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힘이 되는 말 한마디
별글콘텐츠연구소 지음 / 별글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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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별글콘텐츠연구소는 하늘에 수많은 별이 있듯, 이 세상에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반짝인다. '별글콘텐츠연구소'는 이렇게 수많은 글 중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영혼을 한 뼘 성장시킬 이야기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잠자고 있던 좋은 글이 세상에 나와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세상을 환하게 밝힐 수 있도록 한 글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펴낸 책으로는 <내 인생의 빛이 되는 말 한마디>, <내 인생의 따뜻한 말 한마디> 등이 있다. 하루에 하나씩, 여러분을 위한 응원의 한마디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

 

알프레드 아들러,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마크 앨런, 괴테, 톨스토이, 로맹 롤랑, 월트 디즈니, 버트런드 러셀까지… 이 책은 수많은 명사들이 인생에서 길어 올린 따뜻하고 힘이 되는 365개의 조언을 우리들에게 건넨다. 짧은 한마디 속에는 사랑, 성공, 행복, 관계, 꿈, 희망 등 누구나 생각해 보았을 보편적 고민들이 녹아 있다.

 

 

우리의 신념은 언제나 꺼지지 않는

등불 같은 존재여야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빛을 줄 뿐 아니라,

주위까지 밝게 비춰 준다.

- 마하트마 간디, 인도 정치 지도자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한정된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 스티브 잡스, 미국 기업가

 

 

리더십은 공감하는 능력과 연관이 깊다.

공감은 타인을 격려하고,

그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타인과 관게를 맺고 연대하는 능력이다.

- 오프라 윈프리, 미국 방송인

 

 

충분히 시간을 갖고 심사숙고하라.

그러나 행동해야 할 시기가 오면

생각을 멈추고 움직여라.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프랑스 황제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믿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

- 나폴레온 힐, 미국 성공학 전문가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작은 촛불 하나라도 켜는 것이 낫다.

- 공자, 중국 사상가

 

 

 

 

이 책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 외롭고 힘든 순간, 나를 치유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격언들을 담았다. 내 곁의 행복,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 그리고 내일을 위한 희망까지... 바쁜 일상 속에서도 힘이 되는 위로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더 단단하고 행복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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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의 기적 - 인생을 바꾸는 아침 기상의 힘
제프 샌더스 지음, 박은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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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제프 샌더스는 트루먼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효율성을 높이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47가지 생산성 자기 진단 전략을 개발한 생산성 코치로 활동 중이다. 50킬로미터 울트라 마라톤 3회, 하프 마라톤 10회 이상을 완주했을 정도로 마라톤을 좋아하는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운동하기 위해 아침 5시 기상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아침잠이 많고 최대한 늦게 일어나기 위해 애쓰던 그에게 있어 아침 5시 기상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놀라운 경험이었고 이러한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5 AM 미라클'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아침의 기적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그의 팟캐스트는 미국 사람들의 아침 풍경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이튠스 자기계발 및 비즈니스 분야 청취율 1위에 올랐고, 누적 다운로드 횟수 350만 이상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건강한 습관을 통한 생산성 높이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사람들이 인생의 목표를 확실하게 이룰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아침 5시 기상을 제안한다. 자신이 고안한 7단계 방법을 활용한다면 누구나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하루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더 나아가 인생까지 지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와 글은 홈페이지(JeffSanders.com)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신만의 기적을 찾아서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비록 나는 아침 5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꼭 새벽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해 뜨는 시간과 반드시 연관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적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며 누군가는 그 기적을 정오에 즐길지도 모른다. 아침 5시는 상징성을 갖는 시간일 뿐이며 당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실천하면 된다.

 

뚜렷한 목적이 있는 삶을 살면 눈앞에 무한한 기회가 열린다. 다시 말해 당신이 선택하는 시간에 매일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자신이 아침 5시에 알어날 수 없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이상적인 기상시간이 아니다. 5시는 그저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만큼 충분히 자고, 깨어 있을 때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편안함은 적이다

많은 것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여전히 저자는 습관처럼 힘든 일은 피하고 어려운 일은 미루며 조금이라도 불편한 일은 무시하려한다. 그만큼 편안함에는 중독성이 있다. 여기저기서 우리를 유혹한다. 게다가 우리는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만들어진 도구 및 장치를 쉽게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생활이 더 쉽고 편안한 것을 바라는가, 아니면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를 당성한 성공 사례로 남고 싶은가?  

 

저자는 자신의 잠재력을 깨우치려 적극 노력하면서 목표 달성의 의미를 스스로 정의했다. 위대한 포부는 끝이 정해진 상황이나 이루고 나면 끝나는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과정이자 끊임없이 매일 치러야 하는 싸움이다.

 

위대한 포부는 날마다 어제보다 나은 모습으로 거듭나면서 달성하는 것이다. 그 성공 여부는 남의 시선이나 판단이 아니라 매일 아침과 남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내리는 결정에 달려 있다. 현대 자기계발의 선두주자인 얼 나이팅게일은 성공을 '가치 있는 이상을 꾸준히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목표를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엔 성공에 이르고 멋진 삶을 살 수 있다.

 

 

장기적인 전략이 실패하는 이유

 

목표를 세우는 가장 흔한 방법은 1년에 한번 자리에 앉아 새해 다짐을 적는 것이다. 하지만 1월 1일에 시작한 그 계획이 12월 31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1년 내내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 오늘, 내일, 다음 주, 심지어 다음 달까지 미뤄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절박함이 부족한 건 둘째 치고 1년이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할 수조차 없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거나 도중에 마음이 바뀔지, 새로운 기회가 생겨 관심·체력·시간·돈을 온통 거기에 쏟아 부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은 대학원 시절 '25년 플랜'을 세웠다. 이것을 아는 한 기자가 쿡이 MBA를 졸업한 지 25년이 지난 시점에 쿡에게 물었다. "25년 플랜은 성공했나요?" 쿡이 대답했다. "25년 플랜은 처음 24개월까지는 상당히 정확했습니다. 하지만 24개월 이후부터는 전혀 맞지 않았어요. 단 한 가지도 들어맞은 게 없습니다. 그때 나는 미래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교훈을 배웠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자

성공했을 때는 자신의 공으로 돌리기 쉽지만 실패했을 때는 그렇지 않다. 실수했을 때, 마감기한을 넘겼을 때, 시작한 일을 시간 내에 끝내지 못했을 때 자신을 탓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 일을 벌여 지나치게 바빠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바쁜 일상을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싫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희생양인 척한다.

 

사실 너무 바쁜 이유는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 꽉 짜인 일정, 수많은 프로젝트,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친구와의 술자리, 휴일의 바비큐 파티, 지칠 때까지 즐기는 결혼식은 모두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결심을 방해한다.

 

상황에 변화를 주고 여유 있게 일정을 짜고 싶다면 간단히 원하는 것을 말하면 된다. 의미 없는 회의 참석을 비롯해 밤늦도록 붙잡혀 있어야 하는 모임처럼 시간 활용을 방해하는 일정은 모두 거절하자.

 

 

3단계로 요약하는 아침 5시의 기적

 

1단계 계획~ 하루 시작 전에 계획적으로 준비

2단계 실행~ 저애둔 시간에 집중함으로써 눈에 듸는 발전을 이룬다

3단계 검토~ 일주일에 한 번 지난주를 돌아보고, 다음주 계획과 실행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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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의 시대 - 질(質)에서 격(格)으로
김진영 지음 / 영인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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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병원까지 종횡무진 누비면서 울고 웃었던 경험 속에서 격 있는 서비스, 격이 넘치는 랑프스타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신사가 되도록 가르친다. 그러한 가르침이 없다면 신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말처럼 '격'을 이야기하다 보면 갖출 수 있고 기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어떻게 해야 '격'이 있을까?

 

저자 김진영 교수는 질을 넘어 격의 시대가 온다고 주장하는 '격() 닥터'다. 그는 정통 삼성맨 출신으로 1989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중공업 기획실, 삼성 회장비서실 인력개발원, 삼성경제연구소 인력개발원,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에서 인사교육전략수립과 현장적용을 총괄한 HR전문가다.


그는 호텔신라 서비스 드림팀을 창단하여 호텔 품격서비스의 원형을 보여주었고, 차병원그룹 차움의 최고운영총괄(COO)을 맡아 의료 서비스 분야에도 품격 서비스를 도입하였으며, 신세계 조선호텔의 최고재무총괄(CFO) 겸 웨스틴조선호텔부산 총지배인을 역임하면서 품격 서비스 혁신을 현장 실천한 서비스 디자인 전문가이자 명강사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의과대학과 병원 교직원을 대상으로 환자경험(Patient Experience)을 통한 혁신과 품격 서비스를 주문하는 등 병원과 기업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였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 경희대학교에서 국제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격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품격이란 단어에서 '품'을 떼고 '격이 있는' 또는 '격조 있는'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하기도 한다. 격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여기에는 시간(나는 이를 단순한 시간이라 하지 않고 숙성 시간이라 표현한다), 감각(센스), 태도(자세) 그리고 때와 장소에 맞는 절제된 행위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격이 있다고 할 무엇인가의 대상은 다양하다. 그리고 사람, 행위, 모습, 사물, 건물, 태도 등 대상이 무엇이든 격이 있다고 말하는 판단 기준이 있다.

 

숙성 시간~ 그것에 대한 익숙함의 정도

태도~ 자신감

절제된 행위~ 공손이 지나치면 예의에 벗어난다

 

 

환자경험을 담당하다

 

호텔에서 병원으로 가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 그것 때문에 가슴이 뛴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큰 공부가 될 것이라는 것 그것이면 족했다. 호텔에서 '서비스 경험'을 담당하는 사람은 많지만, 호텔에서 병원으로 옮겨 '환자경험(Patient Experience)'을 담당하는 사람은 아마도 대한민국 최초일 것이다. 그 얼마나 매력적인가?

 

 

의료 서비스의 격

 

병원에서의 격이란, 의료인의 격 아니면 병원 서비스의 격을 생각하겠지만, 나는 환자의 격에 이바지하는 병원의 노력이 바로 의료 서비스의 격이라 생각한다. 어느 환자의 작은 소망을 이루어 주기 위해 전 교직원이 모두 동원된 감동의 플래시몹이나 희귀병을 앓고 있는 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말없이 뒤를 봐준 이야기며, 환자와 보호자를 주인공으로 모시는 인간적 공간마련 등 이 모든 것이 의료 서비스의 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호텔업을 통해 격을 이해하다

 

일본의 '이와타'라는 회사는 '잠'에 대한 연구만 185년 이상 했다. 도쿄 긴자 매장과 교토에 본사가 있는 침구전문회사로, 다큐멘터리를 보고 알게 되어 출장길에 수면체험과 상담을 받아보았다. 호텔에서 '잠'을 팔려고 최고의 침구를 찾고 있었는데, 이와타의 침구를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침구로 꼽는데, 이토록 편안하고 단잠을 잘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싶다고 했다.


수차례 방문하면서 우연히 들은 비결은 이랬다. 그들도 침구 연구를 하며 약 100년쯤 지난 시점에서야 이불과 매트리스가 가진 '습도'가 비결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장마철이면 이 습도가 단 몇 퍼센트 달라지면서 눅눅하고 척척 감기는 불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최적의 습도가 쾌면의 비결인 셈이다.

 

 

가메다 병원

 

병원에서 환자식은 왜 맛이 없냐고 물으면 거의 비슷한 답이 돌아온다. "환자식은 원래 맛이 없어요. 저염식이거든요" 그런데 이 병원에서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환자는 원래 입맛이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반식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담아 16가지의 메뉴가 식사 때마다 번갈아 가며 제공되고 있다. 이는 1954년 개원한 1000 병상 규모를 가진 가메다 종합병원의 실제 사례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국숫집, 오와리야

 

오와리야는 일반적인 소바집에 비해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550년 전통의 소바집으로 최고의 질과 맛을 보장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기 때문에 실제 이익은 매출의 몇 %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이윤으로도 550년이나 유지되는 것은 손님들에게 가격 부담을 주지 않는 대신, 많이 팔아서 작은 이윤을 남기는 박리다매(薄利多賣)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550년 전통의 작지만 강한 오와리야의 격이다.

 

 

리더가 곧 회사의 격이다

 

200년 넘은 이탈리아 수제 아이스크림 회사도, 1300년이 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일본의 어느 호텔도 모두 후계자를 포함한 리더들의 '자세'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래되었다고 다 빈티지가 아니듯이, 100년이 넘었다고 다 품격기업은 아니다. 우러나는 격은 사람, 소프트웨어 그리고 건물에서 나오는데, 사람이 가장 우선이라 믿는다. 그래서 리더가 곧 회사의 격이 되는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격을 갖추어라

 

격을 갖춘다는 것은 다분히 복합적이고 종합적이다. 어느 한 가지만 콕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누구에게나 보이고 읽히는 것이 격이다. 시츠케가 그 속에 큰 깨달음을 내포하고 있듯이, 격 안에는 더 큰 깨달음이 있기에 한마디로 정의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격은 마음을 빼앗는다거나 마음을 판다거나 마음을 산다는 등 마음을 이끄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이끄는 그 무엇은 누구에게나 읽히고 누구에게나 보이는 법이다

 

 

우직할수록 격에 가까워진다

 

맡은 바 '직'에 충실하다는 것은 업무나 직무에 무게중심을 두는 말이 되지만, 직에 걸맞은 '업'에 충실하다는 것은 그 업에 대한 사명감이나 책임감, 소명의식 등에 비중을 두는 말이 된다. 어느 대기업 회장이 계열사 사장으로 발령을 받은 신임 사장에게 "사장이라 불리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사장업을 잘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비단 요리뿐만 아니라 무슨 직종이든 자신이 영위하는 업의 본질에 대해 오랫동안 성찰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우직함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카리스마나 격을 만든다.

 

 

동방예의지국을 되찾자

 

본디 한반도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받던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격이 넘치는 곳이었다. 해학과 비유가 넘치는 선비 문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귀한 격의 문화였다. 고도 성장을 겪으면서 자본과 배금의 논리가 인정받고 상대적으로 격은 뒷전이엇다. 그 결과로 지금과 같은 '격 없는 사회'가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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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의 길 - 축적의 시간 두 번째 이야기
이정동 지음 / 지식노마드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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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기술혁신'이라는 키워드에 몰두하는 연구자로서 나는 늘 이 타이거 마스크처럼 되는 것이 소망이다. 아이폰과 앱스토어라는 개념이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게 뭐지?'라는 느낌으로 어안이 벙벙한 채 놀라워 했고, 스티브 잡스는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결코 넘볼 수 없는 다른 차원에 사는 창조적 인물로 간주되었다. 마치 상상도 못했던 참신하고 놀라운 마술을 눈앞에서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 기술혁신 연구자인 나는 바로 이즈음에 홀연히 나타나서, 그 혁신이 천상계의 주술 덕분이 아니라 사실은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과정의 필연적 결과라는 점을 일러주고 싶다. 혁신의 비밀을 듣고 나면 누구라도, '아하, 그렇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혁신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돕는 것이 소망이다. - '머리말' 중에서

 

 

시행착오를 축적하는 5가지 전략과 4개의 열쇠

 

책의 저자 이정동 교수는 산업공학과와 대학원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 전공 소속이며, 기술경영·기술정책 분야를 전공하고 있다. 한국생산성학회 회장(2011)을 역임하였고, 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2017)을 맡고 있다. 크게 화제가 된 <축적의 시간>(2015)을 대표 집필하였다. 국제저널인 TECHNOVATIONEDITORIAL BOARD MEMBER로 활동하면서, ASIA-PACIFIC PRODUCTIVITY CONFERENCE (APPC) 2018 회의 개최를 주관하고 있다.

'효율성 분석이론', '공학기술과 정책' 등 전공서적과 번역서로 '진화경제이론'을 출간하였고, 2권의 영문 편집서를 포함하여 국내외 전문학술지에 100여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기술경영, 기술정책 분야의 학문적 발전을 위해 다양하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 산업발전의 역사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개발도상국의 산업발전을 위한 자문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경제가 고도성장을 시작하던 60년대 말에 태어나, 민족중흥이라는 한자의 의미도 모른 채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면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국산품 애용을 장려하는 초스터를 그리고, '수출만이 살길이다'에 견줄 수 있는 기막힌 표어를 지어 내느라 머리를 쥐어짜면서 방학을 보냈다.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던 때 우리 집이 부자가 된 것처럼 좋아했던 기억도 있다. 그때 이후로도 한국경제는 계속 성장했다.

 

73년 1차 오일쇼크, 79년 2차 오일쇼크, 8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예상치 못한 사태를 맞아 성장이 한두 해 후퇴한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보란 듯이 회복했고, 곧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발전을 거듭했다. 그래서 경기가 오래도록 침체상태에 빠져 있는 그림은 지난 50년간 경험해 본 적도, 우리 머릿속에서 그려본 적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어렵다. 얼마 전 방문했던 울산의 한 중소기업에사 만난, 말없이 그저 한숨만 쉬던 사장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대책 없이 무너져가는 지방의 경기 침체 상황은 정말 걱정스러울 정도다. 우리 산업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는 단순히 통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팩트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지금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한숨만 나온다. 이 책은 한국산업이 가진 문제에 천착하여 그 해법을 내놓고 있다.

 

5가지 전략

 

1. 시행착오 경험을 담는 고수를 키워라

2.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라

3. 시행착오를 뒷받침할 제조 현장을 키워라

4.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

5.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1단 엔진 분리 실패, 2단 엔진 점화 실패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에 비유해서 생각해보면 현재 한국산업이 처한 현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공위성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 다시 낙하하지 않으려면 충분한 높이의 궤도까지 로켓이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하나의 엔진만으로는 충분한 고도와 속도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통상 1단 엔진 위에 2단 엔진을 얹은 2단 로켓을 사용한다. 즉 1단 엔진으로 중력이 강한 구간을 힘차게 돌파하고, 이후 어느 정도의 고도에서 2단 엔진을 가동해 원하는 고도와 속도에 도달하는 것이다.

 

로켓의 비유는 한국산업의 문제를 해석하고 처방을 얻기 위해 유용하고, 그래서 생각의 지도로 쓰기에 충분하다. 다음의 세 가지 비유적 질문이 핵심이다. 이것이 현재 한국산업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면서 끝까지 견지해야 할 세 가지 핵심적인 질문이다.

'1단 엔진이 왜 잘 작동하였는가?'는 고도성장기의 성공적인 루틴이 무엇인가에 해당
'2단 엔진이 왜 점화가 잘 되지 않는가?'는 기술 선진국이 되는데 꼭 필요한 능력이 뭔지에 해당
'쓸모가 다한 1단 엔진을 왜 버리지 못하는가?'는 기술 선진국으로 전환이 어렵다는 것에 해당

 

 

시행착오의 경험이 가장 훌륭한 교과서

 

회사의 시스템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설계 때 얻었던 시행착오의 경험이 무엇이었고, 그 이후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알고 싶어, 설계에 참여했던 사람을 만나볼 수 있겠느냐고 부탁을 했다. 담당자가 두 명의 사원을 소개해 주었는데, 언뜻 보더라도 할아버지인 것에도 놀랐지만, 회사 작업복을 입고 막 근무를 하다 온 상태라서 더 놀랐다. 두 사람의 입사연도가 각각 75년과 76년이니 설계로 경력을 쌓은 햇수만 40년이 넘는다. 공사 경과를 담은 백서를 각각 펴놓고, 두 교량을 설계할 때 겪었던 이런 저런 특이한 공학적인 도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의 프로젝트에서 어려웠던 점으로 또렷이 기억하는 것은 특이하게도 설계기간을 포함한 전체 공기를 단축하는 일이었다. 여러 가지 질문을 하기는 했지만, 이미 두 사람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많은 의문들이 풀렸다. 창의적인 개념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량은 매뉴얼이나 교과서, 시스템이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글로벌화된 시대, 연결망의 시대, 구글링 하면 모든 것을 클릭 몇 번으로 알아낼 수 있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물리적 위치에 창의적인 사람들이 더 모이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인터넷에서 정보가 많이 공유되면 될수록, 그런 형식지 형태의 지식은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창의적인 시행착오의 경험은 암묵지로서 더욱 희소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바야흐로 거리가 소멸된다고 하는 인터넷 시대일수록 물리적 거리의 의미가 더 중요한 창의적 클러스터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개념설계 역량은 결국 교과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시행착오의 경험이라는 형태로 생채기처럼 체화된다는 것이다.  

 

 

시행착오의 '양量' 

픽사에서는 주기적으로 수백명에 이르는 감독들의 아이디어와 중간결과물을 평가하기 위한 회의가 곳곳에서 열린다. CEO와 콘텐츠, 기술 등 분야별 최고책임자와 많은 감독들이 함께 참여해서 건설적인 비판을 주고받는 회의다. 단지 말만 하고 끝나는 회의가 아니라, 수많은 프로젝트의 아이디어와 중간 단계 결과물의 생사가 결정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픽사는 1995년 '토이스토리Toy Story'부터 2016년 '도리를 찾아서Finding Dory'까지 17편의 장편 에니메이션을 발표했다.

 

16번 아카데미상을 받고, 7번의 골든글로브상, 11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했을 만큼, 한편 한편이 이 분야의 새로운 개념설계급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놀라운 성과의 이면에는 각 단계에서 죽어나간 수백 편의 미완성 작품이 있다. 매 작품마다 전설을 써온 픽사의 창의성은 사실 그 어떤 애니메이션 회사보다 많은 아이디어를 시도했다는 것에 그 비밀이 있다. 창의적인 것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것을 만날 때까지 많이 시도한 것이다.   

 

 

익숙한 것들을 의심하자 

지금 한국의 산업계는 전례 없는 미시감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기존에 하던 대로, 기민하게 선진국과 선진기업, 선진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벤치마킹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니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더 열심히 대책을 마련하고, 성장 정체 현상의 돌파를 외치고 있는데, 두 다리는 점점 더 흐르는 모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에는 위기를 맞아서 조금 더 빨리 발을 움직이면 확실히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더 열심히 달릴수록 더 깊이 가라앉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 전개에 당황하고 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처럼 경계를 허무는 융합적 기술혁신이 뿔끝에 횃불을 매단 소처럼 미친듯이 달려들고, 굼뜨고 낡은 화물차인 줄 알았던 중국이라는 거대한 트레일러가 최신 엔진으로 무장한 채 바로 뒤에서 길을 비키라고 빵빵거리고 있다. 그간 너무 익숙해져서 편안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즐기고 있던 운전자가 갑자기 낯선 길과 처음 보는 풍경을 만나 화들짝 놀라 갈팡질팡하는 초보운전자처럼 땀을 흘리는 중이다.

 

뒷골이 서늘한 미시감은 어쩌면 우리를 일깨우는 신호일지 모른다. 이제까지 편안하게 느껴졌던 관행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관행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축적의 길을 나서는 우리의 첫걸음은 우리를 눈부신 성공으로 이끈 바로 그 관행과 결별하는 쉽지 않은 일에서 시작된다.

 

 

4개의 열쇠

 

1. 고수의 시대

2. 스몰베팅 스케일업 전략

3. 위험공유 사회

4. 축적지향 리더십

 

 

진리는 상상의 문제다

 

한국의 현재 산업이야말로 독창적인 개념설계를 할 수 있는 진정한 기술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상상과 희망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설정한 마음의 유리뚜껑을 걷어내고, 상호 뒷받침하면서 부딪치기로 작정하고 뛰어오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틀을 축적지향蓄積志向으로 바꾸어야 한다. 기술 선진국의 마인드로 전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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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그 문제점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기존의 일본 작품들이 팝콘같은 가벼움으로 한국 여성독자층을 파고 들었다면,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기존의 일본소설들과 달리 일본 사회의 모순들을 끄집어내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독자들은 그의 유머스러운 글솜씨를 좋아하기에 부담없이 그의 조롱에 담겨 있는 잔혹한 현실에 공감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독특함으로 현재 한국 소설 시장의 "일류 붐"을 선도하고 있다.

 

그는 1959년 일본 기후현 기후시에서 태어나 기후현립기잔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구성작가, 카피라이터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1997년 4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우람바나의 숲>(한국어판 서명 :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으로 등단하였다.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 사회의 모순과 그 틈바구니 속에서 각자의 사정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내용들이 그의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인간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부조리한 세상에서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잊고 있던 가치를 묻는 주제의식을 보이고 있는 그는 포스트 하루키 세대를 이끄는 선두주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과 함께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일본의 크로스오버crossover 작가로 꼽힌다. 이 소설은 한때 탄광 도시로 번성했지만 산업의 침체와 함께 지금은 쇠락해버린 시골 마을 도마자와의 무코다 이발소를 배경으로, 무코다 이발소의 주인 야스히코 씨 주변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그려냈다.

 

 

 

 

젊었을 적 도시의 광고 회사를 포기하고 이곳에서 가업을 이어받아 25년째 이발소를 운영 중인 53세 무코다 야스히코 씨. 한때 10여 곳에 이르렀던 이발소들은 모두 문을 닫고 이제 남은 곳은 딱 둘뿐.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공동화 현상이 만연한 이곳은 하릴없이 쇠락해갈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물셋의 맏아들 가즈마사가 갑자기 삿포로의 직장을 때려치우고 귀촌을 해서 이발소를 이어받겠다고 나선다.

쇠락한 탄광 마을 재건을 위한 공무원과 마을 청년단의 분투, 마을 축제 때 쓰러진 할아버지와 이웃들의 품앗이, 수줍은 시골 노총각의 털털한 중국인 신부맞이, 새 술집의 매력적인 마담과 동네 남자들의 신경전, 동네를 들썩이게 만든 영화 촬영과 범죄자 수배 소식까지. 눈으로 뒤덮인 마을은 조용한 가운데에도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무코다 이발소

 

'무코다 이발소'는 홋카이도 중앙부에 있는 도마자와 면에서 전쟁이 끝난 지 오래지 않은 1950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옛날 이발소다. 주인인 야스히코는 쉰세 살의 평범한 이발사, 스물여덟 살에 아버지로부터 이발소를 물려받은 후로 사반세기에 걸쳐 부부 둘이 이발소를 꾸려오고 있다.

 
무코다 야스히코가 가업을 잇게 된 것은 아버지가 허리 디스크를 앓아 일할 수 없게 된 탓이었다. 삿포로에서 대학생활을 마친 야스히코는 역시 삿포로에서 광고 회사에 취직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집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귀향을 결심했다. 장남이라 뒷짐만 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용학원을 다니면서 기술을 기초부터 배워 아버지 뒤를 잇게 되었다. 아버지는 3년 전에 여든 살의 나이로 세상을 하직했다.

 

 

조그만 술집

면사무소 뒤 옛날 영화관 옆 공터에 조그만 술집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도마자와에서 신규로 가게가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개업자는 마흔 두살의 여인 미하시 사나에였다. 전혀 외지인이 아니라 미하시 집안의 딸이었다. 야스히코보다는 열 살쯤 아래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시로 나가 삿포로에 취직했다고 알려져 있다.

 

들리는 말로는 그녀는 삿포로에서 결혼했다가 바로 이혼하고 줄곧 혼자 살았다고 한다. 미하시 집안의 가장이 죽고난 후 부인 혼자 살고 있기에 아마도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초자가 술집을 개업하기란 어려운 일, 삿포로에서도 물장사를 했을거로 짐작이 간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그녀는 이혼 후 10년 정도 도쿄에 살면서 클럽 호스티스로 일했고, 이후 클럽 선배를 따라 삿포로에서 술집 일을 도왔다고 한다.

 

"사정이 있어 보이던 걸. 안 그러면 왜 돌아오겠어요. 이런 곳에. 여태 외지 생활을 했는데 부모 보살핀다는 이유로 돌아오진 않지"    

 

야스히코는 아내 교코의 지적에 무릎을 쳤다. 듣고 보니 그렇다. 이런 촌 동네에 묻히기에는 아까운 미색이다. 여자 나이 마흔둘, 미묘한 나이지만 50대인 야스히코 눈에는 한창 무르익은 때다.


"당신, 사나에에 대해서 무슨 소리 들은 거 있어?"
"아니, 못 들었는데. 남 일인데 괜히 파고들지 않는 게 좋아요"


좁은 동네이기에 더욱이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야스히코도 동네 사람들의 인간관계에 대해 가슴에 묻고 있는 것이 몇 가지나 있다. 그날 밤, 사나에가 꿈에 나타났다. 아내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사나에가 꿈속에서 빚보증을 서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하면서 몸으로 밀고 들어왔다. 기분이 달짝지근해지고, 나쁜 꿈은 아니었는데.

 

사나에의 술집은 연일 북적거렸다. 야스히코의 아들 가즈마사도 청년단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 술집에 몰려다녔다. 그런데, 아들의 말로는 늦은 시간에 아버지의 친구 세가와 씨가 혼자 구석에서 술을 마시며 사나에와 반갑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걸 목격했는데, 절대로 이를 야스히코한테는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까지 있었다는 얘기였다. 이 작은 동네에 여자 문제로 풍파가 미치지 않을지?  

 

 

붉은 눈

"괜찮겠습니까? 우리 어머니 전혀 연기를 모르는 사람인데요"


걱정스러워 감독에게 물으니, "걱정할 거 없어요. 화면에 크게 어필되는 것도 아니니까" 하고 태평스럽게 대답했다. 혹시나 해서, 다른 장소에서 주저앉는 장면만 연습해봤는데, 어머니는 긴장한 탓인지 엉덩방아를 제대로 찧지 못했다. 좀처럼 촬영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야스히코는 책임감을 느끼고 어머니 옆에 들러붙어 "좀 더 자연스럽게" 하고 몇 번이나 조언을 했다.


"어머니, 연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껏해야 5초 정도 되는 장면이에요. 잘 안 되면 컷을 할 거니까, 걱정 마세요.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배역이면 배우를 썼을 겁니다"

 

 

도망자

 

"어이! 여기 좀 와 봐! 히로오카 씨네 아들이잖아!"

 

무코다 야스히코는 저녁 7시 NHK 뉴스에서 그 소식을 접했다. 지난 며칠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기단의 주범에 대해 전국에 지명수배령이 내렸고, 이름과 함께 얼굴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저녁을 먹고 있던 야스히코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큰 소리를 질렀다. 놀란 어머니가 틀니를 식탁에 떨어뜨려, 어푸어푸거렸다.


"여보! 어서 와보라니까! 텔레비전, 텔레비전!" 

 

뉴스 내용에 따르면 슈헤이를 리더로 하는 사기단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묘지를 개발한다는 허위 광고를 낸 후 돈만 투자받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자 이에 피해를 본 어떤 노인이 이를 비관하여 자살을 하는 바람에 사기 범죄가 뉴스로 다루어졌고, 이어서 슈헤이의 은신처를 찾아내어 급습한 경찰을 피해 슈헤이는 아파트 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그대로 도주했다는 것이다. 전국에 지명수배령이 내려졌다는 거다. 과연 슈헤이는 자수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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