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인포그래픽스 - 우주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지식,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과학도서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2
스튜어트 로.크리스 노스 지음, 김부민 옮김 / 푸른지식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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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천문학은 실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다. 어린 시절 밤하늘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주에 관한 설명은 대개 복잡하고 미묘해서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지지만, 밑바탕에 깔린 기본적인 발상은 어떤 면에서 보면 매우 친숙한 개념이다. 광대한 우주를 설명할 때 쓰이는 거리와 단위는 너무나 커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단순히 그 엄청난 숫자를 적는 것만으로는 우주를 이해하기 어렵다. - '들어가며' 중에서

 

 

우주의 모든 것을 그림으로 배운다

 

책의 저자 스튜어트 로는 어려운 과학 지식을 꼬맹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는 우주과학자로, 조드럴뱅크천문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영국과 폴란드 천문대가 사용하는 전파망원경의 천문학 장치를 공동 개발했다. 맨체스터대학교 연구원 재직 시절에는 유럽우주국과 함께 플랑크 위성 작업에도 참여했다. 또 그는 영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녹음된 천문학 팟캐스트 방송 '조드캐스트'의 공동 창립자이며, 최근에는 라스쿰브레스글로벌망원경천문대와 협력해 천문학 전문가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우주과학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공저자 크리스 노스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물리 현상을 탐구하는 천문학자로, 현재는 허셜우주망원경팀에 소속되어 우리 은하와 전 우주에서 별들이 내뿜는 원적외선을 바라보고 있다. 카디프대학교의 물리천문학 학술연구원이기도 한 그는 대학교의 지역 봉사활동 프로그램에도 활발히 참여하면서 교사와 학생을 포함해 우주와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우주를 관측하는 수많은 실험과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여러 해 동안 BBC의 <밤하늘 쇼>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거대한 우주의 풍경을 대중에게 전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선 우주를 이해하는 과정과 우주에 대한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코스모스 인포그래픽스다. 저자들이 다룬 주제는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인류의 달 탐사에서 수십억 광년 거리에 걸쳐 모든 우주에 흩뿌려진 수많은 은하계까지, 천국을 찾고자 망원경을 만들려던 시도에서 외계 문명에 접촉하려는 시도까지 실로 다양하다. 비록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읽어가다 보면 분명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류의 우주 비행

 

우주를 비행한 인류 최초인은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다. 그는 1961년에 처음으로 지표면에서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상공에 위치한 우주에 도달했다. 이어서 1963년엔 소련의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가 여성 최초로 우주로 나갔다. 이후 우주로의 비행이 점점 늘면서 미국의 아폴로 11호 발사 당시엔 정점을 찍었다.

 

우주라는 공간에서의 비행은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에서 사망한 비행사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1967년, 소련의 우주비행사 블라디미르 코마로프는 우주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낙하산 고장으로 충격을 받아 사망했다. 최초의 사망 사례이다. 1971년엔 3명의 소련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을 우주정거장에서 분리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미국의 우주비행사들도 위험을 비켜갈 수 없었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의 폭발사고로 7명이 사망했고,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호의 공중분해 사고로 미국인 비행사 6명과 이스라엘 비행사 1명 등 총 7명이 사망했다. 이후 미국은 유인 우주비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우주에서 발생하는 일

 

순식간에 얼어 죽지는 않고 서서히 식아갈 것이다

피가 끓지는 않는다

태양이 방출한 자외선은 심각한 화상을 입힌다

전신 노출은 극히 위험하다

공기가 없어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뱃속에서 가스가 팽창하면서 고통스러울 수 있다

우주선에 구멍이 난다면 심각한 저산소증에 빠질 수 있다

 

 

우주정거장

 

우주에 머무르기 위해선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고, 먹을 식량도 보충받아야 한다. 또 폐기물을 처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해주는 장소가 바로 우주정거장이다. 세계 최초의 우주정거장은 러시아의 살류트 1호(1971년 발사)였으며, 미국은 최초로 1973년에 스카이랩호를 궤도에 올렸으며(1979년 호주에 추락), 중국도 2011년 톈궁1호를 쏘아 올렸는데, 지난 4월 2일 수명이 다해 남태평양에 추락했다.

 

러시아는 1986년 미르 우주정거장을 발사, 10년 동안 우주비행사들이 쭉 거주해왔다. 이는 장기간의 우주여행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1998년, 세계 16개 나라는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정거장을 공동으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인 셈이다. 이곳도 2000년부터 쭉 승무원이 탑승해 왔다.

 

 

 

소행성의 지구 충돌

 

우리는 매년 수만 개의 소행성을 발견한다. 대부분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어 크게 위협되지 않지만 때때로 큰 소행성이 지구 가까이 접근할 때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날아오는 것을 아예 목격하지 못했던 소행성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1908년 러시아 툰구스카에 추락해 넓은 면적의 나무들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렸다.

 

2013년 2월, 전 세계는 경악했다.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10~20미터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 운석이 되어 낙하하면서 폭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폭발로 인해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 이처럼 우리들이 관측하지 못하고 놓치는 소행성이 무수히 많지 않을까 싶다. 2029년에 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에서 4만 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에 이보다 조금만 지구와 가까워진다면, 엄청난 파괴를 일을킬 수도 있을 것이다.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밤에 우리들은 하늘에서 주로 별을 보지만, 실상 별은 우주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질량으로 따져보면 별은 성간가스(인터스텔라 가스)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성간가스는 먼지와 아원자입자로 구성되며, 이는 광학망원경으로는 볼 수가 없다. 즉, 암흑 물질은 일반 물질보다 다섯 배나 더 무겁다. 이처럼 우주의 은밀한 구성 요소인 암흑 물질은 빛을 방출하지도, 흡수하지도, 산란하지도 않지만 중력은 있다. 우주에 있는 에너지 대부분은 불가사의한 '암흑 에너지' 때문에 생긴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평법한 말이 진리인 듯 싶다.

 

 

물이 존재하는 행성은?

 

지구는 지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유일한 천체이다. 그렇다고 지구에서만 물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 화성처럼 얼음 상태로 물이 존재하는데, 지표면에 또는 지표면 아래의 암석층에 존재할 수도 있다. 지하 얼음은 햇빛에 가열될 때 잠시 녹아서 증발하기 전까지 시냇물이 되어 화구벽을 따라 흐른다.

 

목성의 달인 유로파는 표면에 두꺼운 얼음층이 있다. 이 표면 아래에 물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다. 어쩌면 지구의 바다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또 토성의 달 엔켈라두스도 표면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다. 이는 엔켈라두스의 남극에서 소금기 있는 온천수가 분출되면서 관측되었다. 이처럼 지구의 바다와 동일하지 않을지라도 외태양계의 여러 달은 지하 바다가 존재하는 걸로 추정된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고대 인도인의 세계관이자 불교의 교리이기도 한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는 바로 우주관이기도 하다. 즉 풍륜風輪에서 대범천大梵天에 이르는 범위의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구성, 여기엔 하나의 태양과 하나의 달이 있다고 한다. 바로 태양계를 뜻한다. 이런 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이 소천小千세계(현대과학으론 은하계), 소천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이 중천中千세계, 중천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이 대천大千세계라고 말한다. 다시말해 대천세계란 1000의 3제곱으로 10억개의 세계를 가르킨다. 바로 우주이다.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책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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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
마누시 조모로디 지음, 김유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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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동안 유모차를 끌고 동네를 배회하던 나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동네를 산책하는 일과의 리듬을 타게 되면서 이전까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식용 처마 돌림띠와 괴물 석상들이 낯익은 친구처럼 느껴졌다. 이웃 동네에서 꽃이 피는 시기와 종류까지 훤히 꿰게 되었다. 심지어 보도의 갈라진 부위와 울퉁불퉁한 곳까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몸은 고단했지만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오히려 자유롭고 감사하게 느껴졌다(밤새도록 사무실에 갇혀 있을 때 그런 자유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무엇보다 아이와 깊은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창조한 이 아름다운 생명체와 완전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내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차츰 편안함과 행복을 느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심심한 것을 즐기는 워킹 우먼의 이야기

 

책의 저자 마누시 조모로디는 뉴욕 공영 라디오 방송WNYC의 인기 팟캐스트 라디오 프로그램 <노트 투 셀프NOTE TO SELF>의 진행자인데, 그녀는 수만 명의 청취자들과 함께 디지털 기기로부터 언플러그하고 지루함을 즐기면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녀는 이 책에서 IT 기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최고의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 지루함(심심함)을 이용하는 방법을 탐색한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열혈 워킹 우먼으로 바쁘게 살던 그녀가 몇 주 동안 배앓이를 하던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면서 겪었던 놀라운 변화를 기록했다. 7일 동안 IT 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잘못된 디지털 습관을 확인하고 싶은 참가자들과 함께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젝트'를 진행, 견디기 힘들 정도의 따분함, 반복되는 단조로움, 지루함이 극에 달한 어느 지점에서 창조의 영감, 통찰력과 아이디어가 봇물 터지듯 폭발하는 과정을 심리학과 뇌 과학, 행동 경제학 측면에서 흥미롭게 탐구한다.

 

지하철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승객들이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렇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없이 살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 뿐인가. 사무실에 출근해서는 책상에 놓인 컴퓨터를 응시할 수밖에 없다. 업무 지시나 통지가 쪽지 또는 이메일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느 하나라도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들은 디지털 기기에 이미 노예가 된 것과 진배없다. 저자는 우리들에게 이런 환경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한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지루함과 기발함'에 대한 의미를 알아 보는 것을 시작으로, 2장부터 9장까지는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젝트'의 7단계 도전을 각각 소개한다. 각 단계는 지루함을 즐기는 능력을 길러주고, 테크놀로지와 우리들의 관계, 우리들의 뇌와 테크놀로지가 충돌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해방을 일깨워준다.

 

 

 


 


ϻ

 

 

최근에 인지한 내용인데, 서울 한강에선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올해로 3회 째를 맞아 지난 4월 22일 열려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우승했다는 소식이다. 이 대회는 90분 동안 수면 금지, 휴대폰 사용 금지, 음식물 섭취 금지, 잡담 금지 등의 규칙을 엄수해야 하며, 말 그대로 안정적인 '멍 때리기'에 성공한 참가자가 1등을 차지한단다.

 

촛점 없는 흐릿한 눈동자에 정신 줄을 놓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상태가 바로 '멍 때리기'다. 현대인들의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고려할 때 성질 급한 이들이 이를 보고 당연히 "속 터진다"고 말할 것이다. 특히, 직장에서의 이런 모습은 아마도 금기 중의 금기 사항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멍 때리기'가 과학적으로 우리들의 뇌에 크게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뇌의 '디폴트 모드'가 활성화될 때 특정 신경망이 자극되면서 지금까지 받아들인 정보들을 처리하며, 새로운 정보들을 수용할 준비 태세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들이 헬스 클럽에서 강도 높은 운동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해야 잔뜩 긴장해있는 몸과 근육이 풀리는 것과 같다. 그리고 풀가동하는 기계에 잔 고장이 잦다가 결국엔 새 것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처럼, '멍 때리기'의 중요성은 바로 적절한 휴식인 것이다. 특히, 우리의 뇌는 휴식기를 가짐으로써 창의성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지루함이나 무료함을 못 참는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이 마치 필수 휴대품인 양 여긴다. 지나칠 정도로 가까이 함으로써 중독 증세가지 보인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60번 이상 앱을 사용한 사람을 소위 '중독자'로 분류하는데, 세계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약 2억 8천명을 상회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책의 저자는 무조건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라고 우리들에게 강요하진 않는다.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젝트'의 도전 7단계를 소개하면서 이를 통해 우리들 스스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성찰하도록 만든다. 이 프로젝트에는 직장인, 사업가, 작가, 10대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수만 명의 참가자들이 도전에 나선다. 이들 참가자들의 공통된 소감은 대체로 "정신적 동면冬眠 상태에서 깨어난 것 같다"라고 말한다.

 

 

도전 7단계

 

1. 자신을 관찰하라

2. 이동시 기기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라

3. 하루 동안 사진 찍지 않기

4. 앱은 삭제하기

5. 페이크케이션을 떠나라

6. 다른 것들을 관찰하기

7.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한 첫날이었다. 그날따라 비가 내렸다. 나는 휴대폰을 열거나 팟캐스트를 포함한 모든 것을 하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다. 대신 신문(전날 밤에 출력한 기사)을 읽었다. 처음에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많은 청취자들이 그랬듯이 아이러니하게도 스크롤을 하지 않으니 집중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산만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몇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마음이 점점 안정되었다. 이전 같으면 읽다 말았을 기사를 끝까지 읽었다"(121쪽)

 

 

새로운 작업 환경

 

우리들은 창의적인 생각에 양분을 공급하는 것과 같은 생각하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업무나 직접적인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시간,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지 않고 멍때리기나 마음 방황을 하는 시간이 우리의 뇌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들의 상사가 생각하는 것처럼 게으름을 피우는 나태한 시간이 결코 아니다.

 

이러한 사색의 시간에 우리들은 감정, 기억, 생각이 저장된 깊고 은밀한 장소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때가 바야흐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최상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잉태된다.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새로운 영역과 방법(그리고 새로운 상품)을 상상할 때 뇌의 많은 영역에 불이 켜진다.

 

우리들에게는 혼자 조용히 보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 항상 사무실을 넣어 다닌다면 그런 시간을 결코 가질 수 없다. 항상 메일을 확인하면서 메일함을 많이 비울수록 자신이 더 중요한 존재가 된 듯 착각하는 것은 영광의 상처와도 같은 것이다. 또 단체 메일이나 메시지에 답하지 않으면 팀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착각이다.

 

 

정신적인 동면에서 깨어나다

 

반응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예상보다 수만 명이나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에 참가했다. 모든 연령대, 모든 장소,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참가했다. 그들의 열정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첨단기기의 장기적인 영향력을 점검할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참가자들은 간단한 도전을 통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더 주목할 만한 변화를 경험했다.

 

학교 수업이 더 이해하기 쉬워졌다는 10대 청소년들, 지지부진하던 원고를 완성한 작가들, 심한 피로감을 덜 느낀다는 직장인들, 자신과 비즈니스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게 된 기업가들. 브루클린에 사는 카터는 "마치 긴 정신적인 동면冬眠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과 휴대폰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견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처럼 우선 스스로의 행동 습관을 관찰함으로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캐치해야 할 것이다. 그런 후에 가급적 디지털 기기를 자기 자신과 멀리 둠으로써 사용빈도를 줄이고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는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꽃, 고양이, 음식 등의 사진을 찍지 않고 앱을 삭제하는 도전에 나선다. 여기서 페이크케이션이란 '페이크fake와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로, 사무실에 있되 마치 휴가를 떠난 사람처럼 디지털 기기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습관적으로 이메일에 자주 접촉하는 사람이라면 귀 담을 만하다.

 

 

 



 

 

"우리의 뇌에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지루함은

창의성을 자극하는 가장 효과적인 뮤즈다"

 

이처럼 하루 동안 휴대전화를 우리들의 손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고서 자기 자신의 익숙한 일상의 모습인 사진 찍기를 금하는 등 구체적 실천을 행동에 옮김으로써 '멍 때리기'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나아가 더 심심할수록 우리들의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자아自我가 깨어난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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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 리테일 비즈니스, 소비자의 욕망을 읽다
석혜탁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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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비즈니스의 대부분은 '유통'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이란 무엇일까. 유통은 사전적으로 '상품 따위가 생산자에서 소비자, 수용자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환되고 분배되는 활동'이자 '생산과 소비를 이어주는 중간기능으로, 생산품의 사회적 이동에 관계되는 모든 경제활동'으로 정의된다. - 들어가며' 중에서

 

 

우리의 일상은 유통으로 연결된다

 

이 책의 저자 석혜탁은 본명이 아닌 필명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 인턴기자를 거쳐 YTN 기자로 합격, 현재는 대기업에서 일하며 경영 칼럼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경영경제 연구공간 '비즈코노미'의 대표로서 집필과 강연을 병행한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유통산업을 중심으로 한 '리테일 트렌드'인데, 이는 비즈니스의 대부분이 '유통'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매일경제신문>에 '만사유통'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따른 것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결국 리테일 비즈니스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그의 문제의식이 집약되어 탄생한 셈이다. 리테일 비즈니스 현장의 각계각층 인사들을 취재했고, 매우 실질적인 비즈니스 트렌드 분석을 실행했다.

 

어려운 학술용어나 전문용어를 걷어내고 한자어 '유통流通'을 살펴보면 우리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상품이나 서비스가 흐르고流 통하는通 활동이라는 개념이니까. 책은 이제 사야 할 물건이 있어서 쇼핑몰을 찾는 시대가 지났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레저핑', '쇼캉스'란 신종 합성어처럼,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서 벗어나 힐링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종합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건만 잔뜩 쌓아놓은 그저그런 과거의 쇼핑몰은 이제 인기가 없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쇼핑몰에서 운동을 하고 학습을 하며 공연을 보고 또 휴식을 취한다. 그래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제품을 팔고 싶어하던 쇼핑몰이 진작 이런 트렌드를 감지感知, '고객만족'이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다른 방식과 해법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유통업의 '신풍속도'인 셈이다.

 

 

 

 

거대 쇼핑몰의 탄생

 

미국 최초의 현대적 실내 쇼핑몰은 미네소타주의 사우스데일 센터인데, 이곳은 문을 연 지 이미 60여 년이 지났다. 이 쇼핑몰은 오스트리아 출신 건축가 빅터 그루엔의 손에 의해 탄생했었다. 이후 그루엔은 미국 전역에 수십 차례 넘게 백화점을 설계했으며, 그는 이런 상점을 '상거래용 기계'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소비 자본주의의 상징적 공간을 만들어낸 그루엔이 사회주의자였다는 점은 퍽 흥미롭다. 사회주의자로서 쇼핑몰을 이웃들을 위한 모임장소로 설계하고자 구상했던 것이다. 그는 당시 좌익 성향의 유대인 지식인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나치가 유럽 곳곳으로 힘을 뻗치자 신변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의 설계는 세계 도처에 복제되었다. 그래서 말콤 글래드웰은 그루엔을 20세기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 꼽았다. 1950년 대의 미국은 소비 붐이 일어나는 시기였다. 쇼핑몰이 '번화가보다도 더 번화가 같다'고 평가받더니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인들이 일터 외엔 쇼핑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북미 지역에서 쇼핑은 TV 시청 다음으로 중요한 문화활동이 되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은 현재 유통의 대세로 떠올랐다.

 

 

미용, 건강 부문을 특화한 유통업태

 

미국에서는 20세기 초에 드러그스토어가 탄생한다. 이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 화장품, 그리고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는 소매 잡화점이다. 1901년 미국은 시카고에 현재와 같은 형태의 드러그스토어가 처음 오픈했으며, 일본도 1987년 도쿄에 드러그스토어 1호점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 업태는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았다. 바로 H&B 스토어다.

 

미용과 건강 부문이 특화되어 차별성을 갖춘 이 매장의 주고객은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다. 그래서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 유흥가, 주거밀집지역에 출점, 화장품과 샴푸 등 비식품 상품군이 전체 상품의 60%를 차지한다. 기존의 편의점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들이 주로 이 매장을 이용한다. 그래서 여성 고객의 비중이 높다.

 

국내 H&B 스토어의 성장은 네 가지 키워드로 분석할 수 있다. 여성(female), 편리성(convenience), 체험(experience), 불황(recession)이 바로 그것이다. 주고객층인 '여성'들이 건강과 미용에 갖는 관심, 원스톱 쇼핑이 주는 '편리성', 셀프 셀렉션 형식과 테스터 공간을 통한 상품 비교 '체험', '불황'으로 인해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게 된 현상 등이 맞물린 것이다.

 

 

17억 무슬림을 향한 구애求愛

 

무슬림을 향한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의 소비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아 제한을 두지 않는 이슬람 가정과 사회문화를 고려할 때 향후 그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무슬림 관광객은 약 98만 명으로 2015년(74만 명)보다 무려 33%가 증가한 수치이다. 그리고 한국 방문 관광객 중 무슬림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증가세를 띈다.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 잠실점에 무슬림 고객을 위한 15평 규모의 기도실을 설치했다. 하루에 5회 메카를 향해 기도해야 하는 무슬림 쇼핑객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여기엔 경전인 코란의 비치는 물론이고, 예배 카펫과 기도 전 손발을 깨끗하게 씻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하고 있다. 게다가 남성과 여성의 기도실을 따로 분리 운영하고 있다.

 

대체로 우리들은 무슬림하면 중동을 떠올린다. 정확히 구분하자면 무슬림과 아랍인은 같은 말이 아니다. 아랍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랍인인데, 전체 무슬림의 약 20%를 차지한다. 무슬림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다. 비록 한국인일지라도 이슬람교를 믿는다면 이 사람은 바로 무슬림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슬람교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아시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그 다음이 인도이다.

 

그런데, 왜 무슬림을 주목하느냐 하면 이들은 먹고 사용하는 것을 율법에 정해놓고 있기에 이를 판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은 이슬림식으로 도살된 신선한 고기만 먹는다. '할랄'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일습에 목숨을 끊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한 소, 양, 닭고기는 할랄에 속한다. 세계적으로 할랄 시장은 급성장 추세인데, 2021년엔 2조 7천억 달러 규모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반해 고양이, 개, 잔인하게 도축한 고기는 '하람(금지된 것)'으로 분류하기에 절대 먹지 않는다.

 

농심~ '할랄신라면'(돼지고기를 사용 않는다)

대상그룹~ '할랄 인증' 마요네즈(인도네시아 시장점유율 40%)

 

따라서, 맹목적인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도 경계해야 한다. 이슬람포비아는 '이슬람 공포증+혐오증'의 합성어로, 심리적으로는 혐오증에 무게중심이 더 실리는 경우가 많다. 테러리즘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전체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편협한 태도는 옳지 못하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부정적 이미지의 테러리스트 낙인은 미국의 반反 이슬람 미디어가 쏟아낸 보도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노년의 니즈를 파악하라

 

나이 든다는 것은 세월이 흘러 저절로 나이를 먹으면서 노화가 된다는 현상이다.  그래서 다소 초라하고 슬픈 감정을 초래한다. 자신의 신체가 쇠약해지고, 현직에서 은퇴해야 하며, 나아가서는 죽음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과 맞닥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인식에 변화가 생겨났다. 멋지고 당당하게 나이 들 수 있다는 믿음, 바로 '비엥 비에이르(만족스럽게 나이 들기)'이다. 

 

'찬란한 미래'는 젊은 세대만 전유하는 것이 아니다. '비엥 비에이르'를 외치는 노인들의 멋진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이것이 요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존재미학이다. 앞으로 '비엥 비에이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제력을 갖췄음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역시 느끼고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지갑을 여는 명분과 이유를 의식하며 소비활동을 한다. 요실금 전용 언더웨어의 인기가 이런 흐름을 대변한다.

 

 

쇼핑 시간을 극대화하라

 

최근 쇼핑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식음료와 엔터테인먼트다. 롯데월드몰의 5층과 6층엔 테마 식당가와 영화관이 있다. 식당가와 영화관은 목적 지향성이 강하다. 즉 그냥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방문의 목적이 분명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곳은 늘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이다. 식사를 하기 전후, 영화를 보기 전후의 고객들은 아래층에 내려가 쇼핑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롯데뤙드몰은 위층의 집객 효과를 아래층까지 확산시켜 쇼핑몰 전체의 매출을 상승시킨다.  이런 샤워 효과를 고려해 MD를 구성했다. 롯데월드몰 각 층에 숨어 있는 '쇼핑의 과학'은 그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고객 만족'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라면 고객 중심의 디자인과 콘텐츠를 다채롭게 선보일 수 있도록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면밀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마케팅 담당자라면 스포테인먼트 시설과 식음료 공간의 연계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있도록 하는 게 포인트다. 스포테인먼트 티켓 소지자에게 식음료 할인 혜택을 주거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인기 메뉴를 찍은 사진을 인증하면 스포테인먼트 입장권 할인을 해주는 등 다양하고 기발한 연계 프로모션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욕망을 읽어라

 

바야흐로 쇼핑은 과학이다. 책은 소비자의 욕망을 읽어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불황과 불확실의 시대일수록 유통의 최종단계인 쇼핑이 더욱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고객들의 쇼핑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고 이를 철저히 연구해서 콘텐츠화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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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 교수의 조선 산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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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역사가 단지 과거의 옛 이야기로만 흘러가고, 현재에 되살아나지 못하면 그 역사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역사 속 인물들의 행적과 사건의 과정들이 현재 속에서 되살아나 새로운 방향과 의미를 제시해 줄 때 역사의 힘은 빛을 발하는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역사는 현재에 다가오는 역사일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이 책은 민초들의 생활상부터 왕실의 암투에 이르기까지 미시사와 거시사를 아우르는 다양한 내용들과 그것이 지니는 현재적 의미까지 담으려고 노력했다. 즉 선비들의 육아일기, 선조들의 설 풍속과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 한강의 얼음, 바둑 이야기, 살인 코끼리에 대한 대응, 남한산성에서의 주화파와 척화파의 갈등, 반정의 단서를 제공한 국정 농단 여인들, 세종 시대의 국민투표 등에서 이를 느껴볼 수 있다.

 

책의 저자 신병주현재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역사 대중화에 관심을 두어 2013~2014년 팟캐스트 방송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고정 패널로 활동했으며, KBS 1 TV에서 <역사저널 그날>을 진행했다. 또 KBS의 <역사추리>, <TV조선왕조실록>, <역사스페셜>, EBS의 <역사극장> 등의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현재 궁능 활용 심의위원, 인문학대중화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 1 라디오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과 EBS 라디오 <신병주의 이야기가 있는 역사여행>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왕으로 산다는 것>, <조선과 만나는 법>, <조선평전>,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조선후기를 움직인 사건들>,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이지함 평전> 등이 있다.

 

우리들은 조선시대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왕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왕정 시대이기에 아마도 그때는 지금보다 고지식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조선을 잘 모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종은 새로운 세법의 적용을 위해 독단적인 지시가 아니라 모든 백성들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음이 이를 대변한다. 어쩌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민생을 우선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조선 역사의 전문가답게 기록물과 문화재를 통해 당시를 살피고, 사건 현장과 유물들을 짚어가면서 우리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청계천 광통교廣通橋

 

1394년 10월, 한양漢陽(현재의 서울)이 조선의 도읍지로 결정된 데는 그만큼 이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하여 지역을 통합하기에 좋다는 점, 도성의 동서남북 외곽에 낙산, 인왕산, 목멱산(남산), 북악산 네 개 산이 둘러싸고 있어서 이들 산을 연결하면 도성의 방어에 매우 유리하다는 점, 한양은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내륙의 수운과 서해를 통해 한강이 연결되는 해상 교통의 요지라는 점이 수도로 선정될 수 있었던 주요 이유였다.

 

그렇다고 전혀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네 개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집중적으로 도심을 관통하는 바람에 홍수 시에는 도성 안 전체가 잠길 수밖에 없었다. 즉 청계천에 모인 물들이 남산에 막혀 바로 한강으로 유출되지 못함에 따라 비가 많이 오면 청계천이 범람하는 통에 홍수로 인한 몸살을 피해 나갈 수 없었다. 이를 해결코자 1406년 태종은 도성을 관통하는 개천의 조성 작업을 착수, 1412년 마침내 청계천 공사를 완료했던 것이다.

 

그런데, 청계천 공사를 완료하면서 기존의 흙다리나 나무다리 대신에 돌다리를 만들었다. 이 돌다리 가운데 바로 광통교가 있었다. 이 유적지에는 깊은 사연이 있다. 태종 이방원의 아버지 태조 이성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신덕왕후 강씨(태조의 계비繼妃)는 정도전 등을 앞세워 자신이 낳은 아들 방석을 후계자로 삼을 계획을 획책했다. 이에 이방원은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방석과 정도전 등을 제거, 1400년 제2차 왕자의 난을 거쳐 스스로 왕위에 올랐던 것이다.

 

1396년 계비 강씨가 죽자 태조 이성계는 그녀를 신덕왕후에 봉하고 왕릉도 경복궁에서 잘 보이는 곳에 조성, 정릉貞陵이라 불렀다. 이후 왕이 된 이방원은 아버지가 죽자 정릉을 파괴하고 이를 이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1409년, 마침내 정릉은 도성 밖 양주지방(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현재의 정릉)으로 이전했던 것이다. 1410년 8월 청계천의 흙으로 만든 광통교가 홍수로 붕괴되자 정릉의 병풍석屛風石과 신장석神將石을 광통교 복구에 사용, 이후 백성들이 이를 밟고 다니게 만들었다. 인간의 증오심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김정호는 왜 평생을 지도 제작에 올인했을까? 이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는 오직 그의 열정 때문이었다. 그가 살았던 조선후기에는 상업이 발달함에 따라 상인들에게는 전국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했던 때이다. 실제 대동여지도는 접었다 펼 수 있는 절첩식 형태였기에 상인들이 휴대하기엔 무척 편리했다.

 

1책에서부터 22책에 이르는 책자가 모두 펼쳐지면 우리나라 전도全圖가 되는 형태였다. 축적은 약 16만분의 1로 각 책은 세로 30센티미터, 가로 20센티미터의 크기인데, 8폭으로 접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전체를 펼치면 세로 6.7미터, 가로 3.3미터의 사이즈로 실로 방대한 크기이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널리 보급코자 이를 목판까지 새겼다는 사실이다. 대동여지도에 각 고을의 거리를 10리마다 표시한 것이나 역이나 원 등 상업과 관련된 정보가 자세한 것도 상인용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목판은 지도의 수요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오직 고산자의 발과 열정으로 탄생한 대동여지도의 가치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선비의 육아일기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이 때에 어울리는 무척 인상적인 기록물이 있다. 바로 600년 전에 선비 이문건에 의해 쓰여진 <양아록養兒錄>인데, 이는 현존하는 유일한 할아버지 양육 일기다. 흥미롭게도 아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손자에 대한 기록물이라는 사실이다. 저자 이문건은 중종 때 과거에 합격했지만, 명종 때 외척정치가 시작되어 경상도 성주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그의 자식 대부분은 천연두 등으로 일찍 죽고 유일하게 장성한 둘째 아들도 어릴 적의 열병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었다.

 

이런 모자란 아들을 교육시키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희망이자 복이 바로 손자을 얻은 것이었다. 나이 58에 2대 독자인 손자 수봉에게 그는 온통 관심을 집중했다. 이에 아이가 차츰 일어서고, 이빨이 나고, 걷기 시작하는모습 모두를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노년에 귀양살이까지 하는 그는 오직 손자 돌보는 것으로 고독을 이겨낸 셈이다.

 

"아이가 장성하여 이것을 보게 되면 아마 글로나마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양육 일기의 곳곳에서 조선시대 생활사의 모습을 읽을 수가 있는 학술적 가치가 있다. 할아버지의 손자에 대한 애정과 엄한 교육 방법, 여종의 아이 젖 주기, 유아 사망의 최대 주범이었던 천연두, 단오의 그네놀이, 지금 보다 현저히 낮은 아이들의 음주 문화 등은 <양아록>이 단순한 양육 일기가 아니라, 조선시대 역사 사료로서의 가치까지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에도 국민투표가 있었다

 

왕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조선시대에 세종이 모든 백성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토지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세법인 '공법貢法'을 추진하면서 세종은 최종적으로 백성들의 찬반 의견을 묻고자 했다. 투표 3년 전인 1427년 세종은 창덕궁 인정전에 나가 과거시험 문제를 내면서 공법에 대한 견해를 묻는 등 세법을 확정하기 전에 미리 분위기를 조성해갔다. 조령모개 식으로 정권이 바뀌면 마음대로 부동산 관련법을 개정하는 현재의 정부에 비하면 이 얼마나 민생 정치인가 말이다.

 

1430년 3월 5일부터 8월 10일까지 장장 5개월 간에 걸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이는 <세종실록>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정부 육조와, 각 관사와, 서울 안의 전함前銜 각 품관과, 각 도의 감사 수령 및 품관으로부터 여염閭閻의 세민細民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부可否를 물어 아뢰게 하라"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세종은 "백성이 좋지 않다면 이를 시행할 수 없다"는 근본을 밝히면서 농작물의 작황을 조사할 때 공정성을 잃은 경우가 많았고, 간사한 아전들이 잔꾀를 부려 부자들은 이롭게 한 반면 빈자들을 괴롭히고 있음을 우려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각 도道의 보고가 도착하면 공법의 편의 여부와 폐해를 구제하는 등의 일을 관리들이 깊게 논의해 결과를 보고하라고 주문한다.

 

 

조선시대는 고리타분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책은 관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급휴가를 도입했고, 조선의 법전 <경국대전>에는 과거시험의 합격에 관해 지역별로 그 수를 명시함으로써 현재의 공공기관 지역별 인재 할당제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영조시대엔 나라에 충절을 지킨 후손들을 특별 채용하는 시험인 '충량과忠良科'를 실시하기도 했음을 소개한다. 이만하면 '조선은 고지식한 왕조였다'는 우리들의 선입견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이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조선의 역사 현장으로 발걸음하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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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할 것인가 - 쫓기지 않고 시간을 지배하는 타이밍의 과학적 비밀
다니엘 핑크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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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타이밍에 관한 책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우리가 타이밍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우리의 삶은 ‘언제when’라는 결정의 끊임없는 연속이다. 언제 직장을 바꿀지, 언제 안 좋은 소식을 전할지, 언제 수업 일정을 정할지, 언제 결혼생활을 청산할지, 언제 마라톤을 할지, 언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지 등등…. 그러나 이런 결정들은 직관과 억측들로 난무하기 십상이다. 나는 책을 통해 타이밍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보일 것이다. 타이밍의 과학은 인간의 조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꿰뚫어보고 더 영리하게 일하고 더 잘 살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다면적이고 다방면에 걸친 최신의 학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타이밍은 과학이다

 

책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래학자다. 그는 사회변화를 예측하고, 심리학과 과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결과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명징하게 제시해왔다. 특히 사회 구조 변화를 주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의 변화에 천착하여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게 될 것인지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또 뉴웨이브 경제 잡지 〈패스트 컴퍼니〉의 기고가 겸 편집위원으로 일했으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로 백악관에서 일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워싱턴 먼슬리〉,〈뉴 리퍼블릭〉등에 경제, 기술, 노동에 관한 기사와 평론 및 서평을 기고하기도 했다. 현재는 프리 에이전트의 삶을 영위하면서 경제변화와 기업전략, 미래 트렌드 등을 주제로 전세계 기업체, 대학, 기관 등에서 활발한 강의를 하고 있다.

 

책은 타이밍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보인다. 사실 우리들의 삶은 '언제'라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타이밍에 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 언제 직장을 바꿔야 할지, 언제 결혼을 할지, 언제 결혼생활을 청산해야 할지, 언제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할지, 언제 마라톤을 할지, 언제 창업을 해야 할지 등등처럼 결정을 내랴야 할 순간들이 정말 많다.

 

이처럼 선택은 바로 타이밍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독일 U보트에 의한 루시타니아 호 피격침 사건을 한 예로 들고 있다. 약 1,200명의 승객이 수장된 이 대형 침몰 사고는 단순히 독일의 공격에 의한 사고인지, 아니면 터너 선장의 결정 오류에 의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 사고에서 미국인 승객 141명 중 123명이 사망함으로써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100년 동안 수없이 거론된 이 사고의 의혹이 만들어 낸 억측보다는 터너 선장의 몇 가지 잘못된 결정과 그 결정 시점이 하필 오후였기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의견을 제시한다.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많은 분야의 과학을 섭렵한다. 먼저 고대 이집트의 해시계부터 16세기 유럽의 기계식 시계를 거쳐 19세기에 나온 표준시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역사를 더듬어보면서 우리들이 그저 당연시 여기는 시간의 단위가 실제로는 우리 조상들이 시간을 가두기 위해 세운 울타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지력은 하루 동안 어떻게 변화할까?

 

100여 년 전부터 많은 과학자들이 기분과 성취도의 상관관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측정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무의미하게 나열된 단어를 외우고 기억하게 하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력이 밤보다 아침에 더 좋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이 분야에서 선구적 업적을 세웠다. 이후로도 여러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두뇌 활동을 탐구해서 세 가지 핵심적 결론을 이끌어냈다.

 

첫째, 우리의 인식 능력은 하루라는 시간 단위 속에서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16시간 정도 깨어있지만 그 시간에도 인식 능력은 계속 변하는데 그 기복은 규칙적이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 시간보다 저 시간에 더 똑똑해지고 더 두뇌회전이 빠르고 더 창의적이 된다.

 

둘째, 이런 하루의 기복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심하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시간생물학자인 러셀 포스터에 따르면 하루 중 최고점과 최저점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과의 변화는 음주운전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이상의 술을 마셨을 때 운전 기능의 변화에 비교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시간대에 따른 효과는 인식적 업무에 대한 실적에서 20퍼센트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셋째, 일하는 방식은 하는 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영국의 심리학자 사이먼 포카드는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시간에 따른 성과의 차이를 밝히는 연구들이 제시하는 중요한 결론은 특정 과제를 수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그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점심 시간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어느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직장인 중 62퍼센트는 하루 종일 일하는 바로 그 장소에서 점심을 해치운다. 그래서 한 손에 스마트폰을, 다른 한 손에 짓무른 샌드위치를 입속에 우겨넣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를 '서글픈 책상머리 점심'이라고 명명했다. 이제는 우리들이 점심식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왜냐하면, 점심식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교육, 미디어 분야 등 서로 다른 11개 조직에서 일하는 직장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점심을 대충 해치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사무실을 벗어나 밖에서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은 나머지 하루 일과뿐 아니라 1년 내내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고, 쉽게 지치지 않고 일에 더욱 의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시간은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회복 장치다"

 

이 보고서를 위해 투입된 조사팀은 이렇게 말한다. 특히 정신적, 정서적으로 부담이 큰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이다. 특히, 소방대원처럼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직업의 경우 함께하는 점심은 팀워크를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이여, 이젠 혼밥을 즐기지 말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담소를 나누면서 점심을 하는 게 어떻겠는가? 


점심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위력적인 점심 효과를 기대하려면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자율성과 분리다. 자율성은 자신이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는 방법과 시간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력이 확보되어 있는 것으로, 특히 복잡한 업무에서 실적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복잡한 업무에서 잠깐 손을 떼는 시간이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점심시간에 무엇을 하느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심리적으로도 일과 분리되어야 한다. 점심 식사 도중에 일을 생각하거나 심지어 사교적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는 오히려 피로도만 높일 따름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사무실 생각을 잠깐 지운다면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 점심식사 시간이 길고 식사 장소가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오후 업무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그래서 어떤 회사는 사무실에서 점심을 떼우는 행위를 금지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몰랐던 낮잠의 중요성

낮잠은 최저점에 대한 영리한 대응으로 꼭 챙겨야 할 귀중한 휴식이다. 낮잠은 두 가지 중요한 혜택을 준다. 첫째, 인식적 성과를 향상시킨다. 둘째,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증진시킨다.


여러 면에서 낮잠은 우리 두뇌의 잠보니(Zamboni: 아이스링크의 표면을 고르게 하는 장비-옮긴이)이다. 낮잠은 하루를 보내면서 생긴 얼음판 위 흠 같은 정신적 상처를 말끔하게 없애준다. 잘 알려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낮잠을 40분 정도 잔 우주인들은 반응시간이 34퍼센트 빨라지고 각성도가 두 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연구에 따르면 오후의 낮잠은 두뇌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낮잠을 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보를 간직하는 시간이 더 길다. 낮잠을 자는 사람은 낮잠을 자지 않거나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복잡한 문제를 풀 확률이 두 배 높다. 낮잠은 단기기억력뿐 아니라 얼굴을 보고 이름을 떠올리는 것 같은 연상기억력도 높여준다. 낮잠이 두뇌에 미치는 전반적인 혜택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커진다. 낮잠에 관한 문헌을 개관한 어떤 학술 자료에 따르면 밤에 충분한 숙면을 취한 사람이라도 낮잠을 자면 기분이나 각성도나 인지수행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낮잠은 심지어 '몰입flow'의 강도를 증가시킨다. 몰입은 창의력의 강력한 원천이다. 

 

 

왜 결승점이 가까워지면 더 분발하게 될까

사회심리학자 애덤 알터할 허시필드는 조직위원회에 등록한 선수들의 나이를 보고 마라톤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 중 아홉수에 걸린 사람들이 무려 48퍼센트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도 29살이 가장 많았다. 29살은 28살이나 30살보다 두 배 많았다. 한편 처음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은 40대 초반에 줄어들다 49세에 갑자기 늘어난다. 49살은 한 살 더 많은 사람보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확률이 약 세 배 많았다.

 

더욱이 10년 구간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면 달리는 사람의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톤에 여러 번 참가한 사람들의 기록은 29살과 39살 때가 2년 전이나 2년 뒤보다 더 좋았다.

 

10년 구간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이런 분발 효과에 무슨 논리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과학자 모로조프스키는 "인생은 짧으니까요.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60살이 되기 전에 내 몸으로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호주의 예술가 홍리 또한 어느 순간 나이 마일리지의 표시판이 눈에 들어와 생각을 전환했다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30살이 가까워지자 29번째 해가 끝나기 전에 뭔가를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마지막 해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이와같은 발전적인 도전 외에 '아홉수에 걸린 사람들의 자살률이 더 높다'거나 아내 몰래 바람피우는 성향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즉 불륜 알선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에 접촉하는 사람들은 29살, 39살, 49살, 59살이 8명 중 1명 꼴이었으며, 이는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약 18퍼센트기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10년이 가까워진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변화를 촉구하려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타이밍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과거에 나는 점심시간 뒤의 휴식이나 낮잠이나 산책이 좋다고 믿었다. 이제 나는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과거에 나는 일터나 학교나 가정에서 잘못된 시작을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난 일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리고 계속 전지노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다다시 시작하거나 함께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고 믿는다" - '마지막 결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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