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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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그 문제점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기존의 일본 작품들이 팝콘같은 가벼움으로 한국 여성독자층을 파고 들었다면,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기존의 일본소설들과 달리 일본 사회의 모순들을 끄집어내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독자들은 그의 유머스러운 글솜씨를 좋아하기에 부담없이 그의 조롱에 담겨 있는 잔혹한 현실에 공감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독특함으로 현재 한국 소설 시장의 "일류 붐"을 선도하고 있다.

 

그는 1959년 일본 기후현 기후시에서 태어나 기후현립기잔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구성작가, 카피라이터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1997년 4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우람바나의 숲>(한국어판 서명 :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으로 등단하였다.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 사회의 모순과 그 틈바구니 속에서 각자의 사정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내용들이 그의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인간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부조리한 세상에서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잊고 있던 가치를 묻는 주제의식을 보이고 있는 그는 포스트 하루키 세대를 이끄는 선두주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과 함께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일본의 크로스오버crossover 작가로 꼽힌다. 이 소설은 한때 탄광 도시로 번성했지만 산업의 침체와 함께 지금은 쇠락해버린 시골 마을 도마자와의 무코다 이발소를 배경으로, 무코다 이발소의 주인 야스히코 씨 주변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그려냈다.

 

 

 

 

젊었을 적 도시의 광고 회사를 포기하고 이곳에서 가업을 이어받아 25년째 이발소를 운영 중인 53세 무코다 야스히코 씨. 한때 10여 곳에 이르렀던 이발소들은 모두 문을 닫고 이제 남은 곳은 딱 둘뿐.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공동화 현상이 만연한 이곳은 하릴없이 쇠락해갈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물셋의 맏아들 가즈마사가 갑자기 삿포로의 직장을 때려치우고 귀촌을 해서 이발소를 이어받겠다고 나선다.

쇠락한 탄광 마을 재건을 위한 공무원과 마을 청년단의 분투, 마을 축제 때 쓰러진 할아버지와 이웃들의 품앗이, 수줍은 시골 노총각의 털털한 중국인 신부맞이, 새 술집의 매력적인 마담과 동네 남자들의 신경전, 동네를 들썩이게 만든 영화 촬영과 범죄자 수배 소식까지. 눈으로 뒤덮인 마을은 조용한 가운데에도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무코다 이발소

 

'무코다 이발소'는 홋카이도 중앙부에 있는 도마자와 면에서 전쟁이 끝난 지 오래지 않은 1950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옛날 이발소다. 주인인 야스히코는 쉰세 살의 평범한 이발사, 스물여덟 살에 아버지로부터 이발소를 물려받은 후로 사반세기에 걸쳐 부부 둘이 이발소를 꾸려오고 있다.

 
무코다 야스히코가 가업을 잇게 된 것은 아버지가 허리 디스크를 앓아 일할 수 없게 된 탓이었다. 삿포로에서 대학생활을 마친 야스히코는 역시 삿포로에서 광고 회사에 취직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집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귀향을 결심했다. 장남이라 뒷짐만 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용학원을 다니면서 기술을 기초부터 배워 아버지 뒤를 잇게 되었다. 아버지는 3년 전에 여든 살의 나이로 세상을 하직했다.

 

 

조그만 술집

면사무소 뒤 옛날 영화관 옆 공터에 조그만 술집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도마자와에서 신규로 가게가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개업자는 마흔 두살의 여인 미하시 사나에였다. 전혀 외지인이 아니라 미하시 집안의 딸이었다. 야스히코보다는 열 살쯤 아래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시로 나가 삿포로에 취직했다고 알려져 있다.

 

들리는 말로는 그녀는 삿포로에서 결혼했다가 바로 이혼하고 줄곧 혼자 살았다고 한다. 미하시 집안의 가장이 죽고난 후 부인 혼자 살고 있기에 아마도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초자가 술집을 개업하기란 어려운 일, 삿포로에서도 물장사를 했을거로 짐작이 간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그녀는 이혼 후 10년 정도 도쿄에 살면서 클럽 호스티스로 일했고, 이후 클럽 선배를 따라 삿포로에서 술집 일을 도왔다고 한다.

 

"사정이 있어 보이던 걸. 안 그러면 왜 돌아오겠어요. 이런 곳에. 여태 외지 생활을 했는데 부모 보살핀다는 이유로 돌아오진 않지"    

 

야스히코는 아내 교코의 지적에 무릎을 쳤다. 듣고 보니 그렇다. 이런 촌 동네에 묻히기에는 아까운 미색이다. 여자 나이 마흔둘, 미묘한 나이지만 50대인 야스히코 눈에는 한창 무르익은 때다.


"당신, 사나에에 대해서 무슨 소리 들은 거 있어?"
"아니, 못 들었는데. 남 일인데 괜히 파고들지 않는 게 좋아요"


좁은 동네이기에 더욱이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야스히코도 동네 사람들의 인간관계에 대해 가슴에 묻고 있는 것이 몇 가지나 있다. 그날 밤, 사나에가 꿈에 나타났다. 아내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사나에가 꿈속에서 빚보증을 서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하면서 몸으로 밀고 들어왔다. 기분이 달짝지근해지고, 나쁜 꿈은 아니었는데.

 

사나에의 술집은 연일 북적거렸다. 야스히코의 아들 가즈마사도 청년단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 술집에 몰려다녔다. 그런데, 아들의 말로는 늦은 시간에 아버지의 친구 세가와 씨가 혼자 구석에서 술을 마시며 사나에와 반갑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걸 목격했는데, 절대로 이를 야스히코한테는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까지 있었다는 얘기였다. 이 작은 동네에 여자 문제로 풍파가 미치지 않을지?  

 

 

붉은 눈

"괜찮겠습니까? 우리 어머니 전혀 연기를 모르는 사람인데요"


걱정스러워 감독에게 물으니, "걱정할 거 없어요. 화면에 크게 어필되는 것도 아니니까" 하고 태평스럽게 대답했다. 혹시나 해서, 다른 장소에서 주저앉는 장면만 연습해봤는데, 어머니는 긴장한 탓인지 엉덩방아를 제대로 찧지 못했다. 좀처럼 촬영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야스히코는 책임감을 느끼고 어머니 옆에 들러붙어 "좀 더 자연스럽게" 하고 몇 번이나 조언을 했다.


"어머니, 연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껏해야 5초 정도 되는 장면이에요. 잘 안 되면 컷을 할 거니까, 걱정 마세요.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배역이면 배우를 썼을 겁니다"

 

 

도망자

 

"어이! 여기 좀 와 봐! 히로오카 씨네 아들이잖아!"

 

무코다 야스히코는 저녁 7시 NHK 뉴스에서 그 소식을 접했다. 지난 며칠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기단의 주범에 대해 전국에 지명수배령이 내렸고, 이름과 함께 얼굴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저녁을 먹고 있던 야스히코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큰 소리를 질렀다. 놀란 어머니가 틀니를 식탁에 떨어뜨려, 어푸어푸거렸다.


"여보! 어서 와보라니까! 텔레비전, 텔레비전!" 

 

뉴스 내용에 따르면 슈헤이를 리더로 하는 사기단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묘지를 개발한다는 허위 광고를 낸 후 돈만 투자받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자 이에 피해를 본 어떤 노인이 이를 비관하여 자살을 하는 바람에 사기 범죄가 뉴스로 다루어졌고, 이어서 슈헤이의 은신처를 찾아내어 급습한 경찰을 피해 슈헤이는 아파트 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그대로 도주했다는 것이다. 전국에 지명수배령이 내려졌다는 거다. 과연 슈헤이는 자수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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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캠프의 비밀 - 서울시장 3선, 박원순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이인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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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꿈은 무엇인가. 그 꿈이 무엇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뛰었는가. 박원순 서울시장 앞에는 이번 선거에 내세운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슬로건을 어떻게 실천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을 때, 그 꿈을 뛰어넘는 또 다른 큰 꿈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각자의 역할을 마치고 대부분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가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역이 시대와 나란히, 박원순과 나란히 가면서 박원순과 박원순이 가는 길 그리고 그 꿈의 실현을 엄중하게 지켜볼 것이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3선 서울시장을 만든 박원순 캠프

 

이 책의 저자 이인수는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하동의 남해바다와 맞닿은 섬진강 입구 작은 섬마을 갈사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02년 노풍의 진원지이자 노무현 당선의 밑거름이 된 노사모 출신으로 금강캠프 소속 사이버 보좌관이 그의 첫 직책이다. 이후 새천년민주당(백만서포터즈단) 조직국장, 개혁국민 당 조직팀장, 노무현대통령후보 영남유세팀장,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조직직능팀장,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 유세팀장, 안희정 특보단 팀장, 문재인 대통령 후보 국가정책자문단 팀장, 서울시장 박원순 후보 백서기획 선임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 박원순 캠프는 가히 매머드급이었다. 전통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방법은 후보가 공직선거법에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선거비용을 마련하고 선거 캠프에 필수적인 사람을 모아 캠프를 구성하는 게 보통이다. 이때 선거사무원, 선거운동원, 그리고 회계책임자 등이 필요하다. 이들은 대부분 유급유급이다. 역시 선거는 사람이 먼저인 조직체계다.

 

그런데, 박원순 후보의 캠프는 과거 캠프에 비해 진일보한 형태였다. 먼저, 자원봉사자 중심의 캠프다. 이들은 본업을 잠시 접어두고 후보의 당선을 돕겠다고 봉사하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말이 자원봉사이지 캠프의 성격상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조직이기에 소위 진용을 갖춘 전문가 그룹들과의 장벽으로 인해 소외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8년 3월, 기동민 의원을 단장체제로 해서 더불어민주당 당내경선 준비 캠프가 느티나무 카페 근처 안국빌딩에 마련되엇다. 사무촐괄침장에 민병덕, 상황팀장에 추경민, 조직팀장에 문치웅, 비서실장에 오성규, 공부팀장에 기동민 의원 보좌관 김동현, 대변인에 서울시의회 보건복자위원장 박양숙, 회계팀장에 이태규, 후원회 팀장에 이선희, 전략팀장도 합류해서 50여 명이 단 일주일만에 충원되었다. 이후 계속 증원되어 실무자만 막바지엔 500여 명이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선거백서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전혀 다른 틀로 꾸며져 있다. 자원봉사자 개개인이 겪은 각각의 이야기가 모이고 어우러져 있다.

 

총무본부

 

총무본부는 안방팀, 그것도 친절한 안방팀이다. 경선 때는 사무총괄팀으로 불렸다가 본선에서 총무본부로 이름을 바꾸었다. 빈틈이 있으면 그것은 총무본부의 몫이다. 캠프에서 기타 업무를 모두 도맡아 했지만, 아무도 총무본부가 일을 잘했다고 알아주지 않는다. 총무본부는 그런 일을 했다. 화려하고 멋진 일을 하는 다른 본부들을 뒷받침함으로써 총무본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보의 당선에 기여했다. 백업해주는 총무본부 없이 다른 팀이 화려할 순 없기 때문이다.


팀원이 처음 총무본부에 와서 느끼는 것은 선거를 하는 것인지, 사무업무를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정책팀은 보여지는 것이 많은 멋진 팀이고, 현장팀은 현장 열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생기가 넘치는 팀이다. 반면에 총무본부는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사무업무만 본다. 자동차의 작은 부속품처럼 잘 보이진 않지만 없으면 안 돌아가는 역할과 비슷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팀이다. 비록 자동차의 부속품일지라도 유기체 속에서의 하나의 역할을 한다면 그를 통하여 자아실현이 된다.  

 

 

성평등 본부


캠프 내에 성평등 본부가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최초의 사건이다. 박원순 시장은 성평등한 캠프에서 성평등한 서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우리 사회의 성평등 문화가 박원순 시장 후보의 캠프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위원회는 성평등한 서울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성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 그러기 위해 먼저 캠프 내 모든 관계자들에 대한 교육을 한다.


1차에서 7차에 걸친 1시간 30분의 성평등 교육(캠프의 모든 인원이 최소한 번 이상)을 받고, 성평등 서약서를 읽고 서명한다. 해당 서약서를 작게 프린팅해서 이름 카드에 넣고 다닌다. 그리고 해당 서약서를 얼마나 잘 지켰는지 문자를 통해 설문조사를 했다. 성평등 선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점검을 통한 마무리까지 하는 것이다.


다음은 스크리닝 작업이다. 모든 홍보물에 성평등하지 않는 문구나 동영상, 사진 등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 검열한다. 마지막으로 성희롱, 성폭력 신고 센터를 운영한다. 성희롱, 성폭력과 같이 엄중한 성관련 문제를 다룬다. 성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성차별적인 것까지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센터이다. 상담전화를 개설했고 원순 닷컴 내 신고 센터를 운영 중이다.

 

 

진정한 모금은 마음을 모으는것

진정한 모금의 의미는 ‘돈’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는 것으로 유권자 마음을 모으는 것은 결국 후보자의 가치이며, 그것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 후원회는 후보자의 가치를 잘 전달하고 후원에 참여하도록 열정을 다해 알리면서 유권자의 마음과 돈, 모두를 얻어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했다.


박원순 시장은 '아이디어 공유'의 아이콘이다. 좋은 아이디어나 사업 아이템이 있으면 '내 것!'이라고 경계를 긋기보다는 널리 전파했다. 내가 하든 다른 사람이 하든 누군가가 그 일을 실현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불어 성장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상처럼 시민사회의 성장에 대한 갈망이 간절했다. 사람에 대한 집중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한번 만난 사람은 웬만해서는 다 기억을 한다. 너무 미안할 정도로 기억을 해준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밑받침되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정치인 박원순의 사람냄새

 

박원순 선거펀드 15억이 사상 최단시간인 14분 57초만에 모금된 이야기, 후보를 만나는 사람들의 그윽한 눈길 이야기, 캠프업무에 몰입하느라 정장은커녕 잠옷을 입고 출근한 사람의 이야기, 선거를 돕고자 부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한 사람의 이야기, 캠프 관계자들의 인터뷰, 그리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묵묵히 자원봉사를 아끼지 않았던 많은 봉사자들의 진심 등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박원순의 사람냄새에 취한 탓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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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크립티드 부의 추월차선 완결판
엠제이 드마코 지음, 안시열 옮김 / 토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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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깨어날 때마다 허벅지를 꼬집으며 "아, 이게 정말 내 인생이야? 정말 죽여주지 않아?"라고 말한다. 늘 꿈꾸던 집에 살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도 없다. 시계의 자명종도 울리지 않고, 직장 상사도 없고, 밀린 청구서도 없다. 하루의 모든 시간을 온전히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몸담다 떠나온 직장에서라면 일주일 내내 벌어도 못 벌 돈을 아침밥상을 받기도 전에 벌어들인다. 차고에 주차되어 있는 말도 못하게 비싼 차는 당신의 꿈이 더 이상 몽상이 아닌 현실임을 말해준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준비된 각본을 따르지 말라

 

이 책의 저자 엠제이 드마코는 투자자이자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로, 10개 국어가 넘는 언어로 출간된 국제적 베스트셀러 <부의 추월차선>의 저자이다. 반쯤 은퇴한 기업가으로서 자신이 창설한 '추월차선 포럼(The Fastlane Forum)'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포럼은 세계적 비즈니스 커뮤니티로서 참가 기업가의 수가 4만 명에 육박하고 기고된 글도 50만 편이 넘는다.

 

지금 세상에도 여전히 구시대의 잔재인 노예제도가 존재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날의 노예제도는 소위 '각본'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철창에 갇히지는 않을지라도 자발적 채무와 평생의 노역이 우리를 가두는 암묵적인 사회적 계약, 즉 주 5일의 근로로 그 값을 치르고 있다. 겨우 인생의 황혼기로 접어들 때엔 타의에 의해 자유가 주어지는 이와같은 보이지 않는 각본말이다. 저자는 이런 각본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불협화음,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에서는 우리가 성인이 된 이래로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혀 온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2부(조작된 각본이 당신을 노예화한다)에서는 21세기 최대의 속임수를 폭로하고 그 속임수가 어떻게 우리의 꿈을 도적질해 왔는지 정확하고 정밀하게 진단하고, 3부(새로운 선택:각본에서 탈출하는 삶)에서는 게임을 지배하는 문화적 원칙들로부터 마음이 해방되기만 하면 무엇이 가능해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어서 4부(각본에서 탈출한 기업가적 기본틀)에서는 각본 없는 기업가정신의 명확한 청사진, 창업에 대한 상세한 틀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5부(다시는 돈 때문에 일하지 말라)에서는 현존하는 최고의 소득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를 통해 돈의 노예로 일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그것을 어디서 찾고 어떻게 당장 시작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자유를 담보로 한 현대판 노예의 삶을 벗어나 젊어서 부와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지켜야 할 법칙과 강령들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5대 각본탈출 구성 요소

 

1. 신념~ 지름길 속임수, 영재 속임수, 소비주의 속임수, 돈 사냥 속임수 등 

2. 의미와 목적~ 동기부여 사이클

3. 센츠CENTS 비즈니스~ 통제, 진입, 필요, 규모, 시간

4. 실행~ 고나과 이탈을 각오, 한 우물을 파기, 균형은 당분간 접기 등

5. 규율~ 비교 면역력, 목적 있는 저축, 쾌락 통제력, 결과 예측적 사고력

 

 

 

자율성에 목마르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이 책은 우리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들이 휠체어와 관절염을 동반한 풍요로운 노후 대신 여행과 좋은 차, 자유 시간을 대동한 풍요로운 젊음을 갈구한다면 이 책은 우리들을 위한 책이다. 만일 우리들이 부모 세대가 강요하는 인생의 공식이 낡고 너절하다는 것을 통감한다면 이 책은 우리들을 위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들이 오랫동안 기업가를 꿈꾸어 왔다면 또한 이 책은 우리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들이 인생의 모퉁이를 돌거나, 기회를 잡거나, 이익을 내는 것을 하지 못하는 누군가라면, 우리들이 이미 사업주이지만 월급쟁이와 같이 한 달 한 달을 간신히 버티고 있다면, 이 책은 우리들에게 출구를 보여줄 것이다.

 

"재능 없는 예술가가 무용지물이듯이 노력 없는 재능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 에밀 졸라

 

끝으로, 이 책은 또한 자기 자신을 바꾸는 모험을 과감히 감행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모든 사람이 변화를 원하지만 변화를 선택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누구에게나 인생이 어렵듯이 이 책도 어려울 것이다. 불편한 진실, 관습에 대한 도전, 우리들을 불편하게 하는 폭로들이 펼쳐질 것이다. 이 책은 풍요, 자유, 행복을 일깨울 청사진을 제공하고 극소수만이 꿈꾸는 인생을 우리들도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자격미달 기업가 분류

 

자기 파괴적 능력자 ~ 기업가의 역량을 골고루 갖추고 있지만, 자신의 마음이 최악의 적이다.

방황하는 떠돌이~ 결승선은 이지고 먼데 의미와 목적을 잃고 방황한다

명맥만 붙은 기업가~ 성장과 수익성의 부족으로 번창의 길로 나아가지 못한다

머리만 기업가~ 아이디어에만 매몰되고 현실적인 실행을 하지 않는다

몰락한 록스타 유형의 기업가~ 규율의 실패로 영락零落을 감수해야 한다

 

 

자신만의 각본 탈출기를 써라

 

각본탈출의 과정은 우리들의 마음에 떨어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다. 그 씨앗이 발아하고 자라려면 결심과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자동차, 텔레비젼, 정부의 노예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필요하다. 그 씨앗이 꽃을 피울 때 우리는 풍요로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꿈조차 꾸지말라. 내일도 아니고, 위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뒤도 아니다. 지금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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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Messy -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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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시스템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의사결정과정에 집착하는 여러분에게, 약간의 혼란과 무질서를 수용할 때에 어떠한 폭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안내하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혼란과 무질서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면서, 이 작은 변화가 일궈내는 창조적 혁신과 회복탄력성, 예상치 못한 성과를 촉발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완벽한 계획을 조금만 엉성하게 바꾸어보라

 

저자 팀 하포드세계은행 국제금융공사(IFC) 수석 경제학자들의 집필 자문이다.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인 그는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경제담당 논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그의 첫 번째 저서인 <경제학 콘서트 Undercover Economist>가 일상경제학의 새로운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파이낸셜 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안녕, 경제학자Dear Economist'라는 칼럼은 최신 경제 이론을 이용해 독자들의 고민거리에 대한 해답을 익살맞고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혼란스럽고 엉망진창인 상태를 뜻하는 '메시(messy)'라는 개념을 통해, 혼돈의 시기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혁신의 비밀을 설명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세우는 많은 계획은 실은 실행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을 방해하는 요소이며, 또한 주변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은 모든 계획과 질서를 파괴하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일간계획과 월간계획의 사례처럼, 왜 어떤 계획은 성공의 발판이 되고 어떤 질서는 진화의 도화선이 되는지 그 속성을 안내한다. 오늘날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는 시기에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변화 그 자체에 숙련되는 힘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들이 수립하고 있는 완벽한 계획을 약간만 엉성하게 바꾸어보라. 그것이 바로 혁신의 시작이다.

 

 

 

 

노구치 파일링 시스템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분류체계는 세 가지로 나누는 것이다. 세 줄 요약은 깔끔하게 조직된 관료제 시스템의 상징이기도 하다. 날짜에 따라, 주제에 따라, 대상에 따라 똑같은 모양의 문서파일을 세 개 만든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 배의 공간이 필요하고,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종이문서를 꼭 분류해야만 한다면, 일본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가 발명한 아름다운 대안을 떠올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노구치 시스템에는 범주화가 없다. 그냥 서류가 생기면 봉투에 넣은 뒤 봉투 가장자리에 무슨 서류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이름을 쓴 다음, 글씨가 보이도록 책꽂이에 꽂아놓는 것이 전부다.

 

이제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봉투를 꺼내 서류를 사용한 다음에는 반드시 책꽂이의 왼쪽 끝에 꽂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주 사용하는 문서는 왼쪽으로 이동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문서들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이런 식으로 가끔 한 번씩 오른쪽에 몰려 있는 서류들을 치우기만 하면 된다. 어떤 서류를 찾아야 할 때는 그 서류를 언제 찾아보았는지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이 파일링 시스템은 노늘날 많은 이들이 실천하고 있다.

 

 

기계가 만드는 혼란

 

우리는 컴퓨터가 언제나 정확할 것이라 생각한다. 컴퓨터가 실수를 했다고 말하면, 우리는 그들이 착각했거나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쇼핑센터로 걸어 들어오는 우리들의 얼굴을 컴퓨터가 상습 좀도둑으로 잘못 인식하는 바람에 사설경비원들이 출동해 우리들을 끌고 나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실제로 이러한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물론 지금은 구매성향이 가장 높은 고객을 선별해 특별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동화시스템은 경이로운 기술이다. 하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신뢰하다 보면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건축가이자 대학강사인 서른 아홉 살의 라히나 이브라힘은 컨퍼런스에 참석할 목적으로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러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갔다. 얼마 전에 수술을 받은 상태라서 그녀는 휠체어를 타야만 햇다. 그런데, 탑승수속을 밟던 도중 10대 딸이 보는 앞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고 말았다. 이는 데이터베이스에 그녀가 테러리스트 용의자 명단에 잘못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율권을 부여한 사무실의 비밀 

개개인에게 자율권을 준 세 번째 사무실의 성과는 대단했다. 깔끔한 첫 번째 사무실에 비해서는 30퍼센트, 장식을 한 두 번째 사무실에 비해서는 15퍼센트 더 많은 일을 해냈다. 이것은 대단한 효과다. 첫 번째 사무실에서는 네 사람이 할 일을, 세 번째 사무실에서는 세 사람이 해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율권이 처음부터 없었던 두 번째 사무실과 자율권을 줬다가 박탈한 네 번째 사무실은 겉으로 보기에 똑같았지만, 두 번째 사무실에 비해 네 번째 사무실은 생산성도 낮고 사기도 매우 낮았다.

 

2010년, 액서터대학의 심리학자 알렉스 하슬람크레이그 나이트는 피실험자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했다. 피실험자들은 자율권을 준 사무실을 좋아한 반면, 깔끔한 사무실과 자율권을 줬다가 박탈한 사무실은 싫어했다. 그들이 느낀 실망감은 단순히 인테리어에 관한 것에 머물지 않았다. 일이 지루하다고 불평한 사람도 있었고 사무실이 너무 더웠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그런 공간을 내준 회사는 물론 자신이 하는 업무도 싫어했다. 

 

 

롬멜의 혼돈전략

 

1915년 1월 하순, 독일군의 젊은 중대장 에르빈 롬멜은 부대를 이끌고 프랑스 북동쪽 비르나빌에서 프랑스군의 참호를 향해 나아갔다. 얼어붙은 땅에 엎드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조준도 하지 않고 무조건 쏘아대는 프랑스군의 동태를 파악한 롬멜은 빠르게 적진을 향해 돌진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에 프랑스군은 당황하여 허둥지둥 도망치고 말았다. 이렇게 롬멜의 병사들은 1, 2, 3차 방어선을 뚫고 거침없이 돌진해 나갔다.

 

프랑스군 지역 깊숙이 침투한 롬멜은 대대장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갑자기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롬멜의 부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처럼 위급한 상황에서도 롬멜은 항전, 투항, 또는 후퇴 중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군에게 빼앗긴 건물을 공격해 이를 재차 확보했다. 그러자 프랑스군은 롬멜의 작전을 파악코자 공격을 멈추었다. 이 기회를 타 롬멜은 대원들을 모두 재빨리 퇴각시킴으로써 작전 중 한 명도 사망하거나 부상당하지 않았다.  

 

초기 비나르빌 전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롬멜은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는 전술의 제왕이었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기회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한마디로 그의 전략은 전장에서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해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재빠른 기동과 독자적인 과감한 작전은 일종의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낸다. 적이 혼란 상태에 빠지면 이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롬멜은 그 기회를 잡아 더 큰 혼란을 만들어내고 더 큰 기회를 잡는다.

 

 

도널드 트럼프의 우다루프OODA loop 전략 

예측과는 전혀 다르게, 2015년 가을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의 대통령후보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젭 부시는 고사 직전에 처하고 말았다. 여기에는 한 가지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먼저, 트럼프가 불법이민과 같이 민감한 이슈에 관해 공화당 지지자의 밑바닥 정서를 자극하는 매우 선동적인 발언을 쏟아낸다. 경쟁자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관심사에 동조한다는 것을 표시하면서도 훨씬 부드럽고 균형 잡힌 어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조심 발을 떼지만 그것이 도리어 족쇄가 된다. 

 

평생 정치를 해온 트럼프의 경쟁자들은 깔끔하게 정리된 상황을 추구한다. 언론보도를 작성하고 인터뷰 내용을 브리핑하는 홍보전문가들이 이미지를 다듬어주고 실수를 막아준다. 하지만 그들이 공들여 준비한 연설이나 발표보다도 트럼프의 재빠른 트윗 한 줄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지지율을 이끌어낸다.

 

 

3M의 순환정책

 

3M에서는 몇 년마다 한 번씩 엔지니어들이 부서를 옮긴다. 이러한 순환정책은 기업들은 물론 직원들도 싫어하는 것이다. 몇 년 노력해서 기껏 방음기술이나 평면스크린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더니, 백신이나 에어컨 같은 엉뚱한 부서로 발령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짓인가? 이는 기업에게는 자원낭비이며, 직원에게는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사포에서 마스킹테이프를 만들어내고 포장지에서 스카치테이프를 만들어내는 기업에게는, 아이디어를 한 곳에만 쌓아 두고 공유하지 않는 것이 진짜 낭비인 것이다.

 

 

다양성이 재능을 능가한다

 

다양성이 있는 팀은 높은 성과를 내지만, 그 팀에 속한 구성원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했고, 진행과정을 의심했으며, 전반적으로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여겼다. 동질성이 높은 팀은 성과는 낮았지만 만족감이 높았다. 의사소통이 매끄럽게 이뤄지고 무리 없이 모든 일이 풀려나갔기 때문에 결과도 당연히 좋을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에 차 있었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네 가지 특이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첫째, 긴머리로 앞을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으므로 기회인지 위기인지 잘 모른다. 둘째, 뒷머리가 없어서 한번 놓치고 나면 잡을 수가 없다. 셋째, 어깨에 날개가 달려있어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넷째, 다리가 없어서 발자국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기회를 잡고자 꼼꼼하게 계획을 수립하다가 그 기회를 놓친다면 그 계획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정치 얘기를 잠시 하자면 얼마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2등도 아닌 3등으로 낙선한 안철수 후보가 좋은 본보기다. 그는 기회의 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당시 현 시장인 박원순에게 후보직을 물려주지 않았다면, 즉 기회의 신을 잡았다면 아마도 그는 지금 더 높은 자리에 있을지도 모른다. 기회는 계획이 설 때까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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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화된 거짓말 - 진실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탈진실의 시대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 레디셋고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교활한 거짓말쟁이들에게 맞서는 최선의 방어책, 가장 믿을 만한 방어책은 '비판적 사고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남에게 잘 속아 넘어가는 경향을 저항하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 못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 남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 뇌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 매우 능한 기관이다. 이상한 전제가 하나 제시되면, 우리는 어떤 경우에 그 내용이 사실이 되는지에 대한 기발한 설명을 구상해낼 수 있다. 온갖 주장 중 일부는 '아마' 참이겠지만, 진실한 주장은 '항상' 참이다. - '머리말' 중에서

 

 

비판적 사고로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라

 

저자 대니얼 J. 레비틴 박사는 신경 과학자이자 인지 심리학자이며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 켁대학원 미네르바스쿨에서 인문대 초대 학장,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에서 특별 교수, 맥길 대학교에서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뇌의 왈츠THIS IS YOUR BRAIN ON MUSIC>, <호모 무지쿠스THE WORLD IN SIX SONGS>, <정리하는 뇌THE ORGANIZED MIND> 등이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수많은 정보들에서 문제점을 찾는 법과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는 여러 가지 방어책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준다. 저자가 대학에서 '비판적 사고'에 대해 강의를 하며 거짓말의 위험성과 파장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가는 것을 우려했고, 이에 따라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유익한 통찰을 담아 이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 내용이라고 해서 모두가 '사실'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모든 것을 의심하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심지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사람들까지도 연구조차 하지 않은 채 연구결과를 발표한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이야기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양산되는 조작을 당해낼 수 없고, 어수룩하고 판단이 미숙한 대중들이 거짓 정보에 휩쓸리면 거짓이 맞을 수밖에 없다고도 말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국가의 공식선전 기관인 '진리부'는 '2+2=5'와 같은 허위 지식을 주창한다. 이 책을 읽은 상당수의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오웰이 과대망상에 빠졌다고 힐난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일은 지금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일이 오직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프랑스도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았다.

 

 

통계 자료는 사실이 아니다

 

저자가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숫자다. 잘못 처리한 통계치와 그래프는 왜곡되고 편파적인 관점을 취하게 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고 부적절한 판단으로 이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 최우수 텔레마케터는 하루에 1천 건의 판매를 성사시켰다'는 이런 주장에도 신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즉 한 군데의 전화번호를 누르는 데 걸리는 시간과 전화벨이 울리는 시간, 전화가 연결돼 구매를 권유하고 설득하는 시간, 구매를 위한 신용카드 번호와 주소를 알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생각해보자. 모든 전화통화가 구매 성사로 이어진다고 가정해도 물리적으로 한 시간에 가능한 판매는 60건, 8시간 동안 가능한 판매는 480건 정도다. 이렇게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주장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통계 자료는 숫자이다 보니 우리에게 엄연하고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그런 자료는 마치 자연적으로 발생한 사실을 나타내는 듯하며, 관건은 그런 자료를 찾아내는 데 있는 듯싶다. 하지만 '사람'이 통계를 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을 계산할지, 어떻게 계산할지, 계산 결과 중 어떤 수치를 우리에게 말해줄지, 그런 수치를 설명하고 해석하는 데 어떤 말을 사용할지는 사람이 선택한다. 통계 자료는 사실이 아니다. 해석이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해석이 통계 자료를 알려주는 사람의 해석 못지않거나 그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간과되고 경시되는 대안적 설명

 

또 주의해야 할 것은 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전문가의 말이라면 인정하려는 경향이 많다.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전문가의 추천 종목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소위 전문가의 말이라고 인용되는 것들의 출처 중에서 많은 것들은 실제 그 사람이 하지 않은 말일 가능성이 있다. 비록 전문가가 실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단지 그 사람의 개인적 의견일 뿐인지, 아니면 전문적인 증거에 기초한 결론인지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안적 설명은 사이비 과학계와 허위 지식계에서 아주 많이 논의되지만, 진짜 과학계에서도 종종 논의된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그것은 한 세기나 된 아인슈타인 이론을 뒤집을 만한 발견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선형 가속 장치의 케이블 하나가 헐거워져서 측정 오차가 발생한 것일 뿐이었다. 이 사례는 극도로 복잡한 실험에서는 우주의 본성에 대한 기존 지식을 완전히 뒤엎을 만한 어떤 것보다 방법론적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이 대체로 더 높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반증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

과학, 역사, 뉴스는 우리가 아는 것 혹은 안다고 생각한 것으로 가득 차 있지만, 언젠가 우리는 그중 일부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비판적 사고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일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길잡이로 삼을 만한 한 가지 원칙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바는 반증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들이 갖가지 문제를 충분히 생각하도록 돕고, 우리들이 안다고 생각하는 바와 모른다고 생각하는 바 전부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주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다.

 

 

거짓말은 정치적 목적으로 무기화될 수 있다

 

거짓말이 사회, 특히 정치적 목적으로 무기화될 수 있는 이유는 "거짓말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아무런 의심 없이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짓말의 무장해제를 위해 저자는 전략적 방어책을 소개한다.

 

우선 전문가를 의심해야 한다. 전문성은 대체로 범위가 좁고 전문가들은 특수 이익 단체에 포섭되기 쉽다. 둘째로 인터넷을 의심해야 한다. 인터넷은 반과학주의적 편향성뿐만 아니라 반회의주의적 편향성도 띈다. 특히 범람하는 정보를 쉽게 얻은 만큼 절약한 시간을 정보 검증에 쓰라고 충고한다. 정보를 얻는 시간은 짧아졌지만 진실을 얻는 시간은 여전히 길고 노력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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