금' 만들어라

 

"미래에 필요한 인재들을 '지금' 준비하라"

 

팀을 구축하면서 저지를 수 있는 또 다른 실수는 현재 직원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직원으로 성장할 거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스타트업에서 심각한 문제다. 창업자가 초창기 팀에 강한 애착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를 컨설팅할 때, 저자는 자주 그들에게 "회사가 커지면서 부딪히게 되는 '새로운 세계'에서 현재 직원 다수가 유능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들은 보통 "난 그들을 좋아하고, 그들은 열심히 일할 뿐 아니라 진짜 훌륭해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그들이 회사 규모에 맞게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당신은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똑같은 일을 내일 그들에게 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을 위한 당신의 계획은 무엇인가? 등등. 이 문제가 스타트업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긴 하지만 연혁이 얼마나 됐는지와 관계없이 모든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혁신의 속도가 빨라진 오늘날, 이런 시행착오를 거칠 여유가 있는 회사는 없다. 

 

 

모든 포지션에 최적의 인재를 앉혀라

 

"모든 직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앉혀라"

 

넷플릭스는 인재관리에 대해 세 가지 기본 철학을 만들었다. 첫째, 훌륭한 사람을 채용하고 누구를 내보낼지를 결정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다. 둘째, 모든 직무에 그저 적당한 사람이 아닌 매우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아무리 훌륭한 직원일지라도 그의 기술이 회사에 더는 필요치 않다면 기꺼이 작별 인사를 한다.

 

인재관리 측면에서 최고의 관리자였던 존 치안커티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직원을 내보낼 때란 당신이 필요한 기술을 가진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을 데려오는 때입니다. 그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당신이 고성과자를 채용하는 일에 서툴다면 직원을 떠나보내는 일에도 서툴 겁니다. 저것 없이 이것만 잘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이죠" 이런 접근 방식으로 넷플릭스는 나아가야 할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팀을 사전에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직원들의 권한을 인정하고 완고한 정책을 풀어라

 

회사가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구축하고 싶다면 조직 구성원들 스스로가 권한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도록 해야 한다. 권한을 많이 가진 만큼 책임 또한 많이 지겠다는 자세가 확립되니까 말이다. 따라서 '직원들이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들의 권한을 인정하고 회사의 고리타분하고 완고한 정책과 규제를 풀어라. 그러면 회사는 놀랄 만큼 강력한 조직으로 변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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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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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능 신화를 떠받드는 세상에 던지는 설득력 있고 흥미로운 대답이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성공하는 사람을 구분 짓는 특성은 열정과 끈기라는 진리를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의 저자

 

 

성공은 선천적 재능보다 열정과 끈기에 달려 있다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신경생물학 연구로 수석 졸업한 후 마샬 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옥스퍼드대학에서 신경과학 석사학위를, 이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백악관, 세계은행, 미국프로농구협회(NBA)와 미국프로미식축구연맹(NFL) 소속 팀들과 <포천>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성 발달의 연구와 실천을 임무로 하는 비영리 단체인 '캐릭터 랩'의 설립자이자 연구부장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그녀는 고액 연봉을 받는 컨설턴트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자신의 천직임을 깨닫고 모두가 선망하던 자리를 떠나 박봉의 뉴욕시 공립고등학교의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게 된다. 그곳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과 나쁜 학생의 차이점은 단순히 지능지수(IQ)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여러 해에 걸쳐 학생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능이나 성적보다 훨씬 더 중요한 다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심리학을 공부하기에 이른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이자 심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마틴 셀리그먼 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인간의 의지와 자기 절제, 그리고 재능보다 목표 달성을 예측할 수 있는 역량 즉, '그릿'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의지와 자기절제에 대한 10년이 넘는 종단연구는 수많은 학술 저널에 기고되었고, <뉴욕 타임스>, <보스턴 글로브>, <NPR>, <포브스> 등 많은 언론들에서 그녀의 연구를 조명하기 시작하면서 유명세에 올랐다. 결국 그 독보적인 연구를 인정받아 2013년 맥아더 펠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상은 맥아더재단이 1981년부터 매년 창의적이고 미래의 잠재력이 큰 인물 20여 명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일명 '천재에게 주는 상'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그녀의 연구가 담긴 첫 번째 저서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제1부(그릿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선천적 재능'을 숭배하는 우리의 성향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공의 조건은 노력의 양과 좌절에 대응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고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력과 끈기를 견지하지 않으면 위대한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2부(포기하지 않는 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는 스스로 그릿을 기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릿은 타고나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 학습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열정' 즉, 관심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둘째는 관심사를 남다른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질적으로 다른 '의식적인 연습'을 하는 것이다. 셋째는 더 높은 목표의식을 갖는 것으로, 이타심이 그릿의 기초가 되는 동기임을 이야기한다. 넷째는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 다시 말해 스스로 희망을 품는 것이다.

 

제3부(내면이 강한 아이는 어떻게 길러지는가)에서는 부모나 교사들에게 아이들의 그릿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무력감이 학습되는 것처럼 낙관성 역시 학습될 수 있다는 마틴 셀리그먼의 유명한 연구를 들려주며 그릿도 같은 특징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릿을 길러주는 현명한 양육방식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릿을 키워주는 데 꼭 필요한 공부 외 활동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릿, 성공의 필요조건

 

분야에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은 굳건한 결의를 보였고 이는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단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도 알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 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이 있었다.

 

 

왜 재능이란 말에 현혹될까?

 

"재능은 우리가 성공한 운동선수에게 붙이는 가장 흔한 비전문가적 설명일 것이다. 우리는 마치 재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경기 성적이라는 표면적 현실 뒤에 존재하고 있어서 최고 선수와 나머지 선수들을 구별'해주는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위대한 선수들을 나머지 우리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특별한 재능과 신체적, 유전적, 심리적, 생리적인 '인자'를 타고난 축복받은 존재처럼 바라본다. '재능'이 있는 선수도 있고 없는 선수도 있다. '재능을 타고난' 선수도 있고 아닌 선수도 있다"

 

이는 사회학자 댄 챔브리스의 말이다. 저자 또한 챔블리스의 관찰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운동선수나 음악가 등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놀라운 성과를 어떻게 냈는지 설명할 수 없으면 이내 포기하고 "재능이네! 그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서 경험과 훈련만으로 통상적인 범위를 훌쩍 넘는 탁월한 수준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었는지 쉽게 이해가 안 될 때 자동으로 '타고났다'는 분류를 한다.

 

챔블리스는 위대한 수영선수들의 전기를 통해 그들의 궁극적 성공에 기여한 만은 요소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재능이 눈부신 기량을 완벽히 설명해준다는 가정은 틀린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되기도 한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 중계방송이 최고의 선수를 볼 유일한 기회이거나 매일 훈련하는 모습은 보지 못한 채 경기만 봤다면, 성공의 이유를 재능으로만 설명하기 쉽다"

 

 

성공은 끝까지 해내는 것이다

 

그래미상을 수상한 음악가이자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던 윌 스미스도 재능과 노력, 기술, 성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 과거에 그는 "내가 특별히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남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어리석고 지독해 보일 정도의 근면성을 가진 것입니다" 그가 보기에 성공은 곧 끝까지 해내는 것이었다.

 

"나와 함께 러닝머신에 올라간다면 그 사람이 먼저 기권하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정말로요"

 

1940년 하버드대학교 연구자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건강한 청년의 특성'을 알아냄으로써 '사람들이 보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도록 돕겠다는' 연구 목표를 구상하고, 하버드대학교 2학년생 130명에게 최대 5분 동안 러닝머신에서 뛰라고 요청했다. 러닝머신의 경사를 높이고 속도를 최대로 설정해서 학생들은 보통 4분밖에 버틸 수 없었다. 겨우 1분 30초를 버틴 이들도 있었다.

 

이 러닝머신 실험은 학생들이 신체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치게 고안됐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기준 체력보다 힘들게 러닝머신을 설정함으로써 '지구력과 의지력'을 측정해냈다. 그들은 러닝머신에서 힘겹게 달린 시간이 피험자의 유산소 능력과 근력뿐 아니라 '스스로 를 다그칠 용의 또는 너무 고통스러워지기 전에 중지하는 경향'과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 조지 베일런트라는 정신과 의사가 러닝머신 실험에 참가했던 이들을 추적 조사했다. 이제 60대가 된 피험자들은 대학 졸업 후부터 2년에 한 번씩 연구자들에게 연락을 받았고, 그간 그들이 작성한 설문지, 서신, 심층면접 기록 등 온갖 자료가 하버대학교에 개인별 폴더로 보관되어 있었다. 연구자들은 각 피험자의 수입, 승진, 병가, 사회 활동, 자기보고 방식으로 측정한 직장과 가정에서의 만족도, 정신과 치료 경력, 신경안정제 같은 감정 조절 약물 사용 경력까지 기록해두었다. 베일런트는 그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성인기 전반의 심리적 적응도를 추정했다.

 

그 결과 20세에 러닝머신에서 달린 시간은 성인기의 심리적 적응을 예측해주는 신뢰할 만한 변인으로 밝혀졌다. 베일런트와 그의 팀은 피험자가 러닝머신에서 달린 시간을 결정짓는 변인이 그들의 청년기 체력상태이며, 변인이 러닝머신에서 달린 시간이 아니라 청년기의 체력일 가능성도 고려했다. 하지만 기준체력의 차일를 고려해 계산해도 '러닝머신에서 달린 시간과 정신 건강 간에는 여전히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윌 스미스가 중요한 사실을 지적했던 것이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달릴 때는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시련에 강하려면

 

죽을 만큼의 시련이 사람을 강하게 만들지만 때로는 약하게 만들기도 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각각 어떤 경우에 그러한가? 힘든 싸움이 희망으로 이어질 때는 언제이며, 무력감으로 이어질 때는 언제인가?

 

몇 년 전 스티브 마이어는 학생들과 함께 한 가지 실험을 구상했다. 40년 전에 그와 마틴 셀리그먼이 했던 것과 거의 똑같은 실험이었다. 한 집단의 쥐들은 전기 충격을 받았지만 앞발로 작은 핸들을 돌리면 다음 전기 충격이 가해질 때까지 전류를 차단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집단의 쥐들은 첫 번째 쥐들과 동일한 강도의 전기 충격을 받았지만 전기가 얼마 동안 흐를지 통제할 수 없었다.


원래 실험과의 결정적 차이는 새로운 실험에서는 쥐의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생후 5주인 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또한 두 번째 차이는 쥐들이 완전히 성체기에 접어든 5주 뒤에 이 실험이 미친 영향을 측정했다는 점이다. 5주 뒤에 두 집단의 쥐들에게 다시 전기 충격을 가했지만 쥐들이 전류를 차단할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쥐들을 새로운 환경에 풀어놓고 탐색 행동을 관찰했다.

 

마이어의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청소년기에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전기 충격을 경험하고 성체기에 한 번 더 같은 충격을 받은 쥐들은 겁먹은 듯한 행동을 보였다. 이상할 것 없는 결과였다. 그 상황에 놓인 다른 쥐들처럼 무력감을 학습한 것이었다. 그에 반해서 청소년기에 전기 충격을 통제할 수 있었던 쥐들은 모험심이 더 강한 쥐로 성장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성체기에 와서 마치 학습된 무력감에 대비한 예방주사라도 맞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렇다, '회복력이 강한' 이 쥐들은 성체기에 통제할 수 없는 전기 충격을 받아도 무력하게 있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어린 쥐에게 닥친 죽지 않을 만큼의 시련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을 때만 강인한 어른 쥐로 성장시켰다.

 

 

엄한 사랑과 괴롭힘의 차이

 

엄한 사랑괴롭힘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그 차이는 무엇인가?

 

스티브 영(쿼터백, NFL MVP기록 보유자)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결정이 제 몫임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저더러 당신과 같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는 먼저 아이에게 '네가 내 말대로 행동하게 하려는 것도, 너를 통제하거나 나처럼 만들려는 것도, 내가 했던 대로 하라는 것도, 내가 못한 일을 대신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아버지는 당신이나 당신의 필요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진즉에 보여주셨어요. 진심으로 '내가 가진 전부를 네게 주겠다'는 자세였어요"

 

"엄격한 사랑은 부모의 이기심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스티브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게 결정적이라고 봅니다. 자식을 통제하기 위한 엄한 사랑이라면 자식이 알아챕니다. '우리는 네가 성공하는 모습만 보면 된다. 우리보다 네가 우선이다' 부모님은 그걸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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