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사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7
로버트 C. 앨런 지음, 이강국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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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는 사회과학의 여왕이다. 경제사의 주제는 애덤 스미스의 위대한 저작의 제목인 '국부의 본질과 요인(국부론)'이다. 국부의 요인을 경제학자들은 시간을 초월하는 경제 발전 이론들에서 찾지만, 경제사가들은 역사적 변화의 동적인 과정에서 찾는다. 경제사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 왜 어떤 나라는 부자이고 다른 나라는 가난한가?-이 다루는 범위가 전 세계로 확장된 이래 경제사는 특히 흥미로워졌다. 50년 전 그 질문은 '산업혁명은 왜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났는가?'였다. 그러나 중국, 인도, 중동에 관한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문명들의 내재적인 동학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는 경제 성장이 아시아나 아프리카가 아니라 왜 유렵에서 시작되었는지 물어보아야만 한다. - '대분기' 중에서

 

 

왜 어떤 나라는 부자이고 다른 나라는 가난한가?

 

이 책의 저자 로버트 C. 앨런은 1947년생으로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 경제사 교수로 재직중이다. 영국왕립학술원 회원. 2012~13년 미국경제사학회 회장 역임했다. 저서로 <세계적 시야에서 본 영국 산업혁명THE BRITISH INDUSTRIAL REVOLUTION IN GLOBAL PERSPECTIVE>(2009) 등이 있다.

 

우리는 과거 500년을 세 개의 시기時期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1500년에서 1800년 사이의 중상주의 시대(mercantilist era)이다. 이 시대는 통합된 세계 경제를 만들어낸 콜럼버스다 가마의 항해로 시작되어 산업혁명으로 끝이 났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여 은, 설탕, 담배를 수출했다. 아프리카인들은 노예가 되어 아메리카로 끌려가 이 상품들을 생산했다. 아시아는 향료, 옷감, 도자기를 유럽에 수출했다. 유럽 강대국들은 식민지를 획득하고, 유럽의 제조업은 식민지의 희생을 대가로 발전했지만, 경제 발전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었다.

 

두 번째는 19세기 추격(catch-up)의 시대이다. 1815년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했을 즈음, 영국이 산업을 선도했고 다른 국가들을 경제에서 압도했다. 서유럽과 미국은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4가지 표준적인 정책 묶음으로 이를 이룩하고자 했다. 즉 국내의 관세 철폐와 교통 인프라 건설로 전국적인 통합 시장 창출, 영국으로부터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에 대한 관세 적용, 통화 안정과 국내 산업의 투자재원 확충을 위한 은행 면허 부여, 노동력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대중교육 확립 등이 바로 이것이다. 서유럽과 북아메리카는 성공적이었기에 영국과 함께 선진국 클럽이 되었다.

 

세 번째는 20세기 빅푸시(Big Push)이다. 이전의 서유럽, 특히 독일과 미국에서 성공적이었던 정책들이 20세기엔 아직도 발전되지 못한 국가들에겐 덜 효과적이었다. 대부분의 기술은 선진국에서 발명되는데, 더욱 더 비싸지는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자본을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 신기술은 저임금 국가에서는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지만,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 기술을 어느 정도 도입했지만, 선진국들을 따라잡을 만큼 급속하게 도입하지는 않았다. 

 

 

   

 

 

산업혁명

 

산업혁명(대략 1760년부터 1850년까지)은 세계사의 전환점이었다.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급격한 단절이 아니라 초기 근대 경제 전환의 결과였다. GDP가 8~10퍼센트씩이나 성장했던 최근의 성장 기적을 기준으로 보면, 1760년 이후 100년간의 경제 성장률(연 1.5퍼센트)은 매우 낮은 것이었다. 그러나 영국은 선도자로서 세계의 첨단기술을 계속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여 소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이것이 오늘날 대중의 번영을 가져왔던 것이다.

 

기술 변화가 바로 산업혁명의 동력이었다. 증기기관, 면방적기와 면방직기, 그리고 석탄을 사용해 철강을 제련하는 발명들이 나타났다. 또 모자, 핀, 못 등처럼 노동생산성을 상승시킨 여러 가지 단순한 기계들도 등장했다. 19세기의 기술자들은 18세기의 기계 발명을 전반적으로 더욱 확장했다. 증기기관은 철도, 선박에 의해 운송 분야에,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류도 초기의 방적기를 넘어 산업 전반에 적용되었다. 

 

과학의 발견들은 유럽 전역에 알려졌고, 자연철학에 대한 상류층의 관심은 보편적인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화적 발전으로는 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는지 설명할 수 없다. 대신 산업혁명에 대한 설명은 영국의 독특한 임금과 가격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고임금과 값싼 에너지에 기초한 영국 경제에서는 기업들이 산업혁명을 일으킨 혁신적인 기술을 발명하고 사용하는 것이 이익이 되었다.

 

 

기술 진보의 거시경제적 특징

 

당시의 연구개발은 대부분 오늘날 선진국인 국가들에서 행해졌다. 이들 국가는 수익성이 있다고 예상되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따라서 이 국가들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새로운 제품과 과정은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선진국의 높은 임금은 자본의 사용을 증가시켜 노동을 절약하는 제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진보를 촉진하는 연쇄 순환을 낳았다. 높은 임금이 더욱 자본집약적인 생산을 촉진했고, 이는 또한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선순환이 선진국에서 소득이 증가한 기초가 되었다.

 

서구 선진국들은 더 높은 임금이 노동절약적인 기술의 개발로 이어지고 이 기술을 사용하면 노동생산성과 임금이 상승하는 발전의 궤적을 경험해왔다. 이러한 사이클은 반복된다. 오늘날 가난한 국가들은 엘리베이터를 놓쳐버렸다. 이들 국가에서는 임금이 낮고 자본비용이 높아서, 낡은 기술로 생산을 해야 하고, 따라서 소득이 낮다. 산업의 역사는 이러한 법칙의 사례들을 제공한다.

 

 

왜 미국 경제가 멕시코 경제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을까?

 

이에 대한 유력한 해석은 미국의 제도가 '질이 좋았던' 반면, 멕시코의 실패는 멕시코의 제도가 '질이 나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제도가 문제였을까? 미국은 영국식 재산권 제도, 삼권분립 및 견제, 평등주의, 민주주의, 자유방임정책 등으로 멕시코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반면 멕시코는 토착민들의 토지 공동 소유, 극심한 사회적/인종적 불평등, 식민지 유산의 특징을 영속화하는 정치 체제 등이 불리한 점이었다.

 

미국과 멕시코는 왜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을까? 읽고 쓰는 능력과 계산 능력에 대한 수요가 식민지 시기 멕시코에 비해 식민지 시기 미국에서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이는 북아메리카의 식민지가 고유 산품 경제였고, 그곳의 정착민들은 그들의 생산품 중 많은 부분을 판매하여 영국의 소비재를 구입하고 유럽의 생활수준을 달성하고자 기대했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능력은 상업 활동을 촉진했다. 반대로 멕시코의 토착 인구는 상업적으로 훨씬 덜 적극적이었고 따라서 이러한 능력의 쓸모가 덜했다.

 

 

무엇이 경제 성장을 결정할까?

 

책의 저자는 영국, 서유럽, 미국,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일본, 소련, 중국 등 전 세계 경제성장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는 지리, 제도, 문화 등의 근본적인 요인들이 마땅히 경제 성장의 배경이지만 기술의 진보, 세계화, 경제 정책 등이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경제 성장을 제대로 알려면 세계사라는 역사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판단을 내리고 싶다. 세계경제사가 궁금한 모든 이에게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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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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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책임과 통제, 자기 규율이 전제가 되어야만 한다. 험한 대가를 치러야 하더라도 나는 끝까지 자우로운 사람으로 남고자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실감처럼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 - '서문' 중에서

 

 

진정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책의 저자 임경선은 1972년생으로 물병자리에 AB형이다. 5살 때부터 17살 때까지의 유년 시절을 일본, 미국, 포르투칼, 브라질 등 남미와 유럽 등지를 옮겨 다니며 살면서 무국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자아가 형성되었다. 서강대학교와 일본 도쿄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후 호텔, 음반사, 인터넷회사, 광고대행사, 잡지사 등의 다양한 회사를 거치며 10여 년간 마케팅 매니저로 활동해왔다. 

 

서른 살을 기점으로 여러 일간지와 잡지에 연애와 커리어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캣우먼'이라는 닉네임으로 MBC 라디오 <김C스타일>과 <세상을 여는 아침>, EBS 라디오 등에서 연애와 인생 상담을 하기도 했다. 현재 메트로, 스포츠서울, 마리끌레르, 한겨레21 등에 고정칼럼을 연재 중이다. 아이디가 '배트맨' 인 남자를 만나 3주만에 청혼을 받고, 100일 만에 결혼했다.

 

2002년에 칼럼집 <러브 패러독스>를 냈고, 또 <캣우먼의 발칙한 연애 관찰기>, <연애본능>,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 장편소설 <어떤날 그녀들이> 등의 책을 썼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 수국, 온천, 치즈, 조지아 오키프, 보사노바를 좋아하고 하드록, 언더문화, 갑을관계, 유교사상을 싫어한다.

 

책은 작가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글을 쓰게 된 후 있었던 일들, 글을 쓰면서 겪은 다양한 일상과 희로애락에 대해 풀어간다. 그녀는 회사원으로 십 년 넘게 살아오다 네 번째 재발한 갑상선암으로 출퇴근을 할 수 없었기에 차선으로 선택한 글쓰기이지만 재능과 노력, 그리고 운이 더해져 그녀의 글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행복과 욕망

 

행복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 느끼는 감정이겠지만, 행복은 욕망의 정도에 따라 그 유효기간이 결결정되는 것 같다. 즉 평소 갖고 싶던 반지를 생일선물로 받은 아내는 한동안 행복감에 젖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창 모임에서 만난 대학 친구가 내미는 손에 기고 있는 반지가 이보다 더 멋지다면 그 유효기간은 짧아진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과 욕망은 옆에서 각자 따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욕망과 행복은 둘 다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욕망은 욕망대로 최대한 노력해서 추구하는 근력도 필요하고 행복은 행복대로 너그럽게 감지하는 촉도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욕망을 위해 행복을 포기할 필요도, 행복해지기 위해 욕망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솔직하다는 것

솔직함이란 감정에 따라 일어난 생각을 숨기지 않고, 타인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성향이다. 그리고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솔직함은 사람과 사람을 보다 깊은 곳에서 연결해준다. 상대로부터 제대로 이해받고 있다고 느낄 때 드는 안도감과 충족감. 이런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는 서러에게 깊은 친밀감을 가진다.

 

솔직해짐으로써 타인의 비난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을 억누르면서 스스로를 미워할 것인가. 가급적이면 전자였으면 좋겠다. 독립된 개개인이 솔직해질 수 있는 힘을 가지기를 바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들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확고한 가치관 위에서 심플하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연애소설을 쓰는 여자들

현실에서 누군가를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면, 적어도 플라토닉 사랑이라도 소중히 품고 있어야 한다. 혹은 과거에 느꼈던 열정의 불꽃이 아직가지 꺼지지 않아 지금도 그 느낌을 세밀하게 복기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또한 그녀들은 사랑에 바지면, 그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기록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기에 그에 관한 글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터질 것 같은 감정을 글로 적절히 소화시켜주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러고 보면 연애소설을 쓰기 가장 좋은 때는 연애가 막 끝났을 때인 것 같다. 열정의 기운도 여전히 남아 있고, 이별 상처로 감각은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있다. 직업 작가라면, 격한 슬픔의 감정이 글을 저절로 쓰게 만들어줄 것이다. 소설을 쓰는 일은 유일하게 연애를 하는 일 만큼의 자극과 충족감을 주는 행위다.

 

연애소설을 쓰는 것만이 실제로 연애하는 상태를 대신한다. 그러니 결국엔 나를 포함한, 사랑에 탐욕적인 여자들이 끝까지 연애소설을 써나가게 될 것이다. 위험하든 아니든 일단 살아야 하니까.

 

 

그 사람을 잊지 못할 때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세상에는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있는 것이다. 혹은, 세상에는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긴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싫은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이 이별의 고통을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몸을 움직여보는 것.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 평소대로 규칙적안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것. 이런 행동들은 나를 추수르고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이별의 고통을 서서히 극복할 수 있게 돕는다. 시간을 아군 삼아 버티는 일이 상처 입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이다. 그러는 동안 비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친다.

 

 

양자택일의 문제

일 A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그럭저럭 잘하지만 크게 보람은 못 느끼는 일

그렇다고 버리기엔 그동안 해온 게 있으니 좀 아까운 일

 

일 B

내가 하고 싶은 일, 꿈의 일

재미있어 보이는 일

막상 하면 적성에 맞을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 

 

아무튼 일은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 말고는 결코 그 적성도를 알 방법이 없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무리를 해야 기회가 열린다. 추진 동력을 가지려면 그 일을 해보고 싶다는 간절함 이상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은 이것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느껴야 한다. 기회와 타이밍도 제한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감안해야 겨우 B를 꿈꿔볼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냉혹한 현실의 모습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쓰는 일

 

아이는 어쩌면 그저 이 세상에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할 도리는 다한 것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첫 삼 년 아가 시절의 사랑스러움으로 이미 평생 할 효도는 다 했다고도 한다. 아무튼 아이는 존재 자체가 기쁨이고, 순수한 행복이라는 감정을 가장 자주 느끼게 해준다.

 

가령, 아침에 딸아이가 등교할 때 같이 손잡고 초등학교까지 걸어가는 그 십오 분이 하루 중 가장 순수하게 행복한 시간이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 하루를 시작하는 설렘, 어린이들이 만들어내는 흥겨운 소음, 희망을 약속해줄 것만 같은 환한 햇살 그리고 꼬옥 잡은 두 손. 소설가 오르한 파묵<다른 색들>이란 에세이집에서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인생

 

간혹 어떤 사람들에게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대로 나 혼자 늙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내 아이, 내 가족이 없으면 노후가 외로울까 봐, 혼자 죽어갈까 봐 두렵다. 하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노후엔 결혼 여부, 자식 유무를 막론하고 모두가 공평하게 불안하고 외롭고 서럽고 혼자 죽어간다. 가족으로 보장받는 것은 무엇 하나 없다.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는 삶. 결혼해도 아이를 가지지 않는 삶. 결혼하지 않고 연애만 자유롭게 하는 삶. 결혼하지 않고 혼자를 누리는 삶. 동성 친구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삶. 현재로서는 그 어떤 방식도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단지 선택하는 이가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에 달린 것이다. 

 

 

글을 쓰게 된 계기

 

"삶은 할 일로 채워지는 것이지 안정과 성취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 관념이다"

- <한겨레> 칼럼, 여성학자 정희진

 

멈추고 만족하며 안주할 수 있는 지점은 애초에 어디에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던 저자는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 와서 글을 쓰게 된 계기 따위, 작가의 출신 대학만큼이나 하등의 의미가 없었다. 계기가 그럴싸하게 들리지 않아도, 이쪽 일로 넘어오게 된 애초의 목적이 불순했더라도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의 페이스를 지켜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깊은 글을 가급적 오래도록 써나가는 일, 오로지 그것만이 누가 뭐래도 설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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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무엇에 집중하는가 - 성장 기업의 세 가지 조건
신경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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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DNA들이 성장하는 기업과 몰락하는 기업을 가르는 구분자가 되는 것일까? 일본 기업들의 연구 보고서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기업을 관찰한 결과 필자는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 변화의 수용, 방향의 공유, 리더의 사명, 이 3가지 요소가 기업이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 때, 그 난관을 뚫고 나가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성장하는 기업의 보이지 않는 에너지

 

책의 저자 신경수는 20년 경력의 HR 전문가로, HR 전문 컨설팅 업체인 지속성장연구소의 대표다. 이 연구소는 침체된 조직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성장 해법과 대안을 제공하는 교육 전문 기관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20년 넘게 조직개발과 조직관리를 해온 그는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관찰해오면서 깨달은 노하우와 문제해결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는 20대 시절 일본의 선진화된 마케팅 기법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로 유학가서 그곳에서 일본 기업들의 성장 비밀이 정교한 조직력에 있음을 깨닫고 HR로 진로를 바꾸어 사람과 제도를 공부했다. 10년간의 경험을 살려 2006년부터 일본 최대 조직개발 전문 기업 RMS(RECRUIT MANAGEMENT SOLUTION)의 한국 법인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를 맡아 다양한 사례를 국내 기업에 접목시키는 일을 해왔다.

 

지은 책으로 <5 QUESTIONS, 성장하는 조직의 다섯 가지 질문>와 이 책 <그들은 무엇에 집중하는가>, 옮긴 책으로는 <무엇이 그들을 움직였을까>, <일본 기업의 3단계 인사 전략>, <일본의 지속적 성장 기업> 등이 있다. 그리고 HR전문지인 월간 <인재경영>에도 10년 동안 꾸준히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중이다.

 

'한 곳에 고여 있는 물'은 썩는 것처럼 외부 자극이 없는 조직이나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만다. 이 책은 위기 속에서도 지속성장을 하는 기본 조건이자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세 가지 요소인 '변화의 수용, 방향의 공유, 리더의 사명'에 초점을 맞춰 조직문제와 조직관리의 해법을 제시한다.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의 공통점인 이 세 가지 요소는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자 조직관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혁신의 진정한 의미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 이를 혁신기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아무것도 전혀 없던 무無에서 전혀 새로운 유有를 만든 경우는 없다. 소위 혁신기업이라고 부르는 난타, 카카오톡, 배달의민족 모두가 전혀 없던 무에서 유를 만들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조건부 판매' 정책도 전혀 없었던 정책은 아니었다. 이미 다른 업종에서는 많이 시행하고 있었던 정책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어낸 아이디어에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남들이 가볍게 보아 넘겼던 성공요소들을 이들은 그냥 보아 넘기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시대적 상황을 철저히 고려하여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멀린스 교수가 제시한 5가지 기준에 넣어 버무리고 다듬어서 재탄생시켰기에 성공한 것이다.

 

"혁신은 '시대에 뒤진 구매나 사용 체험', '비용 카테고리 중에서 불필요한 부분', '고객의 심각한 재무적 리스크', '나태하거나 의욕을 잃은 직원', '제품이나 서비스의 악성 부작용' 중에 어느 하나를 제거했을 때 비로소 생겨나기 시작한다" - 존 멀린스 런던경영대 마케팅학과 부교수

 

따라서, '혁신적 사고'라는 이름에 얽매어 세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일은 정말 어리석인 짓이다. 창조는 기존의 것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가공하는 것일뿐 세상에 전혀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들은 지금 당장 고객이 느끼는 결핍이나 원하는 요구가 무엇인지부터 찾아보아야 한다.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라

이석형 전 함평 군수가 나비축제를 기획했을 때도 군수의 제안을 반대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던 것이다. 나비도 없을뿐더러, 설령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시골에 그런 곤충 몇 마리 보려고 오는 사람은 절대 없을 거라고 모두가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군수는 'Out of Box'라고 생각하고 성공의 길을 만들었다. '없으면 가져오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제주도에서 나비를 공수해 오고, 이를 알리기 위해 유명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서 지역축제 분위기를 조성한 끝에 지금은 세계적인 축제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조직의 미래는 바로 이런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남이 해놓은 것을 보고는 "이걸 누가 못해!"라고 말하지만, 처음 이런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정주영의 물막이공법'이나 '콜럼버스의 달걀'도 바로 이런 케이스다. 하지만 그들은 과감하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자 밖으로 나감으로써 위대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혁신은 바로 이런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다. 

 

 

매력적인 회사를 만들기 위한 경영자의 자세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조직문화는 무엇일까? 우선 경영진이 지녀야 할 기본 자세에 관해 얘기하자면, 크든 작든 간에 조직의 경영자는 최고의 인재들이 일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회사가 직원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 경영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내가 고용해서 쓰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직원들에게 선택을 받았다'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나와 나의 조직이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직원들이 매력을 느끼는 회사, 직원들이 호감을 갖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에 호감을 느끼고 매력을 갖게끔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조직문화'~ 인간미가 넘쳐야 한다

둘째, '사업의 가치'~ 사회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셋째, '근무환경의 개선'~ 급여와 복리후생을 포함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지속성장을 막는 4가지 장벽

 

조직이 탄생하여 성장, 성숙해 나가는 단계를 기업가 단계, 공동체 단계, 공식화 단계, 정교화 단계로 분류해 볼 때 대부분의 문제가 이 4가지 단계로 이전하는 단계별 직전, 직후에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업가 단계'에선 창립자 자신이 실무 활동에 주력하며서 회사의 사활을 건다. 따라서 조직은 비공식적이다. 이 단계에서 중시하는 것은 창업자의 창조성과 혁신성이다. 초기 게임회사는 대부분 이런 경우다.

 

'공동체 단계'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명확한 조직의 목표와 방향성이 제사되고, 권한의 계층 구조와 분업체계가 확립되는 단계이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구성원은 자신이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로 인해 구성원들은 조직의 일에 대한 참여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때 창업자의 권한이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공식화 단계'로 접어든다. 이 단계에선 규칙과 순서, 통제 시스템이 도입된다. 비공식적인 의사소통은 줄어들면서 정형화된 시스템을 갖추어간다. 경영자는 전략 수립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현장 관리는 중간관리자에게 위임한다. 경영자와 현장을 연결하는 조직관리의 구조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간관리자의 책임과 부담이 커지면서 혁신을 꺼려하는 환경에 놓일수 있다. 이를 관료적 형식주의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정교화 단계'로 진입하려면 지나친 관료적 형식주의를 해결해야 한다. 사업과 업무를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협력 관계의 구축, 조직을 벤처 조직으로 분할하는 등 새로운 가치관을 재구축하고 권한이양을 추진해야만 가능해진다. 이때 새로운 조직체계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우리와 맞지 않다'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거대 공룡 조직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 가급적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노마드 정신이 필요한 단계이다.   

4가지 성장통을 각각 살펴보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단계별 장애물을 극복하고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과 도중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기업들 사이에는 혼魂의 유무가 있더라는 것이다.

 

즉 창업자의 혼이 조직의 근간에 흐르는 기업의 경우 다소 어려운 길을 걷기는 해도 결국에는 이 모든 장애물을 극복해간 반면, 혼이 사라진 기업의 경우 단계별 장벽에 어김없이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삶의 방향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열쇠라고 생각했던 혼이라는 것이 기업 경영에도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임원에겐 '안전지대가 없다'

마땅히 실력으로 임원의 자리에 올라야 하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변수에 의해 임원 자리에 오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느 쪽이 되었든 임원에게는 "안전지대가 없다"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적인 이해보다는 공적인 이해를 먼저 생각하고, 자신이 이끄는 부서의 단편적인 면만 보기보다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조직의 전체 틀을 생각하는 사고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상사의 고충을 이해하라

 

불편한 상사와의 관계로 인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런 고민에 관해서는 먼저 팀장 또는 본부장 등과 같은 직책이 갖고 있는 무게와 책임감을 이해해야 한다. 보직을 맡게 되면 위로부터의 기대치를 전달받게 되는데 사람들은 이에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 심한데 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일반 직원들은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팀장이 되고 난 후 처음에는 '우리 팀원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알아주겠지' 하는 기대감을 갖지만, 이런 기대는 얼마 안 있어 실망으로 변하고 심하면 분노로 바뀌게 된다. '나는 이렇게 죽어라 일하는데 왜 멤버들은 희희낙락하며 주말에 놀러갈 생각만 하는 거지? 팀 실적에 대한 고민을 왜 나만 해야 하는 거지?'와 같은 실망과 분노를 느끼며 미친 듯이 자기 일에만 매달리는 행동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뭘 도와드릴까요?'라고 위로 섞인 말을 건넨다면, 자연히 불편했던 관계는 봄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잘 나가는 기업의 특징

 

1. CEO가 바라보는 목적지를 구성원 모두가 같이 바러본다

2. 조직의 상층부에 속한 사람들의 책임감이 매우 높다

3. 현재는 물론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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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논어 읽기
양병무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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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읽으면 읽을수록 삶의 지혜가 무궁무진함을 느낀다. 논어의 매력에 심취되어 논어를 1,000번 이상 읽은 경영자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지혜의 광맥인 논어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우선 핵심이 되는 내용 50개 정도를 목표로 했다. - '머리말' 중에서

 

 

논어에서 배우는 지헤와 리더십

 

책의 저자 양병무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미국 이스트웨스트센터 연구위원,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리더십학회 부회장, 대통령 자문 일자리위원회 위원, 숙명여대 초빙교수,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원장, 서울사이버대학교 부총장, 재능교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천년제국 로마에서 배우는 리더십과 자기계발의 지혜' 과정을 개발하여 10여 년 동안 강의를 했으며, 지금은 인천재능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고, 한국선진화포럼 특별위원과 사단법인 행복나눔125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베스트셀러인 <감자탕교회 이야기>, <주식회사 장성군> 등을 비롯하여 총 30 여권의 책을 발간했다.

 

책은 '평생학습', '직업정신', '리더십', '인간관계', '삶의 원칙' 등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평새학습)에선 배우고 익히는 학습의 기쁨을, 제2장(직업정신)에선 극기와 한 우물 파기 등을, 제3장(리더십)에선 솔선수범, 섬기는 정신, 후계자 양성 등 리더십에 관한 덕목을, 제4장(인간관계0에선 장점을 살펴라, 진심으로 대하라, 역지사지 등을, 마지막으로 제5장(삶의 원칙)에선 현대인의 삶의 자세를 소개하고 있다.

 

 

 

 

한 우물을 파라

 

공자의 제자 중 칠조개란 인물이 있다. 그는 공자보다 11살 연하이니 제자들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듯하다.  그는 신분이 미천해 뒤늦게 공자학단에 입문한 늦깍이 제자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논어에 자주 등장하는 제자들에 비해 그는 딱 한 번 논어에 등장한다. 당당하게 주연급으로. 그 스토리는 이와 같다.   

 

그 시절 공자의 추천은 정계로 나가는 관문이었다. 공자의 추천은 그만큼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공자 자신을 등용하는 제후는 없었지만 제자들은 스승의 추천을 통해 관리로 나아가 뜻을 펼 수 있었다. 당시에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 관리로 나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그래서 칠조개를 관리로 추천했는데 그는 스승의 제안을 겸손하게 거절한다.

 

오사지미능신(吾斯之未能信)
저는 아직 벼슬하는 일에 자신이 없습니다.

 

제자의 말을 듣고 공자가 기뻐했다. 다른 제자들은 이미 공자의 추천으로 관리의 길로 나아가 성공하고 있었다. 칠조개는 벼슬 대신에 학문의 길을 걷기를 원했다. 모든 사람이 관리가 되는 것보다는 비록 소수지만 자기라도 학문의 길을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공자가 그를 관리로 추천했다는 것은 그가 역량을 갖추었고 능히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역량은 공자 사후에 8개의 유가학파가 생겨나는데 칠조파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그만큼 학문의 길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요즈음 정치판에 등장하는 교수들이 제법 있다. 이들을 일컬어 폴리페서'라고 부른다.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인 셈이다. 교수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학문의 길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고난을 기회로 활용하라

 

세상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마나한 사람, 없는 편이 나은 사람'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논어 속에선 사람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공자는 사람을 4단계로 구분한다. 깨달음의 정도에 따라. 아래와 같다.

 

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 ~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

학이지지자學而知之者 ~ 배워서 아는 사람

곤이학지자困而學之者 ~ 고난을 통해 배우는 사람

곤이불학자困而不學者 ~ 고난을 겪고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

 

성공한 인물들은 겉보기와 달리 크고 작은 고난의 과정을 가슴 속에 간직한 경우가 많다. 우리들의 인생은 광야를 지나면서 단련을 받는다. 옛말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그래서 탄생한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일화를 들어보면 누구나 소위 '물 먹은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시련의 세월을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극복했기에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승자와 패자'

 

승자는 실수했을 때 '내가 잘못 했다'고 말하지만, 패자는 실수했을때, '너 때문이야'라고 한다.

승자의 입에는 솔직함이 가득하고, 패자의 입에는 핑계가 가득하다.

승자는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하지만, 패자는 '예'와 '아니오'를 적당히 한다.

승자는 넘어지면 일어나 앞을 보고, 패자는 넘어지면 뒤를 본다.

승자는 구름 위에 뜬 태양을 보고, 패자는 구름 속의 비를 본다.

승자는 넘어지면 일어서는 쾌감을 알지만, 패자는 넘어지면 재수를 탓한다.

승자는 문제 속에 뛰어들지만, 패자는 문제의 주위만 맴돈다.

승자는 눈을 밟아 길을 만들지만, 패자는 눈이 녹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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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한승원 지음 / 푸르메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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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의심은 미혹과 탐욕과 오만과 인색함과 옹졸함과 시기 질투 복수심을 그치게 하고, 깨끗하고 넉넉하고 드높은 삶을 보게 하고 그것을 열어가게 한다. 글쓰기는 바로 그 깨달음을 얻어가는 기록이다. - '본문' 중에서

 

 

글 쓰는 비법을 배운다

 

책의 저자 한승원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그는 한국 문학에서 독보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데, 그의 작품들은 늘 고향 바다를 시원始原으로 펼쳐진다. 그 바다는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욕망이 만나 꿈틀대는 곳이며, 새 생명을 길어내는 부활의 터전이다. 1995년 서울을 등지고 전남 장흥 바닷가에 내려가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맨부커 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이다.

 

이 책은 단순한 글쓰기 기술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글은 갈고 닦은 사유와 진실한 마음, 올곧은 삶 저 곳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정신’에서부터 시작한다. 글이 대체 무엇인지,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떤 마음과 자세로 글을 대해야 글이 자신에게로 오는지를 소개하는 것이다.

시와 소설에서 동화와 수필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끊임없이 글과 마주했던 저자가 얻은 주옥같은 글쓰기 비법이 이 한 권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글쓰기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부터 글 쓰는 이의 정신, 글을 쓰는 방법, 글쓰기 실전, 글을 꾸미는 법, 논술 쓰기의 비법 등이 총 6장으로 나눠져 소개된다. 글을 구성하고 쓰는 방법과 글감을 찾는 구체적인 방법, 비유법읠 종류와 용례 등을 담고 있다. 풍부한 예문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글 쓰는 법을 체득할 수 있게 한다. 

 

 

 

 

탑처럼 하늘로 솟아오르기

 

저자는 시를 쓸 때 시어 하나를 가지고 몇 날 며칠 고심한다. 돌담을 쌓은 적이 있다. 돌 하나를 놓을 때, 그 돌은 밑에 놓인 돌과 양옆에 놓이는 돌과 위에 놓이는 돌들이 서로 아귀가 맞아야 한다. 시어도 그러하다.


그는 우주로 뻗은 머리카락 같은 뿌리로 영양분을 얻어 소설을 쓰는데, 그 소설은 시를 향해 날아가고, 그 시는 음악을 향해 날아가고, 그 음악은 무용을 향해 날아가고, 그 무용은 우주의 율동을 향해 날아간다. 그것의 종착점은 우주의 시원이다. 

그는 시를 여기餘技로 쓰지 않는다. 시를 위해 우주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자주 씀으로써 사념이나 서정이 물 타기로 인해서 희멀겋게 희석된 것, 그리하여 기다랗게 늘어난 시를 그는 미워한다. 그는 치열한 삶이 보석처럼 앙금진 것을 좋아한다. 

 

 

깨달음을 얻었다면 치열하게 증명받아라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상대에게서 증명받고 싶어하고 상대를 증명해주고 싶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자기를 증명해줄 사람이 ㅇ럾을 때 또 자기가 증명해줄 만한 사람이 없을 때 우리는 얼마나 슬퍼지는가.

 

글쓰기도 그러하다. 자기가 살아 있음을 증명받고 싶어 글을 쓰고, 내 삶을 나 스스로에게 증명해주고 싶어 글을 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별로 잘나지도 않은 자기 얼굴과 자기 몸매에 반하여 사는 그 미친 짓이 없다면 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살아 있는 한 글을 쓰고 그를 쓰는 한 살아 있을 것이다"

-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중에서

 

 

내 머리를 탓하라

 

테니스를 할 때, 내가 보내고자 하는 쪽으로 공이 날아가지 않으면 그때마다 라켓의 그물 여기저기를 살폈다. 손가락 끝으로 죄 없는 그물코 간격을 밀어올리기도 하고 끌어내리거나 옆으로 당겨 젖히기도 했다.

 

의도한 대로 공이 날아가지 않는 것은 결코 라켓의 잘못이 아니다. 라켓을 잡은 손과 팔과 어깨의 잘못이고, 그것들에게 명령을 내린 머리의 잘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 치는 자들은 자꾸 라켓 탓을 한다.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은 결코 나의 문장력 탓이 아니다. 그 문장을 그렇게 쓰라고 명령한 내 머리의 탓이다. 문장은 아름답고 고운 포장이면서 동시에 그 속에 숨어 있는 달을 손가락질해주는 방편이다.

 

 

글쓰기에 미쳐라

 

"내 글씨는 비록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70년 동안 먹을 갈아 구멍 난 벼루가 열 개나 되고 몽당붓이 천 자루나 되었소이다"

 

소설을 쓰겠다고 하는 제자나 후배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조선 말기의 문신이자 서화가인 권돈인대원군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었던 것이다.

 

모름지기 글을 잘 쓰려면 마음속에 착함과 진실됨이 담겨 있어야 한다. 다음은 글쓰기에 미쳐야 한다. 미친다는 것은 그것이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매진한다는 것이다. 글을 쓰되 그 글을 자기 생명처럼 사랑해야 한다. 한번 쓴 것을 고치고, 다시 고치고 또다시 고친다. 그것을 오랫동안 묵혀놓았다가 새 마음으로 고치기를 몇 번이든지 거듭해야 한다. 추사가 얼마나 많은 종이를 없앴겠는가.

 

 

향기롭게 써라

 

글에는 그것을 쓴 사람의 진실이 보석처럼 박혀 있기도 하고 허위의 구린내가 만장처럼 너풀거리기도 한다. 진실한 자는 나서지 않고 침묵할 줄 알고 연금술사처럼 기다릴둘 안다. 진실하지 못한 자는 자기의 진실하지 못함이 드러날까봐 조급해하고, 진실하지 못함을 변명하기 위해 수다나 너스레를 떨고 넉살을 부린다. 

 

진실하지 못한 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현란한 수사로 치장을 하게 되면, 그것은 고운 헝겊을 누덕누덕 기워 만든 보자기로 오물을 싸놓은 것처럼 흉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영혼이 순수하고 진실해야 한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혼자서만 잘 먹고 잘 사는 이기利己가 아닌, 세상과 더불어 살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라

세상과 자기의 일로부터 사랑을 느낀 사람은 삶을 향기로워하고 그것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절망하고 원망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증오하고 숨어서 비관하고 우울해한다. 글도 사랑으로부터 온다. 

 

 

고지식한 사고방식을 버려라

 

꿈속의 계단을 실수 없이 정확하게 계속 밟아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자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그리하여 다시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데, 잘못 헛디뎌 추락하는 자는 벌떡 깨어나 새로이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기억력이 뛰어나고 늘 정확한 사고만 하는 사람의 머리에서는 문학적인 상상력이 일어나지 않는다. 과일이 썩지 않으면 술이 될 수 없듯이 어떤 생각이 기억 속에서 썩어 없어지지 않으면 문학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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